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팔백열한 번째
진정한 생일
한 청년이 왕을 찾아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법을 일러달라고 부탁했답니다. 그러자 왕이 포도주가 가득 담긴 잔을 주면서 포도주를 한 방울도 엎지르지 않고 성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일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열심히 조심스럽게 성을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그러자 왕이 성을 돌면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청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포도주가 엎질러질까 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겁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그것이 성공 비결이다. 포도주잔에 집중했듯이 네게 주어진 일과 목표에 집중하면 주변 상황에 불만족스러울 틈이 없다.” 짙은 안개나 폭풍우를 만났을 때, 한밤중에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계속 맴도는 것을 등산 용어로 링반데룽 Ringwanderung이라고 한답니다. 아무리 목표가 뚜렷해도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링반데룽에 빠지기 쉽습니다. 더구나 이런저런 주변 것들을 기웃거리며 걷다가는 길을 잃기 쉽습니다. 여태 그리 살아온 것 같습니다. 교통안전 표어에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문구를 읽으며 “바쁘게 달려가다가 멈출 줄 알 때, 비로소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라는 경구警句가 떠올랐습니다. 멈춰야 한다는 것, 멈춘다는 게 뭔지, 나이가 드니 이제야 어렴풋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원불교의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은 창시자 소태산少太山 대종사가 대각(깨달음)을 이루어 원불교를 연 날이라고 합니다. 대종사의 탄생일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날을 최대 경절로 삼는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깨달음을 통해서 본래의 나를 찾은 것이 진정한 탄생이라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남들이 하니까, 생각 없이 매년 생일잔치를 해왔던 게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