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노순희
얼마전 보스톤에서 공부하는 친정 조카가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우리 형제들 모두가 참석했지만 나는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일행에서 빠지고 말았다. 미국인 조카사위가 궁금한것은 물론이고 80년대부터 미국에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도 만날겸, 오빠 언니, 동생들과 모처럼 해외 나들이도 하고 싶긴 했지만, 무릎이 아니라도 여러 정황들이 선뜻 나를 내보내주지 않았다.
올케언니는 간곡하게 말했었다.
'아가씨,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제발좀 버리세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마음이 편치않은 여행도 내가 원하는것은 아니어서 서운함을 참고, 집을 비우지 않기로 했다.
형제들은 수 많은 재미있는 일화를 남기고 조카의 결혼식에 무사히 다녀왔다.
어제는 오빠집에 놀러 갔다가 결혼식 비디오를 보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결혼식 장소는 와이키키해변에 있는 호텔앞의 야외 정원이었다. 맑고도 강렬한 햇빛을 그대로 받고 신랑신부가 입장했다.
올케언니와 여동생들은 정성으로 마련하여 들고간 한복들을 곱게 입었다. 언니 네명과 여동생이 셋, 내가 없어도 한복입은 여인들은 일곱명이나 되었다. 미국인 혼주인 신랑의 어머니는 소매없는 흰 원피스를 입고 두 팔을 시원스레 드러낸것이 한국여인들이 친구만나러 나갈때 입음직한 간편한 평상복이다. 결혼식에 입을 옷때문에 돈을 쓴것같지는 않아보였다
신랑 신부가 입장을 한 다음 양가에서 서열이 같은 두 사람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입장했다. 예를 들면 신부의 여동생과 신랑의 남동생이 손 잡고 입장을 하는것이다. 우리나라 결혼식에서는 볼수 없는것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훗날, 막내딸의 결혼때는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객들은 서울에서 날아간 우리형제들과 사돈댁 가족이 전부였다. 화면으로 얼핏보아 스무명 남짓이다. 지인을 초청하지 않고 가족들끼리 치루는 결혼식은 그야말로 단촐해 보였다.
몇달전, 지인의 딸이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내가 결혼식장에 갔을때 이미 p 시에서 출발한 두 대의 대형 관광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신랑신부의 현주소가 서울이니, 서울인근에서 온 하객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수 많은 인파로 결혼식장은 북새통이었다. 하객들중 대부분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의 긴 긴 시간을, 축의금과 함께 내어주며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니 보통의 정성이 아니고는 올수 없었을 법하다.
우리나라 결혼식문화의 현주소라고 할수 있다. 서울이나 지방을 가리지않고 어디든지 청첩장을 보내고 찾아가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따듯한 인정이라고만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달포전엔 둘째딸이 결혼했다. 셋째는 먼저 결혼해서 이미 남매의 어미가 되어있으니 우리가족에겐 세번째 혼인잔치였다. 남편은 자식들 결혼에 하객들을 거의 초청하지 않는다. 절친한 친구나 친척들 열댓명 에게만 자식의 결혼을 알린다. 우선 알리기만 하면 찾아올 친구들이 몰라서도 오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청첩장을 보내오지 않는것도 아니고 받은 청첩에 불참하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나는 솔직하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 속된 표현을 하기도 한다. 남의 잔치엔 빠질세라 찾아다니면서 왜 우리잔치엔 부르지 않는거냐고, 부산에서 평생을 살고도 손님이 열다섯명이냐고 비꼬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큰애 결혼때부터 변하지 않는 그 사람만의 철학이다.
전통도 시대에 따라 어쩔수 없이 변해 가는것이라면 더욱 합리적이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바뀌어야할것이다. 축의금도 축의금 이지만 돈으로 계산할수 없는 시간의 과소비를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않을런지...
와이키키 해변에서 있었던 조카의 결혼식 영상을 보고 그들의 의식수준이 부러웠다. 결혼식의 많은 하객들로 혼주의 인간관계가 돋보이는건 사실이지만 인맥을 과시하는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수 많은 사람들이 돈 봉투를 들고 북적거리는 결혼식보다 타인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않고 가족들 끼리 조촐하게 치루어지는 결혼식 문화가 유행처럼 번져나갔으면 좋겠다.
첫댓글 " 수 많은 사람들이 돈 봉투를 들고 북적거리는 결혼식보다 타인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않고 가족들 끼리 조촐하게 치루어지는 결혼식 문화가 유행처럼 번져나갔으면 좋겠다. "
어머!우선 둘째 사위 보심을 축하드립니다선생님. 네,선생님 결혼식문화...저도 가끔 고민하면서 생각해보는 문제입니다.잘 읽고 갑니다선생님.
선생님의 생각에 저도 동참 합니다. 부담없는 결혼식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족들 끼리 조촐하게 치루어지는 결혼식 문화가 유행처럼 번져나갔으면 좋겠다. 동감입니다. 선생님을 그리고 남편분의 의식을 존경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결혼식은 가까운 친인척을 중심으로 치루었으면 하고 평소에 생각했던 일인데 동감 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사위 보신걸 축하 드립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누구나 마음속에서만 그리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결혼식 문화..... 선생님 편안히 읽고 갑니다.
좋은 의견을 보여주셔서 감사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랑랑 선생님. 남편 선생님의 철학이 정답인줄 알면서도 그리 못하는 사람들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결혼식 문화가 많이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 하시고요.
선생님 글 이제야 읽었어요. 따님의 결혼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저도 혼인을 시켜보았지만 번거로운 결혼문화가 간소하게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그 바쁜 중에도 글도쓰시고 선생님의 열정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