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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검노인(劍老人)의 정체
불이 켜지지 않은 방 안에는 전라(全裸)의 여인 하나가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침상 아래로는 옷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두 개의 육봉(肉峰)이 낙헌지의 눈을 자극하자 그는 절로 신음성을 토해냈다.
"으음…!"
낙헌지로서는 처음 보는 황홀한 여체였다.
희디흰 피부를 가진 여인은 마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살찌지도 않은 적당한 모습이었다.
눈을 꼭 감고 있는 얼굴 모습은 산 속 깊이 피어나 있는 수선화 같이 청초했고,
가늘고 긴 목은 학과 같이 우아했다.
부푼 앞가슴은 여인으로서 아주 대단했다
. 두 개의 젖무덤은 어떤 사나이라도 손바닥으로 다 쥐지 못할 정도로 커다랗고 탄력이 있어 보였다.
젊음을 상징하는 가는 허리, 백옥같이 고운 아랫배, 엷은 방초지대로 덮인 음부,
그리고 몸무게로 인해 모양이 조금 일그러져 있는 탄탄한 둔부와
쭉 뻗은 다리의 선이 너무도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낙헌지는 절로 치솟는 욕정에 깊이 숨을 들이켰다.
여인은 죽은 듯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귀를 크게 열고 자세히 들어본다면
아주 가는 숨소리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왜 벌거벗고 있을까?'
낙헌지는 중년인의 목을 움켜쥐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돌연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군."
여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낙헌지였지만
방안의 나녀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모를 리 없었다.
"네놈이 필경 저 여인을 겁탈하려 했던 게로구나!"
낙헌지의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내공에 의한 핏빛 안광이 일어나자
중년인의 얼굴이 땀에 흠뻑 젖었다.
"소… 소부주님의 명에 따른 것이다.
감히 나의 일을 방해한다면, 백… 백독마부의 적이 되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너도 백독마부냐?"
"그… 그렇다. 나는 백독마부의 총관(總官) 탐화옥봉(探花玉蜂)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나는 소부주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소부주가 네놈에게 뭘 시켰느냐?"
낙헌지가 손아귀에 힘을 가하자 탐화옥봉은 숨통이 조여 캑캑거렸다.
"소… 소부주는 강남미연(江南美燕)을 시비로 두고 싶어하신다.
크윽…하지만 강남미연이 말을 듣지 않아 나를 강남미연의 지아비로 만들어…장차 꼼짝 못하게…"
"강남미연? 그렇다면 저기 누워 있는 여인이 강남미연이란 말이냐?"
"그… 그렇다."
"으음, 정말 괘씸한 짓들이군."
낙헌지는 분노를 발하며 손에 내가강기를 주입했다.
"크으윽!"
탐화옥봉의 목뼈가 부러지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다시 되돌아 오지 못했다.
당당한 백독마부의 총관 치고는 너무도 한심한 죽음이었다.
낙헌지는 탐화옥봉의 목뼈를 꺾어버린 후 강남미연 곁으로 다가가 탄식했다.
"운리봉 노인이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일이었군
. 아…이 여인에게 죄가 있다면 무림고수의 딸로 태어난 죄일 것이다."
낙헌지는 강남미연의 손목을 잡아 보았다.
아주 따스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그의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그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맥을 진단했다.
의독(醫毒)에 능한 그는 이내 강남미연의 가슴 가운데 유근혈(乳根穴) 부위가 막혔음을 파악했다.
"낭자를 구해드린 후 낭자의 부친 또한 구해 드리겠소.
그 다음 백도마부를 없애 두 모녀가 시름을 잊고 살도록 하겠오."
낙헌지는 손가락을 빳빳이 세워 강남미연의 포동포동한 왼쪽 젖가슴 가운데를 찔렀다.
손끝으로 매끈한 탄력이 전해 왔다.
"아!"
강남미연의 감겼던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강남미연은 자신의 얼굴 가까이 냄새 고약한 사나이의 얼굴이 보이자 사색이 되어 악을 썼다.
"이 나쁜 놈!"
