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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는 자신이 만든다.
八字誕與受天命(팔자탄여수천명)-팔자는 태어날 때 하늘에서 받았다 하지만
人間運命自開拓(인간운명자개척)-사람의 운명은 스스로 만들기 나름이다.
水也東方則東流(결제동방칙동류)-물을 동쪽으로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反向西方則西流(결제서방칙서류)-반대로 서쪽으로 트면 서쪽으로 흐른다.
運之懶者借口言(운지라자차구언)-운명론은 게으른 사람의 핑게말이다
八依努無先說也(팔의노무선설야)-팔자 탓하고 노력은 안하고 말만 앞세운다
人制運命一生判(인제운명일생판)-사람이 운명에 일생을 판단 받는 것은
出生價値毁損也(출생가치훼손야)-태어난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농월(弄月)
팔자설(八字說)을 기초로 한 조선인의 인생관 (춘원 이광수 민족개조론 중)
이 글은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의 “민족개조론(民族改造論)”
중에 있는 “팔자설(八字說)을 기초로 한 조선인의 인생관”이란 소제목 내용이다.
필자가 타자를 쳐서 정리한 것이다.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의 민족개조론(民族改造論)론 380페이지를 북한산 소나무 삼림욕을 하면서 한 달 만에 읽었다.
1981년 전남 광주 우경사 서점에서 샀는데 31년 만에 읽은 것이다.
“민족개조론(民族改造論)”
우선 책제목부터 무겁고 부담감이 들어서 늦게 읽었는 지도 모른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필자의 소감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꼭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춘원은 〔출생1892년 3월 4일~사망1950년 10월 25일〕에 살았던 사람이다.
“민족개조론”은 1922년, 약 97년전 일제 암흑기에 쓴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조선국민의 가난함과 민족을 재건할 사고방식에
대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문장 내용도 아주 쉽게 표현하였다.
필자가 “민족개조론”을 읽어 보기를 꼭 권하는 것은
97년전 시대에 조선인의 잘못된 삶이 2019년 현재에도 춘원 이광수가 지적한
“한국인 상(像)”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국민소득 3만 달러와 IT 산업의 발달, K POP Noise에 가리어져 있을 뿐이다.
혹자는 “민족개조론”에 대하여 조선인의 잘못된 사고(思考)를 지적한데 대하여
“일본이 좋아할 말만 썼다”고 친일파 운운하는데 이런 자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장래가 불투명한 것이다.
우리 국민은 초등학교만 나와도 “춘원 이광수” 이름을 안다고 생각한다.
“흙. 유정. 무정. 단종애사. 이차돈---”중고등 젊은 시절 많이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다.
필자는 문학인도 평론가도 아니기 때문에
“춘원 이광수”에 대해 감히 어떻다 이야기 할 수 없다.
민족개조론을 책 앞장에 설명한 고(故)안병욱(安秉煜) 교수의 글을 몇절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철학자 안병욱(安秉煜) 교수는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는 문호(文豪) 호칭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고 말했다.
문호(文豪)는,
뛰어난 문학(文學) 작품(作品)을 많이 써서 알려진 매우 뛰어난 큰 작가(作家)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훼밍웨이. 괴테. 푸시킨. 세익스피어. 위고. 단테 등등에서 익히 듣던 호칭이다.
【젊은 춘원 이광수는 낡은 것을 부수고 새것을 용감하게 취하는
열렬한 혁명가적 기질이 팽배했다.】
【춘원의 논문은 한국문학상 최고봉(最高峰)이다.
“문장(文章)은 경국(經國)의 대업(大業)이요 불후(不朽)의 성사(盛事)”라고 말했는데
춘원 이광수의 글이 이 범주(範疇)에 속한다】고 당연히 말했다.
다만 안병욱(安秉煜) 교수도 지적 했듯이 춘원 이광수가 유학(儒學)이 깊었기
때문에 책중에 "한자 표현"이 많아 한자(漢字)에 부족한 사람은 읽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을 염려 했다.
필자가 부족하지만 간단한 한자(漢字) ()에 설명을 하고 좀 긴 문장은
※-에 설명을 하였다.
원문(原文)은 그대로다.
필자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 설명한 부분이 있을 것이므로 “댓글”로
지적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농월
▲팔자설(八字說)을 기초(基礎)로 한 조선인의 인생관(人生觀)
어떤 부인이 잉태(孕胎임신) 못하는 것을 걱정하여 자궁 수술할 여부를 그의 친지에게 묻는 양(樣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아들을 목숨과 같이 여기는 조선 여자의
열정과 잉태(孕胎) 못하는 조선 아내의 비애(悲哀)를 보입니다. 그는 자궁 수술의
난이(難易어려움)와 수술 후의 유효(有效) 여부를 한참이나 걱정스러이 묻더니,
문득 자탄(自嘆스스로 한탄)하는 어조로
〔다 팔자지〕
하고 한숨을 지읍니다.
그 말을 들은 친지는 신교육을 받은 여자라 팔자가 무슨 팔자냐고
반박을 합니다. 그는 한참 묵묵하더니 이윽고 극히 자신 있는 어조로,
〔팔자지, 팔자에 태어나는 게지, 왜 어떤 이는 왕(王)으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거지로 태어나나〕
하여 왕(王)이 거지 될 수도 없고 거지가 왕이 될 수도 없는 것을 말하고,
다시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사람의 일생 화복(禍福)을 도시 팔자에 태인 것이라,
인력으로 면할 수도, 변할 수도 없다는 숙명론(宿命論)을 말합니다.
그러나 얼마 있다가 그는 다시 친지를 향하여
〔수술하면 잉태가 될까?〕
하고 묻습니다.
그는〔자궁의 위치의 잘못됨이 성태(成胎)치 못하는 원인 경우에는 수술만 하면
십에 오는 성태(成胎임신)를 한다〕는 대답을 듣고 일어나 가면서,
〔글세 추절(秋節가을)을 기다려 수술이나 하여 볼까〕
하고 다시.
