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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지옥궁(地獄宮)의 대혈전(大血戰)
날개가 없는 낙헌지였으나
날개를 달고 있는 야조(夜鳥)가 부러워할 정도로 높이 날 수 있었다.
낙헌지는 그대로 이십 장을 날아올라 몸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 근처 수 리 안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 수백 장 밖으로 바위가 난립해 있는 골짜기 안으로 사라져 가는 흰 그림자가 보였다.
"비마(飛魔)의 신법! 석가 놈이 틀림없군. 놓치지 않는다."
낙헌지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 백영이 사라져 간 방향을 따라
비천추운신법(飛天追雲身法)을 시전했다.
그는 무게가 없는 사람같이 둥실 떠 별빛이 흐르듯 밤하늘을 길게 갈랐다.
도망쳐 가는 백의인에 비해 훨씬 빠른 신법이 시전되며
백의인과 낙헌지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차 한 잔 식을 시간이 지났을까?
낙헌지는 피를 흘리며 도망치는 석진영의 모습을 십 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으으…!"
석진영은 낙헌지의 장력에 크게 다쳐 본래의 무공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상태였다.
낙헌지는 그가 모산을 벗어나자 단번에 쳐 죽이기보다 숨어 추격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놈이 검보로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분명 지옥궁(地獄宮)으로 갈 것이다.'
낙헌지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여겼다.
석진영을 이 자리에서 죽여 원한을 푸는 일은 작은 일이었다.
차라리 잠시 그를 살려 칠마전의 중원 분타라 할 수 있는 지옥궁이나
흑의검대가 숨어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따라 가 보자.'
낙헌지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버리기로 하고 그림자처럼 석진영 뒤를 따라 갔다.
'석가 놈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그의 총명함은 칼날처럼 예리했다.
'지옥궁이나 다른 소굴이 먼 곳에 있다면 놈은 이쯤에서 쉬어 내상을 치료했을 것이다.
치료하지 않고 그냥 달리는 것을 보면 부상이 더 악화되지 않을 가까운 곳에 있음이 틀림없다.'
석진영은 파공성을 일으키며 바람같이 달렸다.
심한 부상으로 신법이 이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신법이었다.
그러한 그를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그를 뒤쫓아 갈 수 있는 신법의 소유자는
당금천하에서 낙헌지 하나뿐일 것이다.
"으으…놈에게 지다니!"
석진영은 분해 눈물을 흘렸다.
'강호에 나온 이래 첫 패배다. 천한 하인 놈에게 패배하다니.'
석진영은 본래 오만하고 유아독존 격인 자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남천관의 하인 낙헌지에게 패배했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일거에 박살내 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으음…마공에 당한 상처라 지극히 고통스럽군."
석진영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있는데 다섯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흑의검왕이 놈을 백 초 정도 막아주겠지. 놈은 흑의검왕을 죽인 후 나를 뒤쫓을 것이다.'
석진영은 자신의 판단을 너무 과신했다.
'놈이 있는 한 칠마령의 나머지 한쪽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 놈을 검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해야 한다.
놈이 나를 뒤쫓기에 혈안(血眼)이 되었을 때 검보로 되돌아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자.'
석진영은 낙헌지가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도 악착같이 빠르게 달려갔다.
천하무림으로 본다면 악적이었지만
인내력이 강하고 야망을 위해서라면 고통을 쾌히 견디어 내는 끈질긴 자임에 틀림 없었다.
석진영은 일부러 혈흔(血痕)을 남기고 달렸다.
자신을 뒤쫓아올 낙헌지를 유인하기 위함이었다.
"흐흐… 놈을 지옥궁의 사관(死關)에 빠뜨리자
. 사관이 놈을 죽게 할 지 모르겠으나 놈을 사흘 정도 잡아둘 수는 있다.
그 사이 전고수를 끌고 검보를 멸망시키는 거다."
***
석진영은 모산에서 사십 리 정도 떨어진 야산 기슭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이 살지 못할 황량한 곳을 보이는 이름 없는 산은 호랑이가 잠든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숲이 없는 민둥산으로 황량하기가 한 폭의 지옥도 같았다.