강남미연의 손바닥이 낙헌지의 뺨을 향해 흔들렸다.
낙헌지는 얼른 손을 뻗어 그녀의 곱디고운 손목을 나꿔채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낭자의 친구요. 낭자의 가친이 보내서 온 사람이오."
"아… 아버님이? 아버님이 결국 오셨단 말씀입니까?"
"밖에 계시오."
강남미연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친을 더 걱정했다.
"아아, 오시면 아니 되시는데…
백독마부는 아버님이 당해 낼 수 없는 가공할 적인데 어째서 오셨단 말씁입니까?"
"낭자 때문이 아니겠소? 자, 어서 옷을 입고 나와 함께 존장(尊長)께 갑시다."
강남미연은 몸을 일으켜 두 손으로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는 그를 재촉였다.
"소녀는 괜찮으니 어서 아버님께 싸우지 말고 급히 피하시라 전해 주십시오.
소녀는 죽어도 좋습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낙헌지의 가슴을 떠밀었다.
"어서요!"
낙헌지는 운리신룡 부녀의 지극한 애정과 우려에 감복하고 말았다.
"알겠소, 꼭 구해 드리리다."
그는 창문을 통해 몸을 날리고는 그대로 강남제일장의 대문을 향해 바람같이 치달려 갔다.
낙헌지는 싸우는 소리가 없자 불안하기만 했다.
'설마 벌써 끝났단 말인가?'
그는 대문을 지나쳤다. 갑자기 두 어깨가 무거워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낙헌지는 그만 굳어지고 말았다.
대문 밖에는 목이 없는 시체 한 구가 피투성이가 되어 길게 누워 있고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한발 늦었다. 검노인은 너무도 강한 자다. 미리 내가 나섰어야 했는데….'
목이 없는 시체는 방금 전 딸을 부탁하며 자신과 헤어졌던 운리신룡이었던 것이다.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하며 죽기를 각오한 늙은 영웅은 그렇게 죽은 것이다.
낙헌지는 가련한 강남미연을 생각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끝났군."
운리신룡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수중의 검을 집어던지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휴우…!"
온갖 착잡한 감정이 교차된 한숨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운리신룡의 몸과 목을 분리케 한 장본인이었다.
백독마부의 이름을 천하대파(天下大派)의 지위로 올려놓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백독마부의 태상호법 검노인이었다.
그는 운리신룡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뇌까렸다.
"십검(十劍) 모두를 죽였으니… 부주와의 거래도 끝이 났군."
검노인은 중얼거리다가 시선을 돌렸다.
운리신룡의 수급을 커다란 가죽 주머니에 담아 등에 멘 홍의여인은
검노인과 눈빛을 교차하며 미소를 지었다.
"호호… 태상호법은 진정 검신(劍神)이십니다."
"소부주, 과찬이시오."
"호호호…태상호법의 무공이 출중하지 않았다면
사부님의 원한은 백 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백독마부가 천하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도 사부님의 독공과
태상호법의 검법이 천하제일이기 때문이지요."
검노인은 담담한 눈빛으로 응대했다.
"부주의 독공은 확실히 절세적이오
. 또한 부하들의 충성심이 강하니 백독마부는 이후 더욱 커질 것이오."
"호호… 태상호법께서는 어찌해 본부를 다른 문파처럼 말씀하십니까?"
"노부는 운리신룡의 목을 자른 순간 백독마부 제자의 명단에 빠져야 하는 입장이 되었소.
소부주는 노부와 부주 사이의 언약을 알지 못하오?"
"호호, 압니다. 하오나 어찌 태상호법 같은 고수를 놓칠 수 있겠습니까?
태상호법은 이후에도 계속 본부를 위해 충성을 하셔야 합니다."
홍의여인의 잔혹스러운 표정에 검노인의 눈에서 화광이 넘쳐 흘렀다.
"무… 무슨 말인가?"
홍의여인은 달빛마저 변색케 할 요사한 미소를 지었다.
"호호호…나는 사부님의 뜻을 그대로 전했을 뿐입니다.
사부께서는 태상호법은 죽어도 백독마부 사람이라고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부… 부주가 왜? 왜 그런 말을?"
