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질의서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공문서 제출 온라인 창구인 '문서24' 홈페이지를 통해 12월 19일 외교부장관한테 정식 민원(질의서) 접수한 내용입니다.
- 질의서 -
수신: 박진 외교부 장관
1. 귀 기관의 번영과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옛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활동을 계승하고 있는 시민단체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피해자 소송 지원, 한일 간 평화교류, 역사 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 최근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서훈 무산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질의하오니 바쁘시더라도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월 15일 기자들과 만나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 수상과 서훈 무산에 대해 “상 자체를 주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부처 간 협의를 거치도록 한 절차적 문제 때문에 빚어진 문제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는 뜻입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도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이 상이 게시된 이후 처음은 아니고, 저희는 아니지만 타 부처(의 경우) 이견 제시해 진행이 정지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행전안전부가 국회 민주당 김철민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에 의하면, 최소한 2007년 국정관리시스템이 전산화 된 이후 현재까지 국무회의 안건 상정 과정에서 관련 부처 ‘이견’으로 서훈이 무산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외교부가 다른 부처 사례를 언급해 처음이 아니라고 했는데, 외교부가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② 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지난 12월 15일 대법원 확정판결 생존 피해자 3명을 언급하며, “지금 세 분이 생존해 계신데, 조금 더 고민해서 검토해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있다”며 “형평성 측면을 고려해 (행안부에) 입장을 전달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교부의 주장대로 양금덕 할머니만 수상하는 것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혹시라도 외교부가 양금덕 할머니를 포함해 확정 판결 생존 피해자 3명 모두 인권상 및 국민훈장 포상자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추천할 의사가 있습니까?
외교부의 해명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양금덕 할머니의 상을 막을 것이 아니라, 외교부가 다른 분들을 추천하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그럴 의사가 있습니까?
◐③ 사실 외교부가 돌연 ‘형평성’을 언급하는 사유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점에서 외교부는 다른 2명(김성주, 이춘식)의 확정 판결 생존 피해자들이 양금덕 할머니에 필적할만한 어떤 공적이 있는지, 제시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대법원 승소 판결을 얻고도 배상은커녕 4년 넘도록 놀림감 취급을 받고 있는 생존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겁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과 훈장 추천 문제가 다른 피해자들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 외교부가 속 시원하게 밝혀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 드립니다.
◐④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2월 15일 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내년도에 관계부처 협의 거쳐서 진지하게 잘 추진하자는 입장이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2월 15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내년도에 재차 추진될 경우 진지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기왕에 외교부도 ‘상 자체에 반대할 생각이 없는’데다 ‘내년에 잘 추진하자’는 뜻이라면, 굳이 내년으로 미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지금이라도 당장 관련 협의 절차를 진행해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시키면 될 일입니다. 따라서 외교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밝혀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⑤ 아울러 만약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연내 추진이 어렵다면, 외교부가 직접 내년에 양금덕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포상 대상자로 추천하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타당해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데 대한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외교부가 나서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9월 광주에서 양금덕 할머니로부터 ‘편지’와 고난에 찬 인생역정이 담긴 ‘자서전’을 직접 전달 받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양금덕 할머니의 한과 역사정의에 대한 신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외교부에 다시 여쭙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내년에 양금덕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포상 대상자로 추천할 의향이 있습니까?
이상의 질의에 대해 답변 기다립니다.
2022년 12월 19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광주광역시 서구 금부로 95번길 4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