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음력으로 윤삼월입니다.
지난 4월 20일이 음력으로는 3월 30일 그믐, 그 날이 절기로는 곡우였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인 4월 21일은 음력으로 윤삼월 초하루. 윤삼월은 내일 일요일까지입니다. 양력 5월 20일은 음력으로 윤삼월 30일 그믐.
조상들 산소 이장은 흔히들 윤달에 많이 합니다. 지난 5월 10일에 제 외할아버지 산소를 부여에서 서천군 판교면으로 이장했습니다. 저도 어머니와 이모를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외할아버지 산소가 있던 곳은 규암면 진변리. 부여에서 백마강 건너편에 있는 곳이죠.
진변리에서 부여 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이날 운무가 끼어서 시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앞에 보이는 강은 백강. 강 건너편은 구드레 나루 쪽. 희미하게 보이는 뒤쪽의 나즈막한 산은 부소산.
진변리에는 부산 서원이 있고, 백강 이씨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백강 이씨는 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의 한 지류이죠.
이 부근에서는 예전에 행세하는 집안이었습니다. 황필주님은 잘 아실 듯.
황우석의 황씨 집안도 알아주던 집안. 학자풍의 집안으로 존경받던 집안이었죠.
진변리에서 바라본 백제교.
다리 우측에 나무가 무성한 조그만 봉우리는 수북정과 자온대가 있는 바위 언덕.
부여 사람들은 백제교를 김종필이가 놓아 준 다리라고들 말해왔죠. 김종필이 없는 다른 동네에도 다리는 다 있더구만.
앞에 보이는 다리는 새로 만든 백제교이고, 김종필이가 놓아 줬다는 구 백제교는 바로 그 뒤에 있습니다. 낡아서 승용차 일방통행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제교 왼쪽은 부여. 오른쪽은 규암.
원래 규암은 번성하던 동네였는데 백제교가 생기고 나서 망해버렸습니다. 규암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시외버스들이 그곳에서 시동 끄고 한 이십분쯤 쉬다가 배를 타고 부여 쪽으로 건너가곤 했습니다. 다리가 생긴 뒤로는 잠시 섰다 그냥 지나가 버리게 되었죠.
규암장도 큰 장이었습니다. 소시장도 있고 소시장 뒤쪽으로는 농협창고와 극장도 있었고. 당시 극장 안의 의자는 한명씩 앉는 개인의자가 아니라 여럿이 앉는 기다란 벤치 스타일이었어요. 옛날 예식장처럼 남자석 여자석이 분리되어 있었고. 백제교 생긴 뒤로는 규암장도 시시해져 버렸습니다.
진변리에서 규암 쪽으로 난 길
진변리에서 서천군 판교면으로 산소를 무사히 이장하고 어머니와 이모를 모시고 판교장으로 갔습니다. 이장하면서 일꾼에게 그 날이 판교장이라고 들었거든요.
판교장에 가 보니 장날이라는데 어무나 썰렁하더군요.
원래 판교장이 그리 큰 장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물건 파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손님은 하나도 없다시피하고.
장 한편에 왜식으로 지은 2층집이 있었습니다. 그 앞에 무슨 생선을 말리고 있었어요.
말리고 있는 생선은 맛대가리 없는 망둥어인 것 같은데, 위쪽의 큰 생선은 뭔지 모르겠네요.
썰렁한 어물전. 파는 사람도 몇 안되고 사는 사람도 없고.
이모님이 새우젓 만원 어치를 사셨습니다.
새우젓을 샀더니 갈치도 좀 사라더군요. 잔 갈치인데 그래도 맛은 괜찮다면서.
만원에 일곱마리.
어머니가 삼만원 어치를 사셨습니다. 만원어치는 이모님 드리고 만원 어치는 운전하느라 수고했다며 저 주시고, 만원어치는 어머니 가져가시고.
삼만원 어치 21마리를 다듬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생선 파시는 할머니는 81세인데 혼자 사신다더군요. 칼로 비늘을 박박 긁어내고, 가위로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칼로 토막을 내고.
