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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귀물리기(客鬼물리기)
객귀(客鬼)가 침입하여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급박한 몸의 이상(異常)이나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가정의 축귀(逐鬼) 의례. 외출했다가 귀가하고 나서 갑자기 발병(發病)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주부 또는 무당은 이를 객귀의 소행으로 여기고 바가지에 된장국밥을 마련하여 객귀를 풀어먹인 뒤 칼로 협박하며 내쫓는다.
【내용】
▶어의(語義) : ‘객귀물리기’는 글자 뜻 그대로 객귀를 물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귀신이기에 ‘손님’ 또는 ‘나그네’라는 훈(訓)의 ‘객(客)’ 자(字)를 붙여 객귀라고 부른다. 객귀는 대부분 제사를 지내 줄 후손이 없는 무주고혼(無主孤魂)이거나, 비극적 죽음을 겪었거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제대로 죽지 못한 망자(亡者)의 혼백(魂魄)이다.
이들은 정식의 조상(祖上)이 되지 못한 채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방황하는 불쌍한 귀신이다. 그래서 정처 없이 허공에 떠도는 잡귀(雜鬼)란 뜻에서 우리말로는 ‘뜬귀(鬼)’, ‘뜬것’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세상에 대한 원한이 마음속 깊이 사무쳐 있다. 분하고 답답한 억울함도 많다. 이승과 저승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 가족 및 조상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다. 외로움에 지쳐있어 심한 우울증도 보인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오래전에 입은 옷도 낡을 대로 낡았다.
이들은 기회가 되고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먹고 마실 것도 당장 절실하다. 이처럼 객귀가 사람의 몸에 침입하면 탈이 나서 갑자기 병을 앓게 된다. 이때 치유하려면 발병의 원인인 객귀를 물려야 한다.
객귀 물리기(객귀물림, 객귀풀이)는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 ‘해(害)물리기’, ‘뜬것 물리기(뜬 귀 잡기)’, ‘물림객바가지(물릉갯바가지, 물림게질)’, ‘푸레박질’, ‘한박물림(쪽박물림)’ 등으로도 불린다.
▶병세(病勢) : 외출 전에는 아무 일 없이 건강했는데 귀가한 뒤에 느닷없이 두통, 복통, 급체를 일으키거나 오한(惡寒)이 나고 심하게 감기 또는 몸살 기운을 느끼면 객귀에게 씌운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생긴 병은 병원에 가도 알 수 없고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다. 침을 맞아도 효험이 없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남의 집에 가서 음식을 먹었거나, 다른 집안의 혼례ㆍ회갑례ㆍ상제례 등에 참석했거나, 특히 상가(喪家) 등 부정(不淨)한 곳에 다녀온 이후에 발병했다면 거의 객귀의 침입으로 간주한다.
객귀는 잔칫집, 상가 등을 항상 기웃거리거나 거리 노중(路中)을 떠돌기 때문에 그러한 시공간에 있는 사람은 자칫 객귀의 침입을 받기 쉽다. 초상집의 사례를 들면 부정이나 상문살(喪門煞)로 인한 급환(急患)이 아니라 이곳에 모여든 객귀들이 문상객(問喪客)에게 붙어서 발병한 것이다.
객귀의 접근은 집 안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더욱이 ‘집 바깥’이나 ‘마을 바깥’은 객귀로부터 항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객귀의 침입은 환자 자신의 잘못보다 일수(日數)나 재수가 사나워서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병세 호전이나 완쾌를 위해서는 객귀를 물리치는 일이 중요하다.
객귀물리기는 병세가 급하면 발병과 동시에 지체 없이 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뒤에도 차도가 없으면 한다. 또 발병 초기에는 간단한 주술적 민간요법으로 치유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효험이 없으면 본격적으로 객귀물리기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부엌의 조왕 앞에서 환자가 솥뚜껑을 거꾸로 들고 서 있게 하거나, 각성바지 집에서 얻어 온 볏짚을 아궁이에서 태우면서 그 연기를 환자에게 쐬게 하거나, 변소 처마에 물을 뿌리고 여기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다가 병자에게 먹이는 등 뱅이(방법)를 해 보다가 병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객귀물리기를 한다.
