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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Clascio Mundial De Beisbol
09. 03. 25에 작성한 것을 끄집어내 봤습니다. 식견도 글쓰기도 많이 부족하니, 재미삼아 읽어주신다면 그저 감사하겠습니다.
2013 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시작.
2회 째 대회를 맞이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WBC)는 MLB가 주최하는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야구 국가 대항전이다. MLB와 NPB, KBO가 힘을 합쳐 메이저리거를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자국을 대표해서 뛸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초대 대회에서의 규정상 미흡과, 대진, 오심 등이 많이 개선되었다. 다른 빅이벤트인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피해 06년에 이어 3년 후인 올 해 개최 하였으며, 이제는 기타 권위있는 축제·대회와 마찬가지로 4년 주기로 개최가 되겠다.
이번 대회에선 우선 대진방식이 바뀌었다. 지난 대회에서 불거져 나온 풀리그의 문제점들에 대한 나름의 방책이었다. Double-Elimination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해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와 달리 한 번은 져도 되는 토너먼트. 다시 말해 한 번은 지더라도 다시금 토너먼트 대진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초대 때의 대진과 더불어 여타 대부분의 구기종목에서 실시하는 풀리그와는 많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일단, 경우의 수로 따져 봐도 풀리그의 경우에는 4팀인 경우 1팀의 3승 독주팀이 나왔을 때 나머지 팀이 1승 2패로 물리게 되면 3자 재경기라던가 기타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더블일리미네이션에서는 아예 승패로 모든 것이 결정나버리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대조가 아닐까 싶다.
이에 관하여 초부터는 물론 끝나고 나서도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괜히 ‘일본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 ‘돈 장난이다’ 등등 우리는 여기서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굳이, 꼭, 반드시 4팀 풀리그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주최측의 생각이고 유·불리를 떠나 대회 규정은 꼭 똑같아야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NBA를 비롯한 농구리그는 플레이오프가, 야구리그는 포스트시즌이 있지만, 축구는 단지 정규시즌밖에 없다. 왜? 유럽에 기반을 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축구리그인 K-League에서도 지금은 성공했다 봐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PO를 도입해 흥행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보자. 승자전 승자와 최종전 승자와의 순위 결정전. 굳이, 그야말로, 그렇게 따지자면 이 매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심이다. 승자전 승자가 1위, 최종전 승자가 2위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 포함 일본과 5차례 대결 중 2차례가 순위 결정전이니 실제로는 3경기만 했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스포츠는 사업이고 이는 돈. 즉, 수입과 연계되는 것이 바로 스포츠이다.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기대되는 매치가 많이 나올수록, 주목을 받을 테고 이는 수익과 맞물리게 되는 것이다. 특급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주엘라, 푸에르토리고 그리고 미국.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관계까지 고려한다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바로 마지막으로 집어 보고자 하는 부분이다. 아시아 라운드라 불리는 1라운드에서 일본이 경기를 먼저 함에 따라 하루 쉬고 승자전에 임했다는 점이 바로 그 것이다. 다른 그룹들은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고, 선수 보호를 위해 있는 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른 투수 운용을 생각해 볼 때 바로 이 점이 터무니없는 점인 것이다. 고로 일본은 전력도 우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 뭐 대놓고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심보로 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하긴, 일본의 말썽은 역사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늘 한결같았다) 게다가 게임 매너까지 좋지 않았다. 유리했음에도 콜드로 이겼다고 그 난리다.
“Preliminary” Group A - Asia Round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4팀인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편성, 일본과 중국, 한국과 대만의 매치업으로 개막했다. 일본이 하루 쉬려고 먼저 시작했지만 어쨌거나, 예상대로 한국과 일본의 승자전 매치가 성사 되었다. 대만전에서는 이진영의 만루홈런을 비롯하여 볼 것도 없는 큰 점수차로 완파했고, 일본도 손쉽게 중국을 이기고 승자전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승자전의 결과는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믿었던 김광현이 조기강판 당하며 경기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김광현이 일본에게 제대로 간파당하며 2이닝을 체 버티지 못하고 대량 실점하며 무너졌다.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일본에게 읽혔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는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공의 떨어지는 각도나 무브먼트가 올림픽이나 기타 컨디션이 올라와 잘 던질 때처럼 좋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일본 특유의 계산적인 야구가 빛을 발했다. 직구와 슬라이더로 대표되는 김광현의 단순한 구종에,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먹히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컸다. 일본 타자들이 노리고 나온 것이 보일 정도로 난타를 당했다.
