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잠에 가야지’
나이가 들면 모두가 이렇게 떠나기를 원한다.
아파서 고생하기보다는 자면서 그대로 저 세상으로 가기를 바라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승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 어려워 자는 잠에 가려는 것일까?
아니면 죽음이라는 걸 의식하고 죽는다는 그 자체가 두려워서 그런 것일까?
어쨌거나 사람들은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죽을 준비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늙으면 죽어야지’ 라고 뇌까리던 분들의 말을 우리는 흔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하나둘씩 멀어지기 시작하면 이제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아들과 딸에게 자기 짝을 찾아주면 부모는 그 역할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되어가고 잊어지는 존재가 되어 간다.
그럴 때 노인들은 더 이상 살아서 뭘 하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거기다 기력도 떨어지고 움직이는 일도 힘이 든다.
때때로 찾아오는 질병의 고통은 더 괴롭고 귀찮다.
아파 끙끙대다가 죽을까 봐 그것이 가장 걱정스러워진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짐이 되는 게 두렵다.
원하지 않은 일이지만 짐이 되어 눈총을 받게 될 일은 하지 않고 갔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손자를 본 뒤 할아버지 소리를 듣게 되고 나서는 여러 가지로 헤아려 보는 게 많아졌다.
거기다가 하나씩 이상이 오기 시작하는 몸뚱이의 반응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 세상 왔다가 가는 건 우리 모두가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뜻과 상관없이 왔다가 내 뜻과 상관없이 가는 게 자연의 이치고 이법이다.
아무리 부유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때가 되면 가야 한다.
아무리 할 일이 많이 남은 사람이라도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떠나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많은 울음을 뒤로 하고 떠날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잊어지게 되고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내 피가 이어진 수많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모두 그랬듯이.....
죽음을 의식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이가 많을 것이다.
어떤 일을 불시에 당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고 사는 사람은 크게 당황하지 않는 법이다.
죽음을 미리 대비하고 사는 사람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죽는 일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출산에 대비하듯이 죽음도 늘 대비하면서 의식하고 살 필요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 죽을 때에 대한 대비는 젊었을 때부터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라 싶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죽음이 찾아왔을 때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흔들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의 이법이라는 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갈 수만 있다면 참 좋을 것이라 싶다.
그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첫댓글 미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알 수 없는 길
두려움 없이 걸어가다
그때가 되면 그때를 만나는 것
뾰족한 방법도 없으니
기우 일랑 접어두고
봄밤이나 즐깁시다
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걸 기우라는 말로 접고 봄밤이나 즐기자는 말씀도 수긍은 합니다. 뽀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맞는 말씀이고 봄밤이나 즐기자는 말씀도 옳습니다. 모든 건 주관적인 것이니.....
언젠간 한번 겪어야 할 일이지만 대비하고 준비한다고 내 뜻대로 되긴 어렵겠지요.
이런 저런 욕심을 버리는 연습 정도나 하면서 순리에 따르자고요.
순리에 따라 모든 걸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욕심 버리는 연습 정도나 하면서 흘러가는 것. 그것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려움 없이 떠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출생 준비를 하듯이 죽음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리라 싶습니다. 자연의 모든 것이 때가 되면 소멸하듯이 우리도 소멸될 자연물이지만 마음으로 연습하고 준비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지난한 일이지만.....
곧 그날을 맞겠지요.
잔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바라는 것은
올 봄에라도
정리할 살림을 정리하고
대청소라도 다 한 다음에
미련없이
세상이여, 굿바이!
하면서 가고 싶어요.
모르겠다님.
오랜만에 귀한 걸음 하셨네요.
말씀에 고개 끄덕입니다. 그리고 열정에는 더 크게 고개 끄덕이며 엄지척을 세웁니다. 언제 밀양에서든 청도에서든 한 번 뵐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급류를 타고 흘러서 그런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