|
제10장 잃어버린 과거의 열쇠
완산에서 이어진 산이 하나 있다.
곽산(?山)이라 불리고 있는 기봉준령(奇峰峻嶺)으로
검은 안개가 산봉우리를 항상 휘감고 있어
한여름 대낮이라 해도 그 산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날이 저물면 산의 모습이 더 신비로워졌다.
산은 항상 제 모습을 감추었기에
사람들은 언제나 으스스하고 귀기스러운 대상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안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다시 산 아래에 발을 딛지 못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휘― 이이잉―!
밤바람이 차게 일어났다.
여름의 끝이라 나무는 무성의 극을 달렸고
, 이름 모를 잡초와 넝쿨이 곽산의 후미진 계곡 안을 살풍경한 지옥같이 만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넝쿨이 움직여 귀신이 살아나 꿈틀꿈틀 거리는 것 같이 보였다.
달이 떠있으나 곽산의 골짜기에는 달빛이 비치지 않았다.
검은 구름은 아주 짙게 깔려 있어 달빛이 계곡 바닥을 비추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서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초추(初秋)를 연상케 하는 싸늘한 바람이 일어났다.
"으음…!"
어디선가 나직한 신음성이 들려왔다.
우거진 넝쿨 안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신음소리였다.
"아……내가 왜 그런 짓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청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주 뛰어나 보이는 용모인데 얼굴이 고뇌에 가득 차 있었다.
"지옥제일검의 눈빛이 나를 미치게 했다.
내가 왜 그가 시키는 것에 따라 행동해야만 했을까?
그 무슨 신비한 힘이 나를 지배했던 것일까?"
누워 있는 청년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수십 군데 크고 작은 상처로 가득 했다.
가장 위험한 부상은 등판을 관통하고 배까지 튀어나온 백색보검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몸에 칼을 꽂고 있으면서도 빼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참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지만 청년으로서는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검은 지금 뽑아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 뱃속의 상처가 조금 아문 후 뽑아내야 상처가 크게 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모르나 그는 은연중 자신이 한 사흘은 요양을 해야 회복되리라 생각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아주 착잡한 표정이 되어 이마에 주름을 펴지 못했다.
"낙헌지…그 이름이 나의 이름인가?
아…머릿속에 맴돌면서도 확실히 떠오르지 않는 또 어떤 이름이 있는 듯한데…!"
심한 부상 속에 누워 있는 청년은 다름아닌 낙헌지였다.
그는 백의검제가 딸을 구하기 위해 시전한 어검술에 적중돼
다 죽게 되어 여기까지 달려와 정신을 잃었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즉사할 일이었지만
그는 금강불괴의 몸이라 여태껏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칠 일 전의 일이었다.
낙헌지는 칠 일 내내 잠들었다가 일 각 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마룡단을 먹은 사람이라면 정확히 한 시진이 될 때 기력이 탈진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낙헌지는 극한 허탈감을 느낄 뿐 죽지는 않았다.
"너무도 무기력하군. 이런 허탈감은 사흘 후 사라진다.
사흘 후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있다.
그때까지 이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을 짓자."
낙헌지는 지금 남천관의 바보 하인이 아니었다.
그의 두뇌는 인간이 이를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단계라 할 수 있는 오묘지경에 빠져 있고,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식이 한 자 한 자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낙헌지는 바보로 지냈던 사 년 간의 일도 확실히 기억해 냈다.
그리고 간혹 왜 그런 바보짓을 했는지 웃음을 흘렸다.
"푸후…그랬단 말인가?"
그는 웃다가 인상을 찡그렸고 그러다가 다시 무표정하게 되었다.
"나는 머리를 크게 다쳐 기억을 잃은 상태이다.
다행히도 지옥제사검 독목수라가 나를 가격하는 바람에 뇌호혈이 타통돼 회복하게 되었다
. 아직 기억을 되찾지는 못했으나 나는 이제 바보가 아니다."
낙헌지는 독목수라에게 죽은 낙검엽 노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낙 노인이 은인인 것은 분명했지만 혈육은 아니었다.
'내게는 분명 다른 신분이 있다!'
낙헌지는 그것을 알아내려 했으나 아무리 궁리해 봐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영원히 기억해낼 수 없는 것을 애써 기억하려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낙헌지는 집착을 훌훌 털어냈다.
