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구수 선현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너는 지금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법의 이치를 잘 말하였다. 네가 말한 것은 모두가 여래의 위신력이니, 네 스스로가 한 것이 아니니라. 선현아,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모든 법의 진여의 얻을 수 없는 형상에 깊이 믿음을 내어 온갖 법의 차별없는 형상을 알고 이와 같은 모든 법의 진여의 얻을 수 없는 형상을 듣고도 그 마음이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 않고 의심치 않고 뉘우치지 않고 물러나지 않고 가라앉지 않으면 그 보살마하살은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이루어 마칠 것이니라."
구수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이루어 마칠 수 있겠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사라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느니라, 그렇느니라. 네 말과 같으니라. 보살마하살들이 이 법을 성취하면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이루어 마치리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이루어 마치고자 하면 어디에 머무르며, 어떻게 머물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이루어 마치고자 하면 의당 온갖 유정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머무를지언정 평등치 못한 마음으로 머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평등한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평등치 못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말하여 줄지언정 평등치 못한 마음으로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인자한 마음으로 말하여 줄지언정 성내는 마음으로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지언정 해치려는 마음으로써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기뻐하는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지언정 질투하는 마음으로써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평온한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편벽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크게 평온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지언정 편벽한 마음으로 말해주지 말지니라.
의당 온갖 유정에게 겸손한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겸손한 마음으로 말하여 줄지언정 교만한 마음으로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정직한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속이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정직한 마음으로 말하여 줄지언정 속이는 마음으로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부드러운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강강(剛强)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부드러운 마음으로 말해줄지언정 강강한 마음으로 말해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이로운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이롭지 못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이로운 마음으로 말해줄지언정 이롭지 못한 마음으로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안락한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안락하지 못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안락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지언정 안락하지 못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주지 말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걸림없는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걸림있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온갖유정에게 걸림없는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지언정 걸림있는 마음으로써 말하여 주지 말지니라.
응당 온갖 유정에게 부모·형제·자매·남녀·친척과 같은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벗과 같은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해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친히 가르친 스승과 같고 법을 가르키는 스승과 같고 제자와 같고 동학(同學)과 같은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예류·일래·불환·아라한·독각·보살마하살과 여래·응공·정등각과 같은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공양·공경·존중·찬탄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구제하고 가엾이 여기고 덮어주는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필경공하여 얻을 수 없는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 것이며, 온갖 유정에게 공·무상·무원의 마음을 일으키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써 말하여 줄지니라.
또 선현아,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이루어 마치고자 하면 응당 스스로가 산 목숨 죽이는 일을 여의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산 목숨 죽이는 일을 여의게 하고, 항상 바르게 산 목숨 죽이는 일 여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산 목숨 죽이는 일 여의는 이를 찬탄하며, 내지 스스로가 삿된 소견[邪見]을 여의고 또 남에게 권하여 삿된 소견을 여의게 하고 항상 바르게 삿된 소견 여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삿된 소견 여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4정려를 닦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4정려를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4정려 닦는 법을 찬하고, 기꺼이 4정려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4무량을 닦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4무량을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4무량을 닦는 법을 찬탄하고, 기꺼이 4무량을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4무색정을 닦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4무색정을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4무색정을 닦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4무색정을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6바라밀다를 닦고, 또 남에게 권하여 6바라밀다를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6바라밀다를 닦는 법을 찬탄하고, 기꺼이 6바라밀다를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18공에 머무르고, 또 남에게 권하여 18공에 머무르게 하고, 항상 바르게 18공에 머무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18공에 머무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진여·법계·법성·불허망성·불변이성·평등성·이생성·법정·법주·실제·허공계·부사의계에 머무르고, 또 남에게 권하여 진여와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게 하고, 항상 바르게 진여와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진여와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는 이를 찬탄할지니라.
