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다.
성지윤
‘담쟁이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은주(가명)에요. 선생님 저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셔서 전 학교에서 수학을 더 잘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2009. 7.13 월요일 은주올림’
7월 한창 덥던 어느 날 은주가 나에게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손에 꼭 쥐어주고는 “선생님 제가 가고 난 다음에 펴보세요! 꼭이에요! 꼭!” 이렇게 다짐을 하고는 손에 쥐어 준 편지에 있던 글이다.
남들이 들으면 그냥 그럴 수 도 있겠다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눈물이 왈칵 나올뻔 했다.
또다시 ‘작은도서관 만들기 정말 잘했어!’ 를 속으로 외치는 순간이었다.
쌍문1동 쌍문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생글도서관에서는 매주 월요일 3시 아이들과 수학공부를 한다. 대체로 학원을 다니지 않는 우리 도서관의 아이들은 수학공부를 좋아해서 스스로 선행을 하며 질문거리를 만드는 은주에서부터 분위기에 휩쓸려 수학을 너무 싫어하면서도 공부하겠다고 한자리 차지하는 동혁이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한다.
도서관이라더니 왠 공부방? 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도서관은 원래 이런거야! 라고 말하고 싶다.
동혁이네 형제는 쌍문초등학교 주변을 휩쓸고 다니며 놀기 좋아하는 소문난 악동들이다. 이 형제는 우리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 기억이 별로 없다. 늘 소리치고 장난치는 것이 이들이 도서관을 찾는 이유이다. 어느 날인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놀다가 도서관 문을 열어제끼며~ 운동화를 휘리릭 던져 벗어 놓고는 들어와 정수기 앞으로가서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고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외치고는 사라져 버렸다.
나는 이런 순간에도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다. 도서관? 원래 이런거야! 또 말하고 싶다.
지금의 생글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2007년도 봄에 만났다. 구체적인 지역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그러나 도서관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었던 우리였지만 과감히 시작을 했다. 2007년 12월 개관식 날 사진을 들여다보면 쪼그맣고 귀엽던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서 이제는 선생님들과 키가 비슷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키도 크고 많은 성장을 했다. 성격이 거칠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마음을 순화시키기도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하기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런데 성장한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성장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책을 좋아했던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읽는 것을 즐긴다. 함께 도서관을 운영하는 선생님들은 늘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시고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해주신다. 그 속에서 나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 보다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은 이런 곳이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엄마들이 함께 성장하는 곳.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모두가 입모아 말한다.
맞는 말이다. 도봉구의 경우만 보더라도 도봉도서관, 아이나라, 도봉정보문화센터 이렇게 큰 곳들이 몇 군데 있지만 도봉도서관은 덕성여대 앞에 아이나라는 창4동 아파트단지에, 도봉정보문화센터는 창1동 언덕 구석에 위치하고 있어서 근접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정말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특히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이라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야하는 엄마들의 입장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생글도서관 같은 작은 도서관이 집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하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도서관만으로 오롯이 그 역할을 다하기는 쉽지 않다. 관에서는 커다랗고 멋져보이는 도서관을 짓고 운영하는데만 관심을 갖지 말고 이렇게 작은도서관운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는 단순기능에서부터 아이들이 성장하고 엄마들이 성장하고 선생님들이 성장하는 곳이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이렇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작은도서관 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