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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애니메이션, 일본, 127분, 2013년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늘과 비행에 대해 유난한 관심을 가져왔다. <붉은돼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미래소년 코난> 구체적인 비행기가 나오는 것 외에도 비행과 하늘은 유난히 많이 나온다. 동시에 그는 생태의식을 갖고 반전을 애니메이션에 꾸준히 담아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모순적 실존의 문제의식을 안고 있기도 했다. '붉은돼지'가 아웃사이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비행기 설계가인 지로는 모순 속에 자신의 꿈을 묵묵히 실현해나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야오가 전범을 옹호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하야오 안에 모종의 운명론적인 태도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근대 기술의 향상이 전쟁무기 생산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서 발전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원자력도 전쟁과 원자폭탄을 계기로 실현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운명론과 맞서야 할지 모르겠다. 하야오가 지로의 순수한 꿈, 아름다운 꿈을 옹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럼으로써 전쟁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맞지만, 차라리 꿈의 성취보다 꿈의 좌절을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 지나쳐 냉철하게 비판해야 할 부분을 더 치열하게 파고들지 않고 낭만적 희생자로 그려놓은 것이 아쉽다. 제목 '바람이 분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발레리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시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대학 시절 시를 썼는데 후배가 시를 읽으며 이 구절을 얘기했던 것 같다. 삶을 응원하고 고취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하야오가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우리에겐 원수더라도 나름 힘들고 암울한 시대를 살아간 세대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까?
= 시놉시스 =
`잊을 수 없어요. 바람이 당신을 데려온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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