"운기행공해 보신다면 그 해답을 알 것입니다. 관원혈(關元穴) 근처가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뭐… 뭐라고?"
검노인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극독에 당했음을 깨달았다.
그의 복면이 부르르 떨렸다.
홍의여인은 기고만장하여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여태는 인형설삼 한 뿌리를 받는 대가로 백독마부를 위해 일했으나.
호호호…이제부터는 극독에 죽는 꼴을 면하기 위해 일해야 알 것이다.
검노인, 그대는 독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간교한 계집! 감히 고약한 수작을 부리다니!"
검노인은 분기탱천하여 전신 가득히 살기를 뿜어냈다.
홍의여인은 그의 기도에 놀라 뒤로 미끄러지며 전음으로 말했다.
"검노인, 나를 해치려 한다면 즉시 네 정체가 천하에 폭로될 것이다,"
"으음…!"
검노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노… 노부가 누군지 안단 말이냐?"
"호호… 모를 리 있느냐?"
"으음, 부주가 날 속이다니!"
"호호… 너는 계속 백독마부를 위해 일해야 한다.
사부님은 너의 무공과 독공을 이용해 천하를 얻을 계획을 하고 계시다."
홍의여인은 말이 거기에 이를 때였다.
파공성과 함께 두 사람 가운데로 떨어져 내리는 준수한 용모의 흑삼청년 하나가 있었다.
"운리신룡을 죽인 자는 내 손에 죽는다!"
분연히 외치는 청년의 등에는 여인 하나가 업혀 있었다.
여인은 점혈당해 정신을 잃은 듯 고개를 청년의 등에 대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흑의청년은 낙헌지였다.
그리고 그가 업고 있는 여인은 목을 잃은 채 죽어 있는 운리신룡의 딸 강남미연이었다.
그는 운리신룡이 죽은 후라 일단 강남미연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점혈해 등에 업고 여기까지 한달음에 달려나온 길이었다.
"운리신룡은 나의 친구셨다.
그를 죽인 자는 곧 나의 적이다.
백독마부주 천약선자가 원한에 의해 십검을 죽였듯이
이후 나도 운리신룡의 복수를 하기 위해 너의 더러운 무리들을 강호에서 소탕하리라!"
낙헌지의 목소리에는 막강한 진기가 깃들여 있었다.
취마의 절기인 취마음(醉魔吟)으로 중인은 진기가 흐트러지고 혈맥이 진탕되는 고통에 휩싸였다.
취마음을 듣고서도 몸을 휘청이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 검노인뿐이었다.
검노인은 백독마부주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하다가
낙헌지의 출현에 입술을 질끈 물었다.
'진정 뛰어나다. 저런 고수가 있었다는 것은 지금에야 처음 안 일이다
. 아…저 아이는 노부가 갖고 있지 못한 불타는 의협심을 갖고 있다.
세상을 속이고 사는 사람들에 비할 수 없이 훌륭한 아이다.'
검노인은 낙헌지의 눈에서 일어나는 정기(精氣)에 혀를 내둘렀다.
그 심후한 공력은 자신의 일신 내공을 능가하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덤벼라!"
낙헌지는 운리신룡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목이 잘려 죽은 운리신룡의 참혹한 최후를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의 호통이 강남제일장의 기왓장이 와르르 치솟아 올랐다.
"호호…!"
홍의여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낙헌지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섰다.
"운리신룡의 친구라면 따라 죽어야 한다!"
홍의여인의 손가락 열 개가 퉁겨지며 분홍빛 가루가 흩날렸다.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르자 낙헌지는 냉소를 쳤다.
"요사한 계집, 미혼분(迷魂粉) 따위로 나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으냐?"
낙헌지가 눈을 부릅뜨고 우수를 들어올렸다.
콰류류류―!
장심에서 혈류가 피어오르며 근처가 용광로 같이 화끈 달아올랐다가 다시 평화로웠다.
낙헌지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홍의여인의 손톱 밑에서 퉁겨냈던 미혼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 그녀의 옷과 머리카락은 그을려 흉칙하게 변하였다.
