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주(週),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한여름의 뼛속 깊은 열기가 온 땅을 감싸고 있다. 경남의 중심, 의령군 13개 읍면에서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뜨거운 햇살은 거리를 지나는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계절이다. 이 고된 여름의 한가운데서 모든 국민이 폭염을 잘 이겨내길 소망하며, 2026년 열네 꼭지째 칼럼으로 시간(時間: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어보고자 한다.
한자의 원형을 밝힌 한나라의 한자 사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시간을 다음과 같이 파자(破字)하여 설명한다. 때 시(時)는 日(해 일)과 寺(관청/절 시)가 결합 된 형성자로 日을 뜻으로 삼고 寺를 소리로 삼았다. 日(일)은 태양의 일주운동과 자연의 순환을 뜻하며, 寺(시)는 갈지(土=之의 변형)에 규칙 촌(寸)을 받친 글자로, 질서와 마땅함을 받들고 나아간다는 뜻을 내포한다. 즉, 時는 해(日)가 규칙적(寸)으로 움직이는(土=之) 데에서 결코,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해의 움직임이자 자연이 정해놓은 거스를 수 없는 질서와 순환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아침·점심·저녁, 그리고 사계절의 섭리를 의미한다. 7월 폭염의 뜨거움 또한 이 유구한 계절의 순환 속 한 지점에 불과하다. 시대(時代: 역사적 구분의 하나), 시속(時速: 한 시간에 달리는 속도)가 좋은 용례이다.
사이 간(間)은 門(문 문) 사이에 日(해 일)이 들어간 회의자로, 두 닫힌 닫집 문 사이로 비쳐 드는 따스한 햇살의 틈새, 혹은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여백과 휴식을 뜻한다. 즉, 間은 쉼 없이 달려가는 억척스러운 흐름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와 틈새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란 단순히 흘러가는 1초, 1초 숫자의 집계가 아니라, 자연의 엄정한 순환(時) 속에서 우리가 찾아내야 할 지혜로운 여백과 숨 고르기(間)라는 깊은 뜻을 품고 있다. 근간(近間: 요사이), 간첩(間諜: 스파이)이 좋은 용례이다.
동양에서 삶의 지혜서인 《채근담(菜根譚)》에는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시련과 무더위의 시기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다음과 같은 경구가 담겨 있다. 樂處樂 非真樂,苦中 樂得來,纔見心體之真機(낙처락 비진락, 고중 낙득래, 재견심체지진기: 즐거울 때의 즐거움은 참된 즐거움이 아니요,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어야 비로소 마음의 참된 움직임을 보게 된다.) 라 하였다.
폭염이라는 시련은 우리의 몸을 지치게 만들고 마음을 조급하게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채근담》은 무더위와 불쾌함이라는 외부의 동(動: 움직일 동)과 고(苦: 쓸 고)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잡는 동중정(動中靜: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이 있다)의 지혜를 당부한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 수풀이 우거지는 한여름의 불볕더위는 곡식을 영글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자연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뜨겁다고 불평하며 조급해하기보다, 이 시간 역시 결실을 위한 필수적인 순환임을 받아들이는 심평기화(心平氣和: 마음을 평안히 하고 기운을 화평하게 함)의 태도가 필요하다.
다음 달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는데, 8월의 폭염 중에도 삶의 틈새(間)에서 친구들과 차 한 잔의 여유 찾기를 바라며, 바쁜 일상과 폭염의 기세에 압도되기보다, 하루 중 잠시 문을 열고 바람을 쐬듯 스스로에게 間(사이/쉼)을 허락하면 좋겠다. 충분한 수분 보충과 휴식, 그리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배려는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하는 가장 강력한 그늘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아무리 강렬한 뙤약볕이라도 계절의 순환을 이길 수는 없다. 時의 섭리에 따라 머지않아 서늘한 가을바람이 우리 이마의 땀방울을 씻겨 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거제도 둘째 형 댁에서 폭염의 한복판을 지내고 계시는 구순(九旬)의 필자의 어머니와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채근담》의 가르침처럼 마음속에 작은 그늘나무 한 그루를 심고, 시간(時間)이 주는 지혜로운 틈새와 휴식을 휴가철 가족들과 나누며 건강하게 이 무더위를 잘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 時 | = | 日 | + | 寺 |
| 때 시 |
| 날 일 |
| 관청 시 |
| 間 | = | 門 | + | 日 |
| 사이 간 |
| 문 문 |
| 날 일 |
2026. 7. 25.(토) 중복날, 의령군민공원 기오름마당 앞 나무수국 앞에서...
첫댓글 덕분에 힐링하고갑니다 더운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
네, 감사합니다. 연일 폭염이 심합니다.
지치지 않는 여름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