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03 05:20
내년 경선은 '서청원>김무성', 그러나 시간 지날수록 '김무성>서청원'
최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계보를 분류해 놓은 문건 한 장이 떠돈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류(類)의 문건이 돌아다닌 적은 많았습니다. ‘친박계’니 ‘친이계’니 하면서 의원들을 쭉 줄 세운 것들이었죠.
그런데 최근에 등장한 문건이 이전과 다른 점은 전통적 분류법대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나누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의원들을 ‘김무성계’, ‘최경환계’, ‘서청원계’, ‘정몽준계’ ‘기타’ 등으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건은 대체로 당내 상황에 밝은 인사들이 이런 저런 목적을 가지고 만듭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문건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차기 당권 주자를 기준으로 해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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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의원
액면으로는 김무성 계보가 가장 많아이 문건이 분류한 계보(系譜)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는 김무성 의원계였습니다. 박민식 김세연 이진복 나성린 서용교 이헌승 등 부산지역 의원에다 이한성 정문헌 김성태 김용태 박대출 의원 등을 김무성계로 분류했더군요. 김성태 김용태 등 친이계 의원을 김 의원 계보에 넣은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경환 원내대표 계보는 윤상현 안종범 강은희 강석훈 김현숙 의원 등 친박 주류 의원들이었습니다.
10ㆍ30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 서청원 의원 계보로는 노철래 이우현 이상일 의원 등을 꼽았더군요.
정몽준 의원계는 안효대, 염동열 의원이었습니다.
황우여 현 새누리당 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입니다. 규정대로라면 내년 5월을 전후해 새로운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가 열린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 시기가 다소 유동적입니다. 더 빨라질 수도 있고, 더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차기 새누리당 당권을 놓고선 7선의 서청원(70ㆍ경기 화성) 의원과 5선의 김무성(62ㆍ부산 영도) 의원이 맞붙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당내에는 많습니다.
정몽준 의원이나 이완구 의원, 최경환 원내대표도 도전장을 던질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청원 대(對) 김무성’ 시나리오가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여권 안팎의 관측입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보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두 사람이 당 대표를 놓고 일합(一合)을 겨룬다면 현재의 여권 역학구도 등을 감안하면 누가 이길까요?
정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는 전국 265개 지역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누가 더 많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립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이 대개 자기 지역구의 ‘영주(領主)’격인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표를 던지기 때문이죠.
새누리당의 경우 대의원 투표 외에 여론조사 결과(30%)가 반영되지만 그 영향력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김무성의강점은꾸준한스킨십과미래외견상으로는 김무성 의원이 유리해 보입니다. 김 의원의 최대 강점은 새누리당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 겪으며 의원ㆍ원외위원장 들과 꾸준히 스킨십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김 의원은 최근 두 번의 총선에서 모두 낙천의 고배를 마신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명박 시대’가 열린 2008년 총선에서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고, ‘박근혜 시대’를 앞둔 2012년 총선에서는 ‘탈박(脫朴)’ 낙인이 찍힌 가운데 낙천됩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생환(生還)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락(苦樂)을 함께 한 당 안팎 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쌓게 됩니다.
사무총장(2005년)과 원내대표(2010년) 등 주요 당직을 거치면서 켜켜이 쌓아놓은 인연의 층도 두텁습니다. 계보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지요.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됩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여권 주자 가운데 1등은 김 의원 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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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청원 의원
반면 서 의원은 상당 기간 새누리당을 떠나 있었습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선자금 수사의 칼날이 새누리당을 향한 적이 있습니다. 서 의원은 그 유탄을 맞아 옥고(獄苦)를 치른 뒤 정치적 휴지기를 갖습니다. 2007년까지 새누리당에서 서 의원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2007년에 정치 무대로 돌아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서 의원은 그 다음해엔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시 옥고를 치릅니다. 그러다보니 서 의원은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ㆍ당협위원장들과 스킨십을 가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7선의 서 의원이 5선 김 의원보다 계보 숫자가 적은 이유입니다.
김 의원과 비교했을 때 서 의원이 가진 또 다른 약점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의원들 입장에선 미래 있는 후보가 투자가치가 더 높은 게 사실입니다.
청와대의희망사항은서청원당대표?그렇다고 김 의원이 이길 것이라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청와대 내지 친박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5월에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당선된 대표의 임기는 2016년 5월까지입니다. 다시 말해 내년에 뽑히는 당 대표가 2016년 4월에 있을 20대(代) 국회의원 총선거를 책임진다는 얘기입니다. 총선 공천권이 그 사람 영향력 아래에 놓이겠죠. 내년 새누리당 대표 선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청와대는 자기들과 뜻이 맞으면서 소통도 되는 인사가 당 대표가 되길 원합니다. 그런 면에서 ‘탈박(脫朴)’전과가 있는 김무성 대표보다는 ‘친박 맏형’서청원 대표가 낫습니다.
청와대 입장에서 김 의원이 꺼려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미래권력’의 이른 등장은 ‘현재권력’의 조기 레임덕을 의미합니다. 여권 안에서 미래권력에 줄을 서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국정운영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현재권력은 미래권력을 견제하기 마련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박 대통령을 고사시키기 위해 골몰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김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된다면 이는 미래권력의 전면적인 등장을 의미합니다. 청와대로선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때문에 내년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은 게 청와대의 솔직한 속내일 겁니니다.
전당대회가 닥치면 당의 주류인 친박계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에게 “서 의원을 지원하라”는 청와대‘오더’가 내려갈 공산이 큽니다. 최경환계로 분류된 주류 친박 의원은 물론, 상당수 범(凡) 친박계가 서 의원을 지지할 것입니다. 게임은 서 의원의 승리로 들아갈 겁니다.
굳이 수학 기호로 표기하면 이렇습니다. 액면으로는 ‘김무성 > 서청원’ 인데 실제론 ‘김무성 < 서청원(+청와대)’이란 얘기죠.
서 의원이 당 대표로 나서는 분위기가 잡히면 김 의원이 굳이 내년 정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 의원이 ‘현재권력과 일찍 맞서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일보 후퇴’할거란 얘기입니다.
청와대가아무리오더내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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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5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손을 맞잡아 올리며 인사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 새누리당 내에서 청와대 오더의 영향력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의원이나 위원장이 청와대 오더가 내려온다고 알아서 기지 않는다’는 얘기죠. 지난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그 근거로 듭니다.
당시 원내대표 경선에선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과 중립 혹은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이 맞붙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었습니다. 청와대의 속내도 최경환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최 의원의 8표차( 77 대 69 ) ‘신승’이었습니다.
친박계의 결속력이 떨어졌고 청와대의 오더도 크게 먹히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여당의 풍토도 이전과 비교해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의원들이 청와대 오더라고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 않습니다. 친박의 결속력이나 구심력이 지난 5월보다 지금 더 많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 관계자는 “원칙을 중시하고, 공무원을 우선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보면서 의원이나 원외위원장들이 ‘이 정권 하에선 더 이상 얻어 먹을 게 없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측면에서 구심력 이완의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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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후보가 국회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럼 저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새누리당에서 서청원 대(對) 김무성으로 당권 경쟁이 벌어지면 저는 서 의원이 이길 거라고 봅니다. 정권 초기인 만큼 청와대 오더가 그래도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으로 넘어갈수록 청와대 오더의 힘은 점점 떨어질 겁니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도 변수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모른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내년 이후 상황을 수학기호로 표기하면 이렇습니다.
‘김무성≒서청원(+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