"허억, 이… 이럴 수가!"
홍의여인은 낙헌지가 찰나지간 미혼분을 알아내고
삼매진화(三昧眞火)로 미혼분을 태워 버렸다는 사실에 아래턱을 덜덜 떨었다.
"미… 미혼분을 이리 쉽게 없애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녀는 낙헌지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
낙헌지의 뇌리에 새겨져 있는 독공에 대한 지식은 백독마부 안에 있는 모든 독인보다도 해박했다.
그가 칠십 년 전 정의무성에게 제압 당해 자취를 감추었던 만독마의 전인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를 상대로 독공을 쓰는 우매한 공격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낙헌지의 눈에서 매서운 빛이 흘렀다.
"천하를 어지럽히는 사마외도(邪魔外道)의 무리들!
지옥궁을 없애기 위해 강호로 나온 사람으로 지옥궁을 치기 이전
너의 백독마부의 조무라기들부터 처단하리라!"
백독마부의 수하들은 낙헌지가 아직 어린 청년이기에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어림없다!"
"이 놈아, 백독마부를 하룻강아지로 알고 있느냐?"
"쓰러져라!"
수하들은 허공으로 솟구치며 낙헌지를 향해 각가지 독암기를 쳐냈다.
피피피핑―!
비황석(飛黃石)과 자오정(子午釘)이 하늘 가득히 소나기처럼 퍼부어졌다.
"죽음이 무서운 지 모르는 모양이군.
내가 너희들에게 진정 고통스런 죽음의 맛을 보여주겠다."
낙헌지는 분연히 외치며 일장을 내질렀다.
꽈르르르― 릉―!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권풍(券風)이 일어났다.
낙헌지를 향해 날아들던 암기들이 광풍에 휘말려 수하들 쪽으로 되돌아갔다.
"으흑?"
"피해라!"
무사들은 암기가 되돌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낙헌지의 권공이 그들의 몸을 쇠사슬로 엮은 듯 칭칭 묶어 버렸기 때문이다.
콰아앙―!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하늘 가득 피비(血雨)가 내렸다.
백독마부의 정예고수들이 낙헌지의 단 일 권 아래 핏물로 화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낙헌지는 오마의 공동전인답게 상대를 살려 두지 않았다.
상대를 살려둘 작정을 아예 하지 않는 싸움이 바로 낙헌지가 오마에게 배운 싸움의 요령이었다.
어디선가 놀라움에 찬 음성이 터져 나왔다.
"광… 광풍만리권법(狂風萬里券法)!"
낙헌지 곁으로 다가서는 인물은 백독마부의 태상호법인 검노인이었다.
그는 낙헌지의 수법을 알아보고 기절초풍 놀라 다가서며 급히 전음으로 물었다.
"적지만리객(赤地萬里客)과 어떤 사이냐?"
"아니,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낙헌지는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삼밀사의 하나인 적지만리객의 무공을 알아보는 인물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시간을 끌 때가 아니네. 어서 노부를 따라 오게나!"
검노인이 놀랍도록 다정하게 말하며 다짜고짜 낙헌지의 소매를 잡아끌고 훌쩍 날아올라 갔다.
두 사람의 모습은 탄지지간 자취를 감추었다.
모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낙헌지가 선보인 일 권으로 동료 십수 명이 절단나지 않았던가?
홍의여인의 표정이 제일 가관이었다.
그녀는 두려움과 분노로 복잡하게 일그러진 표정이 되었다.
'진정 강한 무공이다.
강호에는 기인이사(奇人異士)가 많다더니 사실이었군.
독공 한 가지로 천하에 이름을 날리기 힘든 세상이다.
백독마부가 커지기 위해서는 진정한 고수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검노인이 금제에서 벗어나 자유스러운 몸이 되어 버린다면 백독마부는 그 날로 끝나고 만다.'
그녀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검노인을 떠나보낼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의 눈빛이 아주 맹랑했다.
그런 눈빛을 낼 사람이라면 아마 마음먹은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두 사람의 비월은 흡사 유성을 방불케 했다.