석진영은 거침없이 야산 기슭으로 들어섰다.
"소전주!"
마른땅 아래에서 샘물이 스며 나오듯 불쑥불쑥 솟아 나오는 흑의인 다섯이 있었다.
"으음…!"
석진영은 그들을 보자 긴장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았다.
"나… 나를 어서 궁주에게 안내해다오.
그리고 지금 곧 이곳의 모든 기관을 발동해라!"
"어… 어인 일이십니까?"
다섯 무사 중 둘이 석진영의 양팔을 부축하며 급히 물었다.
"지… 지옥제일검에게 당했다.
나를 가장하고 있는 가짜 지옥제일검이 나를 암습했다."
"예에…?"
모두 경악했다. 수하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렇다면 상청관에서 제이검과 제삼검을 살해한 그 놈이 나타났단 말입니까?"
"낙헌지란 놈이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하겠다
. 놈이 나를 뒤쫓아 여기까지 오기 쉬우니 만반의 준비를 해라."
석진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무사 둘과 함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남은 무사 셋은 석진영의 뒷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했다.
"그것 참…소전주님은 전주의 마공을 오성 이상 전수 받아 중원천하에서는 무적이 아닌가?"
"오늘 밤 사경을 기해 검보를 치기로 한 일이 무산되기 쉽겠군."
"허어, 고향 서장(西藏)으로 돌아가기가 참 힘들군."
그들이 한 마디씩 하다 등을 돌렸을 때
언제부터인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흑의복면인의 눈빛이
그들 셋의 심장에 냉기를 안겨 주었다.
복면에 영패를 든 지옥제일검!
진짜 지옥제일검인 석진영이 떠났는데 또다른 지옥제일검이
그를 셋의 뒤쪽에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어엇…?"
"지… 지옥제일검!"
무사 셋이 기겁하며 삼재진을 형성하려 했다.
"고향으로 가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겠다."
석진영의 뒤를 따라와 지옥검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난 낙헌지의 손가락 세 개가
무음지(無音指) 수법을 시전해 냈다.
발출할 때 소리를 내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는 수법이었다.
"큭!"
"으윽!"
무음지에 적중된 지옥궁 무사 셋이 심장에 동전만한 구멍이 뚫린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지옥궁의 수문위사들로 제법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들이었지만 상대를 너무 잘못 만난 것이다.
'악인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낙헌지는 셋을 간단히 처치한 후 석진영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다시 유령같이 움직여 가기 시작했다.
이십여 장을 전진하자 석진영이 무사 둘의 부축을 받으며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좌우 벽이 도끼로 찍어내린 듯한 협곡으로
근처에는 삼엄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가히 용담호혈(龍潭虎穴)이라 할 만한 곳이었다.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낙헌지는 최소한 사십여 명이 숨어 도사리고 있음을 청력으로 간파할 수 있었다.
'공연히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일으킬 필요는 없지.'
낙헌지는 살기를 느끼는 순간 잠영미종술(潛影迷踪術)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장 뛰어난 야행신법이라
보통 안력으로는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 없는 교묘한 신법이었다.
게다가 옷자락 스치는 소리도 내지 않고 지면과 몸을 밀착시켜 움직이기 때문에
초고수의 안력이 없다면 발견하기 힘든 절세적인 신법이었다.
달빛이 없는 심야에다 석진영의 돌연한 회궁(廻宮)이 무사들의 주위를 한창 끌고 있는지라
그 누구도 낙헌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석진영은 부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재촉했다.
"어서 들어가자."
낙헌지는 협곡의 지형을 이용해 들키지 않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
끼기기긱―!
우르르릉―!
석진영의 무리와 낙헌지가 들어간 후 협곡은 기관학에 의해 엄밀히 보호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넘나들 수 없을 정도로 협곡은 철통같이 방비되었다.
그러나 사신(死神)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으니 무의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협곡은 일리에 걸쳐 이어졌고 그 끝은 분지(盆地)였다.