"기억을 되찾을 운명이라면 언제고 기억을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과는 관계없이 지옥궁 무리에 대한 복수를 필히 이루리라!"
낙헌지는 과거와 같이 순박하고 우직스럽지 않았다.
강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성격은 아주 치밀했고,
뜻을 이루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줄 아는 대담성을 보였다.
"몸이 회복된다면 철저히 복수해 주리라!"
그는 마음 깊이 다짐하며 일부러 잠을 청했다.
사흘은 아주 빨리 지나갔다.
낙헌지는 백의검제가 이백 장 밖에서 던진 백색보검을 몸에서 뽑아들고
겉옷으로 둘둘 말아 허리띠 사이에 찔러 넣었다.
"누군지 모르나 실로 강한 사람이었다.
금의검선자를 도왔으니 아마도 협객일 것이다.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더라도 원망은 하지 않겠다."
낙헌지는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골짜기가 여명에 훤히 비치고 있는데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아니었다.
"물 맑고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가서 푹 쉬자. 그래야 원기를 찾을 수 있으리라."
낙헌지는 중얼거리다가 품안에 딱딱한 물건이 들어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군.'
낙헌지는 그제야 남천관 안에서의 모든 기억을 선명히 되찾을 수 있었다.
그가 지닌 것을 모두 꺼내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지옥령이라는 영패 하나, 지옥제일검의 흑색복면, 그리고 남천신군이 준 금갑이 있었다.
"이것은 그 분의 선물이다."
낙헌지는 남천신군의 최후 모습을 기억하고 눈시울을 붉히다가 금갑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세 가지 물건이 들어있었다.
첫 번째 것은 뇌공부(雷公符)였다.
그것은 도가(道家)의 모든 고수들이 우러러보는
도가제일인(道家第一人)의 지위를 상징하는 신물이었다.
남천신군은 무공보다는 해박한 학문과 심오한 지혜
, 그리고 도량으로 정사오기의 일 인이 된 사람이었다.
뇌공부는 도문고수들이 그를 존경해 상정한 신표로
도가 어디를 가도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도가지보(道家之寶)였다.
둘째는 뇌공비급(雷公秘 )이라는 양피지 책자였다.
세 번째 물건은 옥병이었다. 옥병은 자색을 띠고 있으며,
아주 정교하게 조각된 명품이었다.
"무엇이 들었을까?"
낙헌지는 호기심에 얼른 자기병 마개를 열었다.
병마개가 빠져나오는 찰나 폐부를 시원하게 하는 향내가 물씬 풍겼다.
"오… 이건…?"
낙헌지는 냄새를 맡는 순간
그것이 두 가지 전설적인 영약을 섞어 만든 당대의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
"공청석유(孔淸石油)와 만년옥지액(萬年玉芝液)을 반반 섞은 것이군.
이것을 마신다면 내외상을 씻은 듯이 낫게 할 수 있다."
낙헌지는 누구에게도 글을 배운 일이 없었는데 아는 것이 아주 많았다.
냄새만으로 영약을 알아낸다는 것은 의학의 전문가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너무도 정확히 파악할 정도였다.
그는 자기병 안에 든 영약을 단숨에 들이마셨다
. 과연 천고의 영약답게 내외상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낙헌지는 맑은 정신으로 뇌공비급을 펼쳤다.
뇌공비급은 뇌공문의 진산무공이 되는 것으로
천 년 전 무림이인 뇌공자(雷公子)가 창안한 것이었다.
뇌공자는 살아 생전 합당한 전인을 두지 못했기에
자신의 절기를 비급 한 권으로 엮어 언제고 인연이 있는 사람을 위해 고동(古洞)안에 감춰 두었다.
남천신군은 육십 년 전 뇌공비급을 얻는 행운아가 되어
결국 정사오기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뇌공비급 안에는 세 가지 무공이 수록되어 있었다.
뇌정신공(雷霆神功)!
뇌정신공은 도가현문강기(道家玄門 氣) 중 가장 뛰어난 세 가지 수법 가운데 하나였다.
그 하나는 자전신공(紫電神功)이고 나머지 하나는 태청신공(太淸神功)이었다.
