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모습을 사람의 외모와 비교한다면 페이스 리프트, 마이너체인지 등은 성형수술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회사들 마다 그 변화의 정도는 다양하다. 풀 모델 체인지 임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은 완전히 새롭게 바꾼 반면 외관은 크게 바꾸지 않는 경우도 있고, 페이스 리프트임에도 몰라보게 많이 바꾸는 경우도 있다. 또 매년 이어 모델을 내 놓으면서 조금씩 계속 바꾸는 회사도 있고 페이스 리프트나 심지어 풀 모델 체인지에 가서야 약간 바꾸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둘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성공이냐, 실패냐. 약간을 고쳤든 많이 고쳤든 그 고친 결과가 휠씬 더 좋다면 성공한 성형일테고 고쳐도 별로 차이를 못 느끼거나 오히려 고쳐서 결과가 더 나쁘다면 실패한 성형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2005년에 등장한 성형 모델들 중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성형 미인들을 기자 나름대로 뽑아 보았다. 물론 성형이 성공적이었다는 뜻이지 절대적으로 가장 아름답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풀 모델 체인지는 세대를 달리하는 만큼 외모뿐 아니라 내면적인 부분까지도 크게 바뀐다고 볼 때 이는 성형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탄생으로 보는 것이 적당할 듯 하므로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200년에 등장한 성형미인 진으로 혼다 어코드를 뽑았다. 2006년형 어코드는 특히 뒷 모습에서 많은 변화를 보였는데 사실 앞, 뒤, 옆 실내에 까지 다양한 변화들을 담고 있다. 앞 모습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 위치에 있는 크롬 캐릭터가 바뀌었으며 범퍼 아래 에어 인테이크의 모양이 변했다. 헤드라이트도 약간 날렵해 졌다. 전체적으로 세련되어 졌고 엑센트가 분명해 졌으며 이 전 모델에서 앞이 들려 보이던 것이 완전히 해소되어 듬직한 인상을 주게 되었다. 옆 모습에서는 뒷 모습의 변화에 의해 캐릭터 라인이 변화되었으며 더블 5 스포크로 새롭게 선보인 알루미늄 휠도 보기 좋다. 특히 많이 변한 뒷 모습은 모두가 공감할 만큼 멋지게 변했다. 이는 다분히 이전 모델의 뒷 모습에 불만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옹색하게 모여드는 라인들하며 역시 들려 보이는 범퍼 아랫 부분 등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형태와 범퍼 등이 모두 바뀌면서 강인한 인상을 주고 트렁크 리드 끝 부분에는 스톱램프를 더하고 각도 다듬었다. 실내에서는 스티어링 휠 패드 부분과 기어 레버의 모양이 바뀌었으며, 센터 페시아의 재질과 색상이 바뀌었다. 하지만 사실 실내는 크게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이전 모델에서 혼다가 주장하는 스포츠 세단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비례가 맞지 않았던 부분들이 바뀐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분명해 졌다. 결과적으로 보다 강인하고 예리하며, 듬직한 느낌의 스포츠 세단으로 거듭나면서 구매 가치 또한 대폭 상승되었다. 진으로 뽑힌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서 오는 이미지의 차이가 그 만큼 크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BMW 7시리즈를 선으로 뽑았다. 디자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7시리즈가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화려하게 변신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의외로 작은 터치들이 큰 효과를 발휘 했다는 점이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외모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역시 눈이다. 보다 맑아지고 선이 분명해진 헤드램프는 앞 모습을 빼어난 미인으로 바꾸었다. 뒷 모습에서도 그러한 터치가 실력을 발휘했다. 계단식으로 예쁘게 변한 리어 램프와 크롬 캐릭터 라인으로 인해 육중한 느낌을 주었던 이전 모델에 비해 경쾌하면서도 포인트가 분명한 화려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7시리즈의 성형을 이야기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BMW이 성형은 매번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이전 5시리즈가 그랬다. 라이트의 색깔을 약간 바꾸고 클리어 커버를 적용하고 흔히 이글 아이라고 부르는 링 조명을 더해 분위기를 멋지게 바꾸었다. 구형 모델을 소유한 오너들이 앞 다투어 신형 램프로 교체하기도 했었다. 구형 3시리즈도 그랬다. 헤드램프 아래 눈썹을 만들어 붙이는 것으로 분위기는 참신해졌다. 마지막엔 헤드램프 디자인 자체를 과감하게 바꾸기도 했었다. 이처럼 BMW의 성형 기술은 매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터치로 분위기를 일신하니 말이다. 어쩌면 화장발일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성형을 고려해 좀 덜 예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5시리즈의 어색한 트렁크 옆 라인이나 3시리즈의 뒷 모습, 6시리즈의 앞모습도 몰라보게 예뻐질 날이 오지 않을까?
볼보 S60도 성형에 성공한 케이스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멋스러움이 더해가는 듯 하다. 그래서 미로 선정했다. S80부터 시작된 패밀리 룩을 따라 선보인 S60은 쿠페 형상을 담아내 역동적인 옆 라인이 인상적인 차였다. 하지만 범퍼 아래 부분 공기 흡입구를 따라 흐르는 라인과 타원형의 안개등은 그리 멋지지 않았다. 그리고 블랙 베젤 헤드램프도 어딘가 어색했다. 형인 S80보다 잘 생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지난 1월 선보인 뉴 S60은 범퍼 아래 부분을 위주로 살짝 바뀌었다. 선명해진 V자 캐릭터 라인과 단정한 범퍼, 동그란 안개등. 그리고 무엇보다 원형 프로젝션 램프로 액센트를 준 반짝이는 헤드램프가 예뻤다. 새롭게 선보인 알루미늄 휠들도 이전 것 보다 멋지다. 리어 램프는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범퍼는 앞모습 처럼 좀 더 넓게 처리해 안정감과 강인함이 더해졌다. 이제 S60은 도로에서 만나면 한 번 더 쳐다보는 차가 되었다.
진선미 본상에 입상하진 못했지만 포토제닉 상으로는 아우디 A8을 뽑았다. 단정했던 A8의 앞모습에 이제는 아우디의 얼굴이 된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어 강렬한 인상이 더해졌다. 하지만 예뻐지기 위한 성형이라기 보다는 아우디 가문의 어른임을 알리기 위한 성형이다 보니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지는 못했다.
끝으로, 자동차에서도 성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고쳤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고치지 않은 만 못한 차들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쉽게 유행을 따라가느라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모델도 있고, 더 이상 손볼 곳이 없을 만큼 원래 태어나기를 워낙 멋지게 태어나서 고치면 오히려 더 어색하질 모델들도 많이 있다. 모든 성형외과 의사(디자이너)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겠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성형이라면 작은 터치로 참신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성형미인이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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