응당 스스로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고, 또 남에게 권하여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게 하고, 항상 바르게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37보리분법을 닦고, 또 남에게 권하여 37보리분법을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37보리분법 닦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37보리분법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3해탈문을 닦고, 또 남에게 권하여 3해탈문을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3해탈문 닦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3해탈문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8해탈·8승처·9차제정·10변처를 닦고, 또 남에게 권하여 8해탈·8승처·9차제정·10변처를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8해탈·8승처·9차제정·10변처 닦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8해탈·8승처·9차제정·10변처 닦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보살의 10지를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보살이 10지를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보살의 10지를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보살의 10지를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5안과 6신통을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5안과 6신통을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5안과 6신통을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5안과 6신통을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할지니라.
응당 스스로가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여래의 10력과 내지 18불불공법을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여래의 10력과 내지 18불불공법을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여래의 10력과 내지 18불불공법을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여래의 10력과 내지 18불불공법을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32대사상과 80수호를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 권하여 32대사상과 80수호를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32대사상과 80수호를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32대사상과 80수호를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도 전하여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순하고 거슬려서 열두 가지 인연을 관찰하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순하고 거슬리게 열두 가지 인연을 관찰하게 하고, 항상 바르게 순하고 거슬리게 열두 가지 인연을 관찰하는 법을 찬탄하고 기꺼이 순하고 거슬리게 열두 가지 인연을 관찰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끊고 괴로움의 소멸을 증득하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닦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끊고 괴로움의 소멸을 증득하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닦게 하고, 항상 바르게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끊고 괴로움의 소멸을 증득하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닦는 법을 찬탄하고 기꺼이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끊고 괴로움의 소멸을 증득하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닦는 이를 찬탄할지니라.
응당 스스로가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는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지 않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스스로가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는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지 않게 하고 항상 바르게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는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지 않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는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예류의 결과를 증득하지 않는 이를 찬양하며, 스스로가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는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지 않고, 또 남에게로 전하여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는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지 않게 하고, 항상 바르게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고 지혜를 일으키되 실제를 증득하여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지 않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일래·불환·아라한의 결과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지 않는 이를 찬탄할지니라.
응당 스스로가 보살의 정성이생의 지위에 들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보살의 정성이생의 지위에 들게 하고, 항상 바르게 보살의 정성이생의 지위에 드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보살의 정성이생의 지위에 드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불국토를 장엄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불국토를 장엄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게 하고, 항상 바르게 불국토를 장엄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불국토를 장엄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보살의 신통을 일으키고, 또 남에게 권하여 보살의 신통을 일으키게 하고, 항상 바르게 보살의 신통을 일으키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보살의 신통을 일으키는 일을 찬양하며, 스스로가 일체지와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일으키고, 또 남에게 권하여 일체지와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일으키게 하고, 항상 바르게 일체지와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일으키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일체지와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일으키는 법을 찬양하며, 스스로가 온갖 번뇌와 습기의 상속함을 끊고, 또 남에게도 권하여 온갖 번뇌와 습기의 상속함을 끊게 하고, 항상 바르게 온갖 번뇌와 습기의 상속함을 끊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온갖 번뇌와 습기의 상속함을 끊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섭수하여 수명을 원만케 하고, 또 남에게도 권하되 섭수하여 수명을 원만케 하고, 항상 바르게 섭수하여 수명을 원만케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섭수하여 수명을 원만케 하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법륜을 굴리고, 또 남에게로 권하여 법륜을 굴리게 하고, 항상 바르게 법륜 굴리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법륜 굴리는 이를 찬탄하며, 스스로가 바른 법을 보호하여 머무르게 하고, 또 남에게 권하여 바른 법을 보호하여 머무르게 하고, 항상 바르게 바른 법을 보호하여 머무르게 하는 법을 찬양하고 기꺼이 바른 법을 보호하여 머물게 하는 이를 찬탄할지니라.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이루어 마치고자 하면 이와 같은법에 얻을 바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이렇게 머무를지니라.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응당 이와 같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선교방편을 배울지니, 만일 이와 같이 배우면 능히 머무를 법에 머무를 것이요, 만일 이와 같이 배우고 이와 같이 머물면 물질에 걸림이 없게 되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에 걸림이 없게 되며, 내지 법륜을 굴리는 데 걸림이 없게 되고 바른 법을 머무르게 하는 데 걸림이 없게 되리라.
