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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휴가를 내고,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려고 하는데...
서울역에서 7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렸습니다
일찍 집을 나서는 관계로,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보니...
겨울이라서,
늦은 일출이 한창이고...
기차는,
8시 46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3분 늦게 진부역에 도착했고...
나는,
상원사가는 9시 5분 버스를 타야 하는데,
시간이 간당간당 했습니다.
암튼,
9시에 진부터미널가는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막 출발하는 상원사행 버스에 탑승을 했는데...
월정사 절에서 날강도가(바로 앞 젊은 친구) 타더니,
월정사에 가지도 않는데,
입장료 5천 원을 내라고...
아깝지만,
5천원을 지불하고서,
상원사로 올라갑니다.
아침 기온이 -15도이고,
상원사의 체감온도는 -20도는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산 아래 부분도,
눈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고...
용감한 버스는,
눈길을 헤치고서,
상원사 입구까지 안전하게... ㅎㅎ
집을 나오고 바로 기차에 탑승,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시내버스,
그리고 상원사까지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산속에 도착해서,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편의점은 없다는 것...
점심을 컵라면으로 하려고,
뜨거운 물도 챙겨 왔으나,
기차역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을 팔지 않았고...
진부역에 내려서는,
편의점을 찾을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여기까지 왔는데...
하늘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조그만 찻집에서 3천 원을 지불하고 점심을 해결했고... ㅎㅎ
상원사를 둘러보는데,
오래전 기억이 문득...
결혼식에 왔는데,
결혼식은 코로나로 취소되고,
날 데리러 온다는 친구는,
오대산 상원사가 아니라,
치악산 상원사에서 날 찾았던 해프닝이...
암튼,
그때 그 자리에 들러서,
어이없던 그 당시를 떠올려 보았고... ㅎㅎㅎ
결혼식 때문에 여길 왔을 때는,
이른 봄이라서 눈은 없었고,
얼레지와 노루귀꽃이 여기저기 있었는데...
그리고,
오늘처럼 홀로 찾은 것이 아니라,
멋진 친구도 함께했고...
내 기억은,
엊그제 다녀간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훌쩍 지나버렸고...
조그만 산사 지붕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추운 날씨임에도,
사자암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불경소리는,
산속에 청아하게 울려 퍼지고...
내가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힘든 산행 중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적멸보궁을 가는 길은,
조그만 석등이 줄지어 서있는데...
석등에서 흘러나오는 불경소리가,
힘든 산객에게 힘이 될 뿐만 아니라,
매서운 추위도 녹일 수 있고...
불경 소리가 추위를 녹일 수 없지만,
힘을 얻으며 걷다 보니,
추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는...
드디어,
적멸보궁에 도착을...
그런데,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다고 해도,
매서운 찬바람으로 인해,
동지기도를 하는 불자는 없었고...
적멸보궁을 나서서,
비로봉을 찾아 가는데...
불심이 깊은 떡집 주인은,
무거운 떡을 짊어지고서,
험악한 산길을 올라오고...
역시,
종교의 힘은,
끝이 없어 보이네요.
드디어,
등산로에 진입했는데...
역시,
오대산의 설경은,
어디에 견줘도 빠지지 않고...
이 정도의 풍경은,
아직 감탄하기에 이르고...
등산로에는,
눈이 가득하고...
나무에는,
눈꽃들이 피려 하고...
사람의 흔적도 없어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으로,
오대산을 뚜벅뚜벅 올랐습니다.
눈꽃이 피고 있는 커다란 잣나무는,
조금은 추워 보이지만...
차가운 날씨로 인해,
조금씩 눈꽃이 피는 것을 보니,
내 눈에는 멋지기만...
날이 맑아서,
푸른 하늘이 함께하지 못해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힘든 산객을 위해,
쉬어 가라고 만들어 놓은 의자는,
밤새 내린 눈이 자릴 잡았고...
내가 앉아보고 싶었으나,
힘든 산객을 위하여,
눈으로만 바라보았고...
암튼,
점점 고도가 높아지니,
눈과 눈꽃이 화려한 모습으로...
정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겨울 왕국'의 주인공인,
엘사 공주를 만나러 가는 길처럼 보이고...
설사 공주가 살지 않더라도,
겨울 왕국의 무수리 정도는 살고 있을 듯한... ㅎㅎ
암튼,
너무 멋진 곳인데,
날씨는 살을 에는 듯했고...
아직은 어려 보이는 구상나무에는,
눈꽃이 너무 많이 피어서,
마치 얼음 조각처럼 보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너무 많아서,
푸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보기 좋았고...
구름이 조금이라도 걷히면,
가던 길을 멈추고서,
멍하니 눈꽃을 바라보았고...
