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차전 후 리뷰에서 바이에른뮌헨(뮌헨)이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2차전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란 듯이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가로서의 면모를 뽐내며 결과를 뒤집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전술을 선보인 것은 아니다. 본인이 뮌헨에 심어놓은 철학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약간의 변화를 통해 1차전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벤과 리베리를 비롯한 부상 선수가 많았음에도 이뤄낸 결과이기에 정말 대단하다는 이야기밖에 할 말이 없다. 지난 경기가 포르투가 잘한 경기였다고 한다면, 이번 경기는 뮌헨이 잘한, 매우 잘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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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열정적으로 지도한 과르디올라. 그는 역시 전술가였다. 출처:UEFA 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0. 승부는 전반에 갈렸다.
뮌헨이 전반에만 5골을 득점하면서 사실 상 경기를 결정지었다. 정신력을 무너뜨리는 과르디올라 식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포르투는 대항할 힘을 잃고 말았다. 후반전엔 뮌헨도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았고, 포르투 역시 경기를 잡기 위해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았다. 압박의 강도를 현저히 낮춘 뮌헨을 상대로 포르투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빌드업을 해볼 수 있었고 1점을 기록하면서 체면은 차렸다. 이 한 경기로 전방 압박을 펼친 뮌헨과 그렇지 않은 뮌헨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시즌도 4강 또는 결승(뮌헨이 진출한다면)에서 뮌헨을 만나는 팀은 전방 압박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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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MOM 알칸타라, 그의 득점 덕분에 경기가 수월하게 풀렸다. 출처:UEFA 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1. 시작은 측면
1차전 리뷰에서 지적했듯 가장 중요했던 포르투의 전술 중의 하나는 측면으로의 빠른 전개였다. 이를 브라히미와 콰레스마가 공을 지키고 1:1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공격 리듬을 살렸다. 측면 수비수인 다닐루와 XXX도 이에 힘을 보태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이 가능했다. 2차전에서 뮌헨은 오히려 측면에서 공격을 통해 포르투를 무너뜨렸다.
가장 특이할 점은 람의 측면 배치와 베르나트의 측면 공격 가담이었다. 람은 현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이지만 기본적으로 측면 수비수 출신으로, 측면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우측 수비수인 하피냐가 공격 가담이 많지 않았던 데다가, 람의 우측면 배치로 브라히미에 대한 견제가 더욱 확실해졌다. 1차전처럼 역습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승부수는 전략적으로 베르나트가 공격 가담을 높였다는 것이다. 괴체는 중앙으로 침투하면서 포르투의 우측 수비인 레예스를 중앙으로 끌고 들어갔고, 거의 측면 공격수처럼 베르나트가 움직였다. 콰레스마는 베르나트의 공격 가담을 막기 위해 수비 깊은 진영까지 내려와야 했고, 1차전처럼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아줄 수 없었다. 첫 번째 실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콰레스마의 수비 실수 때문에 발생했다. 돌아가는 베르나트를 놓쳤고 이내 포기해버리면서 베르나트는 아주 편안하게 크로스를 성공시켰고 이것이 선제골로 연결되었다. 포르투에겐 치명적인 실점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주전 측면 수비수들의 경고 누적 결장으로 수비적·공격적인 문제가 더해졌다. 다닐루와 알렉스 산드루가 뮌헨으로의 전방 압박으로부터 노련하게 공을 지켜냈다면, 이번 경기에선 측면 수비수들이 압박에서 공을 지키지 못하면서 뮌헨 식 전방 압박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전반 30분 경 측면 수비수를 공격적인 능력이 있는 히카르두를 측면으로 배치한 것, 전반전이 끝난 후 콰레스마를 교체한 것은 역시 포르투의 XX 감독이 측면의 문제를 인식했다는 뜻이다.
뮌헨의 전방 압박은 대량 득점이 나올 때 전형적으로 나오는 특징이다. 결국 뮌헨을 상대하는 포르투로서는 압박을 풀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 요소인데, 가장 엷은 정도의 압박을 받는 측면에서조차 공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기에 경기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게다가 좌측의 브라히미에 대한 견제가 심해졌고, 콰레스마는 수비에 대한 부담으로 지난 1차전처럼 전진할 수 없었다. 결국 뮌헨이 주도권을 쥐고 밀어붙이면서 1차전에서 효과를 본 역습 전술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결국 과르디올라의 전술 변화는 포르투가 1차전에서 보여준 강점과 약점을 신중하게 고려한 결과이고 이것이 주효했다.
2. 더욱 높아진 압박의 강도
1차전에서 어찌 보면 무기력하게 패한 결과를 만회하기 위해 뮌헨은 정신적으로 확실히 무장된 듯 보였다. 감독도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전술적 강점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경기를 따내려고 했다. 뮌헨의 선수들 역시 모두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려는 듯 열정적으로 압박을 가했기 때문에, 포르투는 수비에서 볼을 빼앗은 후에도 지난 1차전처럼 효과적인 공격을 보여줄 수 없었다.