▶객귀물리기 준비 : 예전에는 집안의 웬만한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대개 객귀물리기를 할 수 있었다. 절차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어려서부터 종종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소 전문적으로 객귀를 물리고자 할 때는 ‘신(神)할머니’를 찾았다. 신할머니는 보통 사람들보다 신기(神氣)가 있어서 간단한 비손 등을 해주는 데 남다른 자질이나 재주가 있었다. 어떤 신할머니는 북과 꽹과리를 두들기면서 독경(讀經)을 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선거리’나 ‘영신’이라고 불렸다. 매우 급박한 병세에는 무당이나 법사(法師) 등이 초빙된다.
객귀물리기는 해거름, 즉 해질 무렵에 행한다. 객귀를 내쫓으려면 땅거미가 져서 어둑해져야 한다. 그러나 급한 병자인 경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행한다.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서는 객귀물리기를 하기 전에 먼저 객귀의 침입 여부를 가리기도 한다. 쌀이나 좁쌀을 담은 바가지에 숟가락을 꽂아 놓고 주문(呪文)을 읊는다. 숟가락이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객귀에게 씌었다는 것이고, 곧바로 쓰러지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객귀물리기를 하려면 우선 부엌에 들어가 된장국을 준비한다. 된장국이 끓는 냄새는 유독 강하여 부엌 부근에 까지 퍼져 나가고, 살아있을 때 그 맛에 길들여진 객귀는 군침을 흘린다. 찬물이나 쌀뜨물, 심지어 구정물에 된장만을 풀어서 된장국을 마련하기도 한다. 여기에 ‘먹다 남은’ 밥과 반찬, 특히 나물이나 시래기 등을 넣는다. 된장국에는 소금, 팥, 숯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객귀 구축(驅逐)의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된장국밥(또는 죽)은 반드시 바가지에 담는다. 바가지는 가장 흔하고 볼품없는 용기이기에 객귀에게 먹일 음식을 담는 데 제격이다.
▶객귀물리기 과정과 절차 : 객귀를 물리는 사람은 환자의 방으로 된장국밥을 담은 바가지와 부엌용 식칼을 가지고 들어간다. 환자의 방 안에는 다른 음식이 일절 없어야 한다. 객귀가 먹을 것에 온갖 정신이 팔려서 객귀물림을 행하는 사람의 명령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는 방 안에 눕히거나 앉힌다. 환자를 문지방에 걸쳐서 눕혀 놓거나 문지방을 베개 삼아 눕게도 한다. 문지방은 ‘방 안’과 ‘방 바깥’을 차단하며 연결하는 경계 지역(liminal zone)이기 때문이다. 경계 지역은 일반적으로 종교적 공간으로 인식되고 활용된다. 객귀물리기의 효험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문지방이 선택된 것이다.
다음에는 식칼로 환자의 머리 둘레를 세 번 휘젓는다. 이때 “○○년 ○○월 ○○일 성주․조상을 물리는 것이 아니라 객구잡신을 물리는데 앉어서 못 먹었다 서서 못 먹었다 말고 진 눔(진음식)은 먹고 마른 눔(마른음식)은 싸 가지고 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데 가서 썩 물러나야지 아니 물러나면 대칼로 목을 지어 한강에 떨어뜨리면 국내(국 냄새) 장내(장 냄새)도 못 맡는다!”라고 위협적인 주문(呪文)을 읊는다.
이러한 주문은 세 번, 일곱 번, 심지어 스물한 번을 반복하여 읊기도 한다. 또한 식칼로 병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뜯어서 바가지에 넣고, 병자로 하여금 침을 바가지에 세 번 뱉게 한다. 이는 머리카락과 침이 객귀가 침입한 병자의 혼백 또는 병자 자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객귀물림을 행하는 사람은 환자의 방을 나서면서 방 안의 불을 끈다. 이때 방문을 “꽝!” 하고 세게 닫는다. 그러고는 부엌칼로 방문에 ‘X’ 표시를 ‘힘차게’ 그리고 ‘재빠르게’ 서너 차례 긋고, 소금이나 콩․팥 등을 역시 세차게 여러 차례 뿌린다. 또한 방 안에서 나오면서 미리 놓아 둔 바가지를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깨뜨리거나 왼발로 마루를 세 번 구르되 한 번 구를 적마다 “헛세이! 헛세이!” 하고 외치기도 한다.
