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의 작은산 서대문 안산(鞍山)
길도, 숲도, 꽃도, 나무도 좋아라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 145(천연뜨란채APT)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1번 출구.
마을버스 서대문02번 환승. 천연뜨란채APT(안산 등산로) 하차
서대문 안산
정상의 무악산 동봉수대 밑을 제외하면 산행 같지 않다.
그저 약간의 높낮이가 있는 산책로 다.
굳이 벚꽃광장과 메타세쿼이아숲과 느티나무 단풍로가 아니어도.
그래서 좋다. 조선의 도읍이 될 뻔했던, 서울이 보석처럼 숨겨둔 산이다.
안산만의 오붓함
서울은 산이 많다.
서울의 내사산은 북악산과 낙산·남산·인왕산이다.
조선시대부터 도성의 방어선이었다.
외사산은 북한산과 관악산, 용마산과 덕양산(행주산성)이다.
도성의 바깥 방어선이었다. 그리고 도봉산·청계산·수락산 등등이 있다.
어디서나 산이 들고나니 천혜의 공원이고 요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벼운 산행을 나설 수 있어 좋다.
도심은 사계절 잿빛이지만 산의 풍경은 사계절이 제각각이다.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서울의 자랑이다.
서대문 안산(鞍山) 역시 서울에 있는 산이다.
서울에 있지만 모르는 이가 많다. 보물처럼 감춰진 산이다.
295.9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 말의 안장같이 생겼다 해 길마재라고도 한다.
이를 한자로 쓰면 안현(鞍峴)이다. 모래재나 봉우재라는 이름도 있다.
모악산(무악산)이라고도 한다.
부아암(負兒岩), 북한산(인수봉)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양새라
이를 달래는 어미산으로 모악(母岳)이라 한다.
조선 태조 때 하륜은 모악산을 등지고 있는 신촌 일대를 신도읍으로 추천했다.
터가 좁아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때는 수도 후보지였다니.
접근성도 좋다.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과 독립문역,
5호선 충정로역과 서대문역에서 출발해 오를 수 있다.
서대문구청·연세대 기숙사·봉원사 등에서도 가능하다.
복잡한 길일 듯하지만 길은 또 하나로 이어져 만난다.
18개 동에 걸쳐 있고 등산코스만도 10여 개에 풍수지리학상 음산(陰山)이라
약수터도 27여 개에 달한다. 백련산과 병행한 등산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산세가 다정다감하다. 안산의 산길만이 가진 오붓함이 있다.
순박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여러 코스 가운데 충정로 쪽 천연뜨란채 아파트에서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뒤편 ‘만남의 광장’까지가 가장 긴 코스다.
길다고 해봐야 넉넉잡아 두 시간 30분에서 세 시간이면 족하다.
경기대학교를 지나 안산 등산로의 입구 천연뜨란채에 이른다.
최초의 시민아파트인 금화시민아파트가 있던 자리다.
당시나 지금이나 서울을 품는 화려한 풍광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안산을 오르는 길은 그저 동네 뒷산인 양하다.
길은 가파른 듯하지만 금세 경사가 수그러든다. 적당히 오르내린다.
또 적당히 굽이친다. 군데군데 운동시설도 많고 쉼터도 넉넉하다.
쉼터마다에 시계를 걸어둔 것도 흥미롭다.
굽이치는 서울성곽을 동무 삼는 내사산을 걷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산길은 순박하고 요란스럽지 않다. 숲속의 오솔길을 닮았다.
인왕산의 절경도 안겨온다.
그 사이로는 또 언뜻언뜻 아파트 풍경이다. 도심도 지척이다.
갈림길에서는 부러 좁은 길을 따라 걸어본다.
길이 좀더 한적하고 좁아지므로 숲은 좀더 풍요롭다.
바람이라도 불면 가지들이 부딪치며 웅성거린다.
봄날에는 벚나무나 산수유·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5월이면 간간히 해방 전에 심었다는 아까시나무 꽃향기도 날아든다.
가을에는 팥배나무나 당단풍나무가 곱게 물든다.
사계절 푸른 소나무나 잣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수종이 다양해 산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불어 수맥이 풍부한 음산임을 증명하듯 나무에는 이끼들이 무성하다.
이 또한 안산스러움이다.
봉수대를 향하는 중간쯤의 능안정에서 잠깐 숨을 돌린다.
옛날에는 육모정이라 했다. 아직도 그리 부르는 이들이 많다.
이제 30분 남짓 걸어온 것이다. 능안정을 지나 얼마나 걸었을까.
비로소 봉수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봉수대가 보일 때쯤에는 이미 딛고 선 자리가 바위 능선이다.