〔그러나 팔자야〕 합니다.
나는 여기서 조선 민족의 생활의 근저(根底밑바닥)에 깊이 박힌 무서운 신념의
불길을 보고 아울러 그 신념이 과학적 신인생(新人生)을 만나 다소간 동요(動搖)하는 빛을 보이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조선 민족의 생활을 지배하는 힘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다만 그 부인만의 심리 상태일까요.
이 부인의 사상은 현대 조선 민족의 사상을 대표한 것인가 합니다.
조선 민족의 인생관의 기초를 성(成)한 근본 사상은 팔자(八字설說)입니다.
왕공(王公높은 신분)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그 사상의 근본의 근본을 캐어
보면 숙명론(宿命論)인 팔자(八字설說)입니다.
그러나 이 숙명론의 철액(鐵軛괴로움)의 압력에 눌린 조선 민족은 여러 가지 음양설(陰陽說)과 잡신교(雜神敎)에서 겨우 귀의(歸依의지하여)의 위안을 구합니다.
팔자의 일점(一點한점)이나 일획(一劃한획)은 인력으로는 도저히 변할 것이 아니요,
오직 신(神)의 힘으로만 다소간 완화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신(神)이란 백종(百種) 천종(千種)입니다.
산신(山神), 목신(木神), 수신(水神), 마을 대감, 서낭당 같은 자연물의 신(神), 또
그러한 자연물에 접하는 신(神), 제석천(帝釋天), 삼신(三神),부처, 보살(菩薩),
염라사자(閻羅使者) 같은 서역(西域서양)으로서 이주하여 조선화한 제신(諸神모든 귀신), 남귀(南鬼남자귀신) 여귀(女鬼여자귀신), 아귀(兒鬼어린귀신), 도깨비 같은 사람
죽어 된 귀신,
다음에는 조선숭배(祖先崇拜)에서 온 조선의 혼령(魂靈),
다음에는 도교(道敎)에서 들어온 천지(天地)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모든 선관(仙官여자무당), 신장(神將) 또는 집의 모든 부분을 지키는 귀신들, 즉 수문장(守門將),
조왕신(竈王神 부엌귀신), 성조신(成造神), 마당 귀신, 울안 귀신, 이러한 무수한 신들입니다.
※신장(神將) -신병(神兵)을 거느리는 장수(將帥)
※성조신(成造神)-집을 지키는 신
이러한 모든 귀신에게 빌어 팔자(八字)의 점획(占劃점괘)을 개정하려 하는
예식(禮式)을 가리켜 제사(祭祀)라 하고, 그 중에 제사 받는 신(神)의 종류를 따라
조선의 기일제(忌日祭), 불공(佛供), 산천기도(山川祈禱), 칠성기도(七星祈禱),
굿, 마지(摩旨), 고사(告祀), 산신제(山神祭), 용신굿(龍神), 서낭제(城隍祭), 경(經주문),
무르츠개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마지(摩旨)-부처(불상) 앞에 떠다 놓는 밥
※무르츠개-귀신을 한턱 먹여서 쫒는 일
※서낭제(城隍祭)-마을 어귀에 있는 성황당 제사
이상에 말한 것 중에 산천기도(山川祈禱), 칠성기도(七星祈禱) 용신굿(龍神굿) 같은
것은 특별한 경우에 하는 것이 어니와 조선의 기일제(忌日祭), 사시(四時)의
고사(告祀어떤 집에서는 굿과 불공까지)같은 것은 거의 어느 집에서나 다 행하는
연중행사외다.
그리고 혼인(婚姻)이나 상사(喪事)나 먼 여행이나 기타 특별한 대사건이 있을
때에는 누구나 특별한 정성으로 고사(告祀)를 지냅니다.
그리고 조선의 분묘(墳墓)의 자리가 자손의 운명에 관계한다는 신념(信念)은
묘지 규칙을 복귀(復歸)케 할 만큼 견고하며 집의 방위(方位)도 그러합니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사시(四時)에 우(牛소) 계(鷄닭)를 잡아 그 동네의 수호신(守護神)인 성황사(城隍祠)에 제(祭)를 지내며 한발(旱魃가믐)이나 악역(惡疫전염병)같은
재앙(災殃)이 임할 때에는 특별한 제(祭)를 지냅니다.
근년에(특히 평안북도 지방) 무당과 장님이 차차 더욱 세(勢)를 얻어 촌락에서는
북 소리, 꽹과리 소리가 그치지 아니하며 병인(病人)이 생기면 의약(醫藥)을 구하기
전에 먼저 무당이나 장님의 집으로 가서 어느 귀신이 발동하는가를 묻고 다음에
한약(漢藥)을 써 보고 최후에 양약(洋藥)을 써 볼 형편입니다.
누가 조선 민족의 종교를 유교(儒敎)라 합니까.
논리적으로 유교(儒敎)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마는 조선 민족의 근본
신앙(信仰)을 작(作지는 것)한 것은(그것이 어느 시대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직
역사적으로 확인 할 수 없지마는) 숙명론적(宿命論的) 잡신교(雜神敎)외다.
입으로 공맹도(孔孟道 공자 맹자의 도)를 부르짖는 유교의 집도 공맹(孔孟)의
도(道)를 담(談말)하는 것은 밖사랑(밖舍廊 큰사랑)뿐이요, 한번 중문(中門)을
들어서면 곧 숙명론적(宿命論的) 잡신교(雜神敎)의 세상이외다.
그 잡신교의 승려(僧侶)가 무당(巫堂)이라는 여성인 모양으로 이것의 가장 열렬한 신도도 대부분 여성입니다.
얼마 전에는 대궐이 이 잡신교의 본부라 할 만한 형편이었으니, 무당서방
참령(參領)은 누구나 다 아직 잊지 아니한 것인 줄 압니다.