다음에는 마당에 서서 대문 쪽이나 대문 바깥의 길바닥에 부엌칼을 냅다 던진다. 칼을 던지면서도 “객귀가 붙어 있으면 아픈 상처 싹 걷어 가지고 이 밤이 가기 전에 저 해가 뜨기 전에 물러서라!”는 등의 협박성 고함을 되풀이한다. 힘차게 던진 칼의 뾰족한 끝 부분이 방 안이나 집 안쪽으로 향하게 되면 객귀가 나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반대로 칼끝이 바깥쪽을 향해 있으면 객귀가 미적거리지 않고 떠나간 것으로 판단한다. 칼끝이 집 안쪽 방향으로 떨어지게 되면 객귀의 퇴출을 유도하고 강제하기 위하여 재차 칼을 던진다. 이러한 행위는 칼끝이 바깥쪽을 향할 때까지 반복된다.
칼을 던지는 횟수에 따라 객귀의 힘과 병세(病勢)의 정도를 가늠한다. 곧 여러 번 칼을 던지게 되면 객귀가 보통 놈이 아니며, 병을 쉽게 고치기 어렵겠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처음 한 번 던졌을 때 칼끝이 곧바로 바깥쪽을 향하면 병이 빨리 나을 것이라고 여긴다. 칼끝이 바깥쪽으로 향하게 되면 다시 환자에게 된장국이 담긴 바가지에 침을 세 번 뱉으라고 한 뒤 그것을 대문 밖으로 ‘휙!’ 하고 힘차게 내던진다. 된장국을 흩뿌리는 일은 반드시 객귀가 나간 것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
그런 뒤 대문 밖의 적당한 곳을 선정하여 땅바닥에 힘을 잔뜩 주어 칼로 재빨리 X 표시를 그은 다음 두 개의 선(線)이 교차하는 십자의 한복판에 칼을 힘차게 내리꽂는다. 그러고는 칼자루 위에 바가지를 엎어 둔다. 이를 객귀의 무덤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때 왼발을 세 번 구르며 “헛파세!”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침을 세 번 뱉고 돌아서기도 한다. 돌아서고 나서는 때에는 결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뒤를 돌아보면 객귀가 다시 따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집 부근이 아닌 다소 멀리 떨어진 인적이 없는 삼거리 등지에서 객귀를 물렸다면 간 길로 되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다른 길을 이용하여 귀가한다. 객귀가 뒤쫓아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칼과 바가지는 이튿날 아침, 그것도 식전에야 회수하여 집에 다시 들일 수 있다. 객귀물리기가 끝나면 환자는 부엌에 들렀다가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부엌은 불을 다루는 공간으로서 정화(淨化)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객귀를 물려준 사람은 곧장 자신의 집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수고가 많았다든가 다시 보자는 등의 인사말조차 주고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민속대백과사전)
【경남 하동 객귀물리기】
경상남도 하동 지역에서 객귀(客鬼)를 물리치기 위하여 행하는 민간 의료. 객귀물리기는 예컨대 배가 아플 때 그것이 잡귀가 들었기 때문이라 믿고 민간에서 행하는 치병 의식의 하나이다. 객귀물리기, 객귀물림, 푸닥거리 등이라고도 한다. 객귀는 자기가 살던 집에서 죽지 못하고 집밖이나 객지에서 죽은 사람의 넋이다. 하동 지역에서는 사람이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객지에서 죽었을 때, 그 혼령이 승천하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자기 가족이나 친척 등을 괴롭힌다고 믿었다.
▶연원 및 변천 : 옛날부터 객사한 자는 가족이 있어도 그 시신을 집안에 들이지 않았으며, 장례도 제대로 된 격식을 갖추지 않았다. 집밖에서 비명에 죽어서 된 원귀 중에서도 가장 두려웠던 것은 자살한 사람의 원귀이다. 자살·타살·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죽은 귀신은 천수를 누리지 못했으므로 더 잔인한 악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귀신은 손님[客]처럼 떠돌며 구걸하므로 사람이 많은 잔칫집에 잘 나타나는데, 음식을 탐내 붙어 있다가 그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상갓집의 음식을 얻어먹었거나 또는 남의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몸살이 난 것처럼 아프면 객귀가 들렸다고 생각하고 객귀풀이를 하게 된다.
