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온'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탤런트 엄태웅씨의 딸 엄지온양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LG 트윈스팬이라면 지온이라는 엘린이를 먼저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지난 5월, 수원에서 최동훈 응원단장과 함께 단상에 섰던 꼬마가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7월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구었던 롯데와의 일전을 앞두고 지온이와 어머니 김해미씨를 만날 수 있었다.
엘린이 '김지온'을 소개합니다.
지온이는 많은 LG팬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엘린이다. 지온이가 처음 LG팬들에 선보인 것은 5월 kt와의 수원 원정경기였다. 히메네스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열심히 응원하는 영상이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 소개되었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팀을 대표하는 엘린이로 급부상했다. 이후에도 SNS를 통해 여러 번 모습을 드러낸 지온이는 선수들의 이름만 말해도 응원가가 바로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일명 '랜덤 플레이'가 가능하다. 지온이가 가장 즐겨 부르는 응원가는 무엇일까? "지온이는 대개 정성훈 선수의 응원가를 많이 불러요. 멜로디가 쉽고 재미있어서 많이 즐겨 부르는 것 같아요"
경기를 1시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였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에서 음악이 나오자 지온이는 "이제 시작한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녹색 그라운드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해미씨는 지온이에게 아직 경기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일러주며 "지온이는 장난감에 관심이 없어요. 터닝메카드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랍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모든 이야기가 야구로 끝난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지온이에게 야구는 일상 그 자체다. 지온이는 한글 공부도 LG팬답게 했다고 한다. "자기 이름은 쓰지도 못하면서 유강남, 히메네스, 채은성 선수의 이름을 쓰더라고요." 아마 이렇게까지 야구를 좋아하는 엘린이가 또 있을까 싶었다. 야구와 얽힌 에피소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가 시행된 후 해미씨가 "이진영 선수는 LG 선수가 아니고 kt 선수야"라고 말하자 "왜 이진영은 이제 LG 아니고 kt야? 되물어보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받아들였지만 요즘도 간혹 다시 오냐고 묻곤 한다는 후문이다.
린스컴 지온이
지난 겨울, LG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팀 린스컴의 별명은 프랜차이즈다. 보통 프랜차이즈는 선수에게 붙는 용어다. 그러나 지온이 역시 팀의 간판 프랜차이즈 팬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모태 LG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미씨는 고등학교 때 이대형 선수를 좋아하면서 LG팬이 되었다. 지온이가 LG팬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작년에 지온이와 함께 문학을 처음으로 찾았어요. 야구장이 낯설었을 수도 있는데 저를 닮아서인지 야구를 좋아하더라고요" 야구장을 찾은지는 1년에 불과하지만 자기보다 야구를 더 좋아하고 같이 어울릴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미씨가 지온이를 야구장에 데려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는 야구를 보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하곤 했어요. 지온이도 야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를 갖게 되는 마음에서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지온이가 프랜차이즈 팬이라면 현재 LG에서는 히메네스를 빼놓고 프랜차이즈를 논할 수 없다. 수원구장에서 히메네스 덕분에 락커룸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배트를 선물 받은 후로 히요미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선수가 팬을 데리고 들어간 적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히메네스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지온이를 소개 시켜주면서 'My No.1 fan'이라고 해서 감동받았습니다. 아마 지온이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일거에요." 그런데 지온이는 원래 유강남 선수의 팬이다. 사인을 받고 난 후엔 엄마보다 더 좋다고 할 정도였던 지온이가 히메네스의 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천에서 유강남 선수가 지온이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지온이가 '유강남이 나 잡아갈거야'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해미씨의 인스타그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영상뿐만이 아닌 사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팀 관련 상품을 쉽게 소화해내는 지온이의 애장품은 스트라이프 홈 유니폼이었다. "집에 오면 자기가 직접 개서 손도 못 대게 해요." 팀을 대하는 프랜차이즈 팬의 진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는 엘린이
이 날 인터뷰의 백미는 지온이가 자신의 꿈을 말하는 순간이었다. 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장난끼 많은 지온이는 쉽게 자신의 꿈을 꺼내지 않았다. 야구선수라고 말할꺼라 생각했지만 지온이의 입에서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바로 소방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께 물어보니 어린이집에서 직업과 관련된 영상을 접했을 때 소방관이 멋있어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미씨가 "나중에 너 빼도 박도 못해. 이제 너 kt로 못가"라는 말에도 특유의 낭랑한 웃음소리는 한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유광점퍼를 입고 야구장을 찾는 어린이 팬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우승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생각뿐이다"라는 인터뷰 내용을 들었을 때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엘린이는 지온이가 아니었을까? 지온이는 양상문 감독의 사인볼도 갖고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분들이 버스에 타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보통 감독님께서 맨 앞에 앉으시잖아요. 그런데 지온이랑 눈이 마주친 후에 버스에서 내리신 다음에 지온이에게 사인볼을 건네 주셨어요. 지금 팀이 리빌딩을 하고 있는 만큼 나중에 지온이가 커서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초석을 쌓아 주시리라 믿어요. 저희도 응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감사합니다"라며 배꼽인사를 건넨 지온이의 미소가 언젠가 한국시리즈에서의 환한 미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