낙헌지는 검노인에게 소매를 끌린 채 십 리를 달려 계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검노인은 낙헌지가 암습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노인이다. 하지만 반드시 운리신룡의 혈채(血債)를 받아내야만 한다.'
낙헌지가 이런 마음을 먹고 있을 때 검노인이 돌연 몸을 세웠다.
"여기라면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
"흥,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이오?
나는 할 말이 없소. 당신의 수급을 베어 운리신룡 영전에 바칠 작정이오."
"노부는 죽고 사는 것을 십 년 전에 포기한 사람이네.
지금 있는 것은 허수아비 같은 육체뿐이지."
"무슨 말이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일세.
자네가 노부의 수급을 굳이 원한다면 지금 자결할 수도 있네."
낙헌지는 검미를 치켜 올리며 잠시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되었다.
"자결을 하겠다고?"
"물론 지금은 아닐세. 내가 헌신했기 때문에 커질 수 있었던 백독마부를 없애고
천하의 사마를 모두를 없앤 후 죽음을 택하고 싶네."
낙헌지는 그를 믿어야 할지 고민되었다.
"백독마부를 없앤다고? 당신은 백독마부의 사람이 아니오?"
"아…노부는 천약선자에게 인형설삼 한 뿌리를 받았기에 이제껏 백독마부를 위해 싸워 왔었네
. 원래부터 백독마부 사람은 아니네.
인형설삼을 얻은 이유는 딸아이의 목숨이 당시 경각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지."
검노인은 초조히 서둘러 말하며 품안에서 기름종이로 싼 네모난 물건을 꺼냈다.
세 치 정도였는데 완전히 밀봉되어 있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것을 내 딸에게 전해 주지 않겠나?"
갑작스러운 부탁에 낙헌지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운리신룡이 내게 청탁을 하다니 이제는 이 노인까지 부탁한단 말인가?'
검노인은 처연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것을 전해 주는 대가로 나의 목을 주겠네.
십 년 전 나를 하수인으로 부린 천약선자를 죽이고도 살아남게 된다면
자네를 찾아 나의 목을 떼어 주겠네.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으니 이것을 딸에게 전해 주게."
노인의 애원의 눈빛이 낙헌지를 감동시켰다.
"좋소. 믿을 만한 사람 같으니 한 번 믿어 보겠소.
이 물건을 반드시 노인의 딸에게 전해 주겠소. 대신 말 한 것은 지켜야 하오."
"허허…물론이네."
노인은 기름종이로 싼 물건을 낙헌지의 손아귀에 쥐어주고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저 물건을 전하게 되면 어느 정도 안심이다.
옥란(玉蘭)이는 총명하니 나보다 일을 잘 처리할 것이다.'
검노인은 낙헌지를 응시하고는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나의 딸은 자네와 동문이라 할 수 있는 흑의검왕(黑衣劍王)과 같은 곳에 살고 있네."
"동문…?"
낙헌지가 내심 흠짓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의검왕이라면 일백정검수의 우두머리로 지금 검보(劍堡) 안에 머물러 있다.
그는 칠마령의 마지막 한 조각을 지키고 있는 마지막 희망인데….'
검노인은 허리띠 삼아 차고 있던 붉은 가죽띠를 끌러 낙헌지에게 건넸다.
"이것은 백룡검의 검집이네."
낙헌지가 비로소 상대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그는 너무도 놀라 몸을 휘청였다.
"그… 그럼 노선배가 바로…?"
"허허…노부의 정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검노인이 회한 어린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낙헌지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마른침을 삼켰다.
"정녕…백의검제(白衣劍帝) 이보주(李堡主)시오?"
아…실로 경악할 일이었다.
백독마부의 태상호법으로 활약하며 강남십검을 처단한 당대의 살수가
바로 당대제일인 백의검제였단 말인가?
검노인은 씁쓸한 눈빛이 되어 나직이 말했다.
"노부는 강호에 큰 죄를 진 사람이네.
하지만 자네가 노부의 딸 옥란(玉蘭)을 보게 된다면 노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될 것이야.
