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관한 ‘팩트 폭행’
업무량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는 인사를 건네자, 이 연구원은 농담 반 진담 반 “살려주세요”로 되받았다. 인터뷰 전날에도 세 시간밖에 못 잤다고 한다.
업무량이
많으면 내용이 부실해질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그는 증권업계 내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없다”를 강하게 주장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최근에는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보고서와 책에는 부인하기 힘든 이른바 ‘팩트 폭행’ 수준의 근거 자료들이
빼곡하다. 이 연구원이 하고 싶은 말은 책의 목차에 나와 있다. △비싸지 않다 △편견이 투자 망친다 △진실 혹은 거짓5 △다가올 시장은 생각보다
강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드러난 팩트가 있더라도 다분히 감성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자산이다. 항의전화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지역은 모두 빼달라고 당부했다. 어쩔 수 없이 지역명은 빼고 새
집과 헌 집, 사는 집과 살고 싶은 집, 살 수 있는 집과 사기에는 비싼(부담되는) 집으로 단순화했음을 밝힌다.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보다 싸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집값이 싸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근거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즉 한 해 소득을 전액 모을 경우 집을 사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PIR(Price ti Income Ratio)이 6.1배인 사실을 내세운다(2015년 전국평균). 참고로 중국, 일본, 대만
3개국의 평균 PIR은 16.8배이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5개국 평균은 19.3배에 달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평균은 7.6배로 이들보다 낮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도 사실이다. 이 연구원은 “외국에서 안 살아봐서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외국 대도시에서 집을
사거나 세를 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서울의 집값이 비싸다고 느낀다는 설명이다.
“다들 적정주거비를 말하는데 ‘적정’의 수준이 없다.
한국의 주거비는 (원래)상당히 낮았다. 이게 계속 오르니까 비싸다고 느낀다. 절대적인 수준으로는 아직도 싼데. RIR(연소득 대비 임대료율)이
20% 밖에 안 된다.”
과도한 지출로 주거비
저평가
경험 외에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사실에 대한 일반인의 체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소비지출 구조의 문제로, 교육비가 핵심이다.
“가처분소득을 사교육비 등 엉뚱한 데다 많이 쓴다. 비합리적인 교육비 지출이
과도하다. 교육비 등 지출이 꽉 짜인 상황에서 주거비가 늘어나니까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다. 선진국보다 주거비 비중은 낮지만 교육비 비중은
높으니까.”
두 번째는 주택소비의 질이다. 주거의 질을 높인 집이라면 집값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데
사람들은 그때와 지금의 주택가격을 똑같은 ‘집값’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다들 힘들다고 해도 공항 가면 사람들 엄청나게
많다. 삶의 질, 소비의 질(그에 대한 지출)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주거의 질에 대한 지출은 차별적으로 받아들인다. 1980년대,
1990년대에 지은 아파트와 2000년대 이후에 지은 아파트는 주거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 살기 좋은 집, 편의성 높은 집이다.”
주거의
질을 높인 주택에 대한 지출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서울 공급 부족…재건축이 집값 올릴 것
주거의 질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현실을 왜곡해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새 집과 헌 집, 사는 집과
살고 싶은 집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가 현실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금 사는 집은 헌 집인데, 사고(살고) 싶은 집은 새 집이고
둘 사이에는 상당한 가격 차이가 있다 보니 일종의 착시와 반감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는 1기
신도시처럼 대규모로 새 집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가 없기 때문에 신규 물량이 나오는 족족 높은 경쟁률로 팔려나간다. 만들면 팔리는 상황인데
가격이 쉽게 하락할 리 없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에는 273만 호의 주택이 있으며 이중 60%에 가까운 161만
호가 아파트다. 이중 30년 넘은 노후아파트가 68만 호로 전체 아파트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재건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는
30만 호, 향후 10년 내 재건축이 거론될 아파트가 37만 호다. 즉 10년 내 재건축될 아파트가 67만 호이며 특히 강남과 강동에
노후아파트가 많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강남에서 재건축되는 아파트단지만 봐도 향후 이들이 서울의 집값을 올릴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일반인의 눈높이에 가까운 1기 신도시 등에서는 과도한 부담금 때문에 재건축이 강남지역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리하면, 서울 강남 등에서는 재건축이 진행되지만 경기도 등 나머지 신도시에서는 재건축
진행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규모로 새로 지을 빈 땅도 없다. 그래서 간간이 공급되는 신규 분양마다 사람들이 몰린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주택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1기 신도시들이 재건축하려면 용적률을 높여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새 집을
사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연구원은 “새 집에서 살고 싶다면 주거비 부담은
높아도 전월세로 서울 시내에서 살거나, 부담되면 동탄 등 2기 신도시로 나가든가 둘 중 하나”라고 선택지를 제시했다.
돌려 묻지 않았다. 자가든 전세든, 지금 살 수 있는(buy) 능력이 되는 집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
시장이 새 집 위주, 신규 공급 위주로 계속 돌아간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대출받아 사고(살고) 싶은 곳의 집을 사는 것이 맞을까,
구체적으로 다시 질문하자 그는 테이블에 놓인 책의 아랫단을 가리켰다.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부동산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4억, 5억씩 대출받고, 이렇게 무리하라는 말이 아니다. 월세 대신
은행이자 낸다 생각하고 대출 조금 더 받아서 새 집을 사는 편이 좋다. 이런 말 하면 투기 부추긴다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이 연구원이
노후아파트에 갭 투자하는 것을 말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역시 부동산이 답이군요 ! !
부동산이 최고입니다..항상 지금이 저평가인듯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