이렇게 조선 민족의 근본 신념이 숙명론적 잡신교이기 때문에 외국으로서 수입되는
종교도 차차 조선화하여 숙명론적 잡신교의 색채를 띠게 됩니다.
부처님은 원래 숙명론적도 아니요, 잡신교적도 아니지마는 조선 민중은 그 역시
목신(木神) 이나 대감 같은 성격을 만들어 놓고야 맙니다.
그보다도 더 새로운 사실은 야소교(耶蘇敎기독교)의 하느님이니, 조선에 들어온 지
아직 얼마가 아니 되었지마는 조선 민중은 그를 서양서 온 대감이나 용신(龍神)같은
이로 알아 병(病)을 고치며, 자녀를 생산케 하며, 돈을 모으게 하며, 이따금 당장의
죄를 나토아(나타내다) 집에 불을 놓고 인명을 상해(傷害)하는 큰 귀신으로 알게 됩니다.
조선서 가장 민중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경전(經典)이 무엇입니까?
사서오경(四書五經)입니까. 신구약 성경입니까.
나는 말하기를 이도 저도 아니요, 정감록(鄭鑑錄)이라 합니다.
조선 민중 중에 정감록(鄭鑑錄)을 얻어 본 사람은 몇 명이 아니 되리다마는
아동을 제해 놓은 조선 민중치고 정감록 중의 일, 이절(節)을 못 들은 자도 없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그 중에 몇 구절 아니 믿는 자가 없으리라 합니다.
일세의 호걸인 대원군(大院君)도 그의 필생의 정력을 정감록에 예언된 이조(李朝)의
명운(命運)의 진로에 바치기에 다하였다 합니다.
지금도 계룡산(鷄龍山)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하니, 이것을 일부 우민(愚民)의
망거(妄擧)라고 일소(一笑)하여 버릴 수 없는 것이요, 진실로 조선 민족의 혈액(血液)중에 흐르는 숙명론적 인생관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민(愚民)-어리석은 백성(百姓)
계룡산으로 짐을 싸가지고 가는 자는 몇 백이나 몇 천에 지나지 못하더라도,
〔갔으면〕하는 생각을 품은 자는 수백만에 달한 것이며,
〔구인종어양백(求人種於兩白)〕, 〔구곡종어삼풍(求穀種於三豊)〕이라든지,
〔진인(眞人)이 종해중도출래(從海島中出來)〕라든지,
〔경신(庚申) 신유(辛酉) 유혈(流血) 성천(成川)〕, 〔임술(壬戌) 계해(癸亥)
만사가지(萬事可知)〕라든지, 하는 예언을 확신하는 자, 반신(半信)하는자,
그럴는지도 모르리라 하는 자는 거의 삼십세 이상 되는 조선 민족의 전부라고
할 만합니다.
※구인종어양백(求人種於兩白)-인재는 소백과 태백 사이에서 구하라
※구곡종어삼풍(求穀種於三豊-9년의 흉년에 곡식은 삼풍(三豊)에서 구하고
삼풍(三豊)은 강원도 회양군 봉포리의 소재지마을이다
※종해중도출래(從海島中出來)-바다를 따라 가면 섬가운데 진인(眞人 도인)이 있다.
위의 내용은 정감록(鄭鑑錄)에 나오는 예언이다.
※유혈(流血)-목숨을 희생하거나 부상당한다
※성천(成川)-물이 불어 내를 이룸.
※만사가지(萬事可知)-만사가지 모든 일을 가히 알 수 있다.
※반신(半信)-반쯤만 믿음
누구나, 혹은 신변(身邊)의 위험을 두려워하며, 혹은 인(人사람)에게
미자(迷者)라는 치소(嗤笑비웃다)를 받기를 꺼리어 필설(筆舌글과 말)에 이러한 뜻을
발치(拔齒이를 뽑듯) 아니한다 하더라도 흉오(胸奧)에는 이러한
생각을 비장(秘藏비밀리 보관)하고 있는 이가 저마다인가 합니다.
이는 다만 무교육(無敎育 교육받지 못한)한, 또 서당식(書堂式) 교육을 받은 자뿐이
아니요, 지식 정도로 보아 중류 이상인 계급도 이 유전적(遺傳的) 미신의
취기(臭氣)를 탈(脫벗어나지)하지 못합니다.
※미자(迷者)-어리석은 사람
※흉오(胸奧)-마음속에 품은 생각
※취기(臭氣)-좋지못한 냄새
대저 신교육이나 신환경은 인생의 생활의 표피(表皮껍질)를 변하니,
그 심오(心奧깊은 마음)의 성격은 수십백대의 유전(遺傳)의 축적을 통하지 아니하고는 변키 어려운 것입니다. 학교에서 신교육을 받아 언사(言辭말)로는 신생활을 하는
듯 하지마는 그의 심오(心奧깊은 마음)에는 여전히 조선(祖先조상)
전래(傳來)의 신앙과 인생관이 숨어 있어서 무슨 급한 일,
중(重)한 일을 당할 때 마다 신교육에서 얻은 표피(表皮껍질)는 아무 힘도 없어지고
이 심오(心奧마음 깊이)의 괴물이 그 인격을 지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래(傳來)-전하여 내려오는
그래서 작은 부스럼이나 나면 신식 병원으로 가되, 좀 생명에 관한 중병(重病)이면
한의(漢醫)에게 문(問묻고)하고 더욱 위중하게 되면 무당이나 장님에게로
가게 됩니다.
입학이나 졸업에는 날받이도 할 수 없지마는 혼인이나 반이(搬移집이사)에는
궁합(宮合)을 보고 날을 받고 고사(告祀)를 지냅니다.
위에 말한 부인도 전등 밑에서 윤전기(輪轉機신문인쇄기)에 인쇄된 신문을 보고
듀마(Dumas)의 소설과 윌슨(Wilson)의 연설을 보면서 그날의 천기(天氣) 예보를
이용, 관왕묘(關王廟 삼국지 관우장군 묘)에 자식 빌려 갈 준비를 합니다.