왜 노부가 모든 것을 버리고 딸의 생명을 구하려 했는지 말일세.
부탁이니 그 아이에게 내가 지금 어떤 신분으로 있다는 것을 말하지 말게나."
"그래도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노 선배님은 무림맹주(武林盟主)의 신분이 아닙니까?"
"아…!"
검노인은 침통한 탄식을 발하고는 한순간 그림자로 화해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낙헌지는 흥분과 격동으로 한동안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검노인은 분명 의문리에 실종되었다고 전해지던 무림맹의 맹주 백의검제 이궁이었다.
남천관 밖에서 지옥제일검을 어검술로 죽였다고 강호에 이름난 백의검제가 틀림없었다.
그가 십 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백독마부를 세워 십검에게 암습당한 원한을 풀려 했던 천약선자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저 사람이 이 검으로 날 사람이었다니…!"
낙헌지는 땅에 뒹굴고 있는 검집을 주워 백룡보검의 검봉(劍峰)에 끼웠다
. 영락없이 한 몸으로 맞아들었다.
백의검제가 곧 검노인이라는 것이 완전히 밝혀진 셈이었다.
'무림맹의 맹주로 사사로운 정에 끌려 사마외도와 함께 행동하다니…
아, 혈육의 정이 무엇이기에 정사오기 중 최고의 고수를 십년 간이나 하인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낙헌지는 혀를 끌끌 차다가 신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으음…!"
강남미연이 정신을 차리며 맑은 눈동자를 드러냈다.
"아, 대협(大俠)!"
강남미연은 자신이 거지보다 추레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미남청년의 등에
업혀 있다는데 얼굴을 화끈 붉혔다.
"소저, 이제 정신이 드시오?"
낙헌지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대하자 검노인으로 인해 흔돈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여… 여기는?"
"안심하시오. 이제 위험은 없소."
낙헌지는 애써 밝게 말했으나 사실 괴로움을 느끼는 중이었다.
'아…불쌍한 여인. 운리신룡이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하여간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낙헌지는 갈 길이 급한 사람이었다
. 그에게는 너무나도 중대한 임무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 검보(劍堡)로 가서 칠마령의 마지막 한 조각을 지켜라!
그 조각이 칠마전 제자들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을 할 사람은 너 하나뿐이다!
무저갱 안에서 삼밀사가 신신당부한 말이었다.
낙헌지는 검보의 보주 백의검제가 검보를 비운 지금
검보가 지옥궁 세력 아래 풍전등화임을 절박히 느끼다가 손에 힘을 주었다.
"아… 아파요."
강남미연은 낙헌지가 억센 힘에 손이 저린 지 두 뺨에 홍조를 떠올렸다.
낙헌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백 리 밖까지 낭자를 모셔다 드리겠소. 그곳에 가서 모든 이야기를 해 드리리다.
그때까지 나를 종으로 생각하고 나의 등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대협."
강남미연의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소리가 낙헌지의 등판을 통해 전해졌다.
그런 느낌은 낙헌지가 한 여인을 소유하게 되었음을 전하는 신호성이기도 했다.
물론 낙헌지는 지금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갑니다!"
낭랑한 웃음이 도계진 외곽 지대의 밤하늘을 깨뜨리는 가운데 흑선 하나가 그어졌다
. 낙헌지의 모습은 이내 어두운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
소호(巢湖).
용천산(龍泉山)의 남쪽에 광활히 형성되어 있는 소호에
새벽의 청신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수면이 물안개로 뒤덮이며 가벼운 바람이 불어 소호의 수면에 주름을 만든다.
바람을 타고 나무 잎사귀가 날려 호수 물 위로 팔랑팔랑 떨어져 내리고
풀잎사귀가 눈발처럼 날아오른다.
가을의 새벽은 허연 서리로 인해 더욱 춥다.
차가운 공기가 입을 벌릴 경우 하얀 입김을 뿜게 한다.
이때 소호를 바라보며 바삐 걷는 흑삼청년 하나가 있었다.
등에 장검을 멘 청년인 데 옷매무새나 용모가
천하 어디에 내놓아도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불릴 만큼 뛰어났고,
여인들의 심금을 울릴 만하게 빼어났다.