근처의 황량함으로 보아 세외선경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실로 오묘한 인공(人功)에 의해 무릉도원 같은 골짜기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분지는 아주 거대했고 그 가운데 석전(石殿) 하나가 우뚝 솟아나 있었다.
석전에는 웅후한 필체의 편액이 하나 걸려 있었다.
〈 地獄宮(지옥궁) 〉
아… 그렇다.
지난 십여 년간 신비 속에 감추어져 있던 지옥궁이 바로 협곡 안의 석전이었던 것이다.
"소전주님이시다―!"
"소전주님이 다쳐 돌아오셨다!"
석전 근처가 마도고수들의 고함소리로 약간 시끄러워지는 가운데
석전 안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흑의노인 하나가 있었다.
낯빛이 숯덩이 같은 검은 노인으로 키는 오척 단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은 태양의 광휘보다도 활활 타올라
그의 내공이 이미 오기조원(五氣朝元)임을 말해 주었다.
"소전주, 이게 어인 일이시오?"
흑의노인은 석진영이 피를 흘리며 다가서자 크게 놀라며 한 달음에 석진영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궁주, 부끄럽소."
그렇다면 이 오척 단구의 노인이 지옥궁의 궁주란 말인가?
흑면제군(黑面帝君)!
놀랍게도 정사오기(正邪五奇) 중 하나인 그가 바로 지옥궁주였던 것이다.
흑면제군의 출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사실 그는 칠마가 중원을 떠나기 전 수십 년 후를 위해 중원에 남겨둔 칠마전의 충복(忠僕)이었다.
그는 지옥궁을 세워 석진영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럴 수가! 대체 어떤 자가…?"
흑면제군은 소주인의 부상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놀랍게도 남천관 안의 하인이었던 낙헌지란 놈이 무시무시한 고수가 되어 나타났소."
"낙… 낙헌지…? 설마 탈백마안 아래 죽었다던 그 놈이…?"
"그렇소. 나를 대신해 백의검제의 어검술을 맞았던 그 놈이 죽지 않고 되살아났소.
게다가 그 놈이 지옥제일검으로 행세하고 있소."
"그… 그럼 놈이 바로 상청관에서 지옥사자들을 죽인 가짜 지옥제일검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놈은 아마 여기를 향해 올 것이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오."
석진영은 핏기 없는 얼굴로 대답하며 좌정했다.
"놈이 온다면 지옥문(地獄門)을 찾아오는 꼴이 될 것이지요.
소전주님은 이제 안심하십시오."
흑면제군은 석진영의 부상이 가슴 아픈 듯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는 석진영에게 단약 세 개를 먹여 주며 조금 진정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소전주님께 급히 알릴 일이 하나 있었는데 소주님을 지금 뵙게 되는군요."
"무슨 좋은 일이 있었소?"
"헤헤… 지옥궁에 들기를 간청한 강호인 하나가 있었습니다."
"아, 그렇소?"
흑면제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주 대단한 여고수가 수천의 정예고수들을 끌고 지옥궁에 투신할 뜻을 비췄습니다.
지옥궁이 칠마전의 분타라는 것을 알고
아마도 장차 칠마전이 천하를 지배할 때 군림천하(君臨天下)의 대열에 동참하기 위함인 듯합니다.
그녀의 사자 두 명이 지금 이 안에 와 있습니다."
석진영 역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호오, 정말 대단한 무리들이군.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단 말인가?"
"하여간 귀신 같은 재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소전주님께서 전주를 대신해 그들을 받아 주신다면
검보의 정검수들을 쳐부수는데 음모 같은 획책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 그들과 지옥궁이 힘을 합한다면 검보를 일거에 휩쓸 수 있습니다."
흑면제군의 자신만만해 하는 소리가 고통스러워하던 석진영에게 편안한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검보 안에는 흑의검왕이라는 절세고수가 있고,
병선자라는 여제갈이 버티고 있어 천후사나 남천관과는 달리 난공불락이오.
