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ㅡ 최후의 승리자
이 상 헌ㅡ 칼럼니스트 / 시인
최후의 승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참고 견뎌내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처음에는 잘나가다가 결승점에 다와서 쓰러지는 사람도 있고,
결승점에 다와서 쓰러진 선수를 부축하여 함께 골인하는 선수도 있어, 이런
장면을 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귀히 여기고 섬기면,
신뢰와 기쁨이 따르게 마련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아픔 없이
성장하는 사람도 없다.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어서, 처음이 빠르
다고 승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나아간다고 패배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참는 것은 이류이며,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라고 했지만, 일류 이류 삼류도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모두가 메달권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나는 7남매의 막내로 병약하게 태어났는데 어머니가 노산이어서 젖이 나오지
않아, 산모가 있는 집을 방문하여 젖을 얻어 먹였다. 지금도 고맙게 여기는
것은 우리 동네 산모의 젖은 대부분 얻어먹어, 나의 생명을 이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젖 얻어먹으러 옆집에 갔다가 실수로 양잿물을 먹었는데,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 바람에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환자가 되어
고난과 역경 속에 살아야 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생겨 초, 중, 고등
학교를 울면서 다녔는데, 의사는 진통제를 처방해주면서 부작용이 심하니
가능하면 먹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 보니
길을 가다가도 울고, 자다가도 울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이 약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먹지 않고 버틴 기념으로, 수십 년 지난 지금도
이 약을 보관하고 있다.
부모님은 밤마다 호롱불 밑에서 일기를 쓰고 책을 읽으시며, 독서는 행복과
성장의 촉진제라면서 나에게도 독서지도를 해주셨다. 그 바람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글을 배웠고 일찍부터 독서에 열을 올렸는데, 삼매경에 빠지
면 기쁨과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독서는 나에게 영양제요, 진통제가 되었던 것이다. 독서에 빠져들면 통증을
까맣게 잊게 되고, 내가 25가지 병을 가진 난치병 환자라는 것도 망각하고
책 읽는 즐거움에 빠졌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 평균 3권 이상의 책을 읽게
되었으니 한 달에 평균 100권을 읽게 되고 1년이면 얼추 1000권 넘게 읽었다.
책에 심취하다 보니 내가 아프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그 바람에 나도 모르
는 사이에 독서왕이라는 타이틀이 나를 따라다녔다. 만일 내가 병과 인연이
없었더라면 책을 벗 삼았을 리도 없고, 300여권 가까운 저서가 탄생하지 못했
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병이 스승이었다는 점을 실감한다. 한국전쟁에
피란가면서도 10권의 책을 가방에 넣고 그 책의 표지가 다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고통을 잊었던 일이 기억난다.
아일랜드계 호주인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의 이주 노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호주의 골프 선수 제이슨 데이는 12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
을 떠났다. 이후 의지할 곳 없던 그는 싸움꾼으로 전락해 청소년기를 보냈다.
20대 초반에는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BPPV)'이라는 병으로 감각이 무뎌져
몸이 보내는 위치 신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운동장애와 시야장애를 안고,
골프는 커녕 일상의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미국 미시간 호수로 일몰이 드리워
졌을 때 27살의 젊은 환자인 데이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하기
위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불과 15cm 앞에 우승이 다가왔기 때문인데,
두 달 전 US오픈에서는 2라운드 경기 중 현기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생각이 그를 엄습한 것이다.
그가 여섯살 때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 아버지 앨빈은 3번 우두를 잘라
처음으로 골프를 가르쳐 줬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방황하는 그를 잡아
준 것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싸움판에서 헤매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의 유산
인 집을 팔아 전문적인 골프 지도를 받을 수 있게 스포츠 전문학교에 아들을
보냈다. 데이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연습을 했고, 식사도 거르며 저녁에도
골프 연습을 했다. 책 살 돈이 없어 친구에게 타이거 우즈의 골프 책을 빌려
공부하면서, 우즈의 스코어를 적고 다니며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우즈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리고 7년 후 2015년 8월 17일,
미국 위스콘신 주 쾰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벌어진 제97회
PGA 챔피언십,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위해 서 있는 그에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데이는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20언더파를 친 데이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는데 더구나 4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20언더파 우승은 데이가 처음이었
다. 종전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우승은 타이거 우즈가 2000년 브리티시오픈
에서 세운 19언더파였는데, 그는 마침내 우즈를 무너뜨린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데이는 잠시 방황했지만, 어머니가 내민 손을 잡고 다시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문이 하나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뒷골목을 전전
했으면, 오늘의 나는 없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희생하신 덕분입니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며,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다.
청년은 '대원(大願)'에 살아가자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몇 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가 물러가고, 어느 새 전국 곳곳에서 향기로운 꽃축제
가 화려하게 열리는 3월이 되었다. 니치렌대성인(日蓮大聖人)은 초목이 힘차게
싹트고 꽃이 만발하는 모습을 "봄철이 되어 풍우(風雨)의 연(緣)을 만나면
무심한 초목도 빠짐없이 싹이 터 나와서 꽃피고 무성하여 때를 만난 풍경이니
라." (어서 574쪽) 하고 말씀하셨다. '봄'은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상쾌한 대화로 생명존엄을 설하는 불법(佛法)의 연대를 넓히는 청년부 또한
희망의 상징이 아닐까.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경쟁 사회' '학벌 사회'
'빈부격차 사회'라는 혹독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런 시대이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희망 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고 절망하는 젊은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불법에서는, 누구나 존귀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설한다. 생명 그 자체가 최고의 희망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사용하느냐'
라는, 인생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니치렌대성인이 쓰신 '어서(御書)'를 배독하면, 어려운 일과 맞닥뜨린 청년
제자들을 격려하신 내용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 "원컨대 나의 제자
등은 대원(大願)을 세우라." ( 어서 1561쪽) 하고 대원에 살아가는 인생을 가르
쳐주신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스물한 살의 청년인 난조 도키미쓰가 신앙을
한다는 이유로, 주위로부터 박해를 받을 때 대성인이 격려하신 글월이다.
가정과 지역에서 기둥이 되어 분투하던 청년 도키미쓰는, 스승의 가르침에
보답하려는 일념으로 고난을 이겨냈다. 이 사제(師弟)의 숭고한 드라마는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케다(池田) 선생님은 "대원을 내건 청년이 변혁의 결집축이 되면, 시대는
반드시 움직입니다. 어떤 운동도, 단체도 청년이 초점입니다." 하고 서원에
꿋꿋이 사는 청년들에게 만감의 기대를 담아 썼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최고의 목적을 내걸고 살아가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생은 없습니다." 하고 강의했다. 미래의 비전, 미래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
는 청년들을 절대로 지나치지 말고, 이 위대한 불법을 전하며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격려대화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자.
1958년 3월 16일, 광선유포 후계의식 때 은사 도다(戶田) 선생님 슬하에
모였던 청년들은, 바야흐로 세계 광포의 주역으로서 세계 각국에서 맹활약
하며 희망 넘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청년이 곧 미래의 주역이기
에, 3월 11일 '세계청년부총회'에 6만의 청년을 결집해 "말법만년 진미래제
까지 지용의 의(義)를 결정짓겠다"는 스승의 결의를 반드시 실현하는
보은의 역사를 구축하기 바란다.
여성에게 드리는 100자의 행복
이케다 다이사쿠
결혼하면 행복하고, 결혼하지 않으면 불행할까?
결코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빨리 결혼하라는 성화에 떠밀리거나,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결혼하느냐, 하지 않느냐, 몇 살에 하느냐.
그러한 것으로 인생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