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섭 교수님의 <어떤 두 제자>에 대한 칼럼을 읽고
- 문학평론가 송하섭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엊그제 카톡으로 송 교수님과 이런저런 문자 나누면서 깜빡 잊은 것이 있습니다. 충청권 일간지 금강일보 10월 12일 자 송 교수님의 귀한 칼럼 옥고를 오늘에야 읽었으니, 그럴 수밖에요.
카톡으로 안부 문자를 드릴 때는 저의 근황과 졸고 얘기를 중심으로 나누었고, 송 교수님의 일간지 칼럼 옥고를 언급조차 못했으니, 저의 게으른 불찰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 송하섭 교수(문학평론가)님의 저서 《어쩌다 여든 살》 에 소개된 <저자 프로필>
▲ 가장 최근에 송 교수님과 나눈 카톡 문자 - 한미순 시인의 색바랜 편지 사연과 함께 30년 전에 쓴 나의 부끄러운 졸필 한시도 첨부했다.(2021.10.12.)
▲ 언제나 따뜻한 정이 배어나는 송 교수님의 카톡 문자 답장(2021.10.12.)
오늘 뒤늦게 읽은 송 교수님 칼럼 옥고는 도입부에 사례로 등장하는 충격적일 만큼 ‘거만한 도지사 제자’ 때문에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했습니다.
독자가 글 속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힘을 가진 칼럼. 이런 몰입도 높은 글을 만나면 저는 반가움을 넘어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마치 소설작품에서 긴장감 넘치는 클라이맥스라는 고개를 숨차게 넘어야 정작 <작가가 숨겨 놓은 결말>이 안개 걷히듯 드러나듯이, 송 교수님의 이번 칼럼에서 <살짝 가려졌던 극적인 주인공(S교육감)>을 찾아냈습니다.
경찰 정보관 경력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노안에 접어든 저의 시력은 내세울 게 못 되어도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는 본능적인 촉(?)은 아직도 현직 정보관 못지않은 감각을 지녔다고 자부합니다. (아뿔사, 정답이 아니면 어쩌나? <오징어 게임>도 아닌데 용서해 주시겠지....)
그러면 제가 과거 정보관 경력의 직관으로 짚어 본 <글 속의 주인공>을 찾아 독자와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송 교수님 칼럼 옥고가 안내하는 대로 ‘교육 현장’의 길을 걷다가 과거 제가 스케치한 ‘문학 행사 취재기(取材記)’를 참고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송 교수님, 귀한 옥고를 읽게 해주셔서 거듭 감사합니다.
2021.10.14.
윤승원 올림
【금강칼럼】
교사와 학생, 그리고 스승과 제자
금강일보 2021.10.12 16:21
송하섭 전 단국대 부총장
오래 전에 작고하신 윤석병 교육감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군사정권 시절 한 군출신 인사가 그의 고향인 K도의 지사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그로서는 금의환향의 짜릿한 흥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마침 그의 고향에는 그의 초등학교시절, 그를 가르친 담임선생님이 아직도 교직에 몸담고 계셨다고 한다.
이 노(老) 교장선생님은 자신이 평교사 때 가르친 제자가 도지사가 되어 부임해 왔으니 그 기쁨이 어떠했겠는가. 마치 자기가 도지사라도 된 듯 기뻤다고 한다. 나도 평생 교직에 있었지만 제자의 성공이야말로 교직의 보람인 것이다.
그래서 시골의 이 노교장은 도지사가 되어 온 제자를 만나 축하와 격려를 하고싶은 심정에서 도청을 방문했다고 한다. 수위실에서부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사실에 들어가게 되었단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지사실에 들어섰는데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빤히 쳐다보면서,
“어찌 오셨어요. 뭐 부탁이라도 하실 일이 있으세요?”
하더라는 것이다. 이 말과 행동에 너무나 실망한 노교장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다가 되돌아 나와서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내, 또다시 저런 제자를 키울 수 없다.”면서 사표를 던졌다는 이야기이다.
'제자 사랑, 스승 존경'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늘 강조되고 있는 교육계의 윤리라 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사는 많은데 스승은 없으며, 학생은 많은데 제자는 없다'는 걱정들이 만연해 있다.