그래서 금의검선자를 잡아 이용하려 했는데, 낙헌지란 놈 때문에 뜻이 와해되었소."
석진영은 부상이 한순간 씻긴 듯 대소를 터뜨렸다.
"힘이 부족하다 여기고 있었는데 외부에서 도움이 있다니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게 아니겠소? 하하하…!"
"헤헤…물론입지요."
"몸이 낫는 대로 검보를 칠 작정이오.
궁주를 만나니 잠깐 잃었던 용기가 되살아나는구려."
석진영은 흑면제군과 손을 맞잡으며 새로이 야심을 불태웠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사신(死神)의 침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흥, 좋아하긴 이르다!"
언제부터인가 지옥궁 석전 위에 서 있던 흑의복면인의 냉소가
그들의 고막에 지극한 통증을 안겨 주었다.
지옥제일검의 모습을 한 낙헌지였다.
"저… 저 놈이 어떻게?"
석진영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는 누구보다 낙헌지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 왔느냐?"
흑면제군이 벼락같이 외치며 그대로 칠 장을 날아 올랐다가 낙헌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흑면제군은 떠오르는 가운데 흑무(黑霧)로 몸을 휘감았다.
콰류류류―!
흑면제군이 흑룡 같은 모습을 하고 날아들자 낙헌지의 두 눈에서 차가운 광망이 일어났다.
'이 놈을 즉사시켜 지옥궁의 사기를 철저히 부셔 버리는 것이 싸움을 빨리 끝내는 방법일 것이다.'
낙헌지는 흑면제군이 다가서기를 기다리며 혈발마공을 혼신공력으로 끌어 올렸다.
머리카락이 핏빛으로 물들어 빳빳이 일어나자 검은 복면이 두 치 정도 위로 쳐 들려졌다.
"허억―?"
흑면제군은 낙헌지의 눈에서 뿜어지는 무시무시한 혈광에 그만 기가 죽었다.
그러나 피한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애송이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는가?
소전주를 다치게 했다고는 하나 강호에서 근 백년을 보낸 노부의 상대는 되지 못하리라!'
흑면제군은 흔들렸던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술을 오므렸다.
"우우―"
그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마후(魔吼)가 석전을 뒤흔들렸다.
상대를 제압하려는 선제공세였다.
"흑살마공―!"
흑면제군은 내공을 한껏 발휘하며 막강한 강기를 뿜어냈다.
그의 몸이 검은 기류에 덮인 채 십 장 안을 뒤흔들었다.
워낙 험악한 마기의 분출에 주변의 무사들은 급히 십수 장 밖으로 피신했다.
낙헌지의 두 손바닥이 적색으로 물들어 흑면제군 쪽으로 내밀려졌다.
"지옥행이다!"
취마음(醉魔吟)에 의한 호통이 떨어지자 흑면제군의 일신진기가 흐트러졌다.
동시에 적색으로 물든 장심에서 붉은 기류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꽈르르르― 릉―!
칠십 년 간 강호에서 잊혀졌던 혈발마공의 무시무시한 힘이 낙헌지의 손에 의해 재현된 것이다.
꽈―꽈꽝―!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흑면제군이 일으켜 냈던 검은 기류가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지며
흑면제군의 몸이 허공에 뜬 채 산산이 박살났다.
"케에에― 엑―!"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피비(血雨)가 뿌려졌다.
흑면제군의 몸은 추악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 채 피조각이 되어
석전 앞 지면을 벌겋게 물들이는 것으로 생을 마쳐야 했다.
"허억, 궁주께서?"
"맙소사! 일… 일 초로 궁주를 죽이다니…?"
"마신(魔神)이다!"
석진영과 많은 지옥궁 고수들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세 배는 강하다
. 혈발마가 살아 있다 해도 지금 이 놈만은 못할 것이다.'
석진영은 아랫도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훗훗…지옥궁이 겨우 이 정도냐?"
흑면제군을 지옥으로 날려보낸 낙헌지가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며 훌쩍 날아 올랐다가
석진영 앞으로 표표히 떨어져 내렸다.
