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가 있어도 처벌하기 힘든 공무원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탐욕이 많고 부정을 일로 삼는 벼슬아치들을 가리키는 말 탐관오리. 옛 한자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지만,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단어로서 쓰이고 있다. 안타까운 이유지만 탐욕이 많고 부정을 일삼는 관리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은 지금보다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되어 있지 않았기에, 지방의 관리들이 중앙정부의 감시를 덜 받는 것을 이용해 부정부패를 했었다. 물론 중앙의 관리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도 대담하게 자기 몫을 채우는데 급급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가 익숙히 아는 전래동화나 역사책에도 수많은 탐관오리들이 온갖 종류의 비리를 행해왔었다. 탐관오리를 적발하라고 만든 암행어사 중에도 검은 때가 묻은 사람이 있었으니,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참 사라지기 힘든 현상이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옛날 관리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숫자도 많아졌고, 또 감시와 감독에 더 신경을 썼지만 공무원들의 비리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 논란이 되기 시작한 원전에 얽힌 사업체와 공기관의 끈끈한 커넥션부터 가깝게는 보건소, 지방공무원 등 각종 비리가 나오고 있다. 금번에 나온 보건소 전‧현직 공무원들의 비리는 굉장히 고전적인 방법 중에 하나였다. 의료장비 업자들의 뇌물을 받고, 납품과정에서 입찰을 방해하면서 의도적으로 비싼 값에 입찰되게 만들고, 접대성 골프‧리조트의 예약을 부탁(?) 하는 수법이다. 단속하라고 맡겨 놓았더니 문자메시지로 단속정보를 업체에 흘려주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이를 통해 보건소 공무원 5명이 불구속입건 되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그동안 ‘관행적’이던 의료장비 납품업체의 입찰방해와 보건소 공무원의 유착 관련 비리를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관행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런 비리 사건에 수식될 정도로 공무원 사회의 부패가 아직 만성적임을 입증하는 장면이다.
또 다른 공무원 비리사건으로는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청주시 공무원이 있다. 이 공무원은 2010년 청주시와 KT&G 사이에 이뤄진 청주연초제조창 터 매매과정에서 편의제공 등의 대가로 KT&G 용역업체로부터 6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공무원은 지난해 여직원을 상습 성추행해 한 계급 강등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청주시 비하동 유통업무지구 조성과 대형유통업체 인허가 과정에서도 비리를 저지른 점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되어서 덕을 보려고 할 작정이 아니고서는 한사람이 일으킨 사건으로는 참으로 많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청주시에 있었던 다른 공무원들의 비리들도 다시 재조명되기도 했는데, 시민들은 비리도시라고 불려 질까 두려워 할 정도이다. 전국 최초로 사무관이 6급으로 강등당하는 2계급 강등 공무원도 청주시청 소속이었다. 사실 이런 비리가 청주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리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갈수록 높아져 일명 ‘공시족’이라는 새로운 명칭이 생길정도인데, 정작 이렇게 뽑은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소명을 다하지 않는 현상이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이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 복지공무원들이나 경찰, 소방공무원 같이 같은 공무원의 증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의 특수성과 고단함 때문에 더 많은 수가 필요한 곳은 그에 걸맞게 뽑아야 국민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봉급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가기에 일종의 국가입장에서는 공무원의 수만큼 채무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넋을 놓고 바라만보면 국민 모두가 심한 채무를 지게 될 것이다. 반드시 깨끗해야만 할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공무원들이 아닌가? 개인적 소양도 중요하지만 조직으로서도 공직 기강 해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공무원들은 이런 비리를 저질러놓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일반인과는 다른 신분에 의해 좀 더 강한 처벌을 받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제83조의2(징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사유의 시효) ① 징계의결등의 요구는 징계 등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유용의 경우에는 5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
즉, 3년과 5년으로 시효가 정해져 있는데 이는 비리를 저지르고도 징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 이전 정권의 비리들이 밝혀지는 경우가 있는데, 3년이라는 시효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소시효가 10년 또는 15년인 것에 비해 너무 짧다. 뇌물의 액수가 1억원이 넘지 않아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소시효가 7년이다. 물론 공무원의 경우 형법상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뇌물을 받았다면 형이 2분의 1이상 가중될 수 있다. 그러나 처벌을 받으려면 먼저 공소시효가 지나서는 안 되니, 사실상 3년만 지나면 면죄부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올해 국회의원들이 시효를 각각 7년, 10년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추후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으로 지켜봐야하는 상태이다.
여기에 또 하나 관심을 가지고 개정안을 만들어야 될 것 중에 하나가 군무원에 대한 공소시효이다. 군무원의 경우 금품비리가 일반 공무원보다도 그 수가 5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렇게 금품비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 공무원에 비해 징계부가금과 퇴출제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군공무원은 시효가 일반 공무원보다 적은 2년에, 징계부가금이라는 금품, 향응수수, 공금 횡령 등을 할 때 내야할 돈이 없다. 여기다가 일반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 받으면 퇴직해야 되나, 군무원은 당연퇴직과 제적 관련 규정이 예외조항으로 되어 있다. 아무리 군무원이 특수신분이라고 해도 뇌물을 받는 죄질이 일반 공무원과 다를 것이 없는데 처벌이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국민의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잔치를 벌여도 공소시효가 2년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서도 속히 뜻있는 국회의원들이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달콤한 열매만 취하는 공무원들에게 더 이상 보험 같은 공소시효를 둘 수는 없다. 더 청렴하고 투명하게 나랏일을 해야 할 사람들에게 우리가 일반 국민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의 사명감과 높은 도덕성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빛을 바래기 마련이다. 공소시효 개정과 같은 법적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무원 각자가 정도의 길을 걷는다면 그 처벌에 대한 논란 또한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부디 공무원이 임명되었을 때 그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