지난 경기에서도 압박의 강도가 약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경기에서 뮌헨이 보여준 압박의 강도는 특별했다. 전술적으로 주목할 점은 지난 경기와 달리 사비 알론소가 평소보다 앞선 위치까지 전진했다는 것이다. 평소 빌드업 시에도 높은 위치에 올라가 있었는데, 보통 중앙 수비수의 가운데까지 내려와서 공격 전개를 하는 것과 달랐다. 이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전진 배치로 봐야 한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이 레알마드리드-바이에른뮌헨 13-14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 경기를 관람한 후 사비 알론소를 평가하기를 ‘화면에는 안잡혔지만 가운데서 모든 역할을 다 하더라.’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만큼 사비 알론소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사비 알론소는 후방에서 경기 전체를 조율하면서, 1차적인 전방 압박에 이어 2차적인 압박과 세컨드볼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압박을 벗기고 나온다고 해도 2차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포르투를 질식시키려고 한 것이다. 또한 전방 배치된 사비 알론소의 패스 타이밍 자체가 빠르고 간결해진 것은 공격 전개에서도 중요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반전에 승부를 걸었다.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기에 위험부담이 아예 없진 않았다. 하지만 2골의 차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2년 간 팀의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과르디올라와 선수들은 본인들을 믿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초반에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에 골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포르투의 수비에 고생할 수도 있었다. 특기인 전방 압박으로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쥐고 포르투를 압박했다. 초반 득점으로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고 이후엔 완벽히 본인들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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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이지 않지만 할 것은 다하는 사비 알론소. 출처:UEFA 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3. 과르디올라 '뮌헨'의 또다른 장점 – 제공권
바르셀로나에서 과르디올라가 만든 팀은 제공권이 좋지 않았다는 분명한 단점이 있었다. 이따금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완전히 수비에 치중한 채 투박한 긴 연결로 1:0 승리를 따내는 약팀들이 존재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들 중엔 장신이 없었고, 때로는 마스체라노가 중앙수비수로 나서기도 하는 등(지금도 그렇지만.) 높이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뮌헨은 다르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키가 큰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번 경기에서 준비해 온 전술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2번째 골을 기록한 세트피스 장면은 철저히 준비된 듯 했다. 짧게 내준 후 뒤쪽에 빠져있던 레반도프스키에게 연결시키고 떨어뜨려주는 볼을 보아텡이 노렸다. 코너킥에서 직접 올라오는 공보다 떨어뜨려주는 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노린 훌륭한 전략이었다. 높이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전략이었다.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 역시 중앙에서 높이 싸움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레반도프스키와 뮐러를 이용한 공중볼 경합이 가능하다. 또한 바드스투버와 보아텡이 때론 긴 볼을 전방으로 때려 넣으면서 경합시킨 후 세컨드볼을 노리는 단순한 전술까지 섞으면서 전방위적으로 포르투를 압박했다. 포르투는 1차전에서 공을 받아주는 미드필더들에 대한 압박을 통해서 상대를 뒤로 밀어내는 전술을 취했다. 이에 대한 대응이 바로 때때로 시도한 중앙으로의 긴 연결이었다. 공중 경합을 대비하여 주변 선수들은 세컨드볼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공격 루트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공격 다변화가 유용한 점은 상대 입장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작 소년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서태웅이 산왕공고의 정우성을 이길 수 있던 것은 ‘패스’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상대에게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롱패스를 이용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기에 짧은 패스 플레이도 측면 공략도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때론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때도 있는 법이다. 티키타카만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뮌헨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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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와 발, 모두 되는 레반도프스키. 2골을 기록했다. 출처:UEFA 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4. 포르투가 간과한 점
개인적으로 포르투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1차전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고 뮌헨을 그렇게 완벽하게 압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1차전과 비슷한 전략으로 나선 것이 이해가 된다. 지난 1차전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역습을 펼치면서 효과를 보았는데, 사실 2골을 지켜야하는 포르투로서는 선택하기에 적합한 전술이었다.
그렇지만 경고 결장 선수를 대체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 나선 측면 수비수들은 공·수 양 측면에서 밸런스를 갖춘 선수들이었기에 역습 축구에도 적합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그들의 대체자로 등장한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부족해서 측면에서의 공격 전개가 되지 않은 것이 뼈아팠다. 더욱 강해진 뮌헨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경기에선 빠른 측면으로의 공 전개로 압박에서 일단 벗어났지만, 2차전에선 반대 방향으로 빠른 전개 거의 나오지 않았다.
포르투가 마냥 수비만 할 수 없었던 것은 전체적인 팀 선수의 구성이 그러하기도 했거니와, 뮌헨의 공격력을 90분 내내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가는 공격적으로 나서야 했다는 것인데 그 시점이 아쉽다. 전반전을 잘 지켜냈다면 체력을 소모하고 마음이 급해질 뮌헨의 배후 공간을 또다시 노려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반은 수비에 치중해서 최대한 실점을 줄일 것을 노리는 것이 나아 보였다. 물론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포르투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결과가 나빴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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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했지만 2차전에선 뮌헨에 압도당한 포르투. 출처:UEFA 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지난 1차전 뮌헨에 맞선 포르투는 전술적으로 잘 준비된 모습으로 승리를 따냈다. 뮌헨의 방심도 분명히 있었고 포르투의 동기 부여도 확실했다. 뮌헨은 지난 패배로부터 확실한 교훈을 얻은 듯 새로이 도전자의 자세로 달려들었다. 또한 전술적으로도 명예회복을 위해 공을 들인 것이 티가 났다. 1차전 포르투의 전술 중 위협적이었던 부분에 대한 파훼법을 모두 준비해서 나왔다. 반면 포르투는 비슷한 전략으로 다시 한 번 뮌헨을 잡으러 나섰다. 이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뮌헨은 객관적인 전력상의 우위를 그대로 경기력으로 만들어냈다. 방심을 버린 강자 뮌헨이 포르투를 완전히 압도한 경기였다. 축구에는 이변이 있기에 즐겁지만 강팀인 이유는 분명히 있다. 전술적인 대응이 빛난 과르디올라와 스스로의 자존심을 위해 분전한 뮌헨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분전한 FC포르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http://blog.naver.com/hyon_t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