그의 말하던 바와 같이 금추(今秋이번가을)에 건강이 회복되어 어느 의학박사의
손에 덕(德) 독(毒) 국제(國際) 메스(mes수술용칼)로 복부 수술(手術)을 하게 된다
하면, 그는 응당 수술 전에는 수술을 무사히 지내게 해 달라고 어느 부처님이나 대감께
빌 것이요, 수술이 무사히 된 뒤에는 자식 점지하기를 빌다가 만일 남자를 얻으면
이는 수술과 신명(神明)의 덕일 것이요, 불행이도 얻지 못한다면
이는 자식 없을 팔자일 것이외다.
이상에 말한 바와 같이 조선 민중은 그 일상생활에나 또는 민족의 명운(命運)에나
그네의 심오(心奧마음깊은)에 근저(根底밑바닥) 깊이 박힌 숙명론적 인생관의
마취(痲醉마약에 취함)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와 벗어나려고 애쓰는 자의 계급도
있겠지마는 그것은 아직 소수외다.
이돈화(이敦化)씨는 조선이 이미 사상적 혼돈기, 방황기가 지나가고 통일기에
입(入든)한다
하셨습니다. 이것은 조선 만족 중의 최고한 지식 계급이라 할 만한 일 계급만을
할취(割取한 부분을 빼앗음)하여 놓고 본 말이요, 조선 민족 전체를 본 말은 아니외다.
조선민족 전체를 본 말은 아니외다. 조선민족 전체를 보면 겨우 구사상(舊思想)이
신사상(新思想)의 앞에 파괴(破壞)되려면 혼돈기(混沌期) 입(入들어가는)하는
초보(初步)라고나 할 수 있을까 합니다.
신사상(新思想)의 풍우(風雨비바람)가 구사상(舊思想)의 반석(盤石넓은바위)을
완전히 매란(霉爛)하여 완전한 혼돈기(混沌期)에 달함에는 아직도 많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합니다. 철도(鐵道)가 깔리고 전선(電線)이 놓이고 아스팔드
도로가 되고 전등(電燈)밑에서 윤전(輪轉) 인쇄기(印刷機) 박아낸
신문을 보게 되었지마는 이 민족의 정신생활은 아직도 구시대(舊時代)외다.
※매란(霉爛)-아주 문드러지게
※혼돈기(混沌期)천지가 갈라져 열림
기차 타고 명복(名卜점쟁이)이나 명찰(名刹유명한 절) 찾아다니고, 전등(電燈)켜고
고사(告祀) 지내는 형편 입니다. 전신(電信) 전화선(電話線)이 거미줄과 같이 얽히는
것이 조선 문명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이씨(李氏 이씨조선)
말단(末端)에 〔천리장송 일조백립(千里長松 一朝白立)〕 이라는 정감록(鄭鑑錄)의
이조(李朝) 예언의 운명이 맞는 것에 더욱 흥미를 가지며 철도와 조선 민족의
생활과 어떠한 것을 생각하기보다 〔철마래시한수빈(鐵馬來嘶漢水濱)〕의 예언이 맞는 것을 신통(神通)히 여깁니다.
※천리장송 일조백립(千里長松 一朝白立)
“천리(千里)에 빽빽한 소나무가 하루아침에 하얗게 된다”
정감록(鄭鑑錄)의 예언이다.
일본이 36년간 나라를 빼앗은 후에 조선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 식량대신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먹었으므로 큰 소나무들이 하얗게 껍질이 벗겨진 것이다.
필자도 1960년 6.25 한국전쟁후 먹을 것이 없어 들에서는 들메밀싹과 쑥을
산에서는 소나무 껍질을 벗기는 것이 일었다
(소나무 속껍질 부드러운 것을 송구라 했다)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소나무껍질로 식량을 삼았기 때문에 박정희 5.16 이전까지는
한국은 “벌거숭이 산”이었다.
남대문통(南大門通)이니, 태평통(太平通)이니 하는 길들은
이십세기식 이지마는 주민의 중문(中門)을 들어서면 모든 배치와 활동이
다 구조선식(舊朝鮮式) 인 것과 같이 우리의 정신적 생활도 표신이구(表新裏舊)의
이중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표신이구(表新裏舊)-겉은 신식 속은 구식
이렇게 인습(因襲예전 풍습)한 숙명론적(宿命論的) 구사상(舊思想)의
보루(堡壘벽처럼 쌓은)가 아직도 깨어지지 아니하고 민생(民生)의 생명을
시살(廝殺마구죽임)하는 대완구(大碗口조선대포)를 끊임없이 듣는데,
게다가 또 근년에 일본을 거쳐 새로 수입된 양식(洋式) 숙명설(宿命說)마저 들어와
소재(所在곳곳)에 포루(砲壘대포벽)를 쌓고 과학의 냄새를 띤 독와사(毒瓦斯독가스)를 발사합니다.
아직 이러한 사상을 대표한 사상가(思想家)나 문사(文士글쓰는 선비)의 명성은
드러나지 아니하였지마는 근래 청년이 쓰는 시(詩) 소설(小說) 서간(書簡) 담화(談話)등에 흔히
〔아아 운명이로다〕 〔아아 내 운명이여 !〕하는 등의 어구(語句)가 흔히 보이고,
또 이러한 어구(語句)는 독자에게 깊은 공명(共鳴)을 주는 모양이니 그것은 그럴듯한 일이외다.
※공명(共鳴)-남의 생각이나 말에 동감(同感)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따르려는 생각을 일으킴
대개 자기가 희미하게 생각하던 바를 남에게 분명히 들으면 자기가 생각지 아니하던 것보다 더욱 인상이 깊어지는 심리와 또 자기도 희미하게 믿으나 옳은지 그른지 모르던 것을 자기보다 세력이나 저력이 우수한 자가 승인(承認)함을 보면 자기도 더욱 깊이 신앙(信仰믿음)하게 되는 심리를 통하여 그렇게 됨이외다.
