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는 한국 가톨릭 첫 100세 대주교다. 김수환 추기경이 두 살 빠른 1922년생이었는데, 87세로 선종했다.
윤 대주교는 지난해 여러 인사가 준비한 백수연(白壽宴)에서 애창곡 ‘꽃반지 끼고’를 가수 은희와 함께 불렀다. 함경남도 덕원신학교 시절 북간도행 기관차 기적 소리가 들리면 친구들과 뛰쳐나가 구경하던 추억을 떠올렸을까.
그는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광주 대부’로 불린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두 눈으로 봤다. 참혹한 실상을 외부에 알리고 내란 혐의로 억울하게 사형 판결을 받은 이들의 사면을 끌어냈다.
2000년 11월 광주대교구장에서 은퇴한 뒤 전남 나주 광주가톨릭대 주교관에서 지낸다. 일흔인 엔다 수녀가 한라2세·해피·노마 세 마리 반려견과 함께 대주교 곁을 지킨다.
윤 대주교는 과거 코커스패니얼 종인 아라를 키웠는데, 밖에 나가더니 차량에 치이고 말았다.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아라가 누운 채로 대주교를 보더니 꼬리를 힘겹게 흔들었다. 병원 사람들이 “반려견이 죽으면 미사를 드리느냐”고 묻자 윤 대주교와 엔다 수녀는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렇게 웃으며 보내고 가톨릭대 교정에 묻었다.
슬프진 않았습니다. 받아들였죠. 슬픔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면 괴로워집니다. 믿음이 없으면 아마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살아내야 하는 삶의 의미를 잘 받아들여야 하고,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 대주교는 얼마 전 폐암 진단을 받았다. “한 3~4년 잡더라고요. 돌아가실 때 돌아가시더라도 좀 안 아프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폐암은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그냥 주교님 두 발로 화장실 가시고 식사하시다 돌아가시면 좋겠어요.” 힘에 부쳐 하는 그를 대신해 반려동물과의 사연 등을 들려준 엔다 수녀의 간절한 바람이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와 100세 대주교가 후배 사제들과 2030 청년들에 건네는 조언, 그리고 떠나 보내거나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들과의 동행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의 반려일지 8화 목록
1. 난 착한 사마리아인 아니라 외면한 사제였다
2. 빨간 장갑에 놀라던 유기견, 학대를 지우다
3. 후배 사제와 2030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
4. 25년 수행비서 일흔 수녀가 띄우는 영상편지
※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의 이야기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7화 : 이상봉 만나 ‘청담 강아지’ 됐다, 멧돼지 사냥개의 견생역전
6화 : “우리 애기요? 얘는 개잖아요” 타일러는 ‘찰리 아빠’ 거부한다
5화 : “14번째 미역국 먹고 떠났죠” 하루키 번역가 ‘행복한 이별’
지난달 2일 윤공희 대주교가 전남 나주 광주가톨릭대 주교관 앞에서 엔다 수녀와 반려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엔다 수녀가 안고 있는 반려견이 노견 노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