제자를 위하여 많은 것을 희생하는 교직자의 미담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스승의 고마움을 잊지 않아 정성을 다한다는 아름다운 제자의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앞의 이야기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이 도지사가 된 제자에게 존경 받을 인격을 갖춘 분인지 그렇지 못한 분인지는 나는 모른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도지사가 된 그가 어린 시절 자신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찾아오셨는데 큰절까지는 모르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무슨 부탁이나 하러 온 민원인 취급을 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승에 대한 그 정도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도의 행정 책임자가 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스승에게도 그러할진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했겠는가.
나의 고등학교 교사 재직 시절의 제자들이 교직에서도 모두 정년을 했다. 어쩌다 그들과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오늘의 교육 현장이 걱정스러운 경우가 많다. 인격적인 교류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교직에 실망하여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사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수업시간은 입시 학원이 되어 있고, 생활지도는 지극히 사무적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르침을 고마워하기보다는 월급 받고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할 뿐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학부모들까지 그런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의 전달자일 뿐 인격을 수련하는 기관이라고 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가령, 가정에서 부모는 학비나 대주면 자기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자식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교사는 지식만 가르치면 그만이라고 한다면 학생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 이전에 인격자이어야 하고, 학생은 지식과 더불어 스승같은 인격을 갖추고자 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먼저 교육과 교육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교사는 스승이 되어야 하고, 학생은 제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나는 위의 노교장에 비하여 행복한 교사였던 것 같다. 이번 명절에도 고등학교 재직시절 제자 가운데 지역교육의 수장이 된 S교육감이 정성어린 선물을 들고 직접 누추한 나의 집을 찾아와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니 말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만한 인격을 갖추지 못해 부실했던 교사였는데도 이런 대우를 받으니 부끄러운 심정이다. 그러나 한편 이런 인성을 가진 교육 지도자가 이 고장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 나는 우리 지역의 교육은 밝으리라 확신한다. ■
【윤승원 에세이】
2019. 12. 13.
문학 행사장에서 인상 깊었던 ‘축사 한 대목’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저자
연말 문학행사에 참석했다. 대전문인총연합회가 주최한 ‘문학시대 한마당’잔치였다. 축하 연주, 시상식, 시 낭송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많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유독 인상에 남는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 설동호 교육감 (사진제공 = 이유 시인)
설동호 대전광역시교육감이다.
이 분은 공사간 바쁘신 중에도 대전문인총연합회에서 개최하는 주요 행사에는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다. 선출직 교육감이라서 크고 작은 행사에 얼굴을 보이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 첫째는 문인들과의 각별한 인연이다. 지역 문단에는 시인, 수필가, 소설가, 아동문학가 등 일선 학교 선생님 출신 문인들이 유독 많다. 다시 말하면 교육계의 선후배 상당수가 문단에서 활동한다. 그러니, 교육감에게도 문학행사 초청장이 당연히 갈 것이다. 초청장이 없어도 교육계 수장으로서 응당 찾아다녀 할 문학단체 큰 행사인데, 초청장을 받고서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로서 대학교 총장을 지낸 학자이니, 문인 모임에 참석하는 일은 조금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 둘째 이유가 더 중요하다. 교육감으로서 본분(本分)과 관계되는 일련의 교육 활동 목적이다. 초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문학의 영역을 넓혀보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교육감이 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학생들의 교육에도 영향이 지대하다.
어제 축사에서도 언급했다.
“요즘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익숙하여 문학 서적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보는 글과 활자로 된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훌륭한 문인 여러분들의 작품 활동과 우리 커나는 학생들의 독서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큰 뜻이 있습니다. 제가 앞장서서 노력하겠습니다. 문인 여러분들도 우리 학생들이 문학작품을 통해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 가교 역할을 제가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설동호 교육감은 지난 4월 내게 아주 따뜻한 전화를 주었다. 신간 에세이집『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이 출간됐기에 한 권 보내드렸더니, ‘책을 잘 받았다’는 답례로 주신 전화였지만, 그 분과의 통화 내용은 그 이상의 사적인 부분까지 나누게 되었다.