오묘하기는 자전신공과 태청강기가 뛰어났지만
순수하게 위력만을 따진다면 뇌정신공은 도가 삼대신공 중 최강이었다.
뇌정파천지력(雷霆破天指力)!
그것은 뇌정신공을 지력으로 펼쳐내는 것으로 동금지(洞金指)나
벽철지력(劈鐵指力)보다 더한 위력이었다.
지력을 발출할 때 우레소리가 난다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뇌음칠검(雷音七劍)!
뇌정신공을 십 성 익힌 후 뇌음칠검의 검결대로 검을 시전하면
십 장 안이 뇌성으로 진동하게 된다.
그리고 검기가 천여 가닥 일어나 십 장 안의 사람들을 살상하는 도가 최고의 검식이었다.
낙헌지는 구결을 읽으며 간간이 무릎을 쳤다.
"호오, 정말 신묘하군."
낙헌지는 무공초식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나
뇌공비급을 보며 줄줄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로는 뇌공자가 다 적지 못한 것까지 대번에 깨닫기까지 했다.
낙헌지는 뇌공비급을 한 시진 가량 읽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흘이면 이 세 가지 무공을 완벽히 익힐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지옥제일검이란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낙헌지는 복수하리라 맹세하며 비급을 쥐고 무작정 걸었다.
우선 허기와 갈증을 메우고 싶었다.
불사신의 몸뚱이를 가진 낙헌지였지만 인간인 이상 먹어야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를 걸었을까?
낙헌지는 한참 동안 걷다가 안개가 자욱히 피어오르고 있는 협곡(狹谷)앞에 이르게 되었다.
"신기한 곳이군."
낙헌지는 안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안으로 걸음을 떼어놓았다.
짙은 안개가 시야를 방해했지만 낙헌지의 안력에 장애가 되지는 못했다.
낙헌지는 지배(紙背)를 꿰뚫을 정도의 안력을 웃도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협곡의 길이는 백 장 정도였다.
협곡을 벗어남과 동시에 안개가 사라지고 세외선경(世外仙景)이 눈에 들어왔다.
전인미답의 처녀지인 듯 어느 한 군데 훼손된 곳이 없었다.
푸른 풀밭과 과일나무가 즐비했고 한가로이 노니는 꿩과 노루가 간혹 눈에 띄었다.
잔디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은 너른 골짜기의 사방에 마치 병풍같이 둘러져 있는
절벽의 거대한 샘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물줄기였다.
"아… 정말 멋진 곳이군."
낙헌지는 신선한 꽃 냄새와 풀 냄새에 취해 있다가
일단 갈증을 메울 생각을 하고 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샘은 깊이를 알아볼 수 없이 짙푸르고 아주 맑았다.
물 속에서 유영하는 청수어(淸水魚)들은 난데없는 침입자에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하… 진정 선경이로다."
낙헌지는 샘에 머리를 처박고 십여 모금을 잇따라 들이켰다.
이빨이 시리도록 차가운 물을 뱃속에 가득 담자
허기와 갈증이 한꺼번에 가시고 맑은 기분이 들었다.
"후아…이제야 좀 살 것 같군."
낙헌지는 샘 가에 털썩 걸터앉아 흰 구름이 둥둥 떠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지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가 혼동되어 느껴졌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있었다.
문득 그는 샘물 바로 위쪽 벼랑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보게 되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었다.
낙헌지의 예리한 안력이 아니라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뱀이나 새가 드나드는 구멍인가?"
낙헌지는 잠깐 호기심을 느꼈으나 곧 털어버렸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천관의 원수 지옥제일검을 죽일 정도의 무공을 수련하는 일이었다.
"과일로 배를 채우고 뇌공비급을 시작하자."
낙헌지는 잡념을 훌훌 털어 버리고 나무숲을 향해 뛰어갔다.
그는 제철을 만나 탐스럽게 익어 있는 복숭아 열다섯 개를 한아름 따 들고
으적으적 소리를 내며 씹어먹었다.
"햐아, 저절로 녹는구나."
낙헌지가 복숭아 맛에 감탄해 외칠 때였다.
"이 노옴…웬 놈이 어르신네들의 잠을 깨우는 게냐?"