"강남미연이 우는 모습을 보고 떠나게 되어 유감이다."
청년의 눈에는 은은한 홍광이 어려 있었다.
어떠한 기공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그런 눈빛이 나타나는 것이다.
"강남미연…그녀와 같은 절색여인이 자신을 찾지 않으면
나의 이름을 기억한 채 늙어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할 줄이야."
강남미연은 부친 운리신룡의 죽음에 통탄하면서도 낙헌지에게 전적으로 매달렸다.
자신이 청백지신을 보인 여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내가 남천관에서 천한 하인이었다는 것을 말해도 믿지 않으니…"
청년은 다름아니라 오마의 공동전인이 되어 강호로 나온 낙헌지였다.
그는 강남미연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 준 후 모산(茅山)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그가 걸치고 있는 검은 옷은 강남미연이 상점에 가서 친히 골라준 옷으로
옷섶마다 그녀의 정성이 가득 했다.
검은 옷 빛깔이 그의 유난히 흰 얼굴과 아주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석진영(石眞英)! 그 놈이 모산 검보 안으로 잠입해 있는지 모르겠군.
자칫 지체하다가 놈이 성공하는 것을 소문으로 듣게 될 수도 있으니 서둘러 가야 한다."
낙헌지는 모산까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혼신의 공력을 다해 달린다면 해가 지기 이전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서둘러야겠군."
낙헌지는 마음을 다지다 갑자기 몸을 세웠다.
호수 가를 따라 나는 듯 달리고 있는 일단의 무림인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낙헌지 앞쪽으로 제비가 물을 스치듯 날렵하게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수는 열이 넘었고
하나같이 영기발랄해 보였다.
"자칫하다가는 늦겠소."
"오백리 안의 영웅호걸들이 다 모이는 자리이니 늦게 당도해서는 안 되오."
"하하, 과거에 비한다면 흥이 나는 잔치가 아니겠소?
지옥제일검이 맹주에게 죽은 후 지옥궁의 활약이 사라졌고,
오늘의 연회를 시작으로 지옥궁 소탕이 시작될 것이라니 저절로 힘이 나외다."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는 청년들의 옷자락에는 금빛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 正義武林盟(정의무림맹) 〉
낙헌지는 그들이 지옥궁과 지옥제일검 입에 담자 그냥 있을 수 없어 재빨리 뒤쫓아갔다.
"여보시오!"
낙헌지가 한달음에 일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
그 중 한 사람이 낙헌지를 돌아보며 호의적으로 물었다.
"소형제도 상청관(上淸觀)에 가시는 길이오?"
"상청관이오?"
"하하… 무맹 총단에서 나온 외삼당주(外三堂主)님이
소호 근처 무림인들과 벌이는 연회에 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외다."
그는 낙헌지의 정의스러운 모습에 조금도 의심의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낙헌지의 헌칠한 용모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도 남았기에
그를 보고 악인의 관상이라 말할 사람은 단 하나도 없으리라.
게다가 말할 때마다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이 순진하게만 보였다.
"처음 들었습니다만 귀가 솔깃해지는군요."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다 모였네. 아마 백 년 내 이렇게 큰 연회는 없었을 것이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지옥궁이 멸망 직전이기 때문일 것이네."
"아, 그렇습니까?"
"하하… 솔직히 말해 지옥제일검이 죽기 이전이었다면
모두 지옥궁을 두려워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을 것이네."
"정말 지옥제일검이 죽었습니까?"
낙헌지가 천연스럽게 묻자 청년 고수가 넌지시 핀잔을 주었다.
"무맹주께서 지옥제일검을 죽였다는 놀라운 소문을 아직 모른단 말인가?
지옥제일검이 죽는 동시에 무림에 평화가 시작되었다네.
하하하… 이제 무림맹이 천하를 안정시킬 것이야."
모두 웃는 얼굴들이었다.
낙헌지도 그들을 따라 스스럼없이 웃었지만 내심은 아주 첨예하게 달아올랐다.