하지만 계투진의 활약은 비단 다음 일본전이 아니라 본선 라운드로 갔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선수들을 제대로 찾았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중간계투들의 구위가 돋보였다. 계투진들은 상대배트에 밀리지 않았을 뿐더러 150에 넘나드는 공을 뿌려댔다. 전체적인 투구내용 면에서도 좋은 투구를 한 점 또한 훌륭했다. 실제로 대등하게만 가도 잘 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면에서(자금력, 인프라, 리그규모, 메이저리거, 등록된 선수 등 기타 여러 사항) 뒤지기 때문에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본선에 진출만 해도 이 전력에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 일본야구가 대단한 것은 자명하다. 근데, 웃긴 것은 대진 운은 물론이고 앞서 말한 모든 면을 봐도 우세한 일본이. 이 한 게임 이겨놓고서는 완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솔직히 ‘보기 싫었다’라고 하는 게 솔직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일본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경기가 끝나고 김태균은 이런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지나 똑같다”며 덤덤하게 대답한 뒤 “다음에 이길 수도 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다”며 자신 있는 답변을 남겼다.
일본은 우리와의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본선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으며 여유로운 순위 결정전을 맞이하였다. 반면 우리는 대만을 사력을 다해 이기고 올라온 중국을 상대로 손쉽게 승리하며 순위 결정전에 진출했다. 또 만났다. 국민들은 실망하면서, 내심 이기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겨버렸다. 1:0으로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 바로 완봉승이다. 다시 말해 우리 마운드가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경기에서 14점이나 실점했지만, 일본이 김광현의 슬라이더만 너무 연구한 탓이었을까? 흡사 시험치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선생님? 이거 배운 내용 아닌데요.?' 한 마냥.
봉중근의 호투도 빼놓을 순 없다. 일본이 그의 완벽한 투구에 짓눌렸다. 일본의 방망이는 분명 승자전 때의 방망이와 분명 달랐다. 일본의 치밀한 계산된 야구의 폐해. 첫 패배 로 이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루 플레이 미스가 많이 나와 보는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운 것 정도가 되겠다. 이는 분명 보완 할 점이고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빈곤한 득점 지원 속에 선발 봉중근을 비롯한 한국의 마운드가 일본 타선(슬라이더만 치는??)을 상대로 무실점, 완봉. 이게 포인트다. 전력도 앞서는 일본이 말이다. A조는 한국, 일본이 1,2위로 본선에 진출하며 미국 샌디에이고행 비행기에 올랐고, 중국과 대만은 짐을 싸야했다.
“Preliminary League” The other Group(B,C,D)
B조에서는 예상대로 쿠바와 멕시코가 본선에 올랐다. B조는 우리가 본선에서 대결해야 할 상대들이기 때문에 다른 조와는 달리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최강 쿠바와 다수의 메이저리거를 포진시킨 멕시코가 으뜸이었다. 이미 멕시코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했다. 샌디에이고에서 박찬호의 동료인 애드리안 곤잘레스(1루수)와 텍사스에서 박찬호의 동료였던 로드 바라하스(포수), 그리고 호르헤 칸투(3루수)와 기타 계투진,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데이비드 코르테스와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까지. 이름값으로만 따지면 전혀 밀릴 팀이 아니다.
기타 조에서는 초호화 도미니카 공화국이 네덜란드에 두 번이나 덜미를 잡혀 조기 탈락하며 단기전이자 국제대회에서의 마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팀 메이저리그’라 봐도 무방한 베네주엘라, 푸에르토리코,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을 두 번이나 격파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을 일으킨 야구의 변방. 네덜란드가 본선에 올랐다.
쉽지 않았던 대표팀 꾸리기 그리고 김인식 감독
초대 대회 때와는 달리 이번 대표팀에서는 감독 선임조차도 쉽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 감독도, 한국시리즈 2연패한 감독도 마다한 그 자리에. 노장, 몸이 불편한 김인신 감독이 선임되었다. 조건부에 말이다. 김인식 감독도 당시엔 초대와 같은 원하는 코칭 스탭이 합류한다면 직접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모두 그 의사를 거절했다. 김재박, 선동렬, 조범현 등 화려한 코칭 스탭은 그의 곁에 없었다. 힘들게나마 이순철 타격코치, 양상문 투수코치, 김성한 수석코치, 김민호 1루코치와·류중일 3루 코치로 코칭스탭으로 합류했다.