유전적(遺傳的) 숙명론(宿命論)을 가진 우리 청년들이 철도와 전신(電信)과 비행기를
발명한 양인(洋人서양인)의 운명론(運命論)에 심취함은 진실로 그럴만한 일이외다.
기실(사실) 양인(洋人)의 숙명론(宿命論)은 양인(洋人)중에 가장 나타(懶惰게으름)한
양인(洋人)의 조출(造出만들어 냄)에 불과하건마는 중국으로서 수입된 오행설(五行說)에 기초한 팔자설(八字說)은 한문(漢文)의 세력이 실추(失墜떨어짐)와 더불어
쇠(衰약함)하기도 하려니와 양풍(洋風서양식)에 불려 들어와 지식 계급의 청년
뇌수(腦髓 머리골)에 침수(侵髓뇌에 침입)하는 양식(洋式) 팔자설(八字說)이야말로
더욱 무서운 것입니다.
이렇게 숙명론적 인생관이 우리 민족의 생활을 지배한다 하면 거기서 어떠한
결과가 생(生)하였는가.
이 문제야 말로 우리가 깊이 생각할 것이니 지금까지 내가 누누이 진술(陳述자세한 말)해 온 것도 진실로 이를 위함이외다.
개인이나 민족의 성쇠흥차(盛衰興替흥하고 약함)는 오직 팔자와 운수(運數)에 달린 것이니, 이것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방법은 오직 신명(神命)의 음우(陰祐음기의 도움)를 빌기에 있다 하는 숙명론적 인생관은
〔나타(懶惰)〕 〔요행(僥倖)〕 〔미신(迷信)〕 〔의뢰(依賴)〕
같은 개인과 민족의생활에 독(毒)이 되는 제악(諸惡모든 악)의 어미가 됩니다.
※나타(懶惰)-게으름.
※요행(僥倖)-거의 가능성이 없는 어려운 일이 우연히 잘 됨
※미신(迷信)-어리석어서 그릇된 신앙(信仰)을 잘못 믿음
※의뢰(依賴)-남에게 의지하고 부탁함
나타(懶惰), 요행(僥倖), 미신(迷信), 의뢰(依賴)!
이것이 우리 민족의 공통한 습성이 아닙니까.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의 사주(四柱) 팔자(八字)와 상모(相貌관상)와 장문(掌紋지문)에 이미 일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 결정되었다 하면 구태 심신(心身)을
노(勞애써)하여 일 할 것이 무엇입니까.
〔부자 될 팔자〕가 아닌 자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부자(富者) 될 수 없고,
〔귀인(貴人)이 될 팔자, 장수(長壽)할 팔자〕가 아닌 자는 아무리 수양(修養)과
수학(修學공부) 위생(衛生건강)에 힘을 써야 쓸데없을 것입니다.
※길흉화복(吉凶禍福)좋은 일과 나쁜 일 불길함과 복스러움
또 일국(一國한나라)이 망(亡)함도 운수(運數)니 구태여 붙들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흥(興)함도 운수니 구태여 흥(興)케 하려고 경영(經營)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지라 자래(自來)에 소위 운(運)을 알아 난세(亂世)에 나오지 않고 산에 숨어
국가의 멸망(滅亡)을 초월시(超越視)하는 자를 현인(賢人)이라 칭합니다.
국운(國運)이 기울어짐에 일명(一命한목숨)으로 이를 버티려 하지 아니하고
제 손으로 제 목숨을 끊는 우거(愚擧어리석은 행동)를 하는 자를 충신(忠臣)이라
합니다.
※자래(自來)-옛날부터 지금까지
※난세(亂世)-어지러워 살기가 힘든 세상
※초월시(超越視)-나와는 관계없다는 눈초리
※현인(賢人)-어질고 총명(聰明)하여 성인(聖人)의 다음 가는 사람
이렇게 운(運)이란 핑계로
〔막비운(莫非運)〕 〔명야내하(命也柰何)〕 〔천지망아야(天地亡我也)〕
같은 듣기 좋은 한문구(漢文句)로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건건(乾乾)
자자(孜孜)히 진감(進敢)하자, 건설하자, 만회(挽回)하자는 진취의 기상을 핍(乏부족)함이 모두 나타(懶惰게으름)에 속할 것이외다.
※막비운(莫非運)-하늘의 운은 막지 못한다
※명야내하(命也柰何)-하늘이 낸 명을 나가 어찌하랴
※천지망아야(天地亡我也)-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기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건건(乾乾)-놀지 않고 부지런한 모양
※자자(孜孜)-부지런하고 근면하다.
※진감(進敢)-용기있게 나아가자
※만회(挽回)-바로잡아 회복(回復)함
심지어 학생들조차 시험에 급(及합격) 낙제(落第)는 운(運)이라, 공부 잘하고도
낙제하는 수도 있고 공부 아니하고도 우등하는 수도 있다 하며, 야구나 정구 같은
경기의 승부는 운(運)에 있다는 말을 하게 되어 공부와 연습의 성근(誠勤)을
권합니다.
숙명적(宿命的)임을 신(信믿음)하므로, 무슨 일에나 그 일이 성공되도록 심신의
정력을 들이지 아니하고, 그 일이 성공하기를 오직 요행(僥倖)에 맡기게 됩니다.
※성근(誠勤)-성실(誠實)하고 부지런함
※요행(僥倖)-거의 가능성이 없는 어려운 일이 우연히 잘 되어 다행(多幸)함
재산이면 횡재(橫財), 졸부(猝富벼락부자), 공명(功名)이면 우연한 기회에
이적적(利敵的) 공명(功名), 일(一한) 국가나 민족에 관하여서, 혹은 신인(神人)의
현출(現出) 혹은 어떤 외국의 이적적(利敵的) 원조(援助), 학교 시험에는 청(請)이나
잡수(雜手)로 요행적 우등, 이리하여 최고급의 지사(志士)도 지식 계급도, 실업가도,
학생도, 남(男)도, 여(女)도, 모두 각자의 소원(所願)의 공(功)을 요행에서 성(成이루다)하려 합니다.