그는 흑면제군을 즉사시키고도 내공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는지
기러기 털같이 아주 날렵히 떨어져 내려 석진영에게 또 한번 죽음의 공포를 안겨 주었다.
남천관에서의 수모를 철저히 갚아 주는 셈이었다.
"석진영, 내가 맹세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겠지?"
낙헌지의 혈발마공에 의한 핏빛 안광이 석진영의 얼굴에 죽음의 그늘을 만들었다.
"네… 네 놈이 귀신이냐 사람이냐?
흑의검왕을 어떻게 그리 쉽게 따돌리고 나를 쫓아 여기까지 왔단 말이냐?"
석진영은 너무도 두려워 도망칠 궁리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십여 지옥검대(地獄劍隊) 고수들에 의해 에워싸여져 있었으나
그것으로 안전하다 여기지는 못했다.
지옥검대 정도는 낙헌지에게 허수아비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낙헌지의 무공은 오마에게 전수받은 마공이었다.
그 심오한 경지는 지옥궁의 마두들이 이룬 경지를 훨씬 초월했기에,
지옥궁의 마공 정도는 오히려 정파의 신공보다 상대해 내기가 쉬웠다.
흑면제군이 일초에 죽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마공이 아닌 다른 신공 절예를 구사했다면
아마 백초 정도는 무난히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마공으로 최강의 마공인 혈발마공에 저항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석진영, 여기까지 와서 부하들 길동무를 하게 되었으니 죽어도 외롭지는 않겠다."
낙헌지가 조롱 섞어 비아냥 대자 석진영은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피하지는 않겠다. 사부님의 뜻을 이행치 못하는 죄인이니 네놈과 싸워 죽는다 하여 분할 것은 없다."
"하하…역시 칠마전 소전주답군. 도망치려 하지 않다니 너의 담대함을 높이 사주겠다."
"칭찬은 필요 없다, 이 간악한 하인 놈아!"
낙헌지는 당당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하하, 하인이면 어떠냐? 너의 지위보다 나은 지위가 아니겠느냐?
천하 대의를 따른 하인이 되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으으…!"
석진영은 세치 혓바닥을 이용한 설전(舌戰)으로도 낙헌지에게 패하게 되자 미칠 것만 같았다.
"네 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싶구나!"
그가 이토록 좌절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었지만
내상 때문에 그의 일초지적에도 미치지 못할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웠다.
바로 그때였다.
"호호호…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시려 하십니까?"
어디선가 여인의 요염한 말소리가 들려 왔다.
석진영과 낙헌지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로 바람같이 날아 들어오는 일녀일남이 있었다.
요염하게 생긴 홍의여인과 눈빛이 잿빛인 백의복면인이었다.
두 사람은 연기가 흐르듯 날아 두 사람 사이로 끼여들며 먼저 석진영을 향해 예를 올렸다.
"소전주는 안심하십시오."
"아… 당신들은…"
석진영은 느닷없는 초고수들의 출현에 얼떨떨한 표정이 되었다.
홍의여인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소녀 독낭자(毒娘子)는 가사(家師) 백독마부주(百毒魔府主)의 명에 따라 지옥궁에 왔습니다.
칠마전의 소전주께서 저희 백독마부를 칠마전에 받아주신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죽음을 다해 충성하겠습니다."
놀랍게도 홍의여인은 낙헌지도 아는 여인이었다.
백독마부의 소부주인 독낭자가 바로 그녀였다.
그녀와 함께 나타난 백의복면인 또한 낙헌지가 잊지 못할 사람이었다.
'검노인(劍老人)이 아닌가? 한데… 전과 다르군.'
낙헌지의 백의복면인의 흐리멍텅한 눈빛에서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독마 사숙이 잃었다는 독경(毒經) 안에 있는 망신단(忘神丹)에 중독되었단 말인가?'
낙헌지는 검노인이 시체같이 되어 있자 착잡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검노인은 강시( 屍)나 진배없었다.