요즘 언어로 표현하면,
'눈멍'하느라고 정신이 나갔고...
산이 많이 높아서,
이런 느낌을 더 즐기고 싶었으나,
정상이 지척에 자리했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는데,
구름이 너무 많아서,
주변을 조망하기는 어려웠고...
대신에,
아무도 없는 정상을,
혼자서 한참을 서성였는데...
서성거렸던 이유는,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쪼그리고 앉아서,
컵라면을 먹으려고 그랬는데...
너무 추워서,
컵라면을 포기하고,
상왕봉으로 발길은...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아무도 가지 않았는지,
길은 희미하게 남았고...
암튼,
이런 길을 3Km 이상 걷다 보니,
분위기에 취해 컵라면 먹을 타이밍을 놓쳤고...
바람이 불어와서,
하늘의 구름을 조금이라도 걷어가면,
파란 하늘과 하얀 눈꽃은 환상적임 모습으로 변하고...
하루 종일 푸른 하늘이었다면,
잠깐 보이는 하늘이 소중하지 않았는데...
십여 초 남짓 보이는,
푸른 하늘에 감사하며 걸었고...
하루 전에 걸어간 산객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평지임에도 불구하고 미끄러지기 일쑤이고...
암튼,
걷기에는 힘들었지만,
분위기에 취해서 힘든 줄은 몰랐고...
덕분에,
산행을 마치고 피로가 몰려왔지만... ㅎㅎ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는,
완만한 능선구간이 이어지는데...
잠깐이라도 하늘이 열리면,
가던 길을 멈추고서,
하늘에 고마움을 전했고...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으면서,
체력소모가 많았지만,
감탄사만 연발하며 비틀비틀 걸었고...
길과,
눈꽃과,
나무가 구분이 되나요??
커다란 참나무는,
하늘로 솟아서 구분이 확실하지만,
등산로에 자란 잡목들은 구분이 되지 않았고...
암튼,
눈 쌓인 등산로를,
소주 10병 먹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걸었네요.
눈이 시리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런 풍경을 두고서 한 말인 듯...
머물고 싶은데,
추운 날씨로 인해,
너무나 서글프기만...
그런데,
추운 날씨가 있어야,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눈꽃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기만...
몇백 년은 되어 보이는 주목나무에,
눈꽃이 어마무시하게 피었고...
등산로는,
저 주목나무 아래로 이어지는데...
걷지 말고,
나무 아래에,
그냥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이...
다시,
하늘이 맑아지니,
오묘한 세상이 펼쳐지고...
말로는 표현이 안되고,
그냥 눈으로만...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앞으로도 할 말이 없으니,
그냥 감상만...
걸어온 길을 돌아봐도,
역시나 멋진 풍경이...
지나간 흔적도 없고,
오로지 내 발자국만 있는 오대산은,
나를 위한 공간이네요. ㅎㅎ
이런 산속에도,
소소한 흠이 하나 있는데...
아무도 없는 곳을 걷다 보니,
길을 자꾸만 놓치게 되고...
나무아래 빈 공간을,
등산로로 착각해서 들어갔는데,
다시 돌아 나왔고... ㅎㅎ
이제,
상왕봉까지는,
500미터도 남지 않았네요.
눈이 없다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구간을,
1시간 30분가량 걸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고...
상왕봉 주변에는,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보이고...
사람인지,
들짐승인지 모르지만,
발자국은 선명하게 남았네요.
암튼,
상왕봉으로 가는 길도,
겨울왕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처럼 변했고...
아쉽게도,
상왕봉 정상에 도착을...
시간이 된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그래도,
두로령과 두로봉을 들러야 하므로,
잠시 머물고 두로령으로 발길을...
상왕봉 인증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보고서,
울 마눌님께서는,
오대산에 눈이 많이 온다고... ㅎㅎ
검은색 모자에,
흰 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런 문자를 보냈는데...
진실은,
날이 너무 추워서,
머리에서 올라오는 땀이 얼음으로 변해서 그렇고...
두로령까지도,
평소 걸음이면 30분 남짓이면 가는데...
아직도 이런 모습이라서,
발길은 더디기만...
암튼,
편안한 마음으로,
눈과 눈꽃을 즐겼고...
여길 지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스님들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서,
산행을 망쳐(??) 버렸고...
상왕봉까지는,
등산로에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왔는데,
지금부터는 너무나 선명한 발자국이 있어서,
아무런 의심 없이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미륵암에 기거하는 스님들이,
운동삼아 상황봉을 다녀갔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발자국을 따라 걸었고...
등산로는,
발목까지 눈이 쌓여 있어서,
걷기에는 많이 힘들었고...