머리 쪽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구멍에 와서 제멋대로 까부는 놈은 대체 누구냐?
우리들이 갇혀 있는 몸이라 나가 죽이지 못한다고 제멋대로 구는 것이냐?"
살기 짙은 목소리였다.
그것은 낙헌지가 잠깐 의아하게 생각했던 절벽 위 작은 구멍 안에서 흘러나왔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단 말인가?'
낙헌지가 복숭아 먹기를 중단하며 잠시 숨을 멈추었다.
"으잉…? 사람이 없는 모양이군. 내가 잘못 들었을까? 젠장, 잠이나 더 자야겠군."
예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다시 낙헌지의 고막을 근질거렸다.
낙헌지는 놀라움에 젖어 외쳤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단 말인가?"
반응은 즉각적으로 왔다.
"아니?"
"뭐… 뭐야, 사람이 왔단 말인가?"
구멍 안에서 서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같이 흥분된 목소리였다.
그 중 가장 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가 있었다.
"누… 누구냐? 어서 우리들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와 보거라!"
골짜기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성에는 한(恨)과 마성(魔性)이 깃들여져 있었다.
"하하… 그 높은 데를 어찌 간단 말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무… 무인이 아니란 말이냐?"
창노한 목소리는 바로 곁에서 말하는 듯 아주 잘 들려왔다.
"무림인이 아니오. 하지만 곧 무림고수가 될 것이오
. 뇌공비급을 익히고 나면 절세고수가 되지 않겠소?"
"뇌공비급이라고? 그럼 남천관을 세운 남천 꼬마도사 놈하고 어떤 사이냐?"
낙헌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꼬마도사라니? 지금 남천신군을 말하는 것이오?"
"흐흐…하긴 지금이라면 그 놈도 백발이 성성했겠군
. 하지만 노부가 한참 이름을 날릴 때에 그 놈은 아주 어린 나이였다."
"당신은 뉘시오?"
"크흐흐…이 놈아, 노부가 먼저 물을 말이다."
아주 악랄한 가운데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나는 낙헌지(落軒志)라는 사람이오."
낙헌지는 순순히 자신의 성명을 밝혔다.
"흐음… 목소리로 보아 어린 나이인 듯하구나."
"그렇소. 아직 혼례도 하지 않았소."
"흠…남천신군의 전인이냐?"
낙헌지는 갇혀 있는 자들의 신분이 사뭇 궁금했다.
"글쎄…전인이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소."
"웬 개소리냐?"
"하하… 그 분이 나를 잘 봐 비급을 전했으니 그 분의 전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배사지례(拜師之禮)를 하지 않았으니 전인이 아닐 수도 있소."
"카하하…그깟 뇌공비급 정도는 거저 준다 해도 익히지 않는 것이 낫다."
괴노인이 빈정되자 낙헌지가 인상을 찡그렸다.
"노인장이 어떤 수법을 갖고 있기에 뇌공비급을 그리 하찮게 보는 것이오?"
"크흐흐…노부의 무공은 네가 상상할 수 없이 고강하다
. 뇌공비급을 삼 년 익히기보다 노부에게서 단 한 번 가르침을 받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아주 사악한 기운을 띠고 있는 목소리였다.
'심성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목소리에 마의 기운이 서려 있다.
지옥제일검과 마찬가지로 악의 무리다.'
낙헌지는 반감을 갖게 되어 싸늘히 외쳤다.
"흥, 노인이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심보가 바르지 않은 이상 소용이 없소.
그렇게 강한 사람이 왜 갇혀 있소?"
"뭐… 뭐라고? 네… 네놈이 노부를 비웃는단 말이냐?"
"하하…바른 대로 말하는 것뿐이오."
괴노인은 음성에 짙은 살기가 배어 나왔다.
"고얀 놈! 노부와 의형제들이 갇혀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제멋대로 까부는구나.
그러나 네놈을 죽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나올 수 없는 데 나를 죽일 수 있단 말이오?"
낙헌지는 움찔하여 한 걸음 물러섰다.
괴노인은 다소 음울한 음성을 전하였다.
"흐흐… 회선마강(廻旋魔 )이라는 절기를 쓰며 네놈을 쓰러뜨릴 수 있다
. 하지만 네놈을 죽일 마음은 없다.