망신단이라는 지극히 사악한 마단(魔丹)에 심령을 금제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공을 갖고 있는 한 망신단의 노예가 되어야 했다.
그는 낙헌지와 헤어진 직후 백독마부주를 징계하려 백독마부로 갔다가
뜻을 이루기는커녕 전보다 더 비참한 신세가 되어 낙헌지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무공과 독공은 서로 극성이 되는 절기였다.
검노인의 무공은 백독마부 전체의 힘보다 강했으나
독공에는 백지였기에 이렇듯 비참한 모습이 되고 만 것이다.
석진영은 뜻밖의 원군에 반색이 되어 독낭자의 손목을 움켜 쥐었다.
"백독마부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오
. 흑응곡(黑鷹谷), 해왕방(海王 ) 등의 문파가 오래 전 칠마전과 한몸이 되었듯
이제 백독마부로 칠마전과 한몸이 된 것이니 중원의 일대 경사요."
"감사합니다, 소전주님!"
"하하, 저 놈을 일 각 정도만 막아주실 수 있다면 백독마부는 칠마전의 은인이 되어,
훗날 칠마전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독낭자는 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소전주, 어찌 일 각 정도를 바라십니까?"
"어쨌든 고맙소."
석진영은 독낭자에게 다정히 말한 후 낙헌지를 쏘아보았다.
그의 눈은 굶주린 늑대의 눈빛이나 다름이 없었다.
"낙가 애송아! 칠마전의 힘은 위대하다.
백독마부가 칠마전에 드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네놈도 뜻을 바꿔 나의 수하가 되지 않겠느냐?
내 너를 칠마전에서 지극히 높은 지위로 올려 주겠다."
"하하… 심마가 갖고 있는 지위를 내게 주기 전에는 그 더러운 무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다."
심마가 갖고 있는 지위란 곧 전주의 지위였다.
"흐흐… 죽기를 자초하는군.
네 놈은 백독마부의 독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석진영은 독낭자에게 태산 같은 신뢰를 두고 외쳤다.
그러나 사실 크게 믿지는 않는 상태였다
. 그가 알고 있는 한 자신들의 사부가 아니고서는 낙헌지를 견제할 사람은 없었다.
그는 독낭자와 신비한 백의노인이 자신의 수하들과 힘을 합해
낙헌지를 막아 자신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흑응(黑鷹)이 있는 곳까지만 가면 살 수 있다.'
석진영이 눈알을 요사하게 굴릴 때 독낭자가 한껏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호호… 소전주님께 첫 번째 선물로 저 더러운 가짜 지옥제일검의 수급을 바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더욱 좋지."
독낭자는 몸을 홱 돌리며 검노인을 향해 명을 내렸다.
"저 놈을 죽여요!"
독낭자가 손끝으로 낙헌지를 가리키자 검노인이 우뚝 서 있다가
눈에서 회광을 발하며 낙헌지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깊은 족인이 새겨졌다.
검노인은 다름아닌 백의검제 이궁으로 정사오기 중 가장 강한 무공을 지닌 사람으로
석진영보다도 한 수 위의 고수였다.
그가 낙헌지를 향해 위풍당당하게 걸어가자
석진영은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발견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오… 백독마부에 저런 고수가 있었단 말인가?"
석진영은 그제서야 독낭자가 낙헌지의 수급을 베어 주겠다는 것이 과장의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음, 잘하면 또다시 도망가는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되겠군.'
검노인이 깊은 족인을 남기며 다가서자 낙헌지는 일단 뒤로 물러났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두려워 물러나는 것으로 보였으나 그것은 아니었다.
그는 백의검제와 싸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의검제, 나요!"
낙헌지의 전음에는 취마성이 깃들여 있었다.
"으음…!"
망신단에 혼백이 제압되어 있던 백의검제는
낙헌지의 취마음에 약간 정신을 차린 듯 눈을 크게 뜨며 몸을 세웠다.
낙헌지는 그의 눈빛에서 희미하게 살아나는 정광을 보고는 반색을 했다.