왜냐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옛적부터 물질을 받아들이지 않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내지 법륜 굴리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른 법에 머무름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선현아, 물질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니, 물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물질이 아니요,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니,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이 아니며, 내지 법륜 굴림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니 법륜 굴림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법륜 굴림이 아니요, 바른 법에 머무름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니, 바른 법에 머무름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바른 법에 머무름이 아니니라."
이와 같이 보살이 머무를 법을 말씀하실 때에 2천 명의 보살들이 무생법인을 얻었다.
53. 불퇴전품(不退轉品)
그때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어떠한 행과 형상과 모습으로써 그가 불퇴전의 보살마하살임을 알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이 온갖 중생의 지위·성문의 지위·독각의 지위·보살의 지위·여래의 지위가 비록 말로는 차이가 있으나 모든 법의 진여의 이치에는 변함이 없고 분별이 없어 모두가 둘이 없고 두 가지 분별이 없음을 여실히 알고, 그 보살마하살이 비록 모든 법의 진여에 대해 여실하게 깨달아 들어갔으나 진여에 대하여 분별 없고 얻을 바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는 까닭에 들어가서 진여와 온갖 법은 둘이 없고 차별이 없음을 들을지라도 걸림에 없느니라. 왜냐하면 진여와 법은 하나라고 할 수 없으며, 다르다고 할 수 없으며, 함께 한다고 할 수 없으며,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며,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요, 법계와 내지 부사의계도 그러하니라. 그 보살마하살은 끝내 경솔하게 말하지 않고 모든 하는 말들이 모두 이치가 있으며, 이치가 없는 것은 끝내 말하지 않느니라, 그 보살마하살은 끝내 남의 좋거나 나쁘거나 길거나 짧은 것을 보지 않고 평등하게 아껴 주면서 설법하느니라. 그 보살마하살은 법사(法師)의 종류의 좋고 나쁜 것을 보지 않고 오직 그가 말하는 미묘한 법의 이치를 구하느니라.
선현아, 물러나지 않는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행과 형상과 모습들을 갖추었나니, 응당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으로써 그가 불퇴전의 보살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때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것을 모든 행과 형상과 모습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모든 법은 행도 없고 형상도 없고 모습도 없나니, 이것이 바로 모든 행과 형상과 모습이라 하느니라."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에 온갖 법이 행이 없고 형상이 없고 모습이 없다면 이 보살마하살은 무엇을 굴리기[轉]에 불퇴전이라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물질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눈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귀·코·혀·몸·뜻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빛깔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눈의 경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귀·코·혀·몸·뜻의 경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빛깔의 경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의 경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안식의 경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의 경계의 경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눈의 접촉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귀·코·혀·몸·뜻의 접촉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귀·코·혀·몸·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보시바라밀다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정계·안인·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느니라.
내공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외공과 내지 무성자성공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진여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법계와 내지 부사의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의 진여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4념주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내지 8성도지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4정려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4무량·4무색정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8해탈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8승처·9차제정·10변처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공해탈문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무상·무원 해탈문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3승의 10지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보살의 10지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다라니문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삼마지문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느니라.
5안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6신통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부처님의 10력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내지 18불불공법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32대사상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80수호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일체지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중생의 지위를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성문지·독각지·보살지·여래지 등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며,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하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굴리는 까닭에 불퇴전한다고 하느니라.