▶절차 : 먼저 객귀가 들렸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객귀를 물리는 양밥(액땜)을 하는 것이 객귀풀이의 순서이다. 객귀가 들렸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우선 종지에 좁쌀이나 보리쌀을 한 숟가락 넣고 환자 옆에 둔다. 다음은 주문을 외우면서 숟가락을 세워 보는데, 이때 객귀가 들면 숟가락이 선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중발에 좁쌀이나 보리쌀을 가득 채우고 헝겊으로 싸서 엎어 쥐고 환자의 가슴과 배 위를 쓰다듬고 돌리면서 표적을 내 달라고 한다. 이때 객귀가 들렸으면 그릇 한쪽 귀퉁이에 반달 모양으로 움푹하게 들어가게 된다.
객귀를 물리는 방법은 마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다음과 같다. 우선 보리쌀에 김치와 환자의 밥을 넣고 끓인 후 고추 세 쪽을 넣어 바가지에 담는다. 바가지에 식칼을 비스듬히 걸쳐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사람에 따라 찬물에 소금과 고추 몇 조각을 넣기도 하며, 쌀·된장·나물을 넣고 끓이기도 한다. 방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모두 치워 버리고 방문을 꼭 닫는다. 방안에 음식이 있을 때는 객귀가 그것에 붙어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식칼로 바가지의 물을 떠서 환자의 입에 흘려 넣고는 큰 소리로 아래와 같은 비교적 긴 주문을 외면서 식칼로 허공을 휘두른다.
“헛쇠! 객구야 들어사재, 지지바 죽은 구살귀신, 머슴아 죽은 몽달귀신아, 헛쇠! 객귀야 썩 받아서 물러 서거라. 못다 먹고 못다 죽은 영웅귀신아, 개죽음 죽은 귀신아, 엎어져 죽은 귀신아, 쓰러져 죽은 귀신아, 남게 목졸린 귀신아, 물에 수살귀신아, 썩 받아 가지고 한 바가지 쪽바가치 받아 가지고 가라. 그저 산 사람도 말 한 마디 못하면 남 가는데 못 가는데, 귀신도 못가면 남 가는데 못 간다. 까시밭에 서있기만 하면 요동도 못한다. 아무 것도 청하지 말고 썩 받아서 물러가라. 그저 검정 수껑이 희돌고, 어서 빨리 앞뒤도 보지 말고, 오던 길로 빨리 가라. 썩 받아 가지고 가라. 그저 아픈 사람은 닭이 안 울어 날이 안 새어 아픈지, 물로 가신 듯이 썩 물러 가거라.”
그 다음은 식칼로 환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쓰다듬고 뜯어서 바가지에 넣고, 바가지에 환자의 침을 세 번 뱉는다. 문을 열고 식칼을 마당으로 던진다. 칼의 끝이 대문으로 향하면 바가지에 담긴 것을 대문 밖에 내다 버린다. 칼끝이 대문 밖을 향하지 않으면 재와 숯을 바가지에 담아서 칼끝이 대문을 향할 때까지 반복한다. 음식을 버린 다음에 대문 밖에 칼로 십자를 그어 칼을 꽂고 바가지를 엎어 놓는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칼과 바가지를 치운다. 또 다른 방법은 바가지에 날된장을 풀어 식칼로 환자의 머리를 세 번 뜯어 넣고 진언을 한 후, 된장국을 대문 밖에 뿌리면서 식칼을 던지며 바가지를 엎어 놓는다. 이때 칼끝이 밖을 향해야 객귀가 나가고 아픈 것이 낫는다고 믿는다.
▶생활 민속적 관련 : 객귀가 드는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망제를 드렸는데,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석문마을에서는 ‘구일차례[망제]’라고 해서, 집을 떠나 객사하여 제삿날을 모르는 조상은 기제사를 지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날 망혼을 위한 제사를 지낸다.