"나외다!"
"피… 피해라!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으으… 어… 어지러워!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겠다."
백의검제는 잠깐 제정신이 드는 듯하다가는 다시 망신단에 심령을 제압당한 모습이 되었다.
"지독하군. 망신단을 십 배나 강하게 썼군."
낙헌지는 좌절하고 말았다.
음공의 힘만으로 백의검제를 본래대로 만들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백의검제가 허리에 차고 있던 금검을 길게 뽑아내 가슴을 가리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금룡신검(金龍神劍)으로 백독마부주가 친히 하사한 명검이었다.
그가 검을 쥔 자세는 단홍칠절검식(斷紅七絶劍式)의 기수식으로 바로 무림맹 최고절학이었다.
금검에서 일 장 검강이 일어나자 모두 경악했다.
"와―!"
"오오, 무맹주 백의검제만이 일 장 길이의 검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들었는데…?"
"백독마부가 숨어 활동하면서도 단 한 차례 패하지 않아 기이하게 여겼더니
저런 고수가 있었기 때문이었군."
"가히 소전주만한 고수다."
낙헌지는 결심한 듯한 눈빛을 하고 백룡검(白龍劍)을 움켜쥐었다.
'어쩔 수 없군. 대를 위해 소를 버릴 수밖에.
어차피 운리신룡 영전에 검노인의 수급을 받치기로 맹세했지 않은가?
게다가 검노인도 이미 목을 내게 맡겼다고 약속한 바 있으니
내가 살계를 펼친다 해도 나를 원망할 사람은 없으리라.'
낙헌지는 검노인을 죽이리라 결심했다.
우선은 석진영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함이고,
검노인의 불행한 영혼을 죽음이라는 평화 속으로 보내 주기 위한 비장한 각오였다.
그의 모진 면이 진기를 발휘하는 셈이었다.
작금의 상황으로서는 절대 우유부단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백룡검이 길게 끌려나오자 독낭자가 흠칫 놀랬다
"아… 바로 그 놈이군."
독낭자는 그제서야 지옥제일검으로 변복한 인물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도계진에서 백독마부 고수들을 여럿 죽인 더러운 옷차림의 미청년임을 떠올렸다.
'으음, 그렇다면 검노인이 이기기 힘들겠군.'
독낭자는 바싹 긴장하며 미소를 싹 지웠다.
"우―!"
"치― 앗―!"
낙헌지와 백의검제의 몸이 동시에 오 장이나 떠올라 허공에 격돌하기 시작하며
검광(劍光)이 분지를 밝혔다.
번― 쩍―!
꽈르르― 릉―!
백룡(白龍)과 금룡(金龍)이 드잡이질을 벌리는 듯
노한 검파(劍派)가 허공에서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실로 무림사에 드문 초고수들의 격돌이었다.
검강을 뻗어내는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검기가 우박처럼 쏟아지며 지상을 강타했다.
퍼퍼펑―!
지옥궁의 웅장한 석전이 삽시간에 파괴되었다.
석진영과 독낭자, 그리고 지옥궁 무리들은
너무도 엄청난 격돌에 입을 딱 벌린 채 멀찌감치 물러서 있었다.
그 바람에 그들은 면전까지 들이닥친 또다른 위험을 간과하고 말았다.
콰― 콰쾅―!
갑자기 사방에서 폭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잇달았다.
"무… 무림맹(武林盟)의 습격이다―!"
"아― 악―!"
"병… 병선자(病仙子)가 무림맹의 정예고수들을 이끌고 왔다.
기문진이 파괴되었다―!"
"피하라, 으아악―!"
협곡이 순간적으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석진영이 낙헌지를 유인하기 위해 흘린 핏방울이
전혀 뜻밖의 강적을 협곡 안으로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협곡의 사위(四位)가 푸른 옷차림의 용감무쌍한 고수들에게 포위된 채
협곡 내 지옥궁 무사들은 빗발치는 듯한 폭전(暴箭) 아래 하나씩 쓰러져 갔다.