'지옥제일검이 죽었다고 소문이 났군. 석진영 그 놈의 수작이 멋들어지게 들어맞은 것이다.
중원고수들이 방심한 사이 지옥궁은 제 속셈을 다 찾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이상 그렇게 되지는 못한다.'
낙헌지의 눈빛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전날의 원한이 아니라 의협심의 발로였다.
도관은 소호 근처에 웅장하게 세워져 있었다.
부근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고 수천 개의 깃발이 근처 나무숲을 현란히 장식하고 있었다.
상청관은 원래 무당파(武當派)의 분원(分院)이었고
무림맹이 세워진 이후 무림맹의 분타(分舵)가 된 장소였다.
지리적으로 무림맹의 총단 모산과 가까워 무림맹의 제일분타가 될 수 있었다.
그랬기에 강소(江蘇), 안휘(安徽), 절강(浙江)의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상청관에 상주하다시피 했었다.
지금은 본래보다 백 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잔치 분위기가 한껏 고주되었다.
낙헌지는 청년무사들하고 함께 가다가 슬쩍 몸을 빼내 방문(榜文)이 붙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무도 그를 주의해 보지 않았다.
낙헌지의 용모는 헌출했지만 명성은 전혀 없었기에 눈여겨볼 사람은 없었다.
방문은 아주 거대했다.
그것은 지옥궁과 십 년 간 싸움을 계속해 온 무림맹의 무수한 방문 중 가장 통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 천하무림동도(天下武林同道)에게 알린다. 〉
누가 썼는지 모르나 지극히 잘 쓴 글씨였다.
〈 천후사(天吼寺)와 남천관(南天關)이 지옥궁에 의해 희생되었지만
본맹도 지옥궁에 지대한 타격을 안겨 주었다.
십 년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던 맹주께서 남천관에 출현하셔,
지옥궁 최강 고수였던 지옥제일검(地獄第一劍)을 고혼(孤魂)으로 만들어 버린 일이 그것이다.
지옥제일검의 죽음은 지옥궁의 멸망을 알리는 신호성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지옥궁이란 이름은 사실 지옥제일검이란 한 사람에 의해 유명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죽은 이상 지옥궁은 다 쓰러져 가는 초가에 비유될 수 있다.
이제 지옥궁이 멸망당할 때다. 중지를 모아 지옥궁을 치자!
― 무림맹(武林盟) 총순찰(總巡察) .〉
그 아래 서명이 있었는데 그것이 낙헌지를 경악케 했다.
〈 남천옥룡(南天玉龍) 석진영(石鎭英) 〉
남천옥룡 석진영이고 방문을 지은 장본인이었다.
"석가 놈이 총순찰이라고?"
낙헌지는 눈알이 충혈돼 화끈거렸다.
분노를 이기지 못함에 따라 단전에 모여 있던 혈발마공이 저절로 운기돼
눈알을 새빨갛게 물들여 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놈이 모산 검보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구나. 그렇다면 모산 검보는 지극히 위험하다.
모두들 지옥제일검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낙헌지는 애가 타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지옥제일검이 버젓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 몇이나 될 것인가
. 모두들 희희낙락해 하고 있으니 장차 무림 백도의 앞날이 어찌될 것인가 애가 타기만 했다.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낙헌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아무에게나 소리를 버럭 지르려 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지옥궁 무리는 무림맹 내부에 있다. 내가 진실을 말한다 해도 나의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낙헌지는 예전의 미련한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점점 깨어나며 지극한 총명스러움을 되찾고 있는 중이었다.
'말로써 알린다고 사람들이 믿을 일이 아니다.'
낙헌지는 중인을 향해 남천관에서의 모든 내막을 밝힌다 한들
스스로 묘를 파는 어리석은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남천관에서 장작들 패고 살아가던 어리석은 하인이 바로 자신이 었다.
과거 그를 알았던 사람은 이미 지옥제일검의 악랄한 수단 아래 시체가 되어 죽은 지 오래였다.
낙헌지는 생각에 깊이 잠겼다.
'이것은 천하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임무다!
첫댓글 천하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임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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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천룡 으로 나타날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