※횡재(橫財)-노력을 들이지 않고 뜻밖에 재물을 얻음
※공명(功名)-공(功)을 세워 이름을 떨침
※신인(神人)-신(神)과 같은 만능의 사람
※현출(現出-겉으로 드러남
※잡수(雜手)-전문이 아닌 잡기술
※지사(志士)-절개와 의리가 있는 선비
실력 없이 입학하는 이도 요행의 신자(信者), 넉넉한 인물과 금전의 예산도 없이
사업에 착수하는 이도 요행의 신자(信者)외다.
우리 중에 무슨 일을 경영할 때에 그 일을 이루게 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시하기에 마땅한 인물과 금전의 예산을 세우고 그리고 나서 비로소 그 일에 착수
하는 이가 몇이나 됩니까.
만일 이렇게 정경대도(正經大道)로 경영하는 사업이고 보면 결코 시작이 끝이 되고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추태를 현출(現出)하지 아니할 것이로되, 근년에 우리
중에 너무 많은 사업들이 갑자기 울흥(蔚興)하였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은 요행이란 기초 위에 건설된 증거이니다.
※정경대도(正經大道)-바르게 경영하는 큰길
※용두사미(龍頭蛇尾)-머리는 용꼬리는 뱀.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
※현출(現出-겉으로 드러남
※울흥(蔚興)-일이 잘되어 부쩍 일어남
요행을 바라는지라, 남에게 (그〔남〕이 신(神)이든지 인(人사람)이든지) 의뢰할
생각이 납니다. 〔청(請)을 한다〕는 관념은 누구든지 가지고 있습니다.
입학에서, 직업을 구함에나, 공사(公事)에나 청(請)을 하는 것이 실력보다도 성공의
첩로(捷路지름길)로 압니다.
그러므로 가장 우수한 세력을 가진 사람이란 가장 유력한 청(請)을 할 만한
상전(上典)을 모신 사람이외다. 고래(古來)로 조선에서 세도(勢道)를 하던 자는 실력을 넉넉히 가진 자보다 청(請)할 곳을 많이 가진 자였습니다.
※고래(古來)-옛날부터 현재까지 내려오는
과거(科擧)에 장원급제도 청(請)으로, 목사(牧使) 감사(監司)도 청(請)으로,
육군 참령(參領), 부령(副領)도 청(請)으로, 죽을죄를 면하는 것도, 남을 죽을죄에
넣는 것도 모두 청(請)으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국(一國)의 경영조차 의뢰(依賴)로 일을 삼아 아(俄러시아)가 침(侵침략)하거든 일(日)에 청(請)하고 일(日)이 침(侵침략)하거든 청(淸)에 청(請)하였습니다.
금일(今日지금)에도 혹은 미(美)에 청(請)하고, 혹은 아(俄러시아) 청(請)하여 만사를
남에게 의뢰함으로써 해결하려 하니 참 딱한 일이외다.
이러하므로 우리 중에 정신상으로나 경제상으로 독립한 생계(生計)를 가진 개인이
드물어 일개(一介)의 유실력(有實力)한 개인의 등에 수개 내지 수백개의
무실력(無實力)한 개인의 떼가 업혀 사는 지경이니, 빈(貧가난)은 더욱 빈(貧가난)하고 약(弱약함)은 더욱 약하여질 것입니다.
※유실력(有實力)한-능력이 있는 사람
※무실력(無實力)한-능력이 없는 사람
남자나 여자나 부모의 보육하에 상당한 교육을 받았거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자기의 생활은 자기의 주먹으로 하여 간다는 독립 자주성을 가지어, 자기의 주먹으로 얻지 아니한 지위나 재산을 좌향(坐享)하기를 큰 수치로 알게 되고, 일보(一步한걸음)를 내켜서는 적극적으로 자기의 천재와 능력을 발휘하여 학술에나 사상에나
전인미도(前人未到)의 경에 틈입(闖入)하고, 부(富)로나 귀(貴)로나 수(壽)로나
출중한 인물이 되리라는 기개(氣槪)가 있어야 할 것이어늘, 오늘날 우리 중에는
고등한 전문 교육을 받은 자조차도 부조(扶助)의 유업(遺業)에 의뢰하는 치태(穉態)를 면치 못합니다.
※좌향(坐享)-일은 안하고 가만히 앉은 채 놀고 즐김
※전인미도(前人未到)-지금까지 아무도 가보지 않고 발을 디딘 일이 없는.
※틈입(闖入)-기회를 타서 느닷없이 함부로 들어감
※기개(氣槪)-씩씩한 기상과 꿋꿋한 절개(節槪)
※부조(扶助)-남의 큰일 등을 거둘어 도와 줌.
※유업(遺業)-옛사람이 남긴 사업
※치태(穉態)-어린애처럼 유치한 태도
미신(迷信)에 대하여는 위에 말한 것이 많으니, 다시 번론(煩論)하려 하지 아니합니다.
또 나타(懶惰게으름)하여 성공을 요행에 바라는 고로 시기(猜忌)가 생기고, 허위와 교사(巧詐)가 생깁니다.
무슨 일이나 성공함은 오직실력에 있다.
정직한 노력에 있다 하는 신념이 강할 진대, 자기보다 위(偉큰)한 공(功)을 성(成이룬)한 자라고 이를 시기하여 모함할 필요도 없고, 교지사계(巧智詐計)로 남의 일을 시기하여 모함할 필요도 없고,
교지사계(巧智詐計)로 남을 들어 넘을 필요도 없을 것이외다.
