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살기운동의 알파 오메가
같이살기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한마디 하고는 잠잠하고 있는 듯해서 아니됐습니다마는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악의 부정만으로는 선은 아니 나옵니다. 몇 마디 정치비평보다 정성으로 하는 하나의 작은 행동이 더 산 창조를 합니다.
우리의 큰 걱정거리는 무지한 지배자의 사나운 정책에 있는 것 아니라 그로인해서 죽어드는 씨알의 마음에 있습니다. 앓지 않는 것이 재주가 아니라 앓으면서도 마음까지 앓지 않게 되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 속에는 선(善)의 씨가 살아 있습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받은 것이요 우리 조상들의 마음 밭을 거쳐서 그 특징이 생긴 것입니다. 그것이 있어서 우리가 있고 우리나라가 있습니다. 그것은 몇 해, 몇 십 년의 나쁜 정치로 결코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낙심하거나 겁을 집어먹어서는 아니됩니다. 그 씨 속에는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이 있다 합니다. 어떻게 시들었다가도 비만 오면 곧 파랗게 살아나는 이끼 모양으로 씨알의 마음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
같이살기운동은 그 시든 혼을 살려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물건으로 아는 모든 정치운동은 큰 것 같아도 크지 못합니다. 그 영향은 겉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골목에 망나니도 나라를 위해 독립전쟁에 나가면 모두 위대한 영웅이 됩니다. 시든 씨알을 불러 새 역사 창조의 의용군으로 내세우기 위해 같이살기운동을 해야 합니다. 잘하면 밥 한 그릇 옷 한 벌에도 귀한 영혼을 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사람대접 해주는 것이 같이살기운동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그러면 많고 적음, 잘나고 못났음을 걱정 말고 있는 것을 가지고 같이 살도록 힘씁시다. 깨어진 박 쪽 같은 우리 마음에 하늘이 준 선(善)의 씨를 담아 지쳐진 마음 앞에다 내밉시다.
씨알의소리 1972. 8월 13호
저작집30; 8- 73
전집20; 8-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