발끝에서 뻗어나간 바위들은 정상의 봉수대까지 얽히고설키면서 가파르게 달려간다.
그리고 능선 가까이의 아파트 단지에서
먼발치의 북한산까지 풍경은 거침없이 내달린다.
정상을 앞두고 숨을 고른다. 바위가 넓어 잠깐 쉬었다 가도 좋다.
바위의 틈새를 돌아 봉수대다. 정확한 명칭은 ‘무악산 동봉수대 터’다.
남산의 제3봉수대에 보고되기 전 마지막 봉수였다.
1994년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해 복원했다.
아직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한 봉수대다.
과거에는 먼 산에서도 연기나 불빛을 알아볼 수 있게 탁 트인 시야에 자리 잡았겠지.
이제는 그 시야를 봉수 대신 사람들이 갖는다.
북한산의 쪽두리봉에서 향로봉·비봉·승가봉 등이 들고난다.
가까이로는 인왕산과 그 너머의 북악산과 천마산·아차산까지
서울의 산세가 차례로 능선을 이룬다.
그 품에 안긴 서울 도심의 높고낮은 건물들도 들어찬다.
눈앞에 자리한 서대문형무소도 또렷하다. 건물의 배치 하나하나까지 선명하다.
295.9미터의 낮은 산이라 얕잡아볼 수 없는 풍광이다.
안산의 진짜 매력을 비로소 알 법하다.
안산(鞍山)이 곧 안산(安山)
봉수대에서 안천 약수터 방면으로 향하면 홍제사까지 이르지만
보통 무악정 방향으로 하산한다. 무악정은 2층의 제법 큰 정자다.
하지만 전망대 역할을 할 만큼 좋은 풍경을 품지는 못한다.
산행에 나선 이들에게 이정표 역할이 크다.
내려가는 길은 무악정에서 갈라진다.
옥천 약수터를 지나 만남의 장소로 향하거나 이대 후문 쪽의 봉원사 방면으로
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봉원사는 도선국사가 889년에 창건한 고찰이다.
반야사가 그 전신으로 대한불교태고종(太古宗)의 총본산이다.
안산만큼 가치 있는 사찰이다. 일주문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역시 보물처럼 숨어 있다.
사찰을 둘러싼 숲도 짙다. 은근히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옥천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은 좀더 대중적이다.
안산의 화려한 풍광이 곳곳에 자리한다.
옥천 약수터에서 맥천 약수터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산림욕장이다.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소나무 군락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중 메타세쿼이아 군락이 으뜸이다.
하늘을 찌를 듯 자라난 메타세쿼이아의 무리는 탄성을 자아낸다.
절로 큰 심호흡이다. 맑은 산소가 가슴 가득하다.
마치 날개라도 단 것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연흥 약수터에서 만남의 광장에 이르는 느티나무 가로수길이 이어진다.
도로를 따라 좌우로 도열하듯 길을 연다.
약 2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은 안산의 가을이 안기는 최고의 매혹이다.
도로 위로 웃자라 기어이 하늘을 가리고 노랗거나 주홍색의 터널을 만든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그 길을 걷는 낭만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안산의 산길이 주는 감흥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서대문구청 뒤편으로는 벚꽃광장 일대에서 안산 중턱까지
가을을 시샘하듯 봄날의 벚꽃이 만개한다.
경사진 능선을 따라 피어난 벚꽃은 여의도의 윤중로 못지않다.
돗자리를 깔고 꽃그늘에서 쉬는 이들의 표정은 꽃만큼 화사하다.
부러 안산으로 찾아드는 이들도 있다.
만남의 광장 주변으로는 자연학습장도 있다.
자그마한 연못과 꽃터널 등으로 꾸몄다.
길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으로도 이어진다.
아이들의 체험학습 코스로도 제격이다. 야간산행으로도 각광 받는다.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낮의 전경만으로도 가히 짐작하고도 남겠다.
안산(鞍山)이 안산(安山)인 줄 아는 이가 많다더니 충분히 그럴 법하다.
안산의 길을 따라 걸으면 절로 평안한 마음이 인다.
그리고 계절 따라 피워내는 향기는 마음을 들뜨게 하는 힘마저 가졌다.
그저 서대문구 안에만 가둬두기에는 그 매력이 차고 넘친다.
출처:오!!! 멋진 서울
글: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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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기가 별로인데 , ....
도심속의 환경은 모두가비슷하지요 이것저것가리고 다닐수야! 무조건 산행과자연환경은 어울리면 좋지요. 도심속에 작은산 얼마나좋을까요!. 오늘도 건강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