해외파마저 김인식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진 못했다. 박찬호는 선발을 원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합류가 쉽지 않았다. 박찬호는 도움이 되는 한 1라운드만이라도 뛸 수 있도록 구단과 이야기 해보겠다며 입단을 위해 출국, 다시 귀국하며 당시의 사정을 말하며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을 밝히며 애정을 나타냈다. 구단에서의 시원찮은 반응이 내심 섭섭했고, 무엇보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이 미안해했고, 표현하기 힘든 의중을 드러냈다. 올림픽 예선과 초대 WBC를 모두 뛰며 그 위치와 명예에 무조건 팀에 힘을 보탰던 박찬호였기에, 실제 등판은 고사하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타 대회처럼 많은 힘이 되었을텐데, 아쉬웠지만 당연했고, 당연했기에 그만큼 아쉬웠다.
(당시 네이버에서 우연치 않게 본 댓글인데 '일제시대 때 박찬호였다면 폭탄 몇 개 던졌을 사람'이라는 그 댓글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 않을까? 더불어 여담이지만 일제시대 때 이치로였다면 조선사람 여럿 죽였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왠지?ㅎ)
게다가 대표팀을 뛰고 나서 손해(?)를 본 박찬호였기에 실제로 다수의 야구팬들은 필요한 걸 알면서도 그의 출전에 반대했다. 이승엽 또한 팀내의 불안한 위치에 자존심이 상하며 반드시 해보이겠다는 각오를 남기고 과감히 대표팀 차출에 응하지 않았다. 이 둘이 없는 대표팀. 설상가상으로 여권 때문에 김병현도 합류하지 못했다. 미국적을 가진 백차승은 아예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병역 미필자인 추신수만이 그 것도 정말 어렵게 합류했다. 이렇게 해외파도 없이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유격수 박진만마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함에 따라 말 그대로 올림픽 팀 위주로 그것도 어렵게 꾸려졌다.
노(老)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고, 팬이 있고 야구가 있다”는 말을 남기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였다. 처음부터 WBC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김 감독은 3년 전 대회 때도 약이 없어 약을 한국에서 붙여서, 먹으며 대표팀을 이끌었다. 도쿄 돔에서 김 감독을 소개 할 때 모자를 벗으며 절룩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인사하는 그 모습들 또한 애잔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계에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초대 대회 이후로 국가대표 감독을 은퇴한 감독님께서 다시금 그 자리에 앉아 독이 든 성배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렇게 이 대표팀으로 팀을 준결승까지 이끌었다. 그리고 앞으로 소개 할 준결승 종류 후 고칭 스태프와 다 같이 포옹하는 장면에 야구를 가슴깊이 보고 아는 사람은 그 찡함이랄까? 무엇으로 표현이 가능할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현지에서는 김인식 감독의 WBC승률에 놀라는 한편 우리 야구에 한 번 더 놀랐다. 적재적소의 작전과 용병술. 이 대표팀이 준결승을 확정.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지긴 했지만, 그 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점검은 물론, 전체적인 것을 되짚어 보며 준결승을 준비했다.
“Quarter-Finals” Group E
A1한국과 B2멕시코, B1쿠바와 A2일본의 대결. 일단은 아시아 팀들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3년 전 대회에서도 한국은 본선에서 멕시코를, 일본은 결승에서 쿠바를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홈런 3방과 다양한 작전(더블 스틸이 일품이었다)과 마운드를 앞세워 멕시코를 간단히 요리하며 승자전 진출했다. 일본도 쿠바에 승리하며 준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이번 대회 세 번째 한일전이 성사되었다. 내심, 결승 복수 겸 쿠바가 이겨 패자전에서 멕시코가 이겨 아예 일본이 탈락하길 바랐지만, 괜히 일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도 웬일인가? 1회에 다르비슈 유가 흔들리며 내리 3실점하고 말았다. 사실상 경기가 넘어왔다. 이날도 단연 빛난 존재는 봉중근이었다. 봉중근은 도쿄 돔에 이어 펫코 파크에서까지 쾌투를 선보이며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뻥 뚫어 주었다. 하물며 이치로와의 견제 심리전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멋진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치로는 경기 막판 출루 시 뛰어보겠다는 심산이었으나 봉중근의 견제 모션에 무참히 무너졌다. 첫 견제 모션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더니 두 번째부터는 그냥 슬라이딩을 해댔다. 이치로가 세이프한 것을 보면 중심이 전과 달리 2루가 아닌 1루로 향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좀 과장일지는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경기 분위기를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다.