사실 오래 전이었다면 네놈은 이미 노부의 회선마강 아래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살기가 많이 없어졌지."
"갇혀 산 탓이오?"
"갇혀 살아온 탓도 있고…복수할 길이 영원히 사라져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낙헌지는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누그러뜨렸다.
"복수할 길이 사라지다니?"
"노부 손으로 죽여야 할 자가 천수를 다하고 죽어 버렸다. 그래서 낙담해 있는 중이다."
"원수가 누구요?"
괴노인은 나름대로 호의를 보였다.
"흐흐…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안으로 들어와라. 노부가 모든 이야기를 해주겠다.
다행히 네놈의 근골이 쓸 만 할 경우 흔쾌히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
뇌공비급 따위에 시간을 허비할 것 없다."
낙헌지는 낭랑히 웃으면 그의 말을 받았다.
"하하…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뇌공비급을 먼저 익혀야겠소.
뇌공비급을 익힌 후 그 안으로 들어가 보겠소."
"으윽, 고얀 놈! 회성마강 아래 죽고 싶으냐?"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르르르― 릉―!
구멍 안에서 우레소리가 나며 핏빛 기류가 흘러나와 낙헌지 쪽으로 날아들었다.
"어엇―?"
낙헌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핏빛 기류는 무려 오십 장을 날아 그의 발앞 땅바닥을 호되게 후려쳤다.
꽝―!
지축이 흔들리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으음… 무시무시하군."
낙헌지는 그들의 능력을 새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보았느냐? 그것이 회선마강이다.
너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네놈의 기백이 제법 쓸만하다 여겨 제자로 키우고픈 마음이 들어서였다
. 흡인력으로 안으로 오게 해 줄 것이니 들어는 즉시 노부를 사부로 섬기거라!"
괴팍한 음성은 지극히 오만했다.
낙헌지는 오기가 생겨 일언지하에 그의 지시를 거부했다.
"하하…마도고수를 사부로 섬기지 싶지 않소."
"뭐… 뭐야? 노부의 전인이 되기 싫다고?"
"그렇소."
"으음, 이유가 뭐냐?"
"마도고수는 나의 원수요. 내가 어찌 원수와 한패거리일 수 있겠소,
그리고 노인의 회선마강이 강하기는 하나
나도 언젠가 그 정도 무공을 시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오.
구태여 마공을 익혀 맑은 심성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소."
괴노인은 나직한 침음성을 토해냈다
"으음, 정말 어처구니없는 놈이군."
"하하… 모두 진심에서 한 말이외다."
"이럴 수가 있는가? 뇌공비급의 무공보다 백 배 강한 마공을 시전해 보였는데도
노부의 전인이 되기를 마다해?
하찮은 뇌공비급을 연마하겠다고… 으음, 미친놈이 아니면 이럴 수 없다!"
다소 허탈함이 섞인 자조적인 음성이었다.
이때, 갑자기 낙헌지의 고막 속으로 파고드는 전음집밀에 의한 신비한 말소리가 있었다.
"낙헌지라는 청년, 고집부리지 말고 승낙하게
. 마공이라고 하지만 당금천하에 가장 강한 무공이네
. 자네를 천하제일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네.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네."
역시 동굴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였지만 일점의 사기(邪氣)도 갖고 있지 않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낙헌지가 주춤할 때 신비스런 음성의 말이 다시 한차례 귀를 때렸다.
"노부의 말을 믿게. 뇌공비급을 갖고 있는 남천신군을 잘 안다면
노부에게도 외인은 아닐 것이네.
노부는 남천관에 있는 청삼서생이란 사람에게 사숙조(師叔祖)라 불리던 사람이라네."
청삼서생이라는 말이 낙헌지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청삼서생의 사숙조가 되는 분이 저 안에 계신단 말인가?'
낙헌지는 심한 의혹와 혼란함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노부는 지금 잡혀 있는 신세이네.
그러니 노부와 말을 주고 받았다는 것을 내색하지 말게.
하여간 혈발마(血髮魔)의 전인이 되어 그의 절세마공을 익히도록 하게.
의협심을 가진 절세고수 하나가 꼭 필요한 세상이니 노부의 말을 명심하게."
신비한 음성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낙헌지는 고심해야 했다.
