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난 20일 오전 경찰이 진압을 종료한 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함께 참사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신지호 의원. ⓒ뉴스한국
“용산 참사는 철거민의 도심테러” VS “철거민들이 절박한 생존의 몸부림을 하다 숨졌다”
서울시 도봉구 주민들은 두 정치인의 극과 극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첫번째 발언은 도봉구가 지역구인 18대 국회의원 신지호 의원의 말이고, 두번째 발언은 역시 도봉구가 지역구인 17대 국회의원 김근태 전 의원의 말입니다.
용산 참사를 놓고 두 정치인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용산 참사 현장에서 화재 사건을 일으킨 것은 시위 중이던 철거민 중 한 사람”이라며 고의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전국철거민연합회를 ‘반대한민국단체’로 규정, “용산 참사가 전철연의 도심테러 성격을 띤다”고 발언했습니다. 공안기관도 전철연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반면, 김근태 전 의원은 23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합동위령제에 참석해 숨진 철거민과 경찰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오늘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가량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주최의 ‘합동위령제’를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에는 전 김근태 의원이 참석했더군요. 21일에도 오시더니 23일에도 또 들르셨습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이 부는 현장에서 김 전 의원은 위령제가 열린 한 시간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정치인들이 잠깐 얼굴 내밀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뒤 바로 떠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코끝이 빨개져 수시로 손수건을 코에 문지르면서도 그는 끝까지 위령제를 함께 했습니다. 진관 스님을 비롯한 불교인권위원회 소속 스님들과 함께 숨진 여섯 분의 위패에 절을 하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기도를 한 뒤 그는 12시 넘어 자리를 떴습니다.
김 전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슬픕니다. 분노하고 있습니다. 여섯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철거민들이 절박한 생존의 몸부림을 하다 숨졌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유족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부검을 했습니다. 진상 규명한다면서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슬퍼해주십시오. 그래야 서민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늘도 슬퍼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가 목숨을 잃은 여섯분이 영면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의 연설은 들릴듯 말듯한 낮은 목소리로 흘러나왔습니다. 외롭게 죽어갔을 철거민의 심정을 옮긴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듣고 있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김 전 의원의 눈을 살펴보는데 그 역시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와 슬픈 눈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데, 김 전 의원이 슬픈 몸짓으로 서 있던 바로 그 자리는 한나라당 신 지호 의원이 사고 당일 찾았던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같은 자리에, 같은 지역구의 정치인이 찾았는데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도봉구 주민들은 이 두 정치인의 생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져 신 의원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신희씨는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도봉구민인데요, 신지호 의원님 힘내세요. 네티즌이라는 미명아래... 악성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행태가 여기서도 자행되고 있어 안타깝네요. 행여나 의원님께서 흔들리실까봐...걱정스럽기도 하고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적 구호만 난무하고 목소리 큰 양반들이 떠들어대는 논리가 마치 우리사회 전체의 여론인양 비쳐지고....침묵하는 다수의 민심은 묻히고...
의원님 너무 걱정마세요...침묵하는 다수가 의원님 뒤를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까요^^ ”
반면, 전범규씨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도봉구 주민으로 정말 쪽팔리네요.... 안녕하세요..도봉구에 사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투표하지 못한거에 대해 이렇게 후회하기는 처음입니다. 님께서 도봉구 의원이라니 그것도 김근태님을 어떻게 이겼는지 정말 이해가 안되는군요..정형근 이후에 이렇게 부끄러운 국회의원은 처음이네요..제발.. 어디 가시지 말구요. 도봉구에서만 일해주시길 부탁드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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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도봉구 주민들은 지난 해 총선에서 김근태 의원이 아닌, 신지호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도봉구 주민들이 신 의원이 국회에서 저런 말씀을 하시라고 뽑아줬던 것일지는 의문입니다.
김 전 의원을 좇아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이 곳에 왜 왔나요
=위령제를 지낸다 해서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어 왔습니다.
-이번 참사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적으로 보든 것 같았습니다.
-경찰의 진압작전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위험물질을 제거도 안한 상태에서 그렇게 (특공대원)들이 투입되어선 안됐습니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퇴하는 것이 맞습니다.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옹호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비판받고 지적은 받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양비론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국민이 함께 아파하면서 동시에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야 한다고 보시나요
=국민여러분이 함께 추모하고 분노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산층과 서민이 살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국민이 아파하는 곳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21일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한 김근태 전 의원
첫댓글 왜 좋은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