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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엄마랑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다른 건 왠만히 잘 푸는데 유독 수학 문제 중에서 빼기 문제는
항상 엉망입니다.
엄마가 묻습니다.
"자 24에서 7을 빼면 얼마가 나오지?"
아이가 말합니다.
"7요"
"뭐? 아니..어떻게 24에서 7을 빼면 7이 남아?
잘 봐 24에서 7을 빼면 17이 남는거야"
그런데 문제는..그 어떤 빼기 문제를 해도 아이는 여전히
틀린답을 말하는 겁니다.
하루는 엄마가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아이 방 정리를 해 주다가
학교에 가지고 가지 않은 일기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기장을 본 엄마는 아연실색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참 좋은 엄마시다.
그런데 수학문제를 풀 때면 나랑 싸우신다
어떻게 24에서 7을 빼면 7이 남지 17이 남는다고 하실까?"
이 글을 본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뭔가 보통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다음 날 소아정신병리과에 가 심리검사를 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야스퍼스 증후군
고기능성 자폐라 불리는 증상입니다.
즉 정상적 생활은 하지만 자폐성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이가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
겨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4 -7 = 17
이건 우리가 연상을 한 결과로 얻은 답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빼기 문제만큼은 연상을 못하고 말 그대로를 받아들인 겁니다.
즉 24에서 7을 빼면? 7이 남는 겁니다.
왜?
7을 뺐으니까 7이 남는다는 논리입니다.
34에서 4를 빼면 역시 4가 남는거죠
4를 뺐으니까..
그제서야 엄마는 아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선명하게 이해했습니다.
..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공감한다고 하면서
자기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공감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정한 공감은 상대의 문법을 파악하고 그 문법대로 파악해주는 겁니다.
아무리 내 방식으로 정성을 다한다하여 그게 공감이 될 수는 없는 겁니다.
저는 심리치료를 공부하면 할수록 제가 그동안 공감했다고 한
내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절대 그게 다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능력이 있고
내가 아무리 사랑이 많고 남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해도
그 모든 것들이 자기 방식의 이해요 사랑이라면
그것 자체가 또 다른 나르시시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아이에게 24 - 7 =
7이 맞는 겁니다.
평생 그렇게 믿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아이의 지적 능력 지적 수준이라면
그렇게 이해하고 그렇게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그 아이에 맞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언젠가 정말 문득
"아..24에서 7을 빼면..빼면..남은 것이..
7이 아니라..17이 될 수 있구나.."
그 사실을 자각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게 바로 헬렌 켈러의 스승 설리반의 교육방법이었습니다.
기적은 절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해의 깊이가 그 만큼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