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행적을 따라가다가 外
p가 미소를 지으며 아침에 핀 붉은 장미 한 송이 들고 와
b는 그의 손에서 붉은 장미 한 송이 받아들고
붉은 향기 맡으며 그미 역시 미소 지었다
꽃을 주는 p와 꽃을 받는 b사이에서 무언가 일렁였다
그림자였다 외계인처럼 소리 소문 없이
밀파된 탐정인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p와 b의 동선에 달라붙어 열심히
그들의 행적을 쫓는 그림자
그나 그뿐, 그림자에게
냄새가 있나
색깔이 있나
소리가 있나
무게가 있나
뛰어오를 줄을 아나
바닥에 붙어서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한 일
검은 그림자의 한계성이 드러나
감쪽같은 그림자
어디로 갔을까 가는 데까지 가보자
밤을 기다려 고향에 숨어들 듯
등 밑에 밀착 잠복해
살 냄새 뒤섞인 거친 호흡 긴 침묵
거기에 보이지 않는 장미꽃의 향기를 입히고
생색내는 그림자의 그림자
궁리궁리하다가 잠들어버린 건 아닐까
20230418
그림자놀이
등잔불 켜 놓고 사촌누나랑 그림자놀이 하던 시절
열손가락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 바람벽에 그림자
멍멍 멍 검둥이가 짓고 토끼는 두 귀를 나풀나풀
팔랑팔랑 나비는 날고 설설 설 게는 옆으로 기었지
20230425
엄마별 아빠별*
아스라이 높은 저곳에서 언제나 반짝반짜
저를 지켜보시는 엄마별 아빠별 고맙습니다
오늘밤 아버지 제사지내고 옥상에 올라가
소지하며 고개 들어 우러러 바라다봅니다
*소지하며<그대로 멈춰 섯>개작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