왜냐하면 선현아, 물질의 제 성품이 있지 않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제 성품이 있지 않으며, 이와 같이 하여 내지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의 제 성품이 있지 않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제 성품이 있지 않나니, 이 보살마하살이 이 가운데 머물지 않는 까닭에 굴린다 하며, 굴리지 않는 까닭에 불퇴전하는 보살마하살이라 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알면 이를 불퇴전 보살마하살이라 하느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끝내 외도·사문·바라문 등의 형상과 말을 관찰하기를 즐기지 않나니, 그 사문·바라문들은 알아야 할 법을 진실하게 보거나 진실하게 알거나 혹은 바르게 보는 법문을 시설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비내야(毘奈耶)에 대하여 의혹을 내지 않고, 세간일에 대하여는 삿된 계율의 집착이 없고, 나쁜 소견에 떨어지지 않고 세속의 길상스러운 일들에 집착하여 청정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끝내 다른 천신 등을 섬기되 온갖 의도들이 섬기는 것과 같이 하지 않으며, 결정코 갖가지 꽃다발[花鬘]과 바르거나 뿌리는 등의 향과 의복·영락·보배의 당기·번기·일산·음악·등불로써 천신들과 외도들에게 공양하지 않느니라. 선현아,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지옥·방생·아귀·아소락에 태어나지 않고, 천한 종족, 즉 전다라(旃茶羅)·보갈사(補羯娑) 등에 태어나지 않고, 또 천제(闡提)·반택(半擇)·성불구·남녀추니[二形]나 여자의 몸 등을 끝내 받지도 않고, 또 소경·귀머거리·말더듬이·벙어리·절름발이·앉은뱅이·지랄병·간질병·곱사·곰보 등의 몸을 끝내 받지도 않으며, 또는 시간의 짬 없는 곳에도 태어나지 않나니,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항상 즐거이 10선업도를 받들어 행하여 스스로가 생명 죽이는 짓을 여의고는 남에게도 권하여 생명 죽이는 일을 여의게 하고, 생명 죽이는 짓 여의는 법을 항상 바르게 찬양하고, 생명 죽이는 짓을 여의는 사람을 기꺼이 찬탄하며, 내지 스스로가 삿된 소견을 여의고는 남에게도 권하여 삿된 소견을 여의게 하며, 삿된 소견 여의는 법을 항상 바르게 찬양하고, 삿된 소견 여의는 사람을 기꺼이 찬탄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꿈 속에서도 10악업도를 일으키지 않거늘 하물며 깨었을 때이겠느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두루 온갖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얻을 바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항상 보시바라밀다와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되 항상 끊임이 없나니,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받아 지니고 생각하고 읽고 외고 있는 계경·응송·기별·풍송·자설·연기·본사·본생·방광·희법·비유·논의를 모두 끝까지 잘 통달하여 이러한 법들로써 항상 온갖 유정들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항상 생각하되 '어떻게 해야 모든 유정들이 바른 법과 바른 서원을 구하여 모두가 만족하게 할까' 하며, 다시 얻을 바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이렇게 법으로 보시한 선근을 유정들에게 주어 평등하게 지니어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으로 회향하게 하나니,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매우 심오한 법문에 대하여 끝내 의혹과 망설임을 내지 않나니,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어떤 법도 물질이나, 느낌·생각·지어감·의식에 대해서 의혹과 망설임을 낼 수 있음을 보지 않으며, 이와 같이 하여 내지 어떤 법도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이나 모든 부처님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대해서 의혹과 망설임을 낼 수 있음을 보지 않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부드럽게 길든 몸과 말과 뜻의 업을 성취하여 모든 유정에 대해 마음에 걸림이 없으며, 항상 인자함[慈]·불쌍히 여김[悲]·기뻐함[喜]·평정[捨] 등을 성취하여 몸과 말과 뜻에 상응하는 업을 일으킬지언정 다섯 가지 가리움[五蓋], 즉 탐욕·성냄·혼미하고 몸이 무거움[惛洗睡眠]·마음이 흔들려 악을 지음[掉擧惡作]·의심 등을 행하지 않으며, 온갖 졸음을 모두 조복시킨 뒤에는 온갖 결(結)·박(縛)·수번뇌(隨煩惱)·전(纏) 등이 모두 영원히 일어나지 않으며, 들고 나거나, 가고 오는데 마음이 미혹하지 않고 항상 바른 기억[正念]과 바른 앎[正知]에 머무르며, 나아가고 중지하는 위의(威儀)와 다니고 멈추고 앉고 눕거나, 발을 들고 발을 내리는 데도 또한 그러하며, 온갖 다니는 곳에는 반드시 땅을 살펴 조심스럽게 생각을 매어두고, 앞만을 보면서 다니며, 운동하거나 말할 때에는 한 번도 난폭함이 없느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모든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사용하는 