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여행에서 가 봐야 할 곳이 늘었다. 폐역을 재단장한 철도문화공원에서 추억 여행을 떠나고 남강에서 뱃놀이를 즐겨보자. 숲 위를 달리는 에코라이더는 모험심을 샘솟게 한다.
●추억 속을 달리는 열차, 철도문화공원
100년 역사를 품은 구 진주역이 오랜 추억을 담은 철도문화공원으로 새로 태어났다. 1920년대에 삼랑진과 진주 사이에 철길이 놓이면서 인적, 물적 중심지가 되어온 구 진주역은 2012년 역사가 이전되기 전까지 서부 경남의 교통 요충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십여 년 간 다른 용도로 쓰였던 역사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기억 속에 남겨진 열차들을 만나는 전시관으로 꾸며졌으며 플랫폼 주변은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배움과 휴식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역사에 들어서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디지털 매표소가 눈에 띈다. 매표소 양쪽에 전시관 입구가 있다. 한쪽은 진주역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공간이며 맞은편에 비둘기호와 통일호 등 추억의 기차들을 본뜬 모형을 전시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열차 칸에 나란히 앉아 기념사진을 찍기 좋다.
역무원 적성 검사에 도전하거나 역장 유니폼을 입고 인증샷도 남길 수 있다. 플랫폼으로 나서면 철길에 놓인 무궁화호 객차 실물을 볼 수 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등록문화재 건물인 차량정비고도 눈길을 끈다.
●빛의 터널로 변신한, 진치령 터널
철도문화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폐선된 터널을 근사하게 꾸민 색다른 공간이 있다. 진치령 터널은 2012년 경전선 복선화 사업으로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된 구간을 자전거와 도보 코스로 만든 것인데 지난해 말 터널 안에 다양한 조명과 재미난 포토존을 설치해 즐길 거리가 더욱 많아졌다.
약 250m 정도인 짧은 거리이지만 가볍게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터널 반대편에 진주의 대표 캐릭터인 하모 역장이 탄 증기 기관차 포토존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빠앙~ 하는 경적 소리가 울린다.
●남강 뱃놀이 즐겨볼까, 김시민호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진주에는 남강이 있다. 지난해부터 운항을 시작한 김시민호는 옛 시절 남강에서 뱃놀이를 하던 전통 정자선 형태의 유람선으로 진주성 일대를 순환하며 색다른 풍취를 돋운다. 문화해설사가 동행해 진주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약 30분 간 남강을 유람한다.
유람선이 진주성 부근에 다가가면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떨어졌다는 의암과 촉석루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논개의 충절처럼 의연해 보이는 의암은 촉석루나 건너편 남가람 공원에서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을 전해준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진주성은 임진왜란 당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진주대첩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시민호는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김시민 장군은 사후에 이순신 장군과 함께 충무공 시호를 받은 영웅이기도 하다. 유람선을 타고 남강을 누비는 동안 김시민 장군의 충혼을 느낄 수 있다. 김시민호는 시간에 따라 촉석나루와 망진나루 어디서든 탑승이 가능하다.
●모험심 강한 사람 모여라! 월아산
뱃놀이를 즐긴 후엔 숲 속으로 떠나보자. 시내에서 20분이면 닿는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는 스릴과 모험이 가득한 산림레포츠 단지가 있다. 울창한 숲 위를 달리는 에코라이더와 높은 곳에서 나선형 레일을 따라 내려오는 곡선형 짚와이어, 공중에 그물을 연결해 놓은 네트어드벤처 시설이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이 중에서 가장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에코라이더이다. 외줄에 매달린 자전거 형태의 체험 시설을 타고 공중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웬만한 담력이 아니고서는 도전장을 내밀기 쉽지 않다. 에코라이더는 총길이가 504m이며 최대 15m 높이를 자랑한다. 이에 비해 곡선형 짚와이어는 좀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네트어드벤처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그물에서 뛰고 구르는 등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옳은 커피 맛! 옳커피
진주에서 제대로 된 로스터리 카페를 찾는다면 옳커피가 답이다. 케냐와 르완다, 콜롬비아, 파나마 등 다채로운 원두들 구비해 놓았으며 직접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를 내놓는다. 바스크 치즈 케이크와 말렌카 등 커피에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 메뉴도 있다. 곳곳에 미술 작품들을 배치해 아담한 갤러리에 온 듯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글·사진 여행작가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