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 수밖에 없는 생면부지의 만 61세이신 809호 전창효님
어르신이라 부르기엔 너무 젊어서, 복지간병이 별로 필요없을 것 같은,
혼자서도 걸어 다니는 남자 환자 에게 배정된 그날은
80세 할머니의 예기치않은 퇴원으로 갑자기 바뀌게 된
우연이 겹쳐진
‘원목실 전도사님께서 갑자기 생각이 나셨답니다’
(내일 수술하실 분이 있었지~!)
그때 저는 나름 휴가받은 기분 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날의 4월 1일부터 19일 오전 11시 22분에 이르기까지의
함께하며, 임종에 이르는 순간순간의 변화들과 결정되어져야하는 고민들을,
예측하기 막연하고,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결정을 내릴수 있는 순간이기만을
기도하며, 함께해야 했읍니다,
그의 만61세 인생의 마지막 19일을
진하고 짠하게, 함께 격었던 상황들을 나누려 합니다
반드시 명확한, 죽음의 현실이,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찾아오며,
어떻게 맞이 해야할지 그때는 아무도 알수 없기에,
사회적 취약함인 직계 존비속이 아무도 없는 수급자 환자가 겪는,
예견할수있는 수치스러워하는 고통을, 함께 느끼며, 막연한 두려움과,
비난, 조롱, 가치 없게 취급 당할 것 같은,
염려가 가득한 상황들 이었습니다.
몸의 이상 증상를 검사받으러 아무 준비 없이 걸어 들어온 후,
열흘 만에,
말기 암 판정을 받고,
19일후 임종할 것을 알았더라면‘,,
무엇을 해야 했을까요, 또는 무엇을 안해야 했을까요?
돈걱정,
비급여 치료만으로 해결될수 없는 문제들,
무연고자라는 사회적 취약성이 발휘하는 힘은,
입원하기전 자활근로하셨던 배송택배동료들의 안타까움과
사회복지사님들과 센타장님,
교회 교인들
친구들,
소식을 듣고 알게된 모든 관심 있는자들이
가족처럼,
자발적인 측은지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과 유대감을
불러일으겼습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함께 고민하며, 방법을 찾았으나
결국은,
공공부조를 의지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동안 가까이 지내셨던 분들과 당사자인 본인이,
말기 암이 전이된 상황으로 대학병원으로 갈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하던중,
치료를 포기해야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세림병원 일반실에서 더 이상 있기 어려워 옮겨야 했던
17일 00요양병원의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중증노인환자와
간병인 거의가 중국사람 으로
노년에 가까운 남자 한족 간병사 들과, 거의 기계적으로 시키는 대로 척척해내는 억척스러운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24시간 근무하며 거의 하루에 3시간 정도 병원바닥 구석 간이침대에 누워 교대로 쪽잠을 자며
한 달 내내 또는 삼 개월 동안 외출 한번 안하며, 거의 마지막의 임종이 가까우신 정말 많은 어르신들을 공동 간병 하고 있었습니다 .
암의 빠른 전이상황으로 복수가 차오르면서 호흡이 가빠졌지만,
의식은 또렷한 상태였던 환자는
‘정말 너무하네!!! 제발, 그냥 좀 놔둬! 물! 미안해! 챙피해 죽겠어!
아이 씨발, 엄마;;;;;;, 여기가 어디야?,
이쁜이 퇴근할라고? 헉헉 물;; 물 시원한거;;
제발 여기서 나좀 내보내줘;;
화내서 미안해, 수고했어, 지갑에 칠천 사백원있는거 예쁜이 가져! 헉 헉,
그러고 있는 환자를 공동 중증치료실에 두고 퇴근하는 18일 저녁이,
그분의 의식 있을때의 마지막 순간이 되리라고는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한달정도‘아니면 그이상일 것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날 19일 아침 일찍 출근한 저는 기계장치가 연결되어있고,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불규칙한 숨을 몰아쉬는 창백한 모습을 보며, 수간호사님의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몇시간 혹은 이 상태로 몇일을 갈수 있으니 배변 주머니 여유분을 챙겨야하는 것과 최대한 와 볼 수 있는 그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후,
점점 커다랗게 동공이 열리고 동공반응도 없고, 통증반응도 하지않는 상태
가쁜 불규칙한 호흡으로 산소마스크를 쓴상태에서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헉헉 힘들어하는 그 두 시간여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곁에서 손과 발을 어루만지며,
곁에 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것뿐이었습니다.
많이 아펐을 텐데, 혼자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제는 평안히 하나님께 가서 쉬라는 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 복지사님 들과 교회목사님과 동료분들이 도착하셨고, 지켜보는 가운데 호흡이 점점 멈추고, 혈압이 제로가 되면서, 의사선생님이 확인한 시간이 11시 22분 이었습니다
당혹감과 안타까움속에 지켜보아야 했던 복지사님과 동료들 모두 수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모든 주사줄과 기계장치를 제거한 후 그냥 환자복을 새로 갈아입히고, 병실에 그대로 놔둘수 없다는 제촉을 받으며 초조히 영안실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는데. 만약 환자복을 반납하면 삼만원을 반납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밤의 극렬한 통증을 견뎌내고 더 이상 통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만큼이 되서야,,호흡이 멈추다니!!!,
통증없는 잠깐의 순간이, 그의 영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인가 봅니다.