설 교육감의 숙부이신 설병선 씨가 전직 경찰서장이다. 1980년대 서산경찰서장과 대전서부경찰서장을 지냈고, 충남도경 정보과장도 지냈다. 그러니, 필자로선 경찰 선배님인 것이다. 필자가 충남도경 정보과에서 근무할 때, 그 어른을 정보과장으로 모셨으니, 더욱 각별한 사이가 아닌가.
“함께 근무할 때 그 어른의 따뜻하고 자상하신 훌륭한 인품을 존경했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더니, 교육감이 이렇게 말했다. “학창시절 숙부님이 저를 보살펴 주셨어요.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요.” 이러저런 말씀을 나누다가 집안 얘기까지 하다 보니, 더욱 친숙함을 느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어제 열렸던 대전문인총연합회 축제행사 기사가 크게 실렸다. 이 기사에서 설동호 교육감의 축사 내용이 내 눈엔 유독 크게 들어왔다. 반가워서 기사를 스크랩하여 ‘카톡’으로 교육감에게 전송했다. 이런 짧은 편지글도 덧붙였다.
어제 문인총연합회 한마당잔치 행사장에서 교육감님을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축사도 감명 깊었고, 유익하게 들었습니다. 언제 들어도 말씀을 참 잘하시고, 활짝 웃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문인들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하시는 겸손하신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자적 인품이 느껴졌습니다. 과거 경찰 선배님이셨던 설병선 선배님의 훌륭한 인품을 다시 뵙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오늘자 대전일보 기사에 <교육감님 귀한 축사 한 대목>도 소개되었기에 복사해서 문인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2019.12.13. 아침에 윤승원 드림
기사 내용 중 설 교육감의 축사 한 대목에 빨간 줄을 쳤다.
“문학은 과거와 현재 시대를 이끄는 나침반이었다. 문학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지식과 지성을 길러서 인간과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온 것이 문학의 큰 역할인데 이제는 더욱 문학이 필요한 갈등과 분열의 시대가 됐다. 문학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면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문학이 정서적으로 갈등을 치유하고 대립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 사항을 교육감이 시의 적절하게 짚어준 축사였다.
현장 취재를 한 뒤 불과 한 시간 만에 신문사 인터넷 판에 기사를 올리고, 바로 이튿날 조간신문 지면에 문학행사 중 <주목할 만한 축사 대목>을 뽑아 칼라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해준 조수연 대전일보 문화부 기자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
2019. 12. 13. 윤승원 소감 記
첫댓글 ◾카카오톡 답장 :
♧ 송하섭(문학평론가)
윤 선생님.
이번에도 제 부족한 글이 선생님의 눈을 피하지 못했네요. 이런 글을 쓸까말까, 누가 읽기나 할까 하다가도 윤 선생님의 이런 격려를 받으면 쓸 용기가 나네요. 감사합니다.
특히 설동호 교육감과의 이런저런 인연이 있으신 것을 알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당장에라도 뵙고 정담 나누고싶은데 내주까지 이런저런 약속들이 있어 뒤로 미루어야 하겠습니다.
며칠 전에는 강승택 선생께서 집에서 홀로 약주드시다 생각나신다며 전화를 주셨습니다. 짬나는대로 연락드려 함께 만나뵙겠습니다.
2021.10.14. 송하섭 드림
♧ 답글 / 윤승원
제가 혹여 정답을 못 맞추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했는데 <설동호 교육감> 정답을 맞췄네요. 장학퀴즈 정답을 맞춘 기쁨 하늘을 찌릅니다.
뵙는 것은 급하지 않습니다. 저는 존경하는 송 교수님과 따뜻한 글을 통한 정 나눔이 더 좋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10.14. 오후 윤승원 올림
좋은 내용을 통해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박 교수님의 귀한 댓글, 송 교수님과 설동호 교육감님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설 교육감의 치사 중 밑줄 친 글은 많은 사람에게 읽혀야 할 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설동호 교육감은 겸손한 교육자입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교육자입니다.
스승을 섬길 줄 아는 교육자입니다.
공사 간에 매사 모범을 보이는 대전교육의 수장입니다.
정 박사님께서 짚어 주신 대목과 격려의 댓글에 공감하면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