그리고,
아직까지는 내가 가려고 하는 등산로인 줄 알고서,
생각 없이 눈길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두로령이 아니라 미륵암으로 가는 길이었고...
어느 쪽이든,
눈이 있어 좋아하며 걸었는데...
그런데,
느낌이 안 좋은 것이,
눈은 많지만 눈꽃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등산로는 계속 내리막길이었고...
암튼,
내 발걸음은,
두로봉을 가지 못하고,
미륵암을 향해서 빠른 걸음으로...
거센 바람이 만든,
조그만 설산입니다.
높이는 1미터 남짓이고,
모양은 오대산 줄기를 닮은 듯...
암튼,
바람이 만든 설산을 보면서,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스레 느꼈고...
이제는,
눈꽃은 고사하고,
커다란 참나무만 덩그러니...
이 나무를 지나서,
등산로는 미륵암으로 이어지는데...
이제서야,
내가 잘못된(??) 길을 걸었다고 인지를...
이미 내려왔는데,
다시 올라갈 기운도 없고,
조그만 암자를 찾아갈 힘도 없어서,
그냥 산을 내려가기로...
너무 힘들었던 이유는,
등산로에 눈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가방에 들어 있는,
소중한 점심을 아직도 꺼내지 못해서... ㅠ.ㅠ
산행을 마무리하고,
출발했던 상원사로 내려가는 길은,
이렇게 편한 길이 약 4Km 남짓 이어집니다.
이때는 오후 1시 3분,
남은 거리는 4.5Km,
버스 출발 시간은 1시 50분...
과연,
버스를 탈 수 있을까요??
4.5Km를,
45분에 달리면,
멀리 보이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아이젠 끼고,
눈이 가득한 인도를 따라서,
4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면,
월정사가는 버스가 기다렸다는...
덕분에,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서,
산악 마라톤을 즐겼고...
식사는 고사하고,
옷도 추스르지 못한 채,
무작정 버스에 탑승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조선시대 사고가 유명한데,
6.25 전쟁 때 아군이 모두 태워버렸고,
이 적광전을 필두로 모두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
어째튼,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월정사에 도착했으나,
먹을 것은 없고 처마에 고드름만 주렁주렁...
경내에 있는,
아담한 찻집에는,
커피 향이 은은한데...
바람이 없는,
따듯한 곳에서 컵라면 하나 먹으려고,
주인장에게 간절하게 양해를 구했으나...
야박한 절 인심은,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매몰찬 답변만... ㅠ.ㅠ
역시,
종교가 아무리 좋아도,
돈이 없으면 대접받지 못한 세상이고...
암튼,
거금 5천 원을 지불하고,
절을 찾아왔으나,,,
3천 원짜리 컵라면 하나 먹지 못하고,
발길은 쓸쓸하게 전나무 숲으로...
힘들어도,
춥고 배가 고파도,
울지 않고서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내 지갑에,
만 원짜리 한 장만 있어도,
떵떵거리며 찻집을 이용했겠지만...
내가 거지라서,
영하 15도가 넘는 산속에서,
얼어버린 몸뚱이를 이끌고 식당으로...
유명한 곤드레 비빔밥을 찾아갔으나,
평일이라서 문을 닫았고...
어쩔 수 없이,
영업중인 식장을 찾아들어갔는데...
13,000원짜리 황태 해장국과,
4,000원짜리 소주 한 병으로,
얼었던 몸을 녹여 봅니다.
해장국집에서,
친절하게 알려준 버스시간에 맞춰서,
정류장을 찾아왔는데...
살을 에는 강원도 산골 찬바람이 불어 대는데,
버스는 20분째 감감무소식이고...
내가 알기로는,
상원사에서 4시에 출발이고,
늦어도 여기에 4시 15분경에 도착해야 하는데...
식당 주인이 4시에 차가 온다고 하여,
버스가 올 때까지 30분 동안,
덜덜덜 떨며 기다렸고...
덕분에,
겨우 녹였던 몸은,
다시 꽁꽁 얼어버렸고... ㅠ.ㅠ
암튼,
4시 59분 기차를 타기 위하여,
진부역으로 갑니다.
2년 전 이른 봄에도,
오늘과 같은 시간에,
같은 기차를 타고,
오대산을 찾았는데...
오늘은,
너무 춥고,
배가 고프다 못해 아프고,
시간에 쫓겨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고... ㅠ.ㅠ
암튼,
험난한 하루를,
올림픽역에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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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정말 길었고...
길지만,
즐거웠고...
즐거움을 위해,
추위를 이겨야 했고...
혼자보다는,
같이 했으면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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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요일만 아님 쫓아가는건데,
아쉽습니다.
나도 보고싶군요~~~
그 멋진걸 혼자?
조만간 자릴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