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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의거 이후 1910년 2월부터 3월까지 순국을 앞두고 여러 글씨를 남겼다.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독립에 대한 의지는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해졌다.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명문가를 살펴보면 그 집안 고유의 가풍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 황금이 백만 냥이라도 자식에게 하나를 가르침만 못하다.’ 안중근 의사도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일갈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 올해 ‘기회의 사다리가 되는 교육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내용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일례로 생애 초기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 발생이 우려되며,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가계에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 중인 점도 놓치지 않았다. 또한 공교육 내실화 및 관련 공공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구도 수용하고 있다. 학생의 학습 참여를 저해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통합적으로 진단·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인구 감소 및 지역 인구 유출 등으로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되어 지역 정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교육 여건 개선 요구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였다.
눈에 뜨이는 내용이 ‘생애주기별 학부모 교육 제공으로 학생의 성장·발달 뒷받침’이라는 학부모 교육 관련 내용이다. 교육부는 작년 1월 학부모정책과를 신설하고 올해 3월부터 각 시·도 교육청이 학부모들을 위해 현장 강의를 마련하고, 하반기에는 온라인 강의도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을 정의하고 이에 기반한 학부모 지침서를 제작·배포한다고 한다. 교육부가 서울대에 의뢰해 만드는 학부모 지침서는 영아·유아·초·중·고·성인 초기 등 자녀 생애 주기에 따라 분야가 나누어져 있다. 즉, 자녀 생애주기별 특징, 의사소통 방법, 교육 방법 등 정보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가 ‘학부모 교육’에 직접 나선 것은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뒷받침하는 사회 여건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 중독, 높은 사교육 참여로 인한 부모·자식 간의 대화 시간 부족, 맞벌이 부모 증가 등으로 자녀를 이해할 기회가 부족해지면서 이를 타개할 학부모 교육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침서에서는 학부모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자녀 교육 방법, 의사소통 방법 등을 안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결과보다는 노력과 과정을 칭찬할 것’ ‘구체적으로 칭찬할 것’ ‘외적 보상이 아닌 내적 동기를 강화해 줄 것’ 등이 칭찬 3원칙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침서는 요즘 가정에서 사라져 가는 ‘밥상머리 대화’가 자녀 교육에 중요하다고 판단하면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지침서의 내용 면면을 보노라면 교육내용이 표현 방법만 다를 뿐이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5백 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등 이미 시중에는 자녀 교육 관련 책들과 주옥같은 잠언들이 차고 넘친다. ‘평생 책 읽는 아이로 만들어라(서애 류성룡 종가)’, ‘때로는 손해 볼 줄 아는 아이로 키워라(운악 이함 종가)’, ‘세심하게 점검하여 질책하고 조언하라(고산 윤선도 종가)’, ‘아버지가 자녀 교육의 매니저로 직접 나서라(다산 정약용 가)’, ‘식사 시간을 결코 소홀히 하지 마라(케네디 가)’, ‘돈보다 인간관계가 더 소중한 것임을 알게 하라(로스차일드 가)’, ‘자신을 사로잡는 목표를 찾아 열정을 다 바쳐라(러셀 가)’.
‘좋은 학부모’, ‘올바른 가정교육’에 대한 가치관은 제각각일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맥이 통하는 것이 있다. 모든 사람을 잘났든 못났든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더욱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가르치고 지도하는 사람의 권위’이다.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가르침을 주는 사람’에 대하여 자발적 인정과 권위를 부여해야만 교육은 원만히 수행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권위가 없는 사람의 지도는 그냥 폭력이거나 ‘꼰대의 넋두리’일 뿐이다.
전북 김제의 한 농가에서 3남 1녀 중 3남으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중퇴하고, 소년원과 교도소를 전전하다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지금도 교도소에 수감 중인 탈주범 신창원의 말이다.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줬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쌍놈의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교육을 담당하는 학부모, 선생님은 권위와 실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이 설령 없더라도 연장자로서의 권위는 꼭 있어야 한다. 즉 윗물이 맑아야 한다. 그래야 아랫물이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