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5월 31일(월)*
▲봄날은 간다.
◀장사익
◀백설희
◀임태경(with 김매자)
◀린
◀이선희
◀최백호
◀이미자
◀5월의 마지막 날,
봄의 끝자락입니다.
아카시아 꽃비 속에
봄이 가고 있습니다.
가는 봄이 아쉬운지
밤새 요란하게 울며 내린
마지막 봄비는 그쳤지만
날은 하루종일 흐릴 모양입니다.
올해 봄날은 모두에게
어땠을까?
크레용으로 색칠하면
아마 같은 색깔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나의 봄날은 나의 색깔로만
나타나는 봄입니다.
서로 색깔이 다른
‘봄날은 간다’와 함께
지난봄을 보내고
오는 여름을 맞습니다.
◀‘연분홍 치미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노래 꽤나 한다는 가수치고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가수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대중 가요사에
중요한 의미를 남긴 노래입니다.
노래를 부른 백설희도
노래를 작곡한 박시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의
가슴 울리는 노랫말을 쓴
손로원은 덜 알려져 있습니다.
◉1930년대 시인과 작사가로
활동했던 손로원은 치욕적인
일제 강점기에 절필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며
방랑 생활을 했습니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강원도 철원에서 농사짓던
손로원의 어머니는 아들이 장가가면
시집올 때 가지고 온
연분홍색 치마저고리를 입는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합니다.
◉1945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953년 부산역 대 화재 때
판잣집 단칸방에 고이 간직한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은
어머니의 사진마저 잃었습니다.
참담한 겨울을 보내며
불효를 자책했던 손로원은
봄 속을 걸어오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봄날은 간다’를 썼습니다.
어머니의 연분홍 치마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작곡가 박시춘에게 전해
대중의 심금을 울린
‘봄날은 간다’가 만들어졌습니다.
◉‘형님! 노래 한 곡인데
느낌이 다른 버전들이니 들어보시죠.’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서강대 김동률 교수가
몇해 전 CD 한 장을 건네주면서
한 말입니다.
바로 ‘봄날은 간다’로,
열 명이 넘는 가수들의 노래가
들어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음색과 다른 감정으로
부른 노래들이라 같은 곡이지만
전해지는 감성은 모두 달랐습니다.
‘인생 한곡’이란 가요 여행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던 김교수는
그 가운데 장사익의 버전이
가장 좋다고 했습니다.
노래 속에 있는 서러움과 한을
드러내는 장사익의 창법이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원곡에서 빠져 있던 2절을
뒷부분으로 돌려 부릅니다.
https://youtu.be/JjPGjdPNIuc
◉원곡을 부른 백설희는
영화배우 황해의 아내이자
가수 전영록의 어머니입니다.
2010년 83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봄날은 간다’ ‘물새 우는 언덕’ 등
오래 남을 노래를 남겼습니다.
1987년 회갑의 백설희가 부릅니다.
https://youtu.be/pTlR51MeQ0g
◉임태경과 창작무용의 대모
김매자가 함께 엮어내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처연한 봄날을 에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공연입니다.
임태경의 맑고 애절한 보컬과
김매자의 아슬아슬 이어지는
영혼의 춤사위가 슬프고
아름다운 봄날을그려냅니다.
2015년 ‘불후의 명곡’입니다.
https://youtu.be/90NBlai78J0
◉애절한 발라드 가수
린의 감성으로 들어보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지금 한창 피어있는
노란 붓꽃(아이리스)에서 시작해
제비꽃. 양지꽃, 할미꽃,
유채꽃, 연꽃으로 이어지는
봄의 영상도 노래와 잘 어울립니다.
https://youtu.be/KDB5i3aLqAU
◉외국에서 살면서
노년에 접어든 한국인들에게
‘봄날은 간다’가 주는
느낌은 각별할 것입니다.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건너가
현지에서 살아온 한국인들도
그럴 것입니다.
가수 이선희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일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타국에서 보내는 봄날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마음을 울리는 이선희의
노래입니다.
성우 김세원의 나레이션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https://youtu.be/DAWSknWUPig
◉서울에서 나고 철원서 자랐던
작사가 손로원이지만
인생 후반기는 거의 부산에서
보냈습니다.
용두산 공원 근처 판잣집 단칸방에
살면서 1년 내낸 검정 고무신에
검정 점퍼를 입고 다니며
막걸리를 즐겨 마셔서
‘막걸리 대장’이란 별명도 붙었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많은
노래 가사를 남겼습니다.
그가 만든 노랫말만 해도
‘귀국선’, ‘비 내리는 호남선’,
‘인도의 향불’ ‘경상도 아가씨’
‘물방아 도는 내력’ 등
3천여 곡이나 됩니다.
안타깝게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1973년 62살로 세상을 떠납니다.
부산 사나이 최백호의 노래로
들어보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https://youtu.be/vNQKf27LBwA
◉가수 이미자가 1959년에 부른
‘열아홉 순정’이 그녀의 데뷔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해 전에
‘도라지 불루스’란 노래를 불렀습니다.
바로 손로원이 작사한 노래였습니다.
그래서 데뷔 때부터 손로원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5년 전 장사익과의 합동공연에서
75살의 이미자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를 마지막 버전으로
듣습니다.
https://youtu.be/K4qhlyg42w0
◉나훈아, 조용필, 백지영에서부터
송가인, 정홍일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커버했습니다.
몇 년 전 시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봄날은 간다’는 대중가요 가운데
가장 노랫말이 예쁜 노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연분홍 치마도 새파란 풀잎도
세월 따라 흘러갑니다.
얄궃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갑니다.
봄과 함께 이 노래도 흘러가지만
내년 이맘때면 다시 찾게 될
‘봄날은 간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