허공을 응시하는 커다랗게 뜬 눈과 긴 속눈섭이 KBS탈렌트공채에 합격한 인물인 만큼
많은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퇴근하는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던 그 손, 놀음하는 그 손의 약지를,
스스로 끈었다는 네 손가락의 오른쪽 손,
통증과 고열로 뜨거웠던 온기가 지금도 느껴집니다.
이쁜이 간병선생님이랑 헤어지기 싫다고, 사력을 다해 호소하는 간절함 때문에
환자와 함께 유례없이 낮선곳, 낮선병원의 중증치료실에서 “구청에서 나왔다는데, 처음봤어”하며
환자보다 오히려 나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 하는 간호사들의 시선을 느끼며,
보호자로 곁에 서있게 했던,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셨읍니다,
복수가 차오르고 먹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식사시간 남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어 죽겠다고,
드디어는 생선튀김을 훔쳐와 옷장 속에 감춰두어서 깜짝 놀라게 했던 당황스러움,
혼자9층에 올라가 기어코 담배를 피고있는 환자를 찾게하는,
먹고자 함과 목 타는 갈증으로 사이다를 들이 붓는 보챔과 투정, 닦달하는 조급한 성인아이의 진상이었습니다.
진통이 온다고 소리지르는 통에, 진통제들고 엘리베이터상황이 안되어 1층약국에서 8층까지 걸어올라와
숨찬 고마운 간호사에게 빨리안왔다고 화를 폭팔하며, 성질부리는 특상의 모습까지;;
평생맡아볼수 없는 미완성 장루주머니의 썩은 창자의 오물냄새와 분비물들의 처리때마다
수치심으로 챙피해 죽겠다고 오히려 화를 내는 적반하장의 대가,
같은병실의 맞은편 침상에 있는 환자의 도움까지 받았던 인복은 정말 타고나신 분,
사회적 약자의 취약한 상황으로 모든관계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까지 보여주신 분,
그리고 함께 고민하게 하는 그 힘,
마지막 그의 거처까지
남이 치워주어야 하는 약한자의 힘,
“사랑은 반드시 당신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우연을”
“사랑은 반드시 당신이어야 하는 운명으로 바꾼다”.
저의 솔직한 고백은
환자 사랑보다는 정말 힘들때는 ‘와우, 도망가고 싶다’ 였거든요, 그런데요
덕분에 사명감도 생기고, 예쁜이란 말도 듣고, 친구와 동료의 소중함과 고마움도 알게 되었어요.
임종의 순간과 죽음이후 짠하게 남는 뭉클한 순간순간들,
인간본능, 욕구표현들의 에피소드를 기억하며 두고두고 웃을수 있고요,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친절하게 넘치게 베풀어 주어도 되겠다는 다짐과,
남들 편견의 오해들과 헛된 염려를 분별 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어요.
세림 영안실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뒤로하고, 빈소를 차리지 않는다는 예기를 듣고 보니, 그냥 집으로 갈수가 없어,
입원해있던 8층에 올라가서 간호사님들께 알려드리고 809호에 그동안 도움주셨던 방식구들과 마주하고 앉으니
마치 영화한편을 촬영한 듯한 이야기 꽃을 피웠으나 이네 곧 마음이 무거워 졌읍니다.
집에 도착해서
저의 마음을 가다듬기위해, 시인으로 강연으로 바쁘신
양광모시인께 카톡으로 하소연 했더니, 이러한 시를 보내 주셨어요
음악파일로요~ 눈물이 그제서야 쏟아지더군요;;
<가슴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졌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
어제와 오늘의 순간이 언제 어떻게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알수없는 우리 모두에게,그리고
이 글을 쓰는 저에게, 세상이 줄수없는 평안이 임하여,
가슴 뭉클하고 가슴 터지도록, 후회없고 보람있는 삶이 되도록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살아있는 동안, 더욱 섬길수 있는 기회! 기쁨으로 충성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4월 20일 이미선
첫댓글 죽음이 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죠. 인간은 가끔 죽음의 존재를 인식할 때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귀비님의 소중하고 감동스러운 깨달음의 체험글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무브님~^!
감사해요 위로되고 힘되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모때는 꼭 가겠습니다^~!^
생생한 감동수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짠~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저또한 후회없고 보람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열심히 살아야 겠다~~ 열심히~~~다시한번 다짐합니다.~~~~
반갑습니다 엘르님~사랑합니다~^
잘 읽고 감다~~~ 마음이 찡하넴유~~~^^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젠 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거 같아요~그래서 저는 신체기부를 할 예정입니다
줄것이 제 몸밖에 없어서요~
순수한 귀비님의 마음을 받고 간 이는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아서 행복하셨겠습니다. 아름다운 귀비님의 가슴에 또 하나의 깊은 사랑의 추억이 담아졌군요.
촌아지매님 아이비님 오투님~~^
순간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분들이 함께해 주시니 짱 힘나요~~새로운 경험들 공유하며 지혜를 모아서 살아있는동안 행복한 날들 만들어 보아요~~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삶과 죽음...
진정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삶과 죽음은 하나의 마음이 됩니다....
겸허하고...가슴가득...아름답게...추억으로 간직되며....그렇게 영화같은 삶을 살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