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년도 더 된 어느 날,
미스 김 요청에 따라 종로 어느 카페에 불려나갔다.
미스 김이 말하길, 결혼하려면 상대방 남자를 데리고 와서
자기 부서 여직원들 앞에 소개를 해야만 하는 그런 불문율이 있다고 했다.
끌려가기로 한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해서 퇴근 후 후배랑 회사 옆 대구탕 집에서 시간을 죽이기로 하고 소주를 마셨다. 한 시간여 만에 소주를 두어병 마셨나보다. 빈 속이라 알딸딸....그리고서 여전사들 앞에 결혼 면접을 보게 되었다.
술에 취해 몽롱한데 미스 김 부서 아가씨들 대 여섯명은 서로 뭐라뭐라 하며 깔깔대고 질문하고...난 정신이 없었다.
노래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난, 그저 트롯트외 아는 게 없고, 또한 내 노래는 부르지 않는게 듣는 사람들을 위한 예의인 줄 이미 아는 터, 해서 사양을 했다. 그러나 먹이를 앞둔 하이에나한테서 난 빠져나갈 순 없었다. 그때 난, 내가 왜 이럴까 싶었다. 그래서 윤항기가 부른 '장미빛 스카프'를 불렀다. '내에가아 왜에이이럴까아...'하고 처량하게 불렀다. 미스 김 입이 나온 건 내 노래가 시작되면서부터였는데, 헤어지는 순간까지, 그리고 다음에 만날때까지 여러 날 계속되었다. 어쩜, 자기부서 여직원들 앞에서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2. 여주에서 길벗이 내려와 마산에 같이 갔다. 여주는 생선이 귀하고 부인되시는 분이 마산 출신이라 회를 그리 좋아한다 했다. 해서 도다리 회도 떠고, 도다리 쑥국도 끓여먹을 양으로 도다리를 사려 온 것이다.
마산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라 함께 목욕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생선을 사기로 하였다. 마산 대우백화점 부근에 있는 목간사우나에 갔다. 현관에 들어가려는데 카펫이 깔려있다. 아주 깨끗해 촌넘 흙 묻은 신발로 들어가기가 왠지 죄스러워 머뭇하다가 그냥 한 발 내 딛었더니, 청소하던 아줌마가 '아야!' 하고, 프런터 아가씨도 황급히 신발을 벗고 들어오란다.
그렇게 촌넘 푯대를 확실히 내고서 목욕을 하고 나와, 신발 열쇠를 받으려고 옷장 열쇠를 내밀고 있는데, 아가씨 얼굴이 영 심상찮다. 간첩인가 하고 바라보는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트럭 열쇠를 들고 내 신발장 키를 달라고 서 있었다. 내가 왜이럴까?
첫댓글 그렇게 세월은 가고... 그렇게 총기도 가고... ^^ 형만 그런건 아닐터이니 위안이라면 위안이 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