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그는 어려서부터 전교 일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법대를 졸업하기도 전에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누가 보아도 앞날이 탄탄 대로였다.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중매가 들어왔다. 부유한 집안에 사법고시까지 패스하고 보니 누가 보아도 일등 사위감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중매가 들어왔지만 면장인 중한의 아버지는 생각이 달랐다. 중한의 아버지는 군수의 딸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나이가 중한과 같은데다 외모까지 뛰어났다. 중한의 아버지는 군수를 따로 만나 중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중한의 소식을 듣고 있었던 군수는 흔쾌히 결혼을 허락했다.
지방 자치제가 시행되고 임명직이었던 군수 자리도 선출직으로 전환되었다. 중한의 장인 임군수도 이제는 선출이 되어야 군수직을 유지하는 처지가 되고보니 군민들의 지지가 필요했고, 면장인 중한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법관으로서의 삶보다는 좀더 큰 인물이 되기를 원했다. 양가 집안의 뜻에 따라 중한은 정치인으로서의 발을 들여놓았다.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다.
여당 텃새 지역에서 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일이었지만, 몇 선을 거친 중진 의원을 밀어내고 검증되지 않은 젊은 중한을 여당에서 공천해주지는 않았다. 면장인 아버지와 장인 임군수의 지지까지 있고 보니 중한을 밀어주는 사람이 많았고, 자신에 차있던 중한은 첫 선거를 무소속으로 출마를 했다. 분위기는 중한이 당선 되는 듯했다. 엎치락뒤치락 계속하던 개표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아깝게 여당 공천을 받은 중진의원의 승리로 끝이 났다.
첫 선거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여당의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여당 중진의원과 근소한 차이로 낙선을 하고 보니 누가 보아도 다음을 기약할만 했다. 선거로 쏟아부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여력은 있었다. 그때부터 지역 현안과 지역구민들을 챙기며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4년이 흐른 후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생각한 중한은 자신있게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근소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당선의 환상은 그를 계속 출마로 이끌었다. 계속되는 출마와 낙선은 집안을 빚더미에 올라 앉게 했고, 이 모두를 한 번의 당선으로 만회하려던 중한은 점점 더 깊게 선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낙선에 자존심도 엷어졌고, 오랜 세월 지역민을 위한 정치 행보를 한 중한이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비리로 재임 기간이 얼마 남겨두고 직을 상실한 단체장 대행으로 몇 달 단체장을 지냈지만,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오직 선거에만 관심을 두고 모두를 쏟아붓는 중한을 가족들은 지지했지만, 반복되는 출마와 낙선은 모두를 지치게 했다. 아내마저 이혼을 했고 자식들조차 떠나게 했다.
지역 어디서든 중한을 볼 수 있었고, 언제나 지역민에게 인사를 했지만 이제는 중한이 당선되리라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한 번의 당선으로 이 모두를 만회할 수 있을 듯 했지만 세상은 중한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낡은 양복을 입고 밑창이 닳은 운동화를 신은 소중한 그는 오늘도 지역구민들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첫댓글 당선과 낙선의 차이
윤석렬과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