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팔백세 번째
예쁜꼬마선충이 두려운 이유
태풍으로 인해 연일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태풍이 아니라면 주기적으로 겪어야 했던 ‘장마’쯤으로 여겼을 겁니다. 그런데 그 ‘장마’라는 500년 전부터 쓰이던 순우리말이 사라질 예정이라 합니다. ‘장마’라는 기후 현상이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지금 지구는 1998년 이후 약 30억 개의 원자폭탄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가두고 있답니다. 들숨만 쉬고 날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지구 온도가 1,200년 만에 제일 뜨거운 상태라고 합니다. 기후 위기는 모든 위기를 압도하는 통제 불가능하고 회복 불가능한 위기이지만, 많은 이가 남 얘기처럼 바라봅니다. 문득 십여 년 전 상영되었던 <인 타임 In Time>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잔여 시간 1년이 제공됩니다. 사람들은 모든 필요한 경제활동을 이 시간으로 지불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 4분이 사라집니다. 버스를 타면 2시간이 날아갑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59년의 시간을 지불하고 스포츠카를 탑니다. 가진 시간을 다 써버려 시계가 ‘0’이 되는 사람은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그 시간은 사고팔 수 있기에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친 시간을 누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노동으로 시간을 사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누군가 맘씨 좋은 사람을 만나면 빌릴 수도 있고, 독한 마음을 먹으면 훔칠 수도 있습니다. 끔찍하지만, 사실 지금 우리는 자연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시베리아에서 얼음이 녹자 4만6,000년 전 예쁜꼬마선충(실벌레)이 발견되었답니다. 우리에게 면역력이 없는 그 작은 바이러스가 어떤 펜데믹을 가져올지 모릅니다. 단순히 기후가 어떻게 된다는 말이 아니라 생태계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