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오 승 희
어떤 사람이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나 구절이 있느냐고,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었다.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이 구절을 성서 어느 곳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채로 오래 마음에 두고 가끔 생각해본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이 말은 생각 할수록 좀 어렵다. 옛날 황희 정승이 심하게 다투는 하인 두 사람을 불렀다. 한 사람의 말을 듣고 “네 말이 옳구나” 하더니 다른 하인의 말에도 “네 말도 옳다” 했단다. 이번에는 부인이 “이 말도 옳다 저 말도 옳다 하면 어떻게 아랫사람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하고, 항의하자 “듣고 보니 당신 말도 옳소”, 했단다. 과연 어려운 시절을 잘 다스린 명재상답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다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는 것, 크지도 작지도 않다는 것,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것, 삶에 있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인가. 나는 지금껏 어느 쪽으로 치우쳐 살았나. 지금 내 자리는 또 어떤가. 그동안 내가 원하고 힘썼던 일들은 내 분수에 넘치는 일인가, 못 미치는 일인가. 나는 볼모양 없이 작은가, 쓸데없이 큰가. 언제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늘 아리송하고 어렵기만 하다.
언 듯 하나님은 그 말씀을 누구에게 왜 하셨을까 궁금해졌다. 신앙심이 돈독한 선배에게 물어서 찾아낸 그 말씀은 구약성서 여호수아 1장 7절에 있었다.
‘오직 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극히 담대히 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한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라.’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나는 그동안 어디를 더듬고 있었나, 내가 늘 생각했던 의미와는 번지수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이 말씀은 모세를 따라 애급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을 광야에서 헤매다가 가나안 복지를 목전에 두고 모세가 죽자 다음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 때의 상황은,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피해 애급을 탈출하긴 했으나 40년을 광야에서 방황한 백성들은 극도로 피폐해 있었고 지도자 모세까지 죽자 심히 동요하고 인심도 흉흉했다.
그런 때 화약고 같은 군중을 이끌고 가나안 복지로 가라는 명령을 여호수아에게 하시며 내리신 말씀이다. 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하라고 거듭거듭 말씀하신다. 나 여호와를 믿고 내 율법을 좇아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 하신 말씀 이다.
나는 어느 성경공부 반에서 졸다가 앞뒤는 다 잘라먹고 딱 고 구절만 귀로 쏙 들어와 머리에 입력된 모양이다.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나를 의지하고 따르라, 하신 말씀을 '이쪽이요 저쪽이요' 하면서 계속 헤매고 있었으니 보기에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하고 괘씸했을까. 많은 기적들을 경험하며 애급에서 탈출한 백성들이지만 끊임없이 불평과 의심을 하며 광야를 헤매는 이스라엘 백성과 내 모습이 너무나 닮았다.
이 미련한 인간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마라’ 는 말씀의 뜻을 제대로 알기까지 너무 많은 일들과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이 말씀은 내 남은 날들의 확실한 좌우명이 될 것이다.
2000. 7.
첫댓글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어서 옮겨 왔습니다.^^
함께 감상하시지요~^^*
복용씨! 땡큐.
군수 취임식에 참석하러 시골에 내려갔다 왔네요.
옹달샘님 글부터 읽었습니다. 만난것 만큼 반갑습니다.
좌로 우로 치우치며 살고있습니다. 인생이 바빠서 눈칫것 살고있는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