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김세희 작가의 단편, 우리가 '물나들이 갔을 때'에서 보는 혼자의 삶
민병식
김세희(1987~ )작가는 전남 목표 출신으로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17년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했다.작품은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표제작 ‘가만한 나날’을 비롯해 8편의 소설이 실려있는 소설집 ‘가만한 나날’의 5번째 작품이다.
사진 네이버
나’와 ‘루미’는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저금리 대출로 집을 구하기 위해 위해 혼인신고를 먼저 한 채 동거 중이고 결혼식
은 내년에 올릴 예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강제로 입원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알콜 중독으로 매일 술에 취해 쓰러지는 아버지를 못 견딘 엄마와 누나의 조치였고 보호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결국 ‘나’가 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하게되고 아버지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를 해 요양병원에서 나가고 싶다는 말과 함께 ‘물나들이’로 가서 혼자 살겠다고 한다.
물나들이는 고향의 지명 이름이며 고모가 살던 시골 집이 있는 곳이다. 고모는 1년전에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었고 팔다리가 네 군데 다 부러졌어도 하루 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나들이는 그렇게 외따로 떨어진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곳이다. 아버지는 그곳에서도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겨울이 찾아오자 아버지는 ‘나’에게 전화를 해 추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하고 결국 ‘난’ 아버지에게 전기장판을 가져다 드리기로 결정한다. ‘루미’와 함께 전기장판을 들고 도착한 물 나들이, 아버지의 집은 세면대에가 라면 찌꺼기로 막혀 있고, 바닥에는 흙과 비스킷 조각들이 너저분하다. 아무도 찾지 않는 물 나들이처럼 방치 되어있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스스로가 아버지를 방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감한다.
"우리 집에 모시고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강물을 바라보면서, 내가 말한다.
"당분간만 그렇게 하자고 하면?"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한다.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 너도 알 거라고 생각해.“
아버지를 물 나들이에 혼자 두는 것은 명백한 방치지만, 싫다는 요양병원에 다시 보낼 수도 없고 엄마와 누나에게 보낼 수도 없다. 루미와 함께 사는 ‘나’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나’는 같이 살고 있는 ‘루미’와 다른 세상에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루미는 젊어 보이고 똑똑하고 당차며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 직장이 있어 부양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아버지에 대한 짐을 ‘나’혼자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나’는 아버지처럼 늙어진 자신이 ‘루미’에게 버려지는 상상을 한다. 혼자라는 외로움이다. 그러나 루미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처음 와 본 물 나들이, 며느리라는 신분, 거대한 전기장판, 그 속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그녀 역시 혼자의 시간을 겪는다.
작품은 말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함께 사는 부부일지라도 따로 일 수 밖에 없는 모습도 있다는 것과 결국 나의 인생은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나의 것이므로 종국에는 혼자 겪어내고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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