최강의 마공을 수련해 지옥제일검을 죽일 수 있다면 굳이 거부할 일도 아니었다.
괴노인의 살기 어린 거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물어 보겠다.
노부의 절기를 익히고 노부를 스승으로 섬길 마음이 없느냐?
없다고 하면 그 즉시 골통을 으스러뜨려 버리겠다."
"협박이오?"
"흐흐…협박일 수도 있지."
"후후…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오."
이제는 의지와 기백의 대결이었다. 괴노인은 분노를 깨나 참고있는 음성을 흘려보냈다.
"기어코 거절하고 죽음을 택하겠다는 말이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오."
"이 놈아, 정확히 대답해 봐라!"
낙헌지는 태연하게 응수했다.
"하하… 솔직히 절세적 절기라는 데에는 매력이 있소.
하지만 노인의 전인이 된다는 것은 사실 내키지 않소."
"고약한 놈! 노부의 절기는 마음에 들고 노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구나?"
"그렇소."
괴노인은 낙헌지를 몹시도 탐내는 기색이었다.
"흐흐… 귀여운 구석이 있는 놈이야. 그러기에 네놈을 더더욱 전인으로 두고 싶다
. 능농섭물 진기로 끌어들일 테니 준비하고 있거라!"
"잠깐!"
낙헌지가 목청껏 크게 소리쳤다.
"지금은 싫소!"
"뭐가 싫다는 말이냐?"
"나는 하던 일을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오.
뇌공비급을 다 익힌 후 그 안으로 들어가겠으니 서두르지 마시오."
"뭐… 뭐라고?"
"내 뜻이 그러하단 말이오."
괴노인의 음성에 은근히 짜증이 섞여 나왔다.
"이 놈아, 그곳에서 몇 년이나 머물 작정이냐?
노부가 거북이나 학같이 수백년 오래 살 사람으로 보이느냐?"
"오래 걸리지 않소. 한 칠 일이면 되오."
괴노인이 폭갈에 골짜기가 진동되었다.
"칠 일? 그 안에 뇌공비급을 다 익히겠단 말이냐? 네놈이 머리 두 개에 팔이 네 개란 말이냐?"
"하하… 여기서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니 칠 일만 기다려 주시오."
낙헌지는 가진 것이 없었으나 배포만은 컸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낙헌지의 진면목이었다.
하인 나부랭이로 일생을 보낸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진정 사람중의 영웅이 될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낙헌지는 겁 없이 말한 후 그 자리에 앉아 비급 연마에 들어갔다. 그가 책장을 넘겼다.
"이 놈, 썩 그쳐라! 노부를 우롱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괴노인이 고래고래 외쳐도 낙헌지는 비급에 향한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대꾸했다.
"칠 일이라 하지 않았소? 죽이고 싶으면 죽이시오. 나를 보고 싶다면 칠 일만 기다리면 되오."
"으으…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낙헌지는 말을 나누는 와중에도 뇌공비급에 눈을 떼지 않았다.
"칠 일만 기다리면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작정이오.
사실 나는 뇌공비급을 칠 일 간 익혀 노인과 한바탕 겨뤄볼 생각이오."
"뭐라고?"
"아무리 마공이 강해도 정의로운 수법에 꺾이기 마련인 것이오."
"으음…!"
노인은 기가 막히다는 듯 다시 말하지 않았다.
낙헌지는 당당한 기백으로 전대의 마두를 일축하고는 계속 뇌공비급에 심취해 있었다.
이때, 아주 청아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허허…아주 대단한 아이로군.
오마(五魔)가 너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오마는 너를 공동전인으로 삼게 될 것이다.
네가 지금 같은 강인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오마의 공동전인이 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낙헌지는 눈으로 비급을 읽으며 귀로 노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이 안에는 모두 여덟 사람이 있다.
그중 다섯은 마도 사람이고, 노부를 비롯한 세 사람은 협의도 사람이다."
"……."
"다섯 마두는 노부의 전주인(前主人)에게 패해 여기 갇혔다. 벌써 칠십 년 전의 일이다
. 그리고 노부와 두 명의 친구는 십 년 전 여기 갇혔다.
오마의 우두머리인 혈발마의 흡인력에 끌려 이곳 무저갱(無底坑) 안으로 빨려든 것이지."