보다 통쾌했던 것은 일본의 계산된 야구가 피를 봤다는 것. 일본은 만루에서 이범호에게 0-2(2strike)카운트에서의 볼넷을 내줬다. 왜 그리 유인구만 찔러 넣는지, 자신감이 없어서였을까? 늘 그렇게 배운 탓일까? 너무 데이터에만 의존했는가? 아니면 결정구가 없는 것일까? 일본은 이범호의 배트가 돌아나올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이 부분이 일본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가 못 하길 바라는. 바랄 수밖에 없고 바라야만 하는. 그렇게 어이없는 투구 덕분에 4:1로 일본을 꺾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두 대회 연속 준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순간이었다.
“Quarter-Finals” Group F
베네주엘라, 푸에르토리코, 미국이 속했으니 말 다했다. 매 경기가 MLB 올스타 경기였다. 베네주엘라는 가볍게 네덜란드를.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을 11:1 콜드로 대파했다. 미국은 제이크 피비가 일찌감치 무너진 반면 하비에르 바스케스는 7이닝을 던지며 호투했다. 미국은 패자전에서 승리하며 불씨를 살렸다.
승자전은 가히 최고의 매치였다. 2:0 베네주엘라의 승리, 방망이가 무색할 정도로 점수가 나지 않았지만 이 대결을 본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함부로 볼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보니 열기는 어마어마했다. 역시나 최종전에서 다시 만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기 때문에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전에서 미국은 푸에르토리코에 시종일간 끌려 다녔는데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푸에르토리코의의 불펜(사실상 유일한 약점)이 9회말의 묘한 분위기를 막지 못하고 데이비드 라이트의 적시 안타로 끝내기. 2점을 헌납. 미국이 극적으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 경기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경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야구다운 경기였고, 재미있는 경기였던 것 같다.) 의미가 없는 순위 결정전 결과 베네주엘라가 1위, 미국이 2위. 이렇게 대회는 이제. 4팀만이 남으며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Semi-Finals & Finals” 출사표 ‘위대한 도전’
대한민국의 김 감독은 준결승에 앞서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한민국은 준결승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인 베네주엘라를 만났다. 베네주엘라는 남은 4팀 중 몸값이 가장 많은 팀으로 로스터 25명 중 22명이 메이저리거인 팀. 디트로이트 메글리오 오도네즈(좌익수), 미겔 카브레라(1루수), 카를로스 기옌(3루수), 메츠의 마무리 62세이브 '신기록' 투수 "K-로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바비 어브레이유(우익수)까지. 얼추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데다 다른 서수들 면면을 봐도, 답이 안 나오는 라인업이다.
베네주엘라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연습 때, 카브레라가 장외 홈런을 쳤다. 당시 중계를 하던 기자는 “그 큰 다저스타디움에서 76년 이후에 본적이 없다”라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카브레라는 “아직도 보여줄게 더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나 이 타선은 대한민국의 한 투수에 쩔쩔맸다. 그 선수는 바로 윤석민. 윤석민 8이닝에 가까울 동안 단 2실점만을 헌납했다. 그새 우리 타선은 홈런 둘을 포함 10점을 뽑아냈다. 이름값대로라면 분명 점수가 바뀌어도 바뀌어야 정상일 텐데 그렇지 못했다. 그 위대한 도전의 끝이 어느덧 보이는 것 같았다.
3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본선에서의 미국전. 당시 선발 돈트렐 윌리스는 “5이닝에 공 50개로 끝내겠다”며 호언장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는가? 윌리스는 이승엽에게 홈런 맞고, 이어지는 타석에서 그를 고의 4구로 내보냈다. 카브레라도 비슷해 보인다. 힘자랑을 그렇게 하더니만 장타는 커녕 안타도 없었다. 실책도 저질렀다. 아웃시킬 걸 괜히 태그한거 보면 오버랩이 한 두번 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의 준결승. 승자는 일본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자격조차 없어보였다. 후반엔 아예 공도 쫓아가지 않는 등. 아무리 100에 100전력을 다 하지 않을 팀이었지만 이건 너무했다. 피비가 미국민에게 응원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저 플레이는 응원은커녕 응원할 사람조차 후회하게 만드는 플레이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할 말이 없는 선수 근성이었다.