【경북 안동 객귀물리기】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객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행하는 의례. 객귀물리기는 배가 아플 때 그것은 잡귀가 들었기 때문이라 믿고 민간에서 행하는 치병의식의 하나이다. ‘객구물리기·객귀물림·푸닥거리’라고도 한다. 객귀는 일정한 정처가 없기 때문에 마을이나 거리를 방황하다가 관혼상제와 같은 비일상적인 행사나 사람들이 약해진 틈을 엿보아 침입한다. 마치 거지가 구걸 행각을 하는 것처럼 음식이 많은 잔치에 잘 나타난다.
‘색다른 헝겊’, ‘색다른 음식’에 잘 붙어서 인체 안으로 침입하면 병이 나는데, 이러한 병은 다른 병과 구별된다. 이때는 갑자기 오한이 나며 입맛이 없다고 하는데, 남자가 더 심하고 여자가 가볍다고 한다. 이 상태를 흔히 ‘객귀 들렸다‘고 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객귀물리기’이나 ‘푸닥거리’를 한다. 이 의례는 주로 귀신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주술적 민간요법을 통해서 객귀를 쫓는 것이 특징이다.
▶연원 및 변천 : 객귀(客鬼)는 집밖이나 객지에서 죽은 사람의 넋으로, 잡귀의 하나이다. 불행한 죽음이라고 믿어지는 자살·타살·수사(水死: 익사)·교통사고사 등에 의해 죽은 귀신은 일정한 집에 좌정하지 못하고 ‘손[客]’처럼 떠돌아다닌다 하여 객귀라고 한다. 특히, 객지에서의 죽음은 ‘객사’라는 점을 강조하여 ‘객사귀’라고도 부른다.
집밖에서 죽는 것을 극히 불행한 죽음으로 여기는 것은 죽는 당사자의 불행뿐만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붙어서 탈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을 지경에 있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집안으로 옮겨 운명하게 한다. 심지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도 운명하게 될 때는 집으로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미 밖에서 운명한 시체는 집안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것은 객귀가 된 망령으로부터 탈이 날 것으로 믿는 데서 오는 공포감 때문이다.
▶절차
1. 임동면 고천2리의 경우
김차남 집에서는 우선 저녁에 밥과 된장 한 숟가락, 나물을 섞어 끓인 것을 바가지에 넣고 이를 환자의 이불 위, 즉 머리맡에 놓는다. 바가지 위에 칼을 걸쳐 두었다가 따뜻한 김이 올라가면 그때 본격적으로 객귀물리기를 한다. 칼을 가지고 환자의 머리 쪽으로 3번 십자를 그으며 객귀를 물린 후 마당에 나가서 칼을 던져 본다. 이때 칼날이 바깥으로 나가야 귀신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것이다. 객귀를 물린 다음날 첫 닭이 울고 난 뒤에는 아팠던 것이 씻은 듯이 낫는다. 이렇게 해도 객귀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더 잘 물리는 이웃사람이나 무당을 찾아간다.
김태연의 경우 객귀가 들리면 된장 한 숟가락, 재 한 숟가락, 고춧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풀어서 소먹이는 곳에 있는 소통나무에 가서 칼로 쿡쿡 찔러 넣었다. 이렇게 해야 억센 객귀가 나간다고 믿었다.
2. 임하면 금소리의 경우
객귀가 들렸다고 판단되면 된장과 콩나물을 한데 섞어 끓인 후 바가지에 담아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한참 놓아둔다. 30분 정도 지나면 바가지를 물리고 거기에 아픈 사람의 머리카락을 칼로 조금씩 3번 뜯어 넣고, 침을 3번 뱉는다. 바가지와 칼을 들고 대문 앞에 서서 대문 밖으로 칼을 던진다. 칼끝이 바깥쪽으로 나가야 객귀가 물러간 것이며, 칼끝이 안쪽으로 향하면 바깥쪽으로 향할 때까지 칼을 던진다. 칼끝이 바깥쪽으로 나가면 바가지에 든 것을 대문 바깥으로 뿌리고 대문 앞에 바가지를 엎어두고 그 위에 칼을 둔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바가지와 칼을 가지고 들어온다고 한다.