침구·의복 등이 모두가 항상 향기롭고 청결하여 더러운 냄새가 없으며, 때와 벼룩·이 등의 벌레가 없으며, 마음은 맑고 화사한 것을 좋아하고 몸은 질병이 없느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보통 사람의 몸에 항상 8만 가지 벌레가 갏아먹는 것과 같지 않나니,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의 선근은 매우 뛰어나서 세간 사람들이 받은 몸을 지나 안팎이 청정한 까닭에 벌레들이 그 몸을 침노하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은 선근이 점점 더할수록 몸과 마음은 더욱 청정하나, 이 까닭에 이 보살마하살들의 몸과 마음이 견고하기를 금강보다 뛰어나서 거슬리는 인연, 즉 추위·더위·주림·목마름·모기·등에[虻]·바람·햇볕·독한 벌레·무기 등과 결박의 침해를 받지 않느니라. 선현아,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어찌하여 몸과 말과 뜻이 항상 청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의 이와 같은 선근이 점점 늘어남으로 이러이러한 몸과 말과 뜻의 허물[曲]을 선근의 힘으로 물리쳐 제거하는 까닭에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끝내 일어나지 않나니, 이 까닭에 항상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할 수 있느니라.
또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몸의 세 가지와 말의 네 가지와 뜻의 세 가지 묘한 행이 항상 앞에 나타나는 까닭에 언제든지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하여, 이러한 청정함 때문에 성문이나 독각이나 성문의 지위를 초월하며, 보살의 정성이생에 들지라도 실제를 증득하지 않고 항상 온갖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기를 즐기며, 이 까닭에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하여져서 보살의 지위에 머물러 견고히 움직이지 않느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모든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이양(利養)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명예를 좇지 않으며, 모든 음식·의복·침구·집·재물 등 모두를 탐내지 않으며, 비록 열두 가지 두다(杜多)의 공덕을 받을지라도 그 가운데 도무지 아끼는 마음이 없어 끝내 아끼고 탐냄·계율을 깨뜨림·성냄과 게으름·어지러움·어리석음과 그 밖의 갖가지 번뇌의 얽매임과 상응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모든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또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깨닫는 지혜가 굳고 맹렬하여 능히 깊이 깨달아 들어갔으므로 바른 법을 들으면 공경히 믿고 받들어 생각을 모아 구경의 이치를 생각하며, 세간이나 출세간의 법을 들은 대로 모두 방편으로써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심오한 이치에로 들어가며, 조작하는 온갖 세간의 일들도 또한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법성(法性)에로 들어가서 한 일도 법성에서 벗어남이 있음을 보지 않으며, 설사 법성과 상응하지 않을지라도 또한 방편으로써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심오한 이치에로 들어가니, 이 까닭에 법성에서 벗어난 것을 보지 않으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설사 어떤 악마가 앞에 나타나서 변화로 한량없고 그지 없는 보살마하살이 모두 명렬한 불길에 얼기설기 불에 타면서 각각 쓰라린 큰 고통을 받는 것을 나타내고, 이러한 일을 나타낸 뒤에는 불퇴전 보살들에게 말하되 '이 모든 보살들은 모두가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불퇴전의 기별을 받았으나 이와 같은 큰 지옥에 떨어져서 항상 이와 같은 갖가지 심한 고통을 받는다. 그대들 보살들도 이미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불퇴전의 수기를 받았으니 또한 곧 이러한 큰 지옥에 떨어져서 온갖 심한 고통을 받으리라. 부처님은 그대들에게 큰 지옥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는 수기를 준 것이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불퇴전의 수기를 준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속히 큰 깨달음의 마음을 버려야 가히 큰 지옥의 고통을 면하고 하늘에나 혹은 인간에 태어나서 온갖 부귀와 쾌락을 받으리라' 하면, 이 때에 불퇴전 보살마하살들은 이러한 일을 보거나 듣고도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놀라거나 의심치 않고서 다만 생각하되 '불퇴전의 수기를 받은 보살마하살이 지옥이나 방생이나 귀신의 세계에나 아소락에 떨어진다 함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불퇴전 보살은 결정코 착하지 못한 업이 없기 때문이며, 또한 착한 업으로 괴로운 과보를 부르는 일이 없는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은 결정코 허망한 말씀이 없기 때문이며,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는 모두가 온갖 유정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한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흘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고 들리는 바는 결정코 악마의 짓이요, 말이리라' 하느니라.