아아…무저갱(無底坑)!
그것은 전설로만 알려지고 있는 장소가 아닌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곳으로 그 안에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다섯 마두가 갇혀 있다고 했다.
물론 낙헌지로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청아한 음성은 계속되었다.
"다섯 마왕을 이 안에 가둔 노부의 전 주인은 고금제일의 고수이셨다.
하지만 그 분이 돌아가시고 후계자를 두지 못해 천하가 사악한 무리들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 그 분의 절기가 실전된 이상 천하를 사마의 손에서 구할 수 있는 수법은
바로 이곳 무저갱 안에 갇혀 있는 다섯 마왕뿐이다."
낙헌지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물을 수 없었다.
의어전성술(議語傳聲術)을 펼칠 수 있는 단계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남천관은 지금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청삼서생이 서른두 명의 고수와 함께 남천관을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군."
청아한 음성은 다소 한숨이 섞여 들려왔다.
낙헌지는 답답한 마음을 참다못해 꾀를 내어 시를 읊듯이 중얼대기 시작했다.
"오호라…하늘은 피로 물들고 천주봉(天柱峰)은 마풍(魔風)에 씻기었구나!"
"뭐이라고? 남천관이 마풍에 씻기다니… 설마 남천관이 멸망하였단 말이냐?"
노인은 다급한 전음으로 물었다.
낙헌지는 목청을 높여 느릿하게 시를 읊었다.
"애석토다, 푸른 옷의 선비여. 원통하도다, 남천의 주춧돌이여!"
"으음…청삼서생이 정녕 죽었단 말이냐?"
노인의 음성은 문풍지처럼 떨렸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나오는 것을 보았느냐?"
"검은 매가 시체를 뜯고, 도적 떼가 금패를 갖고 날아오르다!"
낙헌지가 괴로운 표정이 되어 말하기를 마쳤다.
그는 자신이 청삼서생을 죽인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섭안마공에 의해 벌인 일이기는 했으나 평생토록 그를 괴롭힐 부끄러운 일이었다.
낙헌지가 시를 빌어 말을 전하자 노인의 청아한 말소리가 한동안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런 물건은 천후사에도 있고 검보에도 있다.
그것마저 악도들의 손에 들어갔느냐?
들어갔다면 돌을 두드려 신호를 해라.
하나가 들어갔으면 돌을 한 번 치고, 둘 마저 다 뺏겼으면 돌을 두 번 쳐라!"
낙헌지는 조약돌을 치고 바위에 한 번 쳤다.
모든 상황을 정확히는 몰라도 검보의 것은 아직 남아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동굴 안에서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없어진 후라면 천후사의 것이겠군."
노인의 무거운 음성이 다시 전해졌다.
"검보에 하나 남았을 뿐이라면 젊은이는 반드시 오마의 절기를 익혀야 하네.
그래야 칠마령의 마지막 한 조각이 놈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네."
낙헌지는 일의 자초지종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없었다.
노인은 그의 심사를 헤아린 듯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칠십 년 전 단신으로 십이거마(十二巨魔)를 굴복시킨 무림 사상 가장 위대한 기인이 계시었네."
"……."
"정의무성(正義武聖) 무천형(武天衡)이란 분이시지."
순간, 낙헌지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정의무성이란 이름이 아주 익숙하게 들렸다. 그 이름을 듣자 가슴이 심하게 동요되었다.
'정의무성……, 정의무성! 내게는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다.'
낙헌지는 상실된 과거의 기억 저편으로 줄달음질 치는 기분이 되었다.
"정의무성께서 제압한 열두 명의 마두는 두 종류로 분류될 수 있네.
한 부류는 꺾이면 꺾였지 굴복하지 않는 자들이고
, 다른 한 패는 악착같이 살아 언제고 복수를 하려는 무리라네
. 먼저의 무리는 이 안에 갇혀 있는 다섯 마왕이고,
나중의 무리는 남천관을 친 칠마전의 무리이네."
칠마전이라는 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갔다.
낙헌지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몇몇의 글귀가 그의 피를 끓게 한 것이다.
'십이마두, 오대마왕, 칠마전…! 그 모든 것이 나와 커다란 연관이 있음에 틀림없다.'
