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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엔용바이오 본사 쇼룸에 진열된 제품들. |
디스크로 고생하다 사슴과 인연
안종호 대표가 이 사업을 시작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1980년대 중반 군 생활을 하면서 디스크 이상으로 고생했다. 군의관은 수술을 권했지만 내키지 않았다. 몸에 칼을 잘못 댔다가 자칫 후유증을 겪을까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는 “말년휴가를 나왔는데 집에서 가까운 사슴농장에서 녹혈을 얻어먹고 통증이 가라앉는 경험을 했다”며 “신기해서 제대 후 한 번 더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어쨌든 통증이 사라진 경험을 한 뒤로 사슴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슴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슴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자고 결심했다. 이게 30여 년 동안 사슴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1990년대 초 녹용가공공장을 설립했다. 가내가공 형태였다. 이때부터 마음 한구석엔 녹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욕구가 끊이질 않았다.
‘녹용에 도대체 어떤 성분이 있기에 사람에게 좋은지 알아보자.’ 결심을 한 안 대표는 혼자 힘으로 이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보고 정부의 클러스터사업에 지원했다. 이 사업의 정식 명칭은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이다. 이 사업에 채택될 경우 공장과 건물을 짓고 기계장치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제안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고령화시대에 실버세대에 맞은 제품이 필요하다는 점 ▷사슴은 비교적 적은 노동력으로 기를 수 있다는 점 ▷축산업 중 비교적 친환경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5전6기. 마침내 여섯 번째 제안에서 채택됐다. 덕분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60억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안 대표는 “이 자금에는 정부 30억 원, 충북도 9억 원, 청주시 21억 원의 재원이 들어갔다”며 “이 자금 외에 농가들이 9억 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몸엔용바이오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최초 산·학·연·관·농이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사슴클러스터사업단의 자회사다. 연구개발을 거쳐 국내산 녹용을 원료로 한 녹용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산학연 협업을 통해 연구에 나서는 한편 몸엔용바이오 자체연구소에도 4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다.
생산제품은 유아용, 어린이용, 청소년용, 직장인용, 중장년용, 어르신용 등으로 다양하다. 개별제품 브랜드는 ‘힘엔용’, ‘미엔용’, ‘활기찬 녹용’ 등이 있다. 안 대표는 “우리는 국산녹용만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인 사슴클러스터사업단에 국내 사슴축산농가 100곳이 가입해 있고 이들과 ‘윈윈’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엔용바이오 본사 전경(좌)과 생산 시설(우). |
올 7월 베트남에 7만 달러어치 선적
몸엔용바이오는 녹용가공제품을 먹기 좋게 제조해 이마트, 농협하나로마트와 오픈마켓 등을 통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안 대표는 “녹용은 한국과 중국계 사람들이 선호한다”며 “특히 중국은 물론 대만,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해외 주력시장을 이들 나라로 정했다. 국산 녹용 세계화를 위해 지난 3년간 중국,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주요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해외 영업 활동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각국의 시장조사와 녹용의 수요조사를 거쳐 몇몇 국가를 주요 수출대상국으로 선정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들어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안 대표는 “2018년 샘플 제품을 중심으로 약 1만 달러어치를 수출했고, 2019년에는 2만5000달러어치를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도 지난 7월 베트남에 7만 달러어치를 선적했다.
하지만 이 수출이 단번에 이뤄진 건 아니다. 안 대표는 베트남 바이어인 Y사 대표를 ‘2019 베트남 호치민 국제식품박람회’에서 만났다. 몸엔용바이오는 이 박람회에 충청북도와 충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참가했다. 그 뒤 충북대 창업지원단의 ‘2019 창업기업 해외 협력 네트워크 발굴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시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그를 또 한 번 만났다. 마침내 2020년 5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 온라인으로 계약을 맺고 7월에 선적한 것이다.
Y사는 한국의 화장품을 중심으로 유통업을 해왔는데 점차 품목을 홍삼과 녹용으로 확대하려는 참이었다. 양사 간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수출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제품은 물론 샘플 포장디자인 컬러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요청이 많았고 이를 양사가 긴밀히 협력하면서 하나씩 풀어갔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안 대표는 “코로나19로 베트남에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파악하고 녹용이 베트남 소비자의 인식과 부합한다고 판단해 수출을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길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에선 특히 중년여성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다. 이와 관련된 한국제품은 홍삼, 인삼 등 몇몇 가지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번에 녹용에 눈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앞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녹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별로 통관과 검역조건이 달라 어려움도 겪고 있다.
이번 수출과 관련 청주시 관계자는 “사슴클러스터사업으로 지원해 탄생한 몸엔용바이오가 코로나19 여파로 농산물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앞으로 녹용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사슴체험장 및 현장학습 운영 등을 통해 6차산업이라는 혁신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용은 일천년 역사동안 우리 민족에게 기력증진과 면역력 증대의 대명사로 인식돼왔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국산녹용을 안전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