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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계열사 논란 끝에 지난해 오리온에 흡수 합병된 과자포장지 회사 아이팩과 관련해 오리온그룹의 해명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단독] 이혜경 “상속재산 아이팩, 담철곤이 동의 없이 소유” 참조).
오리온은 지난 11월 28일 이화경 부회장과 담철곤 회장 부부가 제과와 아이팩 차명지분을 고 이양구 동양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았다고 했다. 그러더니 29일엔 담 회장이 1989년 거래처인 삼보에이팩이란 회사를 통해 아이팩을 인수했고 이양구 회장이 아이팩을 소유했거나 상속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12월 1일 또 바뀌었다. 왜 이러는지 따져봤다.
지난 29일 약탈경제반대행동과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담 회장과 아들 담서원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죄’, ‘조세범 처벌법’상의 ‘조세포탈죄’ 혐의로 고발했다.
2011년 담철곤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비즈한국’이 확인한 결과 담 회장은 아이팩이 이양구 회장 자녀에게 상속된 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담 회장은 “이양구 회장께서 (생전) 아이팩의 전신인 신영화성공업을 인수 후 오리온에 재직하던 박○○에게 신영화성공업의 대표이사를 맡기고 박○○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명의신탁 형식으로 차명보유하고 있었다”며 “이 회장이 돌아가시면서 자녀들인 이혜경, 이화경에게 상속이 이루어졌고 2001년 경 동양그룹이 오리온그룹과 계열분리를 하면서 제과부분에 속하는 아이팩은 오리온그룹 측으로 귀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1일 “해명이 바뀐 이유는 워낙 오래된 일이라 그룹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며 “1989년쯤 담 회장이 당사와 거래처인 삼보에이팩이라는 회사를 통해 자회사나 사업부문인 것으로 아는 아이팩을 인수했다”고 했다.
하지만 삼보에이팩과 아이팩, 두 회사의 회사소개와 연혁을 보면 전혀 별개의 회사로 드러난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이양구 회장이 1983년 부도 상태였던 신영화성공업을 그 해 차명 인수했다. 그후 신영화성공업은 신농, 아이팩으로 개명했다. 이 회사가 아이팩이다. 이 회장 사후에 부인 이관희 씨와 두 딸인 이혜경 전 부회장, 이화경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아이팩은 2011년까지 오리온그룹의 위장계열사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며 “삼보에이팩은 1942년에 설립된 회사로 포장지 납품과 관련해 오리온의 주요 거래처다”라고 밝혔다.
2011년 담철곤 회장은 아이팩 등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았으나 2012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비즈한국’의 지적에 오리온은 “2001년 옛 동양그룹이 동양과 오리온으로 분리되면서 아이팩과 관련해 총수일가 간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제과와 밀접한 아이팩도 오리온으로 넘어간 것으로 안다”며 “이혜경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아이팩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았고 상속자라면 아이팩이 수차례 배당을 실시하는 사이 왜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 전 부회장도 아이팩을 담 회장 소유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1월 동양 채권자 비대위와 오간 내용증명과 확인서에서 2008년부터 2012년 자신의 차명 보유 아이팩 지분과 관련 PLI와 담 회장에게 이전됐는데 상속인으로서 동의 여부와 관련해 “(담 회장이) 자신에게 물어본 적도, 동의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담 회장은 임의로 이 전 부회장의 상속재산을 가로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될 상황이다.
김대성 동양 채권자 비대위 수석대표는 “이혜경 전 부회장은 친필로 아이팩 차명 지분에 대해 자신도 상속자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오리온 측 입장대로 이양구 회장의 아이팩과 관련해 명확하게 정리된 입장을 정리한 유언장을 가지고 있다거나 도장을 찍은 서류가 없다면 발뺌을 할 수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오리온은 28일 직접 찾아왔고 또한 문자를 통해 검찰 고발을 취소하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약탈경제 반대행동 운영위원 이민석 변호사는 “담철곤 회장이 2012년에 아이팩에 대한 지분을 실명 전환할 때 상속인인 이혜경 전 부회장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상속재산을 침해당했으며 소송을 통해 아이팩 차명지분에 대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오리온 해명이 황당할 뿐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