청아한 음성은 차분히 이어졌다.
"정의무성께서는 사후(死後)에 변괴가 생기리라 예상하시고 서장의 칠마를 금제하셨네.
칠마령을 만드신 일이 그 때문이네."
노인은 하나도 숨김없이 모든 일을 자세히 말해 주었다.
칠마가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지옥궁(地獄宮)을 중원에 세운 당금 배후 조종 인물이라는 것 등을 일러주었다.
"칠마령은 세 조각으로 나뉘어 보관되었네.
검보, 천후사, 남천관이 그 장소이고 대무신국에서 나온 고수들이 그것을 지키고 있었네."
낙헌지는 더 이상 비급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노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상하게도 뼈에 사무쳤다.
"그것을 지키는 임무가 바로 노부와 두 사제의 임무였지.
정의무성께서 십오 년 전 명한 것인데 우리는 힘이 모자라 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지
. 어째서 이런 꼴이 되었는지 궁금할 것 같아 솔직히 말해 주겠네."
청아한 음성의 노인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우리 세 늙은이는 삼밀사(三密使)라 불리는데,
십 년 전 정의무성께서 돌아가셨다는 천기를 보고 급히 대무신국을 향해 가다가
이 근처에 이르러 혈발마의 흡인력에 빠져들게 되었다네."
아…삼밀사!
십오 년 전 일백검수(一百劍手)를 이끌고 대무신국을 떠났던 대무신국의 삼대봉공이 아닌가?
이들이 오대마왕과 함께 무저갱에 있다니 진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적지만리객(赤地萬里客).
― 비천신매(飛天神魅).
― 광승(狂僧).
이들 셋은 하나같이 놀라운 고수들이었다.
한데도 감금되어 있는 혈발마의 흡인력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오대마왕이란 존재는 가히 신화적이라 할 수 있었다.
"오대마왕은 무저갱 내에서 만년한철삭(萬年寒鐵索)에 비파골(琵琶骨)이 뚫려 잡혀 있고
, 우리 늙은이들은 두 다리가 부러진 채 누워 있네.
혈발마가 우리 세 늙은이들을 쉽게 끌어들인 이유는 그의 회선마강이 절묘한 탓이고
, 당시 오대마왕이 격체전력술(擊體傳力術)로 내공을 한데 모아 펼쳤기에
우리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네."
낙헌지가 듣기에는 아주 신비한 말이었다.
'이토록 무서운 오대마왕을 감금한 정의무성은 진정 신에 이른 분이시겠다.'
삼밀사의 한 사람 되는 노인의 전성술은 계속되었다.
"일백검수는 우리들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네.
그런데 우리 삼밀사는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 하겠는가?
젊은이가 정도 사람이라면 소신을 굽히는 한이 있더라도 안으로 들어와 절세고수가 되어야 하네."
노인은 오랜 전성술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전음집밀로 오랫동안 말하기란 쉽지 않다.
진기를 극도로 소모기키는 상승무학이기 때문이다
. 게다가 노인은 온전한 몸이 아니었기에 탈진이 된 듯 더 이상 전성술을 펼쳐오지 않았다.
낙헌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그대로 사흘을 보냈다.
사흘이 지났을 때 낙헌지는 스스로 운기행공할 수 있게 되었다.
뇌정신공의 구결대로 운기행공하자 두 가지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첫째는 혈도 곳곳에 막힌 부분이 있어 운기행공하는데 아주 심한 통증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강한 힘이 운기행공에 따라 일어나 사지백해를 타고 흐른다는 것이었다.
낙헌지는 원래부터 막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인 듯 혈도를 타통시키며 운기행공을 벌였다.
운기를 거듭할수록 웅후한 진기가 모아졌다. 내상이 절로 치료되면서 전신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동시에 그는 뇌정신공의 오묘함을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첫댓글 이제부터 승천할 기회가~
차어다서타냐
감사합니다
재미있네요
즐감~!
금방 읽게되네요~~감사
ㅈㄷㄳ
즐독
ㅎㅎㅎ
감사합니다
즐감하고갑니다.
즐감요!!!!!
무공회복
즐감요!!!!!!!!!!!
즐감요~
즐감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요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
만나야할 사람은 결국 만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