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칠백아흔여덟 번째
찬찬히 끝까지 읽으세요
Reading is sexy. 독서가 섹시하답니다. 배란다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그렇게 느껴진다는 말이겠지만, 책 좀 읽어! 그런 말로도 들립니다. 재밌는 소설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재미에 빠져 너무 빨리 읽어서 작가가 독자에게 던진 한마디가 어디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감명 깊었던 한 구절을 뽑아 그 책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합니다. 마치 그 구절을 찾지 못했다면 당신은 그 책을 헛읽은 거야! 하고 비웃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작가도 그 한 구절을 위해 그 지난한 고통을 겪으며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저 일부일 뿐입니다. 오히려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깊이 있게 읽어달라고 호소할 것입니다. 그래야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된다고 외칩니다. 그때 비로소 당신은 진정한 작가로서의 ‘나’를 알게 된다고 일러줍니다. 그래도 우리는 어느 한 구절에 매달려 그것을 자랑합니다. 간혹 성경을 읽든 불경을 읽든 어느 날 아침 그것을 펼쳐 들고 맨 처음 눈에 띄는 구절을 읽고 그날의 행동 지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 한 가지씩 선행을 함으로써 자기 삶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의도일 겁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경전이 말하는 참뜻을 이해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리키는 방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앞을 향해 걷기만 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거두절미去頭截尾는 집중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왜곡하기도 쉽습니다. 간혹 목회자들 가운데 신도들이 자기의 뜻에 따르게 하려고 그러기도 합니다. 이단과 사이비 교주들의 특징입니다. 경전 전체를 읽고 이해하는 일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그 사람의 참모습을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끝까지 찬찬히 읽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