피피피핑―!
밤하늘을 물들이는 불꽃송이에 협곡의 밤은
이제 밤이라 불리지 못할 정도로 휘황찬란하게 물들였다.
"아아악―!"
"크애액…불을 꺼다오!"
무림맹의 고수들이 폭약을 매단 화살을 천여 발 발사해 골짜기 안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지옥궁 무리들은 사지가 찢기고 불에 그을린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천하를 향해 펼치려던 지옥도가 오히려 궁내에서 전개된 것이다.
한편, 낙헌지와 백의검제 사이의 비검(比劍)은 극한지경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허공에 뜬 채 검봉(劍鋒)에서 검기를 일으켜 맞댄 채 움직임을 중지하고 있었다.
검초로서 겨루는 것이 아니고 혼신공력으로 겨루기 시작한 것이다.
내공 대결이란 둘 중 한사람이 쓰러져야만 끝을 내는
아주 무서운 격돌이라 상승내공을 가진 사람도 두려워하는 시합이었다.
"으음…!"
백의검제의 옷자락이 심하게 펄럭였다.
노도처럼 밀어닥치는 낙헌지의 공력을 받아내기에는 너무도 힘겨웠던 것이다.
반면 낙헌지는 한 손으로 검기를 일으켜 검노인과 공력을 겨루는 가운데
주위를 살피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마음을 두 개로 쪼갤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무림맹의 기세가 대단하군.'
낙헌지는 불길이 십수 장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며
지옥궁을 비롯한 많은 가옥이 화마에 휩싸이는데 혀를 내둘렀다.
지옥궁은 무리들이 개미떼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쳐라―!"
"지옥궁 무리들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무맹 특유의 경장을 걸친 고수 이백여 명이 양쪽 절벽 위에서 훌훌 뛰어내렸다
. 그들은 협곡의 정면에서 물밀 듯 쳐들어오는 일단의 무맹고수들과 호응해
거대한 분지를 철통같이 에워쌌다.
지옥궁 안에 있는 무리들은 양쪽에서 적을 만나는 셈이었다.
가장 애가 타게 된 사람은 진짜 지옥제일검 석진영이었다.
보통 때였다면 혼자의 힘으로도 막아내겠지만 지금은 극심한 내상을 입은 채
자신의 몸조차 보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 게다가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낙헌지가 근처에 있었다.
'으음, 병선자가 기른 무림맹의 최정예 고수들이다.'
석진영은 자신의 수하들과 접전을 벌이기 시작한 무림맹 고수들의 얼굴을 살피며 사색이 되었다.
그는 무림맹의 총순찰이기도 했기에 무림맹의 속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맹에서는 구대문파의 최후의 격돌을 위해 정예고수 이백으로 결사대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무림맹의 결사대들은 무공과 암기술,
그리고 궁술(弓術)과 포박술에 한결같은 조예를 갖고 있는 무림맹의 방패들이었다.
이들이 모조리 다 나타났으니 지옥궁이 괴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상복마대진(四象伏馬大陣)으로 모두 사로잡아라!"
불바다로 화한 골짜기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하는 청의몽면여인 하나가 있었다.
그녀는 금강신(金剛神)같이 건장한 백삼장사 팔 인에 의해 보호받으며
싸움판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분지 가운데로 다가섰다.
청의몽면여인은 몸매가 하도 가늘어 곧 쓰러지지 않을까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몽면을 뚫고 나오는 눈빛만은 아주 신비로웠다.
"오를 지옥제일검을 놓치면 이런 기회는 다시 찾지 못한다."
연약해 보이는 청의몽면여인의 목소리에는 힘이 깃들여 있었다.
석진영이 흘린 핏방울을 따라온 이백 결사대는 청의몽면여인의 명아래
죽고 살기를 맹세한 바 있었다.
그녀는 이제껏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는
첫댓글 병선자의 실력을 구경해볼까?
즐감하고갑니다.
즐감 ~!
즐감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ㅈㄷㄳ
무림맹
감사합니다
즐감요~
즐감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