대망의 결승전. 원하든, 원치 않든 일본과의 마지막 큰 타이틀. 챔피언 자리를 놓고 대결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먼저 실책을 떠나 ‘우리가 열심히 최선을 다 했다’에 의의를 두어야 마땅하다. 상대가 일본이라, 국민들이 느끼는 그 묘한 뒤끝은 싫겠지만, 결승에서도 그 것도 연장 접전 끝에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무엇보다 화나는 점은 그들의 매너였다. 저 일본 어디 가나 싶었다. A그룹 순위결정전에서도 빈볼도 모자라 2루 도루 때 나까무라의 플레이다. 다리를 잡아채는.)
아쉬웠기에 더욱 빛났던 위대한 도전
어쨌거나 희대의 명승부였음은 분명하다. 어느 중계인지 잘 모르겠지만 10억짜리 경기라고 말한 것부터 미국 기자는 30년 이래 최고의 승부. ESPN 중계진들은 “이 경기의 승패에 상관없이 패자는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마지막 결승을 말이다. 물론 패해서서 아쉬웠다. 그 결과가 너무 박빙에 9회말 2아웃의 극적인 상황이라 더 안타까웠고, 상대가 일본이라 더더욱 비통했다.
이치로에게 승부한 마지막 공은 3년전 준결승에서 김병현이 후쿠도메 교스케에게 허용한 2점 홈런과 같은 것이었다. 무대의 차이지 사실상 일본에게 지면 대회가 끝이 나는 상황은 많이도 비슷한 것 같아 내심 더 아쉬웠다. 준결승, 결승에서 터진 추신수의 값진 홈런은 이승엽의 올림픽에서 홈런과 비슷했으며, 내내 부진하다 마지막 큰 두 게임에서 나왔다는 것이 너무나도 일맥상통해 보였다. 물론 이번은 우승을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의 모든 여건을 볼 때 일본과 대등했다. 도리어 선수단의 질이 상대적으로나마 조금은 3년 전보다 떨어졌음에도 결승까지 올라 당당히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거 1명으로 5명의 일본과 대등, 그리고 멕시코는 물론, 베네주엘라까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이겼다면 그 위대한 도전이 더 없이 멋있었겠지만, 위대한 도전이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에 더 큰 감동과 멋진 눈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잘했다. 장하다. 그 어느 무엇보다 현지에서 김 감독을 인정한 것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는 노장 김 감독에 경의를 표했다. 현지 중계진이 김 감독을 비추고 나서 바로 다저스의 영구결번 감독, 말이 필요 없는 감독인 월터 알폰소의 번호를 비춘 것은 개인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Manager Kim"이란 단어가 이 모든 것을 대변함을 말해 준다.
끝.
이제 3년이다. 4년 뒤에는 이런 감동과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이젠 우리가 더 열심히 응원해야 할 의무를 가신 셈이고, 야구에서의 긴장감이. 야구가 왜 재밌는지 더 크게 다지 알려졌다는 셈이 너무나도 좋고 고마웠다. 감독 선임 난항, 박찬호의 눈물, 선수들의 의지, 셀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이런 멋진 결과. 아니 과정이 멋있어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온 듯하다. 농구와 야구를 접하며 명선수와 명감독의 명언이, 아무래도 다 해외 출신인데 이제는 그 명언을 말씀하신 분들 중 김인식 감독도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야구의 본고장. 현지. 미국이 놀라고 인정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하나하나를 보며 어렵다는 말만하는 우리를 볼 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 3월과 야구가 아닐까.
첫댓글 2009년 대회 참 재미있게 보았었습니다~
이번에는 강팀이 무기력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특히 미국, 도미니카등..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ㅋ 지금 예전보다 덜 주목받지만 대회시작되면 많은 국민들의 심장은ㅅ 뛰게 해주겠죠
임창용이 10월초인가 이치로 맞서던 장면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네요.. 결승에서 졌지만 우승 못지않게 뿌듯했던 대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