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담보 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토지 감정 과정에서 비리가 잇따라 검찰에 적발돼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9일 부동산 감정가를 임의로 바꿔달라는 부탁과 함께 감정평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 등으로 감정브로커 이모(48)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 12월과 이듬해 5월 D 감정평가법인 황모 과장에게 특정 상가나 아파트의 가격을 실제보다 높거나 낮게 감정해 달라고 청탁하며 3200여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토지 감정가 높게 나오도록 해 주겠다" 속여
이씨는 작년 5월 은행에서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김모씨에게 "감정평가법인측에 힘을 써서 토지 감정가가 높게 나오도록 해 주겠다"고 속여 로비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도 이날 부동산 감정가격을 부풀려 한도 이상을 대출해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새마을금고 직원 임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임씨는 2002년 4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으려던 권모씨의 부탁을 받고 해당 토지가격이 2억3000만원에 불과했는 데도 6억원으로 허위감정한 뒤 권씨의 대출한도를 넘어선 3억6000만원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임씨는 권씨에게 대출한도 규정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권씨 부모 명의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권씨가 해당 토지를 사들일 자격이 없는 점을 우려해 일부러 타인에게 땅 소유권을 이전시킨 혐의(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도 함께 적발해 기소했다.
뒷이야기
감정가를 둘러싼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보상ㆍ대출ㆍ세금ㆍ매매 등을 통한 돈 문제가 얽혀있어 감정평가사는 그만큼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을 많이 받고 싶은 수요자는 감정평가사에게 부동산 가격을 높게 평가해달라고 요구할게 뻔하다. 평가사는 수요자가 올려달라고 해서 그냥 올려줄리 만무하다. 문제가 생기면 평가자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조건의 토지인데도 감정평가 금액이 다른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도 턱없이 차이 나 말썽이 된 일도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평가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서 그럴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가.
앞으로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정할 때 토지비의 경우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한다고 건교부 장관이 최근 이야기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관련 업체들이 감정평가금액을 잘 받기 위해 얼마나 로비를 벌일지 걱정이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