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사목 서한
녹색 순교로 심는 평화의 씨앗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올해 희년을 맞아 우리 모두를 희망의 순례길로 초대하시면서,
세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주제를 “평화와 희망의 씨앗”으로 정하셨습니다.
특히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 세계교회가 함께 기도하는 창조시기는
이사야서 32장 15~18절을 주제로 창조 세계와의 평화를 함께 묵상하게 됩니다.
고대시기의 인류는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 큰 두려움과 경외심을 가졌습니다.
이런 두려움이 인류에게는 불확실함으로 다가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놀라운 기술 발전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노력은 한편으로 인간에게 편안함을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창조된 자연 세계의 균형을 깨트리고,
마치 자연을 개발과 발전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 속의 기술 발전을 인간은 자신의 위대함을 증거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가 개발한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자연의 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며
무분별하게 자원을 착취했고, 환경이 파괴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의 힘을 키우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지구는 스스로가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고
정화 기능을 잃어버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더위와 추위, 극한 호우와 가뭄, 산불과 유례없이 강력한 태풍 등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 재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만 해도 큰 산불과 극한 호우 등 무서운 재난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마치 자연이 인간을 폭력적 기후 재난으로 응징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후의 이상 징후를 직면하면서 우리는
아파하는 공동의 집인 지구와 환경에 평화와 균형을 줄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2020년 5월부터 주보 1면에 매주 실천할 녹색 순교 주제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과 더불어 살기 위해 기꺼이 녹색 순교의 삶을 선택하고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떤 분은 매주 만나는 녹색 순교가 효과 없이
죄책감만 준다거나 반복되는 주제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하십니다.
당장 효과가 드러나는 일이 아니기에 지칠 수 있습니다.
또한 편안함에서 불편함으로 넘어가는 생활 방식의 변화가 어렵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름이 붙든 ‘순교’는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녹색 순교’는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배교의 유혹을 이겨내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 선열의 피가
씨앗이 되어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누릴 수 있었듯이,
하느님의 창조물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녹색 순교를 통해 실현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인천교구 형제자매님들이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세상에서
평화 속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두 가지의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생태 사도직 활동에 적극 동참합시다.
인천교구는 2019년 생태 사도직을 실천하는 단체 ‘하늘땅물벗’을 승인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께서 함께해 주고 계시지만 대다수 본당에서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생태환경분과를 마련한 본당 역시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혼자’보다 ‘함께’가 낫습니다.
더 많은 본당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에 따라
피조물 세계를 보존하는 ‘생태 사도’의 부르심에 응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둘째, 소비를 줄입시다.
자원 착취, 노동 착취, 쓰레기 문제 등은 과도한 소비 습관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꼭 필요한 소비, 지혜로운 소비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아껴 쓰고 재활용, 재사용을 생활화합시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을 통해
생태 위기는 영적 위기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이 하느님께서 선하고 아름답게 창조하신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지 못하기에,
자연과 함께 하느님의 성성(聖性)을 훼손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 신앙을 회복하는 ‘녹색 순교’에 함께해 주십시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연중 제22주일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