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동해 (19)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안과 수술로 보은
이현성2026. 5. 7. 03:07
강뉴부대 용사들 감사의 경례
변함없는 한국 사랑에 눈시울
많은 이들 합력하여 선을 이뤄
지속 가능한 나눔 곳곳서 열매
김동해 비전케어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삼성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지금까지의 공로를 인정받아 삼성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세상은 화려한 시상대 위에 선 내 모습에 주목할 수 있겠지만 난 이 상이 결코 나 개인의 업적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호암상 수상은 누군가의 간절한 부름에 응답한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수많은 자원봉사자, 현지 선교사들, 한인사회의 협력, 기업과 공공기관의 손길과 사랑, 정성이 한데 모여 엮어낸 ‘협력하여 선을 이룬 기적’이었다.
내가 이 협력과 연대의 힘의 숭고함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곳은 에티오피아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 가까이 지난 2010년, 현지에 참전용사들이 아직 살아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시립병원에서 수술하면서 참전용사들을 만났고 마지막 날, 귀국을 앞두고 수술 결과를 확인하던 자리에 군복 차림의 노인들이 천천히 걸어 들어와 우리 앞에 정중히 거수경례했다. 한국의 자유를 위해 피 흘렸던 강뉴부대(Kangnew Battalion) 출신의 용사들이었다.
한 노병의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한국 사람을 다시 만날 줄 몰랐습니다. 한국 의사에게 수술을 받게 될 줄은 더욱 몰랐습니다.” 그는 꼿꼿한 자세로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에 전쟁이 나면 내가 다시 참전하겠습니다.” 그 깊은 울림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벅찬 만남 이후 우린 이 인연을 결코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 사업을 제안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아디스아바바의 라스 데스타 담테우 기념병원에서 현지 안과의사 양성과 자선 수술을 꾸준히 이어갔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병원을 지원하고 지난해에는 병원 외벽을 다시 칠하고 내부 보수도 진행했다. 경기도 국제개발협력사업과 연계해 약 2억원 규모의 안과 장비도 교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동료 이승재 선생님의 주도로 생존 참전용사 54명과 그 후손들을 대상으로 한 달간 전수 안과 검진과 수술이 진행됐다.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관계자들은 “참전용사와 그 후손을 위한 이 사업은 단순한 원조를 넘어 역사적 책임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이어가고 있는 비전아이캠프 역시 2007년 이진학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 교수님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20여년간 40개국을 돌며 395차 비전아이캠프를 열고 28만명이 넘는 환자들을 진료했으며 3만명 이상에게 무료 개안 수술을 시행했다. 각 국가의 의료 자립을 위해 수차례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작은 인연에서 시작해 거대한 연대로 자라난 결과였다. 진심이 연대를 만들고 그 연대가 이어질 때 수술실의 조명이 켜지고 세상의 어둠은 걷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연한 인연을 소중한 관계로 키워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가 지속 가능한 나눔으로 이어지는 일. 삼성호암상 수상은 이 아름다운 연대의 끈을 굳게 붙잡아 앞으로 더 멀리, 더 깊이 생명의 빛을 이어가라는 격려일 것이다.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