※시기(猜忌)-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의 능력을 시샘함
※교사(巧詐)-교묘(巧妙)한 수단으로 남을 속임
※교지사계(巧智詐計)-약삭빠른 재주와 남을 속이려는 간사(奸邪)한 꾀
근일(近日요즘) 동아일보에 연재된 이조(李朝) 인물 약전(略傳)을
보십시오.
그 인물들의 서로 잔해(殘害)함이 모두 시기와 교사(巧詐)로가 아닌가. 정업(正業)에 근면하는 농부는 이러한 악(惡)을 행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는 부지런히 거름을
내고 물을 대고 기음(김 잡초)을 매는 것만이 오직 자기의 추수(秋收)를 많게 하는 것인 줄을 잘 압니다.
그러므로 그는 구태여 이웃의 곡물을 해치려 아니하고 도리어 한재(旱災가믐)나 충재(蟲災해충)가 있을 때에는 대동(大同합동)의 환(患근심)으로 이를 구제할 생각을 가집니다.
※약전(略傳)-어떤 사람의 역사의 업적을 간략히 적어서 뒷세상에 전하는 기록.
※잔해(殘害)-사람에게 인정이 없이 아주 모질게 굴고 물건을 해침
※교사(巧詐)-교묘한 수단으로 남을 속임
요행이나 시기나 교사(巧詐)를 꾸며내는 자는 흔히 나타(懶惰게으름)한 자입니다.
제 노력을 안 들이고 남의 노력으로 된 공(功)을 앗으려는 자의 즐겨서 하는
바입니다.
법(法프랑스)국의 석학(碩學) 르 봉(Lebon) 박사는 그의 저(著쓴책) 〔민족심리학〕에 일(一한) 국민의 역사는 반드시 그 종족(種族인종)의 심리조직에 배태(胚胎임신)하는 것이라 하여, 그 국민의 심리적 특징(해부학적 특징에 대하여)만 알면 족히
그 국민의 생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판정할 수 있으리라 하며, 일(一한) 국민의 문명을 조직한 요소는 전혀 그 국민의 정신의 발현(發現)이라 하였습니다.
※발현(發現)-숨겨져 있던 것이 바깥으로 드러나 보임.
그리고 국민정신은 극히 단순한 일(一한) 이개(二個둘)의 근본 사상을 기초로 하는 것이니, 일(一한) 국민 만반(萬般) 제도(制度)와 문물(文物)이 전혀 그 사상의 표현이라 하여 여러 민족의 실례를 들었습니다.
※만반(萬般)-갖출 수 있는 모든 것
그는 말하기를 라틴족(Latin族)은 복종을 좋아하고, 평등을 좋아하므로 전제주의(專制主義despotism) 국가를 좋아하고, 앵글로색슨족(Anglo-Saxons族)은 자주(自主)와 자유(自由)를 좋아하므로 국가의 권력을 최소한도로 축소한 자치제도(自治制度)를 좋아한다 하여, 전자의 예로 박사의 고국인 법(法프랑스)국과 서반아(西班牙Spain)를 들고,
후자의 예로 영국과 미국의 예를 들었고, 또 라틴족(Latin族)의 미신적(迷信的), 이상적임과 앵글로색슨족의 과학적, 실제적인 특징을 지적하여 전자(前者)의 후자(後者)에 비하여 산업이나 식민지의 번창(繁昌)치 못함을 이 원칙에 돌렸습니다.
※라틴족(Latin族)-인도, 유럽어족에 속하는 이탈리아인의 일파.
※전제주의(專制主義despotism)-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지배자의 독단에
의하여 정치를 하는 주의(主義)
※앵글로색슨족(Anglo-Saxons族)-원래는 잉글랜드의 색슨인을
대륙의 색슨인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노르만이 영국을 정복하기 전의 영국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현재의
영국 국민의 중심을 이루는 민족이다.
또 박사는 초대의 로마(Roma)와 말년의 로마의 국민의 근본 사상의 변천이 로마의 성쇠(盛衰)와 흥망(興亡)의 원인이 된 것을 지적하여, 로마 국민으로 하여금 세계의 주인공이 되게 하던 분투의 정신이 쇠퇴(衰退)하여 고식(姑息), 일락(逸樂)의 정신과
자리를 바꾸게 됨에 대로마제국은 괴멸(壞滅)하였다고 통탄하였습니다.
※고식(姑息)-당장에는 탈이 없는 일시적 안정(安定)
※일락(逸樂)-편안히 즐김
※괴멸(壞滅)-파괴(破壞)되어 멸망함
어떤 민족이 흥(興)할 때에는 그를 흥(興)케 하는 일종의 근본 사상이 있고, 망(亡)
할 때에는 그 사상이 퇴폐(頹廢)된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근본 사상이란 아무
유현오묘(幽玄奧妙)한 것이 아니요, 극히 단순한 것이니 가령 로마인의 분투라든지
희랍인(希臘人Greece)의 심미성(審美性)이라든지 영미인(英美人 영국미국인)의
실제적 성격이라든지 인도인(印度人)의 퇴영무위(退嬰無爲)의 성격, 중국인(中國人)의 비사회적(非社會的) 이기심(利己心) 같은 것입니다.
※퇴폐(頹廢)-힘이 약해져서 도의(道義)나 미풍 따위가 무너져 엉망이 됨
※유현오묘(幽玄奧妙)-사물의 이치(理致)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묘함
※심미성(審美性)-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성질.
※퇴영무위(退嬰無爲)-뒤로 물러나서 움직이지 아니여 그대로임
우리 민족의 현재의 쇠퇴(衰頹)를 초(招부른)한 근본적 사상은 진실로
팔자설(八字說)을 중심으로 한 숙명론적(宿命論的) 인생관과 이에 따라서
나온 모든 병적(病的) 성격이외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을 이 쇠퇴(衰頹)에서
끌어내는 근본적 방침은 위선 이 저주받은 숙명론적(宿命論的)인생관을 타파함이니, 이 사상이 다수의 조선 민족을 지배하는 동안 결코 금일(今日)의 쇠퇴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외다.