3. 북후면 신전리의 경우
바가지에 물과 밥을 담아 칼과 함께 환자에게 가져간다. 칼로 환자의 머리를 3번 긁고 바가지에 침을 3번 뱉게 한 후, “객귀야, 객귀야, 객귀가 왔거들랑 이 한 쌀박 거리케 해줄테니 먹고 물러 서거라.”라고 한 뒤 밖으로 나가 음식을 쏟아버리고 칼을 던진다. 이때 던진 칼날이 바깥쪽을 향하면 객귀가 나갔다고 여겨 밖에 꽂아두고, 칼날이 안쪽을 향하면 칼날이 바깥쪽을 향할 때까지 던진다.
이런 간단한 의례는 무녀가 아니더라도 가정주부나 일반 사람도 행할 수 있다. 객귀는 아무에게나 붙을 수 있으며, 집안으로 들어오면 탈이 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굿의 뒷전거리나 거리굿에서 이들을 집단적으로 풀어먹인다. 이는 주술적 의례인 점에서는 객귀물림이나 푸닥거리와 마찬가지이다. 안동 지역에서는 이 객귀를 물릴 때에는 “썩 물러가 청송 심부자한테 가라.”고 하는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경북 칠곡 객귀물리기】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객귀들림’을 치유하기 위한 민간의료 행위. ‘객귀들림’은 잡귀신이 몸에 들어와서 앓는 병으로 칠곡 지역에서는 ‘객구들었다’ 또는 ‘객귀들었다’라고 한다. 객귀가 들면 하품과 기지개를 자주 한다고 한다. 점을 쳐보거나 생콩을 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객귀가 들었으므로 ‘객귀물리기’를 한다.
▶절차 : 찬물에 오곡밥, 소금, 고추 등을 뒤섞어 담은 바가지와 식칼을 쥐고, 환자의 머리맡에 앉아 헛기침을 세 번 한 후, “휫쌔 객구야 들어봐라, 김가 죽은 귀신이나, 이가 죽은 귀신이나, 오다 죽은 귀신이나, 가다 죽은 귀신이나, 배 아파 죽은 귀신이나, 머리 아파 죽은 귀신이나, 오늘 저녁에 물박진지 함박진지, 이걸 먹고 썩 떠나거라!”와 같은 주문을 외고는 칼로 환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자르는 시늉을 한다. 그런 다음 환자는 바가지에 침을 세 번 뱉고 거꾸로 눕는다.
주문을 왼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와 문살에다 칼로 ‘×’자를 그은 후, 마당에 나와 대문을 향해 칼을 던진다. 칼이 집 바깥으로 향하면 대문 밖에다 칼로 ‘十’자를 그리고 교차점에 칼을 꽂은 후 바가지에 담긴 것을 버리고 칼 위에 바가지를 엎어둔다. 그리고는 집으로 바로 들어오지 않고 이웃집에 들렸다가 오거나, 집을 돌아서 방으로 들어온다.
객귀물리기의 주문은 다음과 같다.
“휫쌔 - 이놈의 귀신아 들어봐라.
어데 갈데없어 감히 여기 들어왔나.
성주군웅을 물리는 것이 아니고
오방지신을 물리는 것이 아니고
잡귀잡신을 물리는 게니
이 물 한 바가지 먹고 싸게 물러가라.
안 물러가면 칼로 배지(배)를 그어서
낙동강 물에 둥둥 띄워 보낼거니
옆도 뒤도 보지 말고 썩 물러가거라.
휫쌔 - 이놈의 귀신아”
<한국의 가정신앙> 경상북도 편에 의하면 칠곡군 가산면 가산1리 북창마을의 경우 과거 객귀를 물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했다고 한다. 먼저 바가지에 고추 3토막, 숯 3개를 넣고 밥과 나물, 고기를 넣어서 칼로 휘휘 저은 다음 아픈 사람 앞으로 간다. 그리고 침을 3번 뱉게 하고 아픈 사람의 머리카락과 동정을 끊어 넣는다. 이렇게 한 뒤 삽작 거리에 가서 바가지에 든 내용물을 뿌리고 찬물로 바가지를 씻어 뿌린다. 마지막으로 칼을 마당에 꽂고 그 위에 바가지를 얹으면 아픈 사람이 낫는다고 한다.