갈치를 다듬는 긴 시간 동안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맛갈나는 충청도 사투리.
한쪽에는 다른 아주머니가 생선을 다듬고 있더군요.
아주머니 오른쪽에 있는 생선은 '장대'라는 생선.
뒤쪽 둥근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생선은 '박대'라는 생선
바로 이것이 서천 명물 박대입니다.
가자미처럼 납작한 생선이죠. 서해안의 서천, 장항, 군산 등지에서 잡히는 생선이죠.
고급 생선축에 들지는 않지만 이 박대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껍질을 벗기고 반쯤 말린 박대
열마리에 만원.
이것도 삼만원 어치를 샀죠.
납작하여 살이 많지는 않지만 구워 놓으면 뼈에서 살이 잘 떨어집니다. 먹기 편한 생선이죠. 맛은 담백한 편.
박대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쯤 말린 박대를 한 백마리 쯤 택배로 주문하여 냉동실에 넣어 놓고 먹기도 한답니다.
장 한쪽 편의 철쭉꽃
잔 갈치 7마리와 박대 10마리를 가져왔는데, 아직 다 먹지 못하고 냉동실에 남아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의 정체를 다 밝혀 버렸네요.
첫댓글 박대.장대라는 괴기는 꼬들꼬들 말려서 굽거나 짜갈짜갈 끍여서 접수시면 맛이 괸찮습니다
천대받는 망둥이도 첮눈올무렵무수 썰어놓고 짜글짜글 끍이면 좋아요,판교에서 냉면맛을 잊으셨군요,ㅎㅎㅎㅎㅎ그런데요,규암에서 기억나는페이지는
땟목(?)에서 내린버스가 오르막길을 올라서면서 호떡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무수'라는 단어 오랜만에 들어 보네요.
저는 시골에서 살다 서울로 왔지만 두살 아래 제 동생은 어려서부터 서울에서 자랐어요. 그러나 집안 사람들이 충청도 출신이라서 충청도 말을 많이 듣고 자랐지요.
제 동생이 국민학교 1학년 때인가 시험을 보았는데, '무우'를 그려놓고 한글로 이름을 쓰라는 문제였습니다.
제 동생은 충청도 말로는 '무수'이지만 표준말로는 한 글자인 '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라고 답을 쓰려니 네모칸이 두칸이라.
동생은 표준말인 '무'라고 쓸 것인지 사투리인 '무수'라고 쓸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두칸을 채우기 위해 '무수'라고 답을 써서 틀렸지요.
답은 당연히 두 글자인 '무우'
ㅋㅋ
저도 옛생각이 나네염. ㅋ
아주 옛날, 제가 아르바리트 삼아 초등학생 과외를 했는데요~
화물선과 여객선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난 후
"짐을 실어 나르는 배를 화물선이라고 한다. 그럼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는 무엇이라 할까요?" 라고 질문을 하니
거침없이 "사람선" 이라고 대답하던 초등학생이 생각 남. ㅋ
대학 때 여친의 고3 남동생을 가르치는데,
이 친구 정말 벼를 쌀나무라고 하더군요.
경상도 문디들은 무시라고 하던데...
너무 귀엽고 즐거운 일화들이시네요.........무수........사람선........쌀나무..........
맛갈나는 설명에 소설 한권 읽었습니다..
한번도 안먹어봤음. ㅠ
담백한 맛이면, 먹어 본 것 같기도 하고,
꼬들꼬들허니 술안주론 짱!
이겠습니당.
말린 것을 보니... 박대와 서대의 구분이 안 될 것 같은데...
혹시 전라도에서는 서대, 충청도에서는 박대 이렇게 부르는 것이 아닌지요?
가자미 말린 것 같네요...........처음 보는 물고기입니다......박대?
삶은 때로 아득하기도 하구. 때로 투박한 일상처럼 저마다 느껴지는... 그리고 화무십일홍 ...
근데 죽순님 고향을 처음으로 커밍아웃 했는데.....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셨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