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여년 쯤 전에 여러 뉴스 매체에 야구선수 팀 버크에 관한 기사가 실렸었다.
그는 당시 평균 2 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잘 나가는’ 선수였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를 거치면서 8 년 동안 최고의 구원투수로 활약하면서 49 승 102 세이브의 전적을 올렸던 유명한 미국 야구 선수였다. 특히 1989년 올스타게임에서는 두 이닝을 셧아웃(상대팀에게 한 점도 주지 않은 게임 또는 그런
이닝)시키는 놀라운 피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메이저 리그에서 명성을 떨치며 활약하던 유명한 싱커 팀 버크(Tim Burke)가 34 살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은퇴를 선언하여 화제가 되었다. 1996 년 은퇴할 당시 그의 미래는 매우 밝은 상태여서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 무렵 뉴스타트라는 잡지에 실린 야구선수 팀 버크에 관한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팀 버크는 96 년 2 월 말, 은퇴 발표도 없이 조용히 야구계를 떠났다. 그
은퇴의 이유는 아내와 네 명의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아이들은 그가 낳은 친자식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과 베트남, 과테말라 등지에서 입양한, 더구나 모두 신체부자유 고아들이었다.
이 기사를 접하며 나는 참 많은 생각에 잠겼다. 자기 나라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을, 그것도 신체 부자유 고아들 여러 명을 위해 ,이국 만리 잘나가는 젊음 부부가 창창한 자신들의 삶을 접고 헌신하기로 뛰어든다?... 말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행동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건강한 자신의 자녀를 기르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 아닌가. 나도 히스패닉 한 아이의 입양을 계획하고 준비하다가,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어떤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런 헌신과 희생을 보면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버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아픔을 기억하며 불행한 어린이들을 돕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아내인 크리스틴이 자녀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조산아
스테파니와 심각한 심장병을 앓는 니콜, 정신박약아 라이안, 한쪽 발밖에 없는 웨인을 자신의 자녀들로 입양했다. 이후에도 그는 더 많은 아이들을 입양할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을 위한 방이 아홉 개 있는 집을 마련했다.
1991 년 7 월, 딸 니콜이 심장수술을 받을 때, 그는 엑스포스에서 뉴욕 메츠로 이적 통지를 받았다. 수술 후 한 시간도 안 된 아직 심각한 상태의 딸을 두고 뉴욕으로 향해야 했고, 그 순간 그는 은퇴를 결심했단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야구장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가족 곁이다.”라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그리하여 버크는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 그의 은퇴는 관중의 환호, 인기, 돈, 직업을 모두 함께 포기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추구하는 대상들이다.
기자가 그에게 왜 굳이 야구계를 떠나느냐고 물었을 때, 팀 버크는 “내가 없어도 야구는 잘 돌아갈 것이지만, 내 아이들은 나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손뼉을 치며, ‘야, 멋있다’를 연발했다. 진짜 제대로 된 아버지네. 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다, 세상이 삭막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하는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아마 팀 버크 부부와 같은 이야기는 세상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 아니겠나.
이제 나의 차례, 우리의 차례네. 나는 비록 유명한 야구 선수가 아니고, 글쎄, 아이들을 입양할 형편은 못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줄 수는 있다. 힘겨워하는 이에게 한마디 격려의 말은 건넬 수 있다.
손을 꼭 잡아주며, “괜찮아,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야.”라면서... 이런 작은 행동들이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나도 무엇인가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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