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3월 29일 원주에서 펼쳐진 챔피언결정전 2차전 4쿼터 KGC와 동부 양팀의 작전타임입니다.
(동영상을 편집해서 따오는 재주가 없어서 녹취로 대신합니다. 최대한 왜곡되지 않도록 녹취는 단어를 생략하지 않았으며, 원문을 찾아보실 분들을 위해, 게임타임과 아프리카 스포츠티비 경기풀영상에서의 플레이타임도 첨부합니다.)
** 종료 6분 31초 남고, 60-61로 뒤진 KGC의 작전타임 이상범감독의 작전멘트
(아프리카 플레이타임 1:40:46초부터)
["자, 이거 한번 해보자구. 수비할때 수비가 되잖아 지금.
저쪽이 지금 존을 못깨고, 우리 시스템을 모르잖아 지금.
계속 당하고만 있잖아. 우리한테. 자, 근데 우리가 포스트에 파울이 있잖아
들어가지? 연습 어떻게 했어. 드리블,드리블. 이럼 너 안보여. 세근이 어떻게 가라고 했지?..."]
-내 작전에 상대가 말리는게 벤치에 있는 내눈에도 보일 정도다...
감독으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쾌감 중의 하나겠죠.
이후 안양은 8-0, 상대를 0점으로 묶고 8점을 연속으로 쓸어넣으며, 68-61로 이날 경기 후반 처음으로 역전합니다.
** 같은 경기 종료 2분 9초 남고, 65-72로 뒤진 동부의 작전타임 강동희감독의 작전멘트
(아프리카 플레이타임 1:54:30초부터)
["그담에 지금, 존을 서니까 네가 움직임이 없다구. 그니까, 일단은 스윙을 해주라구.
쟤네가 존 서기전에 올라와서 붙지? 이거를 빨리 연결을 해서 여기서 그냥 처리해버리라구. 알았어?
자, 광재야. 존을 서게되면, 맨투맨이면 걍 박스를 원으로 하구, 존을 서게되면. 어? 잘봐 여기서,
존을 서게되면 윤호영한테, 네가 여기서라구, 아니, 네가 여기서라구. 네가 여기서 언더로 와, 언더로 가라구..."]
-카메라는 감독얼굴만 비추고, 지시보드와 선수얼굴은 비추지 않았기에 여기서 말한 "너,너,너"가 각각 누구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존존존존, "존을 서게되면"이란 말을 몇번이나 반복하면서 존돌파 방법과 존돌파시의 공격자 위치를 하나하나 지정해줍니다.
네...크게 한방 맞아 당황해버렸죠.
그것이 설마 자신들의 장기인 3-2'드랍존' 일것까지는 정확히 몰랐다고 해도, 애초에 3-2지역방어 돌파에 대한 대처법은 X-50이건 M-30이건 K-2건 F-16이건 무슨 이름을 붙여서라도 미리 존재했었어야 되는 것이 아닐런지...(X-50은 실제로 동부팀의 작전 이름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그리고, 이 수비는 양팀의 마지막 게임인 6차전까지 간헐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되며, 결국 끝끝내 깨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본에 충실한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개월간이나 맞서왔고 수십경기씩이나 비디오자료를 남겼던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무대에서 무언가 준비된 필살전략을 준비해 오는 것은 당연한게 아닐까요. 또, 그것을 미리 대비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융통성이, 그리고 그 준비자세의 차이가 승부에 영향을 가져온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글로 보고있지만 당시 분위기가 생생히 그려지네요ㅎ 2차전 이상범감독님의 저 작전타임 멘트 들으면서 전율을 느꼈는데 결국 동부가 그 수비를 깨지 못했네요. 다음 작전타임에서 당황한 강동희감독님의 멘트도 생각나고요..준비된 자와 준비하지 않은 자의 차이였죠. 아마 안양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해도 이상범감독님이 최소한 "선수빨" 이라는 이야기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게 만든 전환점이라고 봅니다.
영상 다시보니 이상범감독님이 "연습 어떻게했어?" 라고 물어보니 오세근선수가 제스쳐를 취하면서 대답하는 모습도 찍혔네요.
당시 안양 KGC가 쓴 3-2는 원주 동부가 쓰는 3-2 드랍존은 아닙니다. 빅맨이 헬프가고 반대편 윙에서 떨어지는 일반적인 3-2였어요. 원주 동부가 쓰는 형태의 드랍존은 울산 모비스가 간혹 쓰는데 정규 시즌에 원주 동부는 상대가 지역방어를 쓸 때 상당히 대처를 잘 해왔는데 이상하게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헤맸죠. 강동희 감독이나 이상범 감독도 라커룸에서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안양 KGC가 3-2를 1차전에 안 쓰고 2차전에 쓰고 3차전에는 전반에 잠깐 쓰다 말고 하는 등 변칙적으로 쓰면서 원주 동부 선수들이 상당한 혼란에 빠진 듯 싶어요.
최연길 위원님, 해설 정말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즌도 기대하겠습니다...
드랍존이 성립하기위해 필요한건 3번의 가운데 인물, 즉 양희종-운호영이 상대의 진형과 상황에 따라 안쪽으로, 다시 바깥쪽으로 다시 안쪽으로 이동하는 거죠. 즉, 그 중심인물이 3-2를 2-3으로 다시 3-2로 변형대응 하는게 포인트죠.
사실 이상범감독입장에서는 3-2드롭존 수비를 4강플옵에서 쓰지 않은게 모험이었죠...아마 5차전까지 갔으면..5차전에는 쓰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4강플옵을 통과하지 못하면 3-2드롭존을 써보지도 못하고..연습만 한 꼴이 되니까요..4차전에서 끝난게..이상범감독이나 KGC에게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네요..당시에 전문가들이 KGC가 4강플옵의 경기력이라면 힘들다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는데 그것이 그런 비수를 숨기고 있었던것을 동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거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