선현아, 만일에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만일 어떤 악마가 사문의 형상을 해가지고 그에게 와서 말하되 '그대가 앞서 들었던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서 속히 원만케 하고 정계·안인·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닦아서 속히 원만케 하며, 이와 같이 하여 내지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라)는 말은 모두가 삿된 말이니, 응당 속히 버리고 행여 진실이라고 여기지 말라. 또 그대들이 앞서 들었던 (과거·미래·현재의 온갖 여래·응공·정등각과 그의 제자들이 처음에 마음을 일으킴으로부터 내지 법이 머무는 동안의 온갖 공덕과 선근에 대하여 모두 따라 좋아하는 생각을 내고 온갖 것을 모아서 모 든 유정에게 주어 평등하게 고루 지니어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로 회향하게 하라)고 한 것은 삿된 말이니, 응당 속히 버리고 진실하다고 여기지 말라. 만일에 그대들이 그들의 말한 삿된 법을 버리면 내가 그대에게 진실한 불법을 가르쳐 주어 그대들이 닦고 배워서 속히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게 하리라. 그대들이 앞서 들은 것은 부처님의 참 말씀이 아니요 이들 글과 게송도 허망하게 찬술한 것이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참으로 부처님의 말씀이어서 그대가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증득하게 하리라' 하거든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여 놀라거나 의심하면 불퇴전의 수기를 받지 않았음을 알지니, 그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대하여 아직 결정치도 못하였으므로 불퇴전 보살마하살이라 이름하지 못하리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말을 듣고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놀았거나 의심치 않고 다만 작용없고 형상없고 남이 없는 법성을 따라 머무르며, 그 보살마하살의 온갖 하는 일이 남의 말을 믿지 않으며, 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보시바라밀다를 닦으며, 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정계·안인·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닦으며, 내지 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나아가면 이 보살마하살은 이미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불퇴전을 얻은 줄 알지니라.
선현아, 마치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온갖 하는 일이 남의 말을 믿지 않고 버젓이 법성을 증득하여 미혹과 의심이 없음으로 온갖 악마가 요동시키지 못하는 것과 같이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온갖 성문·독각·외도·악마 등이 파괴하거나 그 마음을 항복시켜 깨달음에서 물러나게 하지 못하느니라.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이 결정코 불퇴전지에 머무른 뒤에는 온갖 일들을 모두 스스로가 자세히 생각하여 남의 말만을 믿고 문득 일어나서 행동하지 않고, 내지 여래·응공·정등각의 말씀이라도 오히려 경솔하게 믿고 받들지 않거늘 하물며 성문·독각·외도·악마들의 말을 믿고 행동함이 있겠는가? 이 보살들의 모든 행위는 단지 남의 행동만 믿고 하는 일은 끝내 없나니, 왜냐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행도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 왜냐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물질에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에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물질의 진여에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진여에도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이와 같이 하여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도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진여에도 믿고 행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이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를 알지니라.