다시 말하면 조선 민족을 쇠퇴로 끌어넣은 재래의 근본 사상을 그의 뇌근(腦筋)에서
괄거(刮去)해 버리고 건전한 신근본 사상의 식피술(植皮術)을 행함이외다.
신인생철학(新人生哲學)을 주고 신신앙(新信仰)을 줌이외다.
※뇌근(腦筋)-뇌 사상 머리 의식
※괄거(刮去)-깍아서 제거하다
※식피술(植皮術)-건강한 피부의 일부를 파손된 피부에 이식하는 의술(醫術) 방법
그러면 이 숙명론적 사상을 타파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의 제일의 길은 과학 교육이외다. 그 중에도 자연과학의 교육이외다.
과학의 교육은 다만 조선 민족의 생활의 물질적 풍부를 위하여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요, 진실로 그의 민족적 생명을 충독(蟲毒)하는 근본 사상의
바찔루스(桿菌bacillus막대 박테리아)를 박멸(撲滅)하는 가장 효력이 위대한 주사요,
현악생신(袨惡生新)한 고약이외다.
※충독(蟲毒)-벌레에 물려 얻은 독.
※박멸(撲滅)-해(害)로운 벌레 따위를 죽여서 없애는 것
※현악생신(袨惡生新)-더럽혀진 옷을 새것으로 만듬
그런데 재래의 우리 신교육계에서는 과학, 특히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을
경(輕가볍게)히 여기는 폐(弊)가 있는 듯합니다. 이과(理科) 교육(敎育)은 이를 받는
학생은 물론이요, 이를 주는 교사까지도 그 진의(眞意)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학(語學)이나 역사 문학 같은 것은 상당히 주중(注重중점)하면서도 과학은
경(輕)이 여겼습니다.
해외의 유학생들을 보더라도 법(法), 정(政), 경제(經濟), 문학(文學) 같은
문과(文科) 부류의 학과를 배우는 자만 많고 이과(理科)부류의 학과를 택하는 자는
적습니다. 의학(醫學), 공학과(工學科) 같은 응용이학(應用理學)을 배우는 자는 혹
있으되, 과학을 위하여 과학을 배우는 자는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 중에 고등사범(高等師範)의 이과(理科)에 박물(博物)을 배운 이가
이(二) 삼(三)인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아직 조선에는 과학적 정신, 과학적 공기라는
것이 생기지를 못하였습니다. 금후(今後)의 우리의 물질적 생활 자료를 얻기에나,
민족적 신정신(新精神)을 진작(振作)함이나 과학 교육에 주력함은 극히 필요한
일외다. 그보다도 다만 과학적 지식을 학생의 두뇌(頭腦)에 주입하기보다도 동시에
과학의 진의(眞意)의, 즉 과학과 인생과의 관계를 분명히 알게 하여 과학적 지식을
가진 자만 되게 말고 과학적 정신을 가진 자가 되게 함이 필요합니다.
※박물(博物)-여러 사물(事物)에 대하여 두루 많이 아는 지식
지식과 정신과는 결코 하나가 아니다. 윤리적(倫理的) 지식을 가졌다고 반드시
덕(德)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倫理的) 정신(精神) (정(情)과 의(意)를
주로 한) 이 생(生자란)한 뒤에야 그것이 행(行실천)에 발(發시작)함과 같이 과학적
지식이 있다고 과학적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요, 그 지식의 정의(定義)와 합하여 과학적
정신이된 뒤에야 비로소 그를 가진 자의 생활이 과학적이 되는 것이외다.
영국의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독일의 헤겔(Hegel) 같은 이는 그 동포에게
과학적 정신을 주입하기로 유명한 학자들이외다.
※헉슬리(Huxley)영국의 생물학자
※헤겔(Hegel)-독일 철학자
다음에 민족적 근본 사상을 새로 줌에는 앵글로색슨족(Anglo-Saxons族)의
인생철학의 정신을 주입(注入)합이니, 르 봉(Lebon)박사의 말과 같이 현대
제민족(諸民族)중에 가장 생활에 적자(適者) 될 소질을 가진 자는 영미인(英美人)
이외다. 그네의 인생철학은 공리주의(公理主義utilitarianism), 그것을 더
철학화(哲學化)한 실용주의(實用主義Pragmatism)를 실어 들이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인가 합니다.
※적자(適者)-적당한 사람
※공리주의(公理主義)-모든 수학(數學) 이론은 몇몇의 널리 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엄밀한 추론(推論)에 의해 체계적(體系的)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主義)
물론 갑민족(甲民族) 의 사상을 그대로 을민족(乙民族)에게 옮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사상이 조선 민족에게 들어와 소화되고 흡수 되는 동안에 조선식
색채를 띠게 될 것은 면치 못할 일이요, 또 치하(致賀축하)도 할 일이지마는
우리에게 가장 적당한 철학은 이것인가 합니다.
나는 이상에 지금까지의 조선 민족의 생활을 지배하던 근본 사상이던 것과 그의
금일(今日)의 쇠퇴(衰頹)를 초(招오게한)한 원인이 이 근본 사상에 있으니, 이것을
타파(打破)하기 전에 그는 신생(新生)의 도(道)에 나서지 못할 것과, 과학적 정신과
실용주의(實用主義)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였습니다.
※신생(新生)-새로 태어나서 새로운 삶에 들어서는 일
※실용주의(實用主義)-실지로 현실적으로 이용한 것을 참(眞)이라고 생각하는 주의
그러나 실용주의(實用主義)가 어떠한 것인가 함에 대하여는 여기서는 말할 여지가
없은즉 다른 기회를 기다려니와 이 소론(所論말)이 민족의 전도(前途)를 우려하는
사상가, 교육가 제군(諸君)에게 미미(微微)한 참고가 되고 토론의 제목이 된다 하면
행심(幸甚)이겠습니다.
※미미(微微)-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행심(幸甚)-퍽 다행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