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에 대한 내 생각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사전투표율이나 전체투표율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국민들의 열기를 보여주었다. 선거 당일 저녁 여섯 시에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변하지 않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제외하면 모두 더불어 민주당이 거의 싹쓸이한 양상이었다. 여당의 중진들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개표를 마치고 보니 여당의 중진들은 여럿이 당선이 되었다. 설마 했던 두려운 성적표를 받아든 여당은 당혹스러웠고 야당은 희희낙락 환호했다. 선거기간 내내 가장 눈길을 끌었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로만 제3당이 되었다.
지역구 총의석수는 254석이었는데 더불어 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을 차지하고 다른 세 당이 한 석씩 차지했다. 호남은 전남북, 광주의 28석을 모두 더불어 민주당이, 영남은 부산 울산 경남북의 64석 가운데 59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해 선거의 의미가 무색했다. 결국 나머지 수도권과 강원 충청 제주에서 선거를 치룬 셈인데 총 161석 중, 더불어 민주당이 128석으로 근 80퍼센트를, 국민의 힘이 31석으로 20퍼센트 정도, 나머지 두 석은 여타 두 당이 한 석씩 차지했다. 비례대표를 합쳐 더불어 민주당이 175석, 국민의힘이 108석,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이 3석, 여타 두 당이 한 석씩 얻게 되었다.
선거의 결과를 보면서 내 관심은 야당으로의 쏠림이 이토록 심한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본받고 싶지 않은 제3당에 왜 그렇게 많은 표가 몰렸을까 하는 것이었다. 몰표를 받은 야당이 그리 잘한 것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상식을 저버린 고집과 억지가 많았다. 이번 선거는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닌 상대가 너무 못해서 얻은 표들이다. 한 마디로 하면 모두 대통령을 보고 찍어준 표들이다. 그래도 남은 3년이 불쌍해 여당을 찍고,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답지 않아서 경고의 의미로 야당을 찍고, 이건 아니라는 배신감에 3당을 찍었다.
초보의 눈에 초보가 띄어, 그래도 제 사람이라 비상대책위원장을 삼았고,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초보들의 한계를 넘을 수 없었고, 오너(owner)를 향한 넘치는 비난을 막아낼 순 없었다. 이쯤에선 대통령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다고’, ‘난 초심을 버린 적이 없고만’…. 억울할 게다. 이제까지 세상을 그리 살아왔는데, 언제는 잘한다고 난리더니, 자신은 달라진 게 없는데, 언제부턴가 측근만 제외하고 국민들 다수가 비난과 불평을 그치지 않는다. 이미 짜진 판이었으니 21대는 힘들었다 해도 22대는 여당에게 과반을 넘기는 의석을 주어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리라 믿었는데, 자신이 유권자들에게 배신을 당한 기분일지 모른다.
자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해도 온 국민이 다 아는 범죄자들보다야 낫지 않는가라고 되묻고 싶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데, 국민은 늘 옳다고 했는데, 내 곁에 있던 대단한 이들을 출전시키고 내 후광이 번쩍였을 텐데, 해도 너무 한다고, 진심을 몰라준다고 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콕 집어 “카르텔(cartel)”로 규정짓고 뚝심을 가지고 바로 잡으려 하는데 왜 함께 힘을 실어주지 않는가? 대화해서 될 일이 아니고, 타협으로 그림만 망칠 것을 알기에 밀어붙이는데 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가, 이런 일을 하라고 나를 뽑아준 것이 아니던가? 일을 맡겼으면 의석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아쉬움은 무엇일까? 어떤 애정 어린 조언과 경고를 주려고 회초리를 넘어선 몽둥이를 꺼내 보인 것일까? 지난 번 선거에서 눈에도 안 띌 만큼 거의 같은 표를 준 상대를 왜 그토록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말도 섞지 않느냐는 게다. 그건 그를 지지한 국민들을 무시하는 거란 게다. 그렇게 공정하다하더니 왜 제 편을 향해선 그토록 너그러우냐는 게다. 국민 앞에 대놓고 제 사람들만 곁에 두고, 부리기 편한 이를 앉히려고 상식 밖의 일을 그렇게 당당히 할 수 있느냐는 게다. 맘에 들지 않으면 억지힘을 써 내치는 것이 정의냐는 게다. 남이 하면 비난받을 일이고 자신이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수백의 인명이 희생되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자신의 측근들은 털끝도 손댈 수 없는 성골들인가라는 분노들이 들끓고 있었다.
귀족노조들과 맞서고, 고질적인 의사집단의 병폐를 뜯어고치려는 충정을 모르지 않는다. 거친 일처리는 초보를 그 자리에 선출할 때, 짐작했던 바다. 문제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라는 그 독불장군 식 처서다. 조금 늦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설명을 해 설득을 시키며 함께 가자는 것이다. 결과로 보여 줄 테니 기다리라는 것은 무시이고 주인대접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주인이고 당신이 머슴임을 잊지 말라는 요구다. 어차피 초보를 택한 것이니 세련된 일처리를 바라진 않는다. 그 대신 서툴러도 원칙을 지키고 주인을 무시하진 말라는 게다. 그걸 경고하기 위해 그리 썩 내키지 않는 이들이지만 상대에게 회초리와 몽둥이를 들려 보여준 것이다.
현 정부의 앞으로 3년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힘든 싸움에서 바른 자세를 잃지 않고 꿋꿋함을 보여준 여당의 장수들 손을 들어준 현명한 유권자들에게서 희망을 느낀다. 야당까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합리적인 일들을 국민을 바라보고 서민들을 염두에 두고 나라를 운영한다면 못 해날 갈 일은 또 무엇인가? 야당이 말도 안 되는 전횡과 독주를 일삼는다면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날린 국민이 야당이라고 날리지 않을 것인가? 이번 선거는 국민 무서운 줄 알라는 머슴을 향한 주인의 서릿발 같은 경고,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