또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가령 어떤 악마가 필추의 형상으로 변하고 그곳에 와서 말하되 '그대들이 행하는 바는 나고 죽음의 법이요, 보살의 행이 아니니, 이것에 의하여 일체지의 지혜를 얻는 것이 아니니라. 그대들은 지금부터 괴로움을 다하는 도를 닦아서 뭇 고통을 다하고 반열반을 증득하라' 하고서, 이 때에 악마들이 다시 보살들에게 나고 죽음에 떨어지게 하는 비슷한 도법, 즉 백골의 생각[骨相]·푸른 어혈의 생각[靑瘀想]·고름이 곪기는 생각[膿爛想]·변하여 붉은 생각[異赤想]과 혹은 인자함·불쌍히 여김·기뻐함·평정과 4정려·4무색정들을 설명하고는 이어서 보살들에게 타이르되 '이것만이 참다운 도이며 참다운 행이니, 그대들이 이 도와 이 행을 의지하면 반드시 예류의 결과와 내지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리라. 그대들이 이 도에 의하는 까닭에 속히 온갖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다할 것이거늘 어찌하여 오래도록 나고 죽음의 고통을 받으려 하는가? 현재의 괴로운 몸도 오히려 버려야 할 것이거늘 하물며 다시 오는 세상에 괴로운 몸 받기를 구하는가? 의당 스스로가 잘 생각하여서 먼저부터 믿던 것을 버리라' 한다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이 그 말을 들을 때에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또한 놀라거나 의심치 않고서 다만 생각하되 '지금의 이 필추(苾芻)는 나에게 이익을 준 것이 적지 않다. 능히 나를 위해 비슷한 도법을 말해 주어 나로 하여금 이 도법으로는 예류의 과보를 증득하지 못하고 내지 독각의 깨달음도 증득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고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생각한 뒤에 깊이 기쁜 마음을 내어 다시 생각하되 '지금의 이 필추는 매우 나에게 이로움을 주었다. 방편으로 나에게 도에 장애되는 법을 말해 주어 나로 하여금 도에 장애되는 법을 안 뒤에는 3승의 도에서 자유로이 닦고 배우게 하였다' 하느니라.
선현아, 그때 그 악마들은 이 보살이 깊은 마음으로 기뻐하는 줄 알고 말하되, '애달프다, 남자여, 그대는 지금 모든 보살마하살이 오랫동안 부지런히 무익한 행을 수행한 것을 알고자 싶은가? 이른바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대겁을 지나도록 한량없는 종류의 높고 묘한 의복·음식·침구·약품·재물·꽃·향 등의 물건으로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께 공양·공경·존중·찬탄하며, 다시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처소에서 보시바라밀다를 수행하고 정계·안인·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고, 내지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처소에서 일체지를 닦고,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수행하였으며, 이 보살마하살들은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을 가까이 섬기고, 모든 부처님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도를 청하여 묻되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도에 머무르며,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보시바라밀다와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며, 내공과 내지 무성자성공에 머무르며, 진여와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며,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며, 4념주와 내지 8성도지를 닦으며, 4정려·4무량·4무색정을 닦으며, 8해탈과 내지 10변처를 닦으며, 공·무상·무원 해탈문을 닦으며 극희지와 내지 법운지를 닦으며, 5력과 6신통을 닦으며, 부처님의 10력과 내지 18불불공법을 닦으며, 32대사상과 80수호를 닦으며,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닦으며,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닦으며, 순서대 하거나 역순으로 하거나 열두 가지 인연을 닦으며 불국토를 장엄하여 유정들의 이익을 성취하게 하며, 모든 보살의 수승한 신통을 닦으며, 원만한 수명을 닦으며, 큰 법륜을 굴리기를 배우며, 바른 법을 지니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며, 일체지·도상지·일체상지를 닦겠습니까?) 하고 물었고,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들은 청하여 물은 바와 같게 차례차례 말씀해주셨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편안히 머물러서 닦고 배우기를 한량없는 겁을 지나면서 애써 정진하였으나, 오히려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지 못하였나니, 하물며 지금의 그대들이 닦고 배우는 것으로써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겠는가?' 하느니라.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비록 그 말을 들었으나 마음이 변하지 않고,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의심이 없고 의혹이 없이 더욱 더 기뻐하면서 생각하되 '지금의 이 필추는 나에게 매우 이로움을 주는구나. 방편으로 나에게 도에 장애되는 도법을 말해주어 나로 하여금 이 도에 장애되는 법으로는 결정코 예류의 과보를 증득하지 못하고, 내지 독각의 깨달음도 증득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으랴 함을 알게 하였다' 하느니라.
