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어게인’ 당시 장르를 물으니까 ‘30호’라고 대답했던 이승윤입니다. ‘너 누구냐?’ 통상의 패턴에서 벗어난 독특한 노래에 기가 찬 듯 심사위원장이었던 유희열이 심사 당시 던진 말이었습니다. 그런 유희열이 결승전에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명의 스타가 생태계를 만들고 신을 만든다. 이승윤이 주인공이 돼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줬으면 좋겠다.’
◉싱 어게인 우승 후 유명 가수의 길로 들어선 이승윤이 어떤 길을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가 가는 길이 예사롭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승윤은 싱 어게인 마지막 결승전 라운드에서 이적의 ‘물’을 들고나왔습니다. 지난해 이적이 패닉 25주년을 기념해 낸 앨범에 담긴 곡이었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신곡으로 심사위원과 함께 호흡하며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이 노래의 ‘물’을 이승윤은 ‘꿈’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을 본 이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노래를 결승전에 들고나온 이승윤을 보고 ‘어, 이놈 봐라’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신기하고 고맙고 재미있어서 이승윤에게 연락해 소주 한잔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이적은 그 편곡으로 ‘물’을 같이 불러보고 잘 나오면 음반을 내자고 얘기했습니다.
◉이틀 전 유명가수전에 출연한 이적은 약속대로 이승윤과 듀엣으로 ‘물’을 불렀습니다. 그것도 이승윤의 버전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니 노래하는 내내 행복해하는 이승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적은 공연 도중 물을 마실 때마다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물은 팬이자 음악입니다. 이승윤을 파편이라고 부를 정도로 결이 비슷한 두 사람의 컬래버입니다. https://youtu.be/WAOSigCPY2k
◉유명가수전에 나온 유명 여성 가수들은 주로 이무진을 듀엣 파트너로 지목합니다. 이에 비해 남성 가수들은 주로 이승윤을 지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두 사람의 음색과 노래 스타일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이승철도 쉽지 않은 노래 ‘우린’을 함께 부를 파트너로 이승윤을 내세웠습니다.
◉AKMU(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작사/작곡해 35주년을 맞는 이승철에게 선물한 곡입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별의 감성을 담은 노래입니다. 도입부가 어려운 이 노래를 이승철은 2백 번 이상 녹음했다고 합니다. 듀엣을 위한 편곡도 두 사람의 화음도 뛰어나서 성공적인 듀엣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최대한 절제해가면서 노래하는 이승윤의 대선배에 대한 배려심이 엿보입니다. https://youtu.be/n_UsKzpOheU
◉‘싱 어게인’ 경연 당시 이효리의 ‘치리치리뱅뱅’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던 30호 가수 이승윤입니다. 아이유의 발라드 힐링송 ‘Love Poem’을 어떤 색깔로 노래할 것인지 궁금해할 만합니다. 자신의 보컬 색을 뚜렷이 드러내는 편곡으로 원곡과는 다른 애절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간간이 있는 스크라치가 오히려 매력이 되는 이승윤의 보컬이 빛을 발하는 ‘Love Poem’입니다. https://youtu.be/RevYAhCjLWk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는 국민송 수준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입니다. 가수 김연자의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준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승윤은 이 노래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새로운 노래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심장으로 부르겠다던 이승윤의 열창을 지켜본 김연자는 ‘재해석의 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https://youtu.be/5Fhco9XQn3Q
◉오랜 무명 시절 동안 찾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이승윤에게 이제는 러브 콜을 보내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지난달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ost에 참여했습니다. 그가 부른 드라마 ‘로스쿨’의 ost ‘We are’는 발매 당일 멜론 차트 ost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최고 명문 로스쿨의 교수와 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캠퍼스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기반으로 이승윤의 섬세하고 짙은 보컬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끌어갑니다. https://youtu.be/JHQbZ0eq8xA
◉이승윤은 이달 초에는 또 다른 드라마 ost에도 참여했습니다. 이승윤이 자칭 ‘방구석 가수’로 부르던 무명시절과는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만 합니다. 그 시절의 ‘방구석’ 노래를 한 곡 가져옵니다. 2018년에 이승윤이 만들고 부른 ‘달이 참 예쁘다고’입니다. ◉제목은 예뻐 보이지만 죽음 3부작 가운데 한 곡입니다. 그래도 죽음보다는 삶 쪽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두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얘기합니다. 죽어서 이름을 남기기 보단 살아서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보는 게 훨씬 더 소중하다고 합니다.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줄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줄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줄거야.’ 이쯤 되면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달은 사랑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VaQwO6W7PLw
◉어제는 예쁜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개기월식과 슈퍼문이 겹쳐서 ‘슈퍼 블러드문’이 나타나는 음력 4월 보름이었습니다. 저녁 무렵 흐린 날씨로 아쉽게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밤중에는 옅은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보름달 빛이 은은했습니다. 이런 날 뒤뜰에 가득한 달맞이가 노란 꽃을 피우면 기분 좋으련만 아직은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