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혁 원장
-- 의협은 여당이 자기편이라는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
정확히 3년 전에 문재인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최소 500명 이상 증원하기로 하고 이를 발표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서남대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법을 발의했는데 이거때문에 의협은 극렬 반대해 파업투쟁까지 갔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때와 똑같은 정책을 발표하고 앉았다. 의대증원 숫자까지 512명이라고 하니 그냥 문재인 시절의 도돌이표 정책이다. 최초 보도는 어제 한겨레 단독으로 나온 기사였다. 근데 연합뉴스와 조선일보는 이게 자기네 편 사이에 마찰이 날까 무서웠는지, 얼른 "의대정원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는 헤드라인으로 복지부의 발표 받아쓰기 보도를 낸다.
하지만 3570이라는 숫자까지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마당에 결정된 바 없다는 소린 참 웃기는 것이다. 문재인 시절 의협 파업을 열심히 두둔하던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자기네 편끼리 싸움이 날까봐 애써서 사태를 곱게 묻고 싶은 속내가 보인다.
하지만 의협은 착각이 너무 심하다.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정원을 동결할 아무런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의협을 편든다고 그들에게 무슨 정치적 이득이 있단 말인가?
윤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협이 기대하던 건 의사 면허법 개정에 대한 거부권이었다. 그걸 윤석열은 거부하지 않아 법이 곧 실행될 판이 되었다.
의협이 진짜로 막고 싶어했던 건 번죽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별로 없는 '간호법'이 아니었다. 그거랑 같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서 통과된 "의사면허 취소에 관한 법 개정"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현행법엔 변리사 세무사 변호사 등 기타 전문직종인들은 어떠한 범죄 (금고이상) 확정시에도 자격을 정치/취소시키고 있는데 오로지 의사만이 면제되고 있어 성폭행, 강간 등으로 실형을 받은 의사들이 멀쩡히 진료를 지속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반발 여론이 너무 높았다. 그게 민주당에서 발의, 간호법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의협은 윤대통령이 이걸 간호법과 '덩달아' 거부하길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의협 비대위는 이때문에 지금 속을 끓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믿는 도끼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더더군다나 국힘당과 정부가 "초진 환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예고했는데 이것이야 말로 곧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의협 입장에선 특히 초진환자 비대면 진료를 절대 허용할 수가 없다. 배달의 민족같은 플랫폼 업체가 식당들에게서 수수료를 뜯어가서 배를 불리듯, 이런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면 플랫폼 업체들이 너도나도 여기 뛰어들어 의원들의 위에 군림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의협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여당과 윤석열 정부는 의사들의 편이 아니다. 그들에게 붙어 있으면 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빨리 버리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집단이 아닌 국민을 위한 의사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여론에 심어줘야만 의사들의 목소리가 비로소 제도화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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