선현아, 그때 그 악마들은 이 보살의 마음이 불퇴전하여 미혹이 없고 의심이 없는 줄을 알고는 곧 그 자리에 한량없는 필추의 형상을 변화시킨 뒤에 보살에게 말하되 '이 모든 필추들도 모두가 과거에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부지런히 구하여 한량없는 겁을 지나면서 갖가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행하였으나 구하려는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은 증득하지 못하고 지금은 모두 물러나서 아라한의 과보를 증득하여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괴로움의 가장자리까지 이르렀거늘 어떻게 그대들은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겠는가?' 하느니라.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 일을 보고 들은 뒤에 곧 생각하되 '결정코 악마가 변화하여 이러한 필추의 형상이 되어서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위하여 장애가 되는 비슷한 도법을 말하는구나.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원만한 지위에 이르고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여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에 떨어질 이가 반드시 없으리라' 하느니라.
그때 보살이 다시 생각하되 '보살마하살이 보시와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원만한 지위에 이르고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할 이는 반드시 없을 것이며, 내지 일체지와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수행하여 원만한 자리 위에 이르고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할 이가 반드시 없으리라' 하느니라.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모든 행과 행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항상 생각하되 '만일 보살마하살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부지런히 닦고 배워 항상 보시·정계·안인·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에 포섭되는 묘한 행과 상응하는 뜻 지음[作意]을 여의지 않고 항상 일체지의 지혜와 상응하는 뜻 지음을 여의지 않고 항상 방편으로 모든 유정에게 권고하여 보시·정계·안인·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부지런히 닦고 배우게 하면 그 보살마하살은 결정코 6바라밀다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내지 일체상지에서 물러나지 않고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리라'하리니,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항상 생각하되 '만일 보살마하살이 악마의 일을 알고 악마의 일을 따르지 않으며, 나쁜 벗을 깨닫고 나쁜 벗의 말을 따르지 않으며, 경계를 깨닫고 경계를 따라 흔들리지 않으면 이 보살마하살은 결정코 6바라밀다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내지 결정코 일체상지에서 물러나지 않고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리라' 하나니,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온갖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가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
선현아, 온갖 불퇴전 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법의 이치를 듣고는 깊은 마음으로 기뻐하며, 공경히 그 이치를 믿어 받들고 그 마음이 견고하기를 금강보다 뛰어나서 움직일 수 없으며, 빼앗을 수 없고, 항상 6바라밀다를 부지런히 닦아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또 남에게 권하여 6바라밀다를 부지런히 닦게 하되 마음에 싫어하거나 게을리함이 없게 하나니,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모든 행과 형상과 모습을 성취하면, 그는 불퇴전 보살마하살임을 알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