【충남 논산 객귀물리기】
충청남도 논산 지역에서 초상이나 혼례 등 사람이 많은 곳에 다녀온 뒤 아팠을 때 행하던 치병 의례. 객지에서 죽은 사람의 혼령을 뜻하는 객귀는 흔히 ‘뜬귀신’, ‘뜬것’, ‘잡귀’ 등으로 불린다. 가족 중에서 외출을 하고 돌아온 후에 까닭 없이 몸이 아프거나 몸살감기 증세를 보이면 객귀가 붙어 발병한 것으로 의심하여 객귀물림을 한다. 논산 지역의 객귀물림 중에는 잔밥먹이기나 해물리기 등이 있다.
▶절차 : 객귀물림은 주로 집안의 부녀자나 마을에서 신기가 있는 할머니가 주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의 병세가 심한 경우에는 무당을 불러서 객귀를 물리치기도 한다. 절차는 시래기·밥·소금·팥 등을 넣고 푹 끓인 된장국에 환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뜯어 넣는다. 그리고 환자에게 침을 세 번 뱉도록 한 다음, 환자의 이름을 부르며 고사덕담으로 객귀가 물러가기를 기원한다.
이어서 대문 밖으로 나아가 들고 있던 칼을 길바닥에 집어던진다. 이때 칼끝이 밖을 향하면 객귀가 물러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만일 칼끝이 안으로 떨어지면 아직 객귀가 물러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여 밖으로 향할 때까지 반복해서 던진다. 마침내 객귀가 떨어지면 환자로 하여금 된장국이 담긴 바가지에 침을 세 번 뱉게 하고, 그것을 밖에 내다버린다. 그런 다음 땅바닥에 ‘×’ 자를 긋고 그 한복판에 칼을 꽂은 뒤 바가지를 그 위에 올려둔다.
잔밥먹이기는 발병의 원인이 객귀의 한 종류인 잔밥각시의 소행으로 의심될 때 거행하는 주술적인 치병 의례이다. 초상집이나 부정한 곳에 다녀온 뒤 배가 아프거나 두통이 심할 때 잔밥먹이기를 한다. 쌀을 담은 됫박을 환자의 옷으로 싸서 그것을 가지고 환부를 문지르며 주문을 외운다.
그런 다음 옷을 벗겨서 됫박의 쌀을 확인하는데, 만일 됫박의 쌀이 푹 줄어 있으면 잔밥각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위와 동일한 절차로 객귀물림을 한다. 논산 지역에서는 잔밥먹이기의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는 짚신이바지의 관행도 확인된다. 이는 잔밥먹이기를 마치고 나서 짚신에 왕겨, 재, 됫박에 담은 쌀 등을 담아 된장국과 함께 동구 밖 길가에 놓아두어 객귀를 풀어 먹이는 것을 말한다.
【충남 서산 개구기물리기】
충청남도 서산 지역에서 객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행하던 주술적 의례. 객귀물리기는 사람이 시름시름 앓을 때 그것은 객귀(客鬼)가 들었기 때문이라 믿고 이를 풀어서 해결하려는 치병 의식이다. 이를 ‘해물리기’라고도 한다. 객귀물리기는 주로 집안의 부녀자가 주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차 : 객귀에 의한 환자가 발생하면 얼른 된장국을 끓여서 바가지에 담고 그 안에 환자의 머리카락을 세 차례 쥐어뜯어 함께 넣는다. 그리고 환자에게 바가지 안에 침을 세 번 뱉게 한 다음 이를 대문 바깥으로 나가서 내다 버린다. 이때 식칼을 함께 가지고 나갔다가 함께 던져 보는데, 칼날의 끝이 바깥으로 나가게 되면 귀신이 나갔다는 의미가 되므로 칼끝이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던져 본다. 그런 후에 칼을 땅에 꽂아 둔 채로 돌아온다. 칼과 바가지는 이튿날 가지고 들어온다.
▶현황 : 객귀물리기는 과거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 행해졌던 흔한 주술적 치료 방법이었다. 충청남도 서산 지역에서도 1960~1970년대에는 각 가정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이러한 방법의 주술적인 민간요법을 쓰기도 했다. 이는 서산 지역에서 따로 무당이나 법사를 초빙하여 하지 않더라도 집안의 주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과 병원이 보급